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Chapter 501 - Chapter 510

516 Chapters

제501화 따뜻하게 해주고 싶었어

“예전부터 그랬다니, 그게 언제야? 너 하루 종일 나랑 같이 있었잖아. 그런데 왜 그땐 그렇게 심하게 기침하지 않았어?”민여진은 속이 뒤집히듯 떨려 깊은숨을 들이켰다.“임재윤, 몸이 안 좋으면 그냥 함께 침대에서 자. 아무도 뭐라 안 해. 자기 몸 망가뜨리면서까지 날 피하려는 거, 설마 내가 너한테 뭔 짓이라도 할까 봐 그러는 거야?”임재윤은 그 말에 멈칫하더니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민여진이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한 침대를 쓰지 않는 건 분명 임재윤이 자기 욕구를 억제하지 못할까 봐 그런 거였다.[여진아, 네가 오해한 거야. 난 그냥 우리가 아직 부부도 아니니까 한 침대를 쓰는 게 이르다고 생각해서 그래...]“그건 핑계지.”민여진은 진이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현관에서 서 있는 것만으로도 떨릴 정도로 추웠는데 임재윤은 이 거실에서 몇 시간을 버텼다는 게 말이 될 수 없었다.민여진은 임재윤에게 다가가 이불을 들췄고 예상대로 이불 안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손 줘봐.”[여진아...]민여진은 고개를 숙인 채 단호하게 말했다.“손 줘.”임재윤이 조심스레 손을 내밀자 민여진은 그 손을 확 잡았고 그 순간 온몸이 떨렸다.이건 분명 손이 아닌 얼음덩어리였다.민여진은 말없이 외투를 벗더니 이불을 들추고 안으로 파고들었다.임재윤은 깜짝 놀라 당황한 기색으로 제지하며 손이 덜덜 떨리는 상태에서 간신히 타자했다.[장난치지 마, 여기 진짜 추워. 얼른 돌아가.]민여진은 눈을 감은 채 말했다.“지금 장난치는 건 너야. 나랑 같이 방으로 돌아가든, 아니면 그냥 여기서 같이 자든지 해. 둘 중 하나야.”임재윤은 당연히 민여진을 이 추운 거실에 남겨둘 수 없어 재빨리 외투를 움켜쥐고 민여진을 안아 방으로 향했다.방 안은 온통 민여진의 향기로 가득했다.방도 침대도 너무 좁았다.민여진을 침대에 눕히는 순간, 임재윤의 가슴은 뜨겁게 타올랐다.민여진은 임재윤이 나가려는 걸 눈치채고 단단히 임재윤의 옷자락을 붙잡았다.“나가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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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화 수치스러운 생각

그 말을 하자마자 민여진은 임재윤이 손을 빼려는 걸 무시하고 다시 임재윤의 손끝을 옷 속으로 밀어 넣었다.여자의 아랫배 위쪽에 부드러운 곡선이 느껴졌다.임재윤은 손가락을 움츠리며 그 어떤 상상도 하지 않으려 애썼지만 머릿속은 이미 통제가 되지 않아 하얘졌고 손바닥엔 식은땀이 맺혔다.[그만해.]임재윤은 손을 확 빼고 등을 돌려 누웠지만 몸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민여진은 임재윤의 등에 닿는 찬 기운과 성벽처럼 단단한 등판을 보고 순간 멍해졌다.민여진의 눈빛에는 실망이 가득했지만 참지 못하고 다시 물었다.“재윤아, 좀 나아졌어? 목은 아직도 아파? 아직도 추워?”임재윤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민여진은 용기를 내어 손을 뻗었다.“등 한 번만 만져볼게. 몸에 열이 돌면 나도 안심할 수 있으니까.”민여진의 손바닥이 임재윤의 등에 닿았고 옷 너머로도 차가운 남자의 체온이 느껴졌다.민여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옷자락을 열었고 손끝이 임재윤의 등에 닿는 순간, 임재윤의 손이 민여진의 손목을 꽉 움켜잡았다.민여진은 깜짝 놀랐고 임재윤은 그대로 민여진 위로 몸을 기울이며 두 손을 머리 위로 억눌렀다.두 사람의 몸이 완벽하게 밀착된 자세는 누가 봐도 너무 민망했다.민여진은 순간 당황해 멍해졌고 임재윤의 거칠어진 숨결과 미묘하게 짙어지는 분위기를 느껴 입을 열어 미안하다고 하려 했다.“임재...”임재윤의 이름을 다 꺼내기도 전에 임재윤은 거칠게 민여진의 입술을 덮쳤다.민여진은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얼어붙었고 임재윤의 거센 힘에 버틸 수도, 저항할 수도 없었다.민여진은 쇠사슬에 묶인 듯 손은 고정됐고 키스는 더 이상 다정하지 않았다.그 키스는 너무나 거칠고 조급했으며 검을 잡은 병사처럼 민여진을 향해 폭력적인 공격을 개시했다.민여진의 옷자락은 이미 볼품없이 흐트러져 있었다.그 순간, 민여진의 뇌리에 다른 남자의 모습이 겹쳤고 무시무시한 공포가 치밀자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임재윤의 뺨을 후려쳤다.찰싹!방에 크게 울린 따귀의 소리에 임재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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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화 네 몸에서 두 가지 향이 나

결국 임재윤은 본인이 충동을 억누를지 못할 것 같은 게 두려웠다.민여진은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시선을 아래로 떨구며 조용히 말했다.“그런 거라면 진작에 나한테 말해줬어야지.”[뭘 말하라는 거야?]임재윤은 씁쓸하게 웃었다.[내가 머릿속에 음흉한 생각만 가득해 널 다치게 할 수도 있다고 말하라는 거야?]“그건 음흉한 게 아니야, 재윤아. 우린 지금 정상적인 연인이잖아. 네가 나한테 그런 감정이 드는 건 당연해. 나도 너한테...”말이 입에서 떨어지기 전, 민여진은 본인이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깨닫고 얼굴이 피라도 묻은 듯 빨갛게 변했다.임재윤은 그 말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급히 물었다.[여진아, 나한테 뭘 바라는 거야?]민여진은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임재윤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기뻐했지만 그 속에는 어딘가 씁쓸함도 있었다.임재윤은 고개를 숙여 민여진의 입술에 입을 맞췄고 민여진은 그대로 받아들이며 부드럽게 속삭였다.“하지만 지금은 안 돼. 이 침대는 그런 걸 감당 못 할 거야. 방도 방음이 안 좋잖아.”임재윤의 눈가엔 웃음이 번졌고 민여진의 손을 꼭 쥔 채 귀 옆 머리를 스치듯 기대며 말했다.[알았어. 독엔에 가서 너희 부모님 만나고 나서 그때 진짜로 널 갖고 싶어.]민여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임재윤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남자의 몸에서는 익숙한 향수 냄새 외에도 어디서 맡아본 듯한 편안한 향이 은은히 퍼졌다.민여진은 그 향이 문득 궁금했다.“너 무슨 향수 뿌렸어?”임재윤이 팔로 민여진을 감싸며 되물었다.[왜?]“너한테서 두 가지 향이 섞여 나는 것 같아. 하나는 익숙한 향수인데 다른 하나는 어디선가 맡아본 향 같아. 네가 이름만 말해주면 생각날 것 같아.”임재윤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향수는 이것저것 섞여서 잘 기억이 안 나. 게다가 진시우가 준 거라 이름은 잘 몰라. 나중에 물어볼게.]“괜찮아.”민여진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그냥 갑자기 궁금해져서 물어본 거야. 별로 중요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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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4화 임재윤이 고열에 시달리다

장 아주머니는 웃으며 말했다.“아니야, 너희는 아무 소리도 안 났어. 난 너희가 정말 조용하다고 생각했는데 네 입술 상태를 보니까 임재윤 씨 평소 이미지랑 좀 다르게 굴었던 모양이네?”민여진은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만졌다.입술은 확실히 부어 있었고 건드리면 따끔했다.그때 임재윤이 얼마나 거칠었는지 떠올리자 민여진의 얼굴에 열기가 퍼졌고 부끄럽기도 하면서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기도 했다.아마도 그건 임재윤이 처음으로 이성을 놓은 순간이었다.사실 그건 나쁜 일이 아니었다. 감정이란 건 항상 이성적일 수만은 없는 거였기 때문이다.장 아주머니는 그걸 다 알아챈 듯 흐뭇해하며 지지대를 묶고는 말했다.“오늘은 뭐 먹고 싶어? 내가 어제 앞마을 안 씨한테 돼지고기를 좀 부탁했거든. 오늘 무를 넣고 푹 끓이면 딱 좋을 것 같아.”“좋아요.”“임재윤 씨는 음식 가리는 거 없지?”“저희 둘 다 안 가려요.”“그럼 다행이네. 아주머니가 맛있게 끓여줄게.”민여진은 옆에서 장 아주머니의 음식을 거들었다.밥이 다 되었을 즈음, 장 아주머니는 안방 쪽을 힐끗 보며 궁금해했다.“임재윤 씨는 원래 이렇게 늦잠 자는 사람이야? 벌써 한낮이 다 됐는데...”“어제 병원에서 막 나왔거든요. 아직 컨디션이 덜 회복됐나 봐요. 제가 깨울게요.”민여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고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재윤아, 임재윤.”두어 번 불렀는데도 대답이 없자 이상하게 여긴 민여진은 손을 뻗어 임재윤의 얼굴을 만졌다.순간, 민여진의 심장이 철렁했다.임재윤의 얼굴은 너무 뜨거웠다.임재윤의 얼굴은 이미 땀범벅이 될 정도였고 열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다.“여진아.”장 아주머니가 문을 반쯤 열고 물었다.“임재윤 씨가 일어났어?”민여진은 급히 대답했다.“장 아주머니, 재윤이 열이 심해요. 고열이에요!”민여진은 자신을 크게 자책했다.그렇게 오래 앓고 있었는데도 임재윤은 그저 피곤해서 늦잠 자는 줄만 알았다.임재윤은 아마 밤새도록 고열에 시달렸을 것이다.장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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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화 그는 나한테 더 잘해줘

“고마워요.”민여진의 인사에 이천호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별말씀을요. 임재윤 씨가 우리 집에 1억 원이나 주셨어요. 약 사러 가는 건 물론이고 제 목숨을 바쳐도 아깝지 않아요.”민여진은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놀란 표정을 짓고는 조용히 말했다.“그건 이천호 씨가 응당 받아야 할 보답이에요.”이천호는 쓴웃음을 지으며 서둘러 떠났다.장 아주머니는 물을 끓이러 갔고 민여진은 찬물에 적신 수건을 임재윤의 이마에 얹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임재윤은 얼굴만 불덩이처럼 뜨거웠고 몸 전체는 얼음처럼 차가웠다.민여진은 임재윤의 손을 꼭 쥔 채 깊은 죄책감에 빠져들었다.“재윤아, 꼭 괜찮아져야 해...”장 아주머니는 뜨거운 물로 찜질팩을 데워 임재윤의 몸을 덥혔다.그러고는 민여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는 걸 보고 안심시키려 애썼다.“여진아, 너무 걱정하지 마. 임재윤 씨는 복도 많고 운도 좋은 사람이야. 아무 일도 없을 거야.”민여진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손만큼은 놓지 않고 꼭 잡았다.이천호가 약을 사 들고 돌아온 건 거의 해 질 무렵이었다.이천호는 땀으로 범벅된 얼굴로 임재윤에게 수액을 놓고 장 아주머니와 함께 약을 달였다.하지만 임재윤은 약을 전혀 넘기지 못했다.약이 너무 쓰게 느껴졌는지 임재윤의 입에 댔다가 바로 다 토해버렸다.이천호는 그런 임재윤이 무척이나 걱정스러웠다.“약을 못 먹으면 나아지기 힘들어요. 수액만으로는 부족해요.”민여진은 잠시 망설이다 손을 내밀었다.“제가 먹여볼게요.”민여진은 직접 약을 한 모금 삼켰다.입안이 다 얼얼할 정도로 약은 너무나 썼고 토할 것 같은 걸 억지로 참았다.그러고는 임재윤에게 입을 맞춰 조금씩 약을 넘겼다.몇 번을 반복해 반 그릇 정도 들어갔을 때, 민여진의 온몸은 땀에 흠뻑 젖었고 입안은 이미 미각이 사라질 정도로 썼다.이천호는 얼음 사탕을 민여진의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이거 드세요. 조금은 괜찮아질 거예요.”민여진은 사탕을 삼키고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이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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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6화 그는 벙어리가 아니에요

“임재윤이요?”민여진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임재윤은 목에 문제가 생겨서 말을 못 해요. 벙어리가 된 거죠. 그래서 휴대폰으로 대화하는 거예요.”“벙어리요?”이천호는 미간을 찌푸렸다.“정말 확실해요?”“물론이죠.”민여진은 살짝 웃었지만 곧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왜요? 말투가 뭔가 이상한데요?”이천호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임재윤이 정말 벙어리라면 예전에 이장이 임재윤이 말하는 걸 들은 건 대체 뭐였단 말인지 짐작할 수 없었다.그때 이천호 아빠는 단호하게 말했었고 게다가 절대 거짓말을 하는 성격도 아니다.그렇다면 가능성은 단 하나, 바로 임재윤이 민여진을 속이고 있는 것이었다.이천호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런 이천호를 보자 민여진은 당황해하며 물었다.“이천호 씨, 왜 말을 안 해요?”이천호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민여진 씨, 임재윤 씨와는 얼마나 알고 지내셨어요?”“알고 지낸 지요?”민여진은 날짜를 세어보며 말했다.“그렇게 오래되진 않았어요. 석 달 조금 넘었나?”그 말을 하며 민여진 본인도 놀랐다.왠지 모르게 더 오래된 사이 같았는데 실제로는 겨우 몇 달에 불과했다.아마도 임재윤이 너무 세심하고 민여진이 싫어하는 걸 정확히 피해주는 사람이어서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른다.임재윤은 진짜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성격을 갖춘 남자였다.“석 달이구나...”이천호는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그럼 임재윤 씨에 대해 잘 모르시는 거네요?”민여진은 순간 멈칫하다가 깔끔하게 인정했다.“그래요. 그렇게 잘 알진 못해요.”사실 이건 거짓말이 아니었다.민여진은 이 남자의 이름이 임재윤이라는 것 말고는 이 남자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이천호는 돌연 흥분하며 목소리를 높였다.“그럼 만약, 만약 임재윤 씨가 민여진 씨를 속이고 있다면요? 그럼 어떻게 하실 거예요?”“뭘 속였다는 거죠?”민여진은 걸음을 멈추며 물었다.“이천호 씨, 왜 이러세요? 갑자기 말도 얼버무리고 이상해 보이는데요?”이천호는 결국 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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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7화 너 마음에 분명 무언가 숨기고 있어

“여진아!”바로 그때, 장 아주머니가 허둥지둥 방 밖으로 나왔다.“임재윤 씨가 깨어났어. 널 찾고 있거든.”“깨어났다고요?”민여진은 그 어떤 감정보다 기쁨이 앞섰고 급히 방문을 밀고 들어갔다.“재윤아, 정신이 들어?”민여진은 침대 곁으로 다가가며 물었고 이천호는 문가에 서 있었다.임재윤은 이천호를 보고는 잠시 표정이 굳었고 휴대폰을 눌러 물었다.[나 얼마나 잤어?]“14시간? 15시간쯤?”민여진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정확하진 않지만 아주 심한 열이 났었어. 다행히 이천호 씨가 자전거를 타고 약 사러 시장에 갔다 와서 수액도 놔줬어.”[걱정 끼쳐서 미안해.]임재윤은 본인이 아픈 건 상관없었지만 민여진이 걱정하게 한 건 신경이 쓰였다.민여진은 가슴이 꽉 막힌 듯 뭉클해져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괜찮아. 네가 깨어나기만 하면 돼.”임재윤은 다시 이천호를 바라봤다.딱히 이천호에게 좋은 인상은 없지만 지금 이렇게 깨어난 것도 이천호 덕이니 무시할 수 없어 휴대폰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이천호 씨, 고생 많으셨어요.]이천호는 그 말이 오히려 민망했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아니에요, 임재윤 씨. 전 그저 제가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사실 민여진 씨가 비 오는 날 미끄러운 길을 뚫고 우리 집까지 와서 부탁하지 않았으면 저도 도와드릴 수 없었을 거예요.”임재윤은 눈을 감았지만 몸이 여전히 불편한 걸 느낄 수 있었다.수액도 거의 다 떨어지자 이천호는 바늘을 빼며 말했다.“내일 다시 올게요. 고열이 계속 안 떨어지면 시장에 가서 약을 더 사야 하니까요. 이젠 별일 없으면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민여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이천호 씨, 제가 배웅할게요.”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임재윤이 민여진의 손을 꽉 잡았다.민여진이 순간 멈칫하자 이천호는 재빨리 손사래를 쳤다.“괜찮아요. 가까운 길인데 배웅할 필요는 없죠. 민여진 씨 눈도 불편하신데 이렇게까지 안 하셔도 됩니다. 그냥 갈게요.”이천호는 말을 마치고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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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화 말한 사람은 바로 저예요

그 말이 떨어지자 공기마저 얼어붙은 듯한 침묵이 흘렀다.민여진의 손바닥은 땀으로 젖었고 마음속은 천둥처럼 요란했다.“지금 대답하기 싫다면...”“난 벙어리가 아니야.”불현듯 침대 머리맡에서 차가운 기계음이 아닌 낮고 매력적인 남자의 진짜 목소리가 들려왔다.임재윤은 계속해서 말했다.“난 벙어리가 아니야.”쉰 기운이 감도는 병중의 목소리를 들으며 민여진은 믿기지 않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내심 안도했다.그 목소리는 박진성의 목소리와 정반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혀 달랐다.“그렇다면 넌 왜 날 속였어? 왜 줄곧 휴대폰으로만 말했는데?”민여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넌 도대체 뭘 그렇게 두려워했던 거야?”임재윤은 민여진을 바라보며 본인의 성대 위에 손가락을 댔다.그 위에는 단추처럼 생긴 장치가 부착되어 있었는데 임재윤의 목소리를 바꿔주는 기기였다.“여진아, 내 얘길 들어줘. 난 단 한 번도 내가 선천적인 벙어리라고 말한 적 없어.”임재윤의 눈에는 간절함이 서려 있었다.“한번 크게 앓고 난 후에 성대가 손상됐고 그 뒤로 쭉 말할 수 없게 됐을 뿐이야. 치료를 계속 받아왔지만 잘 낫지 않아서 너한테 말하지 않았던 거야. 이제 좀 나아지나 싶었는데 그 타이밍에 네가 사고를 당했잖아.”민여진은 떨리는 눈을 다시 지그시 감았다.“하지만 네가 날 다시 만났을 때도 넌 휴대폰으로 말했잖아...”임재윤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때 넌 날 매몰차게 거절했잖아. 날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고 내가 누군지 모른다며 널 속이고 있다고도 했잖아.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내가 입을 열고 말했으면 오히려 널 더 불안하게 했을 거야. 그 장치로 내 목소리 상황을 해명해 줄 수도 없었어. 그래서 휴대폰으로만 말한 거야. 적당한 시기가 오면 그때 진실을 말하려 했던 거였어. 이제 말할 수 있어. 내 성대가 회복됐다고 말이야.”민여진은 긴장했던 어깨를 살짝 풀었다.“정말 그게 전부야?”“응, 전부야.”민여진은 입술을 살짝 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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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9화 널 사랑해, 네 과거와 상관없어

“괜찮아.”임재윤은 침대에서 내려왔다. 아직도 어질어질했지만 몸을 가다듬고 거실로 걸어 나갔다.장 아주머니는 주방 쪽으로 가며 말했다.“그냥 반찬을 몇 가지 했어. 나야 뭐 여진만큼 손맛이 좋진 않지. 여진이 만든 건 그냥 배추를 끓인 것만 해도 입에 착 감긴다니까. 한 번 먹으면 계속 생각나는 맛이야.”임재윤의 눈빛이 가라앉았다.“네, 맞아요.”“그러고 보니 여진의 요리 실력이 늘게 된 것도 임재윤 씨 때문이라면서요?”임재윤은 순간 멈칫했고 민여진도 그 말에 반응하며 임재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민여진은 임재윤의 표정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임재윤이 민여진의 과거를 신경 쓰는 건 아닐지 걱정되었다.민여진이 오랜 시간 다른 남자를 위해 살아온 건 사실이었다.“장 아주머니...”민여진이 뭔가 해명하려 했지만 임재윤이 그녀의 말을 끊으며 조용히 말했다.“맞아요. 여진은 저를 위해 매일 요리 실력을 키우고 새로운 요리를 연구해서 저를 기분 좋게 해주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저는 늘 미안한 마음뿐이죠. 우리가 결혼하면 여진을 더 이상 힘들게 안 할 거예요. 앞으로는 제가 요리할 거니까요.”장 아주머니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이고, 요즘 젊은 사람들은 정말 애틋하다니까. 여진이 임재윤 씨 걱정하는 것도 이해되네요. 두 분 모습을 보면 저도 부러워 죽겠네요.”민여진은 어색하게 웃으며 음식을 상에 올렸지만 머릿속은 복잡했다.민여진은 분명 임재윤이 아니라 다른 사람 때문에 요리를 배운 건데 임재윤은 마치 당연하다는 듯 받아주었다.임재윤의 배려에 감사함도 느꼈지만 마음 한구석은 계속 불편하기만 했다.임재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본인의 과거를 신경 쓰는 게 맞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임재윤은 민여진과 아무런 관계도 아닌 이천호조차 질투하곤 했으니까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민여진은 식사 내내 밥맛이 없었다.식사를 마친 민여진은 정리를 끝낸 후 방으로 들어갔고 임재윤도 따라 들어와 문을 닫으며 다정하게 물었다.“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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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0화 넌 그 사람을 그 정도로 증오해?

“네가 결혼한 과거가 있다고 해도 내가 널 사랑하는 데 아무런 상관도 없어.”그 말에 민여진은 눈을 동그랗게 떴고 콧등이 시큰거렸다.임재윤은 민여진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꼬아 손끝에 감으며 말했다.“그러니까 너무 긴장하지 마. 그걸 숨긴 게 나쁜 일이라고 여기지 마. 누구나 말 못 할 과거는 있는 거야. 물론 나도 그래.”“너도 그래?”민여진이 조심스레 물었다.“응.”임재윤은 민여진의 눈을 그윽하게 들여다보며 말했다.“나도 숨긴 게 있어.”민여진은 그 말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고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말 안 하고 휴대폰으로만 대화한 걸 말하는 거야?”임재윤은 짧게 침묵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그건 괜찮아. 그땐 말 못 해도 어쩔 수 없었을 상황이잖아. 나도 그런 상황이었다면 똑같은 결정을 내렸을 거야. 그건 숨긴 게 아니라 말할 타이밍을 기다린 거니까. 평생 숨기려고 했던 건 아니잖아?”“맞아. 너도 평생 숨기려고 했던 건 아니잖아. 안 그래? 너도 지금 솔직하게 털어놨잖아.”민여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넌 정말 사람을 잘 달래는 것 같아.”임재윤은 민여진의 귓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말했다.“난 그냥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민여진은 마음이 한결 따뜻해졌지만 곧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내가 이런 과거가 있다는 게 정말 괜찮아?”“뭐가? 너랑 박진성의 과거 얘기를 말하는 거야?”임재윤이 되묻자 민여진은 고개를 조심스레 끄덕였다.“아직도 박진성을 사랑해?”민여진은 즉시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지금의 민여진은 사랑은커녕 뼛속 깊이 박힌 증오와 두려움만이 남았다.“그럼 됐어.”임재윤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이미 사랑하지 않는데 내가 뭘 신경 쓰겠어? 굳이 말하자면 내가 신경 쓰는 건 널 더 일찍 만나지 못한 거야. 그래서 네가 예전에 겪은 고통을 막아주지 못한 거, 바로 그거야.”“고마워.”민여진의 목소리가 쉬어 나왔다.임재윤을 만났다는 게 민여진의 인생에서 정말 다행인 일이었다.민여진이 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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