임재윤은 민여진의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자마자 고개를 돌려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여진아, 왜 그래? 뭐가 이상해?”그때 방 안 스피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제가 민여진을 납치하려 했던 이유는 아주 단순해요. 돈이 한 푼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좀 돈을 뜯어낼 생각이었어요.”느긋한 목소리, 그건 남자의 목소리였다.그래서 민여진은 격렬하게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아니라고!”“뭐가 아니라는 건데?”임재윤이 다급하게 물었다.그리고 곧, 민여진이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임재윤, 나 좀 믿어. 저 사람, 저 사람은 날 납치했던 범인이 아니야!”그러니까 납치범이 붙잡혔다고 했을 때, 문채연이 아무 저항 없이 순순히 물러난 것도 이해가 됐다.문채연은 결국 다른 사람을 대타로 내세운 것이다.민여진의 가슴은 분노로 들끓었다.저 안에서 진술하고 있는 그 남자에게서 마치 예전의 자신이 겹쳐 보이는 듯했다.이게 바로 문채연이 늘 써먹던 수법이었다.법 따위는 눈곱만큼도 두려워하지 않고 일이 터지면 아무 상관 없는 사람 하나 구해다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대체 무슨 소리야?”그때 경찰도 소리를 듣고 다가와 물었다.“민여진 씨, 확실합니까? 방금 그 사람이 납치범의 우두머리가 아니라는 거?”“확실해요!”민여진은 단호하게 대답했다.“저 사람은 대신 죄를 뒤집어쓰러 온 사람이에요!”그녀가 그렇게 단언하자 경찰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민여진 씨,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경찰은 곧바로 심문을 중단시키고 안에서 진술 중이던 남자에게 물었다.도대체 누구의 지시로 대신 죄를 뒤집어쓰려 했느냐고.하지만 남자는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오히려 자기 혼자 민여진을 물색해 냈다며 민여진이 만만하고 만만해 보여서 충동적으로 납치를 결심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민여진은 속에서 분노가 치밀었다.‘충동적으로 납치를 결심했다? 그런 사람이 사전에 정수향을 이용했겠어?’그녀의 머릿속에 정완향의 얼굴이 떠오르는 순간, 민여진은 또다시 눈앞이 아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