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Chapter 521 - Chapter 530

620 Chapters

제521화 그 사람이 그렇게 무서워?

경찰은 더 물어보려 했지만 이번엔 임재윤이 먼저 나섰다.“여진이는 절벽에서 떨어져서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거기다 이번 납치 사건으로 충격도 컸고요. 심리적으로 아직 상처가 깊은 상태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도 당연합니다. 집에 돌아가서 조금씩 마음을 정리하면 그때 다시 말씀드릴 수 있을 거예요.”논리정연한 임재윤의 말에 경찰은 아쉬운 기색을 보였지만 고개를 끄덕였다.“민여진 씨, 혹시라도 기억이 나는 게 있으면 꼭 저희에게 연락하세요.”곧 세 사람은 악수까지 마치고 인사를 나눴고 민여진은 무거운 마음으로 경찰서를 나섰다.자신이 언제까지 이렇게 숨고 도망치듯 살아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그리고 자꾸 이런 의문이 들었다.이 모든 걸 숨기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자신이 하는 모든 것이 옳은 걸까?이 부당한 현실을 그저 담담히 받아들이고 임재윤과 함께 독일로 가서 모든 걸 내려놓고 새출발하는 게 맞는 걸까?그런데 문채연, 그녀는 왜 단 한 번의 대가도 치르지 않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살 수 있어야 하지?민여진은 깊은 침묵에 빠져 있었다.그때 임재윤이 그녀의 손을 살포시 잡았다.차가운 손끝에 아주 희미하게나마 온기가 남아 있었다.“괜찮아?”민여진은 애써 미소 지었다.“괜찮아. 그냥... 납치당했던 일 생각나서 기분이 좀 가라앉았어.”임재윤은 조용히 민여진을 바라보다가 결국 낮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여진아, 나한텐 숨기지 마. 네 마음에 뭔가 다른 게 있다는 거... 나도 알아.”민여진은 순간 멍해져 표정을 숨기지도 못한 채 임재윤을 바라보았고 이내 콧잔등이 살짝 시큰해졌다.임재윤은 정말 그녀를 잘 아는 사람이다.아니, 그만큼 민여진을 아껴주는 사람이기도 했다.임재윤은 그녀를 먼저 차에 태웠다.밖은 매서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차가 출발하자 임재윤은 최대한 민여진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듯 아무렇지 않은 척 묻었다.“납치 때문에 그래? 네가 분명히 누가 널 납치했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갑자기 말을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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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화 결정은 강요하지 않을게

“난 박진성과 다시는 엮이고 싶지 않아.”임재윤은 조용히 숨을 고르며 시동을 걸고 방향을 틀었다.“네가 걱정하는 게 그런 문제라면 굳이 신경 안 써도 돼. 박진성은 평생 네가 살아 있다는 사실도... 네가 어디 있는지도 모를 거야.”그 말에 민여진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놀란 듯한 표정과 함께 어딘가 혼란스러운 감정도 드러났다.“넌 왜 그렇게 확신해?”임재윤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네 말대로라면 문채연이 네게 손을 쓴 건 박진성 때문이었지. 그 사람의 목적은 네가 박진성에게 다가가지 못하게 하는 거야. 그럼 오히려 더더욱 이 사실을 박진성에게 숨기고 싶겠지.”“자기가 널 납치한 사실이 박진성 귀에 들어가면... 문채연 입장에선 더 불리해질 테니까.”민여진은 임재윤의 말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사실 그의 말도 맞았다.“문채연이 정말 숨길 수 있을까?”임재윤은 헛웃음을 터뜨렸다.“너 문채연이라는 사람을 너무 얕보는 거 아니야? 그 사람은 그런 거... 얼마든지 감출 능력이 있어.”민여진이 다시 혼란에 빠지려는 찰나, 임재윤이 다정하면서도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그리고 넌 혼자가 아니야. 네 곁엔 나도 있잖아. 경찰 쪽엔 내가 조심히 말해둘게. 네 신분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 할 거야.”“그러니까 너는 네 마음속 소리에만 집중하면 돼. 문채연을 정말 법으로 심판받게 하고 싶은지는 네가 결정해. 나는 절대 강요하지 않을 거야.”민여진은 두 주먹을 꼭 쥐며 땅이 꺼질 듯 한숨을 내쉬었다.이 지경까지 온 마당에 그녀에게 망설일 여지가 더 있을까?“임재윤. 나 경찰한테 말할래. 문채연... 걔가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게 하고 싶어.”민여진의 말에 임재윤의 눈빛이 훨씬 더 부드러워졌다.그는 그녀의 차가운 손을 살짝 잡았다가 놓으며 입을 열었다.“응. 나도 같이 갈게.”임재윤은 이미 방향을 돌려 경찰서 쪽으로 향하고 있었고 몇 분도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다시 경찰서 앞에 도착했다.그들이 경찰서 안으로 들어서자 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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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3화 문채연을 지목하다

경찰은 섣불리 기대를 주고 싶지 않아 조심스레 물었다.“민여진 씨, 혹시 증거가 있습니까?”“증거요?”“말씀만으로는 완전히 죄를 입증하기가 어렵습니다. 무조건 증거가 필요해요.”“저... 제가 살아있다는 것과 제 말이 증거가 안 되나요?”경찰은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민여진 씨께서는 시각장애가 있으시잖아요. 혹시라도 상대가 발뺌하면 증언 하나로는 부족할 수 있어요. 혼자만의 증언으론 좀 어려울 수 있습니다.”그 순간, 민여진의 눈빛에 절망감이 스쳐 지나갔다.그러다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문 채 대답했다.“있어요. 한 명 있어요. 다만... 그 사람이 저를 도와줄지 확신이 안 서요. 경찰관님이 도와주세요. 제가 그 사람하고 단둘이 이야기할 수 있게 해주실 수 있나요?”얼마 뒤, 정수향이 경찰서로 불려 들어왔다.손가락으로 옷자락을 잔뜩 쥔 채 들어온 그녀의 얼굴은 어쩐지 모든 걸 이미 예상했다는 듯 차분했다.곧이어 수사실 문이 열리자 안쪽엔 이미 민여진이 앉아 있었다.정수향은 처음에 들어서자마자 눈앞의 여자를 알아보지 못할 뻔했다.민여진의 얼굴은 거의 완전히 회복된 상태였고 흉터만 제외하면 도무지 눈길을 뗄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었다.‘아, 이래서 문채연이 그렇게 질투하고 미쳐버릴 만큼 별의별 수단을 다 썼던 거구나.’정수향은 마음속에 복잡한 감정이 스쳤고 한편으론 민여진이 무사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그녀 맞은편에 조심스레 앉았다.“여진 씨.”민여진은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인기척을 듣고서야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정수향에게 물었다.“따님은 무사해요?”정수향은 순간 멍하니 있다가 무슨 말인지 깨닫고는 눈가가 붉어졌다.“무사해. 무사하지.”입으로는 무사하다고 말했지만 사실 그 뒤에 비로소 알게 되었다.딸이 자발적으로 문채연과 손잡고 연극을 벌였다는걸.그리고 목적은 오직 돈을 얻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을.정수향은 죄책감에 휩싸여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여진 씨가 아직도 우리 딸 걱정해 주고 내 생각을 할 줄은 몰랐어.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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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4화 민여진이 당한 고통은 다 너 때문이야

민여진은 어느새 확신을 품은 눈빛으로 정수향을 쳐다보고 있었다.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고 어쩐지 그 사람과 조금 닮아 보였다.민여진의 모습을 바라보던 정수향은 마음 한편이 아려와 천천히 입을 열었다.“좋아. 약속할게. 문채연을 범인으로 지목하겠어.”“고마워요.”민여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러자 바로 밖에서 대기하던 경찰이 다가와 인사를 건네더니 안으로 들어가 정수향에게 이것저것 물었다.그 사이, 임재윤이 민여진에게 다가와 그녀의 어깨에 재킷을 걸쳐 주었다.“잘했어.”임재윤은 진심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민여진을 칭찬했다.“정말?”민여진은 희미하게 입꼬리를 올리면서도 지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안에서는 나름 이성적으로 보였겠지만 사실 속으로는 여전히 슬프고 화가 나. 나는 아직 멀었나 봐.”“아니. 넌 이미 충분히 어른이 된 거야. 단지 정수향이란 사람한테 실망했기 때문에 더 상처받은 거지. 그러니까 슬프고 화가 나는 거야.”민여진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고 숨을 삼키듯 말끝을 흐리더니 이내 억눌린 감정까지 함께 삼켜버리려는 듯 고개를 떨궜다.“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아주머니는 엄마로서 그런 선택을 한 게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야. 자기 딸 살리려고 아무 상관 없는 사람 하나랑 바꾼 거니까. 그게 얼마나 현실적인 선택이겠어. 그런데 자꾸만...”“날 대체 뭐로 본 걸까?”“우리도 한때는 같이 지낸 사이였는데 내 목숨은 벌레보다 못했나?”“그냥 목소리만 닮았을 뿐이었어. 아주머니는 엄마가 아니었어.”민여진은 눈가가 붉어졌지만 애써 눈물을 참으려 입술을 깨물었다.정수향은 민여진을 자기 목숨보다 더 사랑하던, 하루 종일 굶더라도 딸이 먹고 싶다는 건 다 사주던 민영미가 아니었다.“여진아.”임재윤은 민여진의 말에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듯 아팠다.그래서 그녀 힘껏 끌어안고 눈을 질끈 감았다.오랫동안 숨을 고르고 난 임재윤은 겨우 목소리를 되찾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네 옆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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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화 아이를 감옥에서 잃다

한참이 지나서야 임재윤은 간신히 목소리를 되찾았다.“양 비서는 어디 있어?”“도망쳤어.”진시우가 담배를 깊게 빨아들이고 연기를 내뿜으며 말을 이어갔다.“네 성격과 수단을 너무 잘 아는 사람이잖아. 분위기 이상하다 싶으면 제일 먼저 튈 인간이었지. 이미 돈 몽땅 챙겨서 사라졌으니까 아마 못 찾을 거야.”임재윤은 손에 든 서류를 내려다봤다.가슴 속이 뒤엉켜 비틀리고 살점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그래서 얼굴도 하얗게 질렸고 한참을 숨도 못 쉬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양 비서가 그런 짓을 할 이유가 없어. 얻는 것도 없고.”“그렇지.”진시우가 쓴웃음을 지었다.“민여진 씨를 그렇게 만든다고 양 비서가 얻을 게 뭐가 있겠어? 분명 누군가의 지시를 받은 거야. 증거가 없어서 내가 단정은 못 하겠지만 누군지 뻔히 알아. 한번 들어볼래?”임재윤은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대답했다.“문채연이지?”“맞아.”진시우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그 사건으로 이득을 본 사람은 그때 당시 너 말고 딱 한 명이었어. 문채연. 민여진 씨는 네 아이를 가진 상태였고 너랑 이미 2년 동안 부부로 살고 있었잖아. 문채연이 그걸 용납 못 한 거 이해는 돼.”임재윤의 눈빛에 여러 가지 감정이 섞이더니 입을 꾹 다물었다.그리고 머릿속에는 불길 속에서 흐릿하게 보이던 한 여자의 얼굴이 수없이 떠올랐다.자기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고 자신을 구해냈던 그 사람.그 여자가 악마로 변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진시우는 임재윤의 갈등과 고통을 눈치채고 담배를 비벼 끄면서 말했다.“진성아, 지나간 건 그냥 지나간 거야. 사람 마음은 1년만 지나도 변해. 하물며 8년이면 말 다 했지. 문채연은 더 이상 네가 아는 널 구해줬던 그 문채연이 아니야. 그 여자는 이미 달라졌어.”“내가 처음부터 말했잖아. 그 여자는 이익밖에 모르는 여자라고. 네가 그땐 미쳐서 듣기 싫었을 뿐이지. 이해해. 그러니 이제 와서 문채연을 위해 변명하지 마.”임재윤은 진시우의 말에 덤덤히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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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6화 너 담배 피웠어?

민여진은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애교가 섞인 말투로 말했다.진시우는 걱정스러운 듯 냉정한 표정을 한 임재윤을 힐끗 쳐다보았다.그의 얼굴에 보이는 짙은 후회와 어두운 눈빛은 마치 살아있는 시체와도 같았다.“여진 씨, 제가 도와드릴게요. 재윤이가 운전했더니 많이 피곤한가 봐요.”민여진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럼 부탁드릴게요, 시우 씨.”진시우는 소매를 걷어 올리며 말했다.“괜찮아요. 마침 저도 술 좀 깨야겠어요.”그가 한발 앞서 주방에 들어가 굴 소스를 찾아 민여진에게 넘겨주자 그녀는 고마움을 전하며 물었다.“시우 씨, 진짜 술 마신 거예요?”이 말에 진시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왜 그렇게 물으시는 거예요?”“아니, 몸에서 술 냄새가 아니라 그냥 옅은 담배 냄새만 나는 거 같아서요.”진시우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술을 마시긴 했는데 오면서 냄새가 다 날아갔나 봐요. 그리고 아까 밖에서 피운 담배 냄새 때문에 술 냄새가 묻혔나 보네요.”“아, 그래요.”민여진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으며 말했다.“시우 씨, 접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술과 담배는 건강에 좋지 않으니 줄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네, 저도 술·담배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아요. 그냥 가끔 생각나면 조금씩 해요.”두 사람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주방에서 바삐 움직였다.음식이 다 되자 진시우는 다된 음식을 접시에 담아 식탁에 올려놓았고 민여진도 밥을 들고 뒤를 따랐다.“임재윤, 밥 먹어.”그녀가 임재윤을 불렀지만 거실에는 아무런 기척 소리도 나지 않았다.이때 진시우가 주방에서 나와 거실을 한 번 둘러보았지만 그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재윤이가 아까 운전하면서 어제 제대로 못 잤다고 하던데, 우리가 주방에 있는 동안 아마 쉬러 올라갔나 봐요. 제가 불러올게요.”“아니에요. 됐어요.”민여진은 이 층 방향에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휴식 못한 거라면 그냥 쉬게 내버려 두세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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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7화 너 무슨 걱정이 있어.

임재윤의 표정은 민여진에게 무슨 말을 하려 했었던 것 같았지만 그녀는 피곤 때문에 자기가 생각이 많아진 거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눈을 감았다.민여진은 두 사람의 관계라면 임재윤이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었으면 숨길 필요가 없이 직접 했을 것이로 생각했다.그녀는 생각하다가 잠이 들었다.한참 후, 임재윤은 자고 있는 그녀의 방에 들어가 방해가 될까 봐 가볍고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천천히 침대 쪽으로 걸어갔다.그가 침대 옆에 앉아 보니 창문으로 비춰 들어온 달빛이 비스듬히 바닥에 드리웠고 민여진의 얼굴은 휘영청 밝은 달빛에 더욱 투명해 보였다.임재윤은 탐욕스럽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민여진을 바라보며 입가에 웃음을 짓더니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오른 듯 바로 웃음을 멈추었다.그는 마치 산소가 전부 빠진 듯 압박감에 통증을 느꼈고 얼굴도 창백해졌으며 시선은 민여진의 아랫배 쪽으로 향했다.임재윤은 이불에 가려져 있는 그녀의 배를 보며 떨리는 손으로 이불을 끌어 내렸다.민여진의 뱃속엔 전에 그와 그녀의 아이가 있었다.만약 아이가 살아있었다면 이쯤 되면 아마 아빠라고 불렀을 것이고 아이는 좋은 어린 시절과 좋은 가정환경에서 자랐을 것이지만 임재윤이 자기 손으로 이 모든 것을 망쳐버렸다.그뿐만 아니라 그는 모든 죄를 민여진에게 떠맡겼고 그녀가 아이를 포기하고 보호하지 못한 것이라고 원망했다.‘박진성, 개망나니 같은 자식.’“임재윤?”그가 한창 생각에 잠겨있을 때 문득 민여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임재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무의식중에 시선을 위로 향했고 손은 여전히 금방 깨어나서 흐리멍덩해 있던 민여진의 아랫배에 놓여 있었다.“뭐 하는 짓이야?”민여진은 인기척에 놀라 깨어나 흐리멍덩한 채로 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며 물었다.임재윤은 마치 뜨거운 곳에 데인듯 손을 바로 거둬들이며 얼버무렸다.“아니, 난...”그는 마땅히 변명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민여진은 갑자기 웃으며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배고파서 그러는 거야? 그럴 줄 알았어. 내려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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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화 임재윤이 되고 싶어.

민여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임재윤이 가로막으며 말했다.“추운데 너 뭐 하려고?”“너한테 반찬 데워주려고.”임재윤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나절로 하면 돼.”“내가 같이해줄게.”그녀는 외투를 걸치고 주방으로 내려갔다.식탁 위의 음식은 이미 식었지만 그녀는 전자레인지에 넣으려 하지도 않고 바로 냉장고로 다가가더니 국수와 채소를 꺼냈다.임재윤은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반찬을 덥힌다 그러지 않았어?”민여진은 풀려 내려온 잔머리를 걷어 올리며 말했다.“내가 다시 생각해 봤는데 이 늦은 밤에 맛이 강한 음식을 먹으면 몸에 안 좋을 것 같아. 내가 국수를 끓여줄 거니까 몇 분만 기다려. 물만 끓으면 바로 돼.”말을 마치고 민여진은 돌아서서 분주히 움직였고 임재윤은 그녀의 뒷모습을 보더니 얼굴이 창백해졌다.얼마 안 되어 야채 국수 한 그릇이 식탁 위에 올려졌다.이 익숙한 장면에 임재윤은 멍해졌다.두 사람이 결혼생활을 했을 때도 민여진은 이렇게 해줬었다.그때 그녀는 매일 그가 퇴근하기를 기다리다가 차 소리만 나면 맞이하러 나오고 국수도 끓여 주곤 했었다.비록 임재윤이 그녀를 제대로 봐 주지 않았어도 매일 눈을 뜨면 첫 번째로 하는 일이 3층에 있는 문채연의 회복 상태를 보는 것이었다.임재윤은 젓가락을 들어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는 국수를 집어 바로 입에 넣었다.그는 너무 뜨거운 나머지 사레가 들려 기침하고 말았다.민여진은 급해하며 말했다.“얼른 뱉어! 내가 물 따라줄게.”그녀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찬물을 가지러 가며 말했다.“왜 그렇게 급하게 먹은 거야? 많이 배고팠어? 금방 끓여 내온 건데 얼마나 뜨거웠겠어.”임재윤은 차가운 물을 넘기더니 그제야 좀 살 것 같았다.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괜찮아.”임재윤은 손에 쥔 그릇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다시 급히 한 젓가락을 입에 넣었다.혀끝은 아픔과 뻑뻑한 느낌만 있을 뿐 아무런 맛도 느끼지 못했지만 그는 불과 몇 분도 안 되는 사이에 국물까지 놓치지 않고 다 먹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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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화 얼굴에 흉터 자국이 없어졌어요

민여진은 문채연이 체포될 것을 예상은 했지만 경찰서에서 전화가 온건 겨우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고 너무 빨리 벌어진 일이라 그녀는 매우 당황했다.경찰은 민여진에게 사전 예고를 전했다.“첫 번째 결과는 아마 좋지 않을 수도 있어요.”단 하루 만에 문채연에게 유죄를 인정하게 한다는 것은 민여진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민여진은 정신을 차리려고 얼굴을 씻고 피붓결이 매끈해진 것도 신경 쓰지 않았으며 바로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진시우는 한창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고 임재윤은 옆에서 거들다가 내려오는 인기척을 듣고 시선을 계단 쪽으로 향했다.민여진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 진시우가 먼저 고개를 들어 인사했다.“여진 씨, 좋은 아침...”진시우는 말을 채 마치지 못하고 제자리에 멍하니 멈춰 섰다.임재윤도 무의식적으로 계단 위의 여인을 바라보았다.사슴처럼 맑고 몽롱한 두 눈, 기다랗게 늘어진 속눈썹, 그리고 흉터가 있던 얼굴은 매끄럽고 하얗게 변해 마치 갓난아기 피부 같았으며 앵두 같은 입술까지 더해 그 미모는 너무 아름다워 보는 사람이 눈을 뗄 수가 없었다.비록 임재윤은 민여진의 미모를 잘 알고 있었지만 이 순간 그녀를 바라보면서 여전히 가슴이 떨리고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왜요?”민여진은 눈을 깜빡거리며 물었다.“시우 씨, 왜 말을 하다 말아요? 제 얼굴에 뭐가 묻어서 놀라서 그러는 거예요?”진시우는 웃으며 말했다.“놀란 건 맞긴 하는데 뭐가 묻은 것이 아니라 여진 씨의 미모에 놀란 거예요.”“미모요?”민여진은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여진 씨 몰랐어요? 얼굴에 있던 흉터가 없어졌어요.”민여진은 놀라며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지더니 그렇게 신경 쓰였던 흉터가 완전히 벗겨졌고 새로 돋아난 피부처럼 매끈거리는 것을 발견했다.그녀의 미모는 완전히 회복되었다.“이젠 눈이 보일 때까지 약을 잘 챙겨 드시면 여진 씨는 다시 태어날 수 있어요. 아니, 이미 다시 태어나신 거죠.”민여진은 눈시울을 붉히며 더 말할 것 없이 기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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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0화 제가 얘기 좀 해볼게요

“그럴 수 있을 거예요.”진시우가 더 말하려 하자 임재윤은 듣기 귀찮다는 듯 앞을 가로막아 서더니 민여진에게 관심을 돌리며 말했다.“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난 거야? 어디 불편해?”임재윤의 말에 민여진은 그제야 심각한 표정으로 본론을 말했다.“재윤아, 경찰서에서 나한테 연락이 왔어.”“어떻게 됐어?”“문채연이 이미 체포됐대, 가봐야 할 것 같아.”임재윤은 침울한 눈빛으로 말했다.“내가 같이 가줄까?”“나 혼자 가도 돼.”민여진은 웃으며 대답했다.진시우는 임재윤을 힐끗 쳐다보더니 말했다.“너 오늘 장 대표님 만난다고 그러지 않았어? 둘은 관계도 좋고 그 사람이 마침 여기에 왔다고 하니 약속은 어기지 마. 여진 씨, 제가 함께 가드릴게요.”민여진은 어리둥절해하더니 별로 신경 쓰지 않아 하며 말했다.“그래요. 그럼 부탁드릴게요.”“부탁은요. 여진 씨 남자 친구가 저를 도와줬으니 갚아야죠.”“일단 식사부터 해요. 이따가 데려다줄게요.”“네.”진시우는 민여진이 씻으러 들어간 틈을 타 임재윤을 보며 말했다.“여진 씨는 오늘 나한테 맡겨.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바로 연락할 테니 넌 나서지 마.”임재윤은 손을 들어 이마를 가볍게 누르더니 눈가에는 짙은 피로가 쌓여 보였다.“괜찮아. 이 시간만 지나가면 다 해결될 거야. 필경 너도 문채연아 어떤 사람인지 잘 알잖아.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아마 미쳐버릴걸.”“누가 미쳐버려요?”주방에서 손을 씻고 나온 민여진은 거실에서 그들이 주고받는 말을 듣고 망연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임재윤과 진시우는 서로 마주 보더니 민여진이 어디까지 들었는지 몰라 마음이 무거워졌다.민여진은 이어 물었다.“지금 무슨 말 하는 거야? 누가 알면 미쳐버린다는 건데?”진시우는 느릿느릿하게 말했다.“저랑 재윤이가 문채연씨 얘기를 하고 있었어요. 만약 누가 자기를 신고했다는 걸 알게 되면 미쳐버릴 수도 있다는 거예요.”민여진은 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말했다.“미쳐버려도 소용없는 거죠. 어떤 일을 했으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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