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Bab 491 - Bab 500

522 Bab

제491화 가만히 둘 수 없어

임재윤의 눈빛은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임재윤은 주머니에서 소중히 간직해온 것을 꺼내 민여진의 손에 쥐여주었다.민여진은 이미 구겨지고 인정받지도 못한 그것을 손에 꼭 쥐었다.바로 독엔으로, 자유로 향하는 항공 티켓이었다.순간, 민여진은 눈물이 폭우처럼 쏟아졌다.임재윤은 민여진의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주며 휴대폰으로 타자했다.“난 줄곧 네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어. 내가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날이 오기도 기다리고 있었어. 여진아, 널 찾아서 정말 다행이야. 네가 살아 있어줘서 정말 다행이야.”임재윤이 두 번 강조한 다행이란 말에는 무거운 안도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하지만 민여진이 반응할 틈도 없이, 눈앞의 커다란 몸이 휘청이며 그대로 쓰러졌다.“임재윤!”민여진은 순간 동공이 흔들렸고 황급히 임재윤을 부축했다.그러나 임재윤의 몸은 돌덩이처럼 바닥에 쓰러졌고 민여진이 손으로 임재윤의 이마를 짚었을 때, 믿을 수 없을 만큼 뜨겁다는 걸 깨달았다.“어떻게 된 거야?”민여진은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그러자 진시우가 급히 달려와 맥을 짚더니 말했다.“그냥 기절한 거예요. 제가 병원에 데려갈게요.”임재윤을 등에 업은 진시우는 몇 걸음 가지도 않아 툭 내뱉듯 말했다.“민여진 씨가 사라진 이후로 임재윤은 차 안이나 경찰서, 병원... 어디서든 민여진 씨 소식만을 기다렸어요. 단 하루도 편히 쉰 적이 없어요. 사실 지금 제대로 회복해야 할 결정적인 시기인데 임재윤은 건강을 제대로 못 챙겼고요. 임재윤이 민여진 씨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굳이 제가 더 말할 필요가 없겠죠? 민여진 씨가 증오하는 그 사람이라면 과연 자기 몸 하나 돌보지 않고 이럴 수 있었을까요?”민여진은 말문이 턱 막혔다.문채연이 폭로한 사실은 사실 그 어디에도 명확한 증거가 없었다.임재윤이 정말 박진성이 아니라면 민여진은 허황한 가능성 하나에 자신을 괴롭혔고 임재윤도 괴롭혔던 것이다.민여진은 가슴이 타들어 가는 듯 아팠다.진시우가 다시 민여진을 뒤돌아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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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2화 임재윤을 믿어요

진시우가 미안하다는 듯 말했다.“죄송해요. 갑자기 일이 좀 생겨서요.”의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식사도 제때 안 했던 것 같네요? 검사 결과 위장에도 문제가 심각합니다. 우린 이미 염증 난 상처를 다 치료했고요. 지금은 수액을 맞고 있으니 더 이상 이 사람을 이렇게 막 굴리게 두지 마세요. 저 몸 상태로는 무리하면 버틸 수 있을지 장담 못 해요.”“네, 알겠습니다...”의사가 다시 병실로 들어간 뒤, 진시우는 주머니에 있는 담배를 더듬다가 이내 자제하며 차가운 벽에 기대어 말했다.“임재윤은 요 며칠 전부 도시락 먹었어요. 그것도 다 식어서 차가운 도시락이요.”민여진의 동공이 움찔거렸다.“밥을 먹으려 하면 민여진 씨 소식이 들려와서 또 민여진 씨를 찾으러 뛰어다니고 정신 차리고 보면 식사 시간은 다 지나간 거죠. 그래서 그냥 찬 도시락을 꾸역꾸역 먹은 거예요. 혹시라도 민여진 씨를 다시 보기 전에 자기가 먼저 쓰러질까 봐 억지로 밥을 챙겨 먹은 거예요. 염증도 분명 오늘 하루만에 생긴 게 아니에요. 어쩌면 어제, 그저께, 아니면 민여진 씨가 실종된 그날부터였을지도 몰라요. 제가 임재윤의 형제인데도 임재윤은 그런 심한 통증을 참으면서 저한텐 한마디도 안 했어요. 제가 병원에 억지로 데려갈까 봐 참았던 거죠. 임재윤은 민여진 씨를 찾지 못하게 되는 게 가장 두려웠나 봐요.”진시우의 말은 지친 듯 절절했다.“민여진 씨, 임재윤은 민여진 씨를 위해서 목숨까지 내던진 사람이에요. 이렇게까지 해왔는데도 민여진 씨는 아직도 임재윤이 박진성이라고 믿고 싶은 거예요?”민여진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고 눈가가 어느새 촉촉이 젖었다.민여진도 사실 산에서 도망쳐 나와 숨어 지낸 그 시간 동안 얼마나 지독하게 괴로웠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진시우 씨, 저는 박진성을 죽도록 증오해요.”“알아요.”민여진은 크게 숨을 들이쉬며 말을 이었다.“그 사람은 제 모든 걸 망가뜨렸어요. 그러니 저는 평생 박진성을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만약 임재윤이 진짜 박진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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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3화 너 가려고 그래?

진시우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눈앞의 광경에 눈빛이 어두워졌다.아무리 여유로운 사람도 지금 이 분위기엔 농담이 나올 수 없었다.진시우는 핸드폰을 내밀며 말했다.“민여진 씨 휴대폰이에요.”민여진은 멍하니 바라보며 자신의 핸드폰이 아직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걸 어떻게 찾은...”“마당 풀숲에서 발견했어요. 배터리가 다 나가 있었길래 충전해 봤더니 전화가 엄청 많이 와 있더군요.”민여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조인화나 조현준의 전화가 아마 엄청나게 많았을 것이다.평소처럼 며칠이나 연락도 없이 잠적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민여진은 휴대폰을 받아들이며 입술을 지그시 오므렸다.“진시우 씨, 고마워요.”“별말씀을요. 여기 일은 민여진 씨가 좀 봐주세요. 저는 호텔에 가서 잠깐 쉬었다가 깨어나면 바로 올게요.”“네.”진시우가 나간 뒤, 민여진은 먼저 조인화에게 안부 전화를 하려고 조심스레 일어났다.병실에서 전화하면 시끄러울까 봐 민여진은 임재윤의 기력이 없는 손을 조심스럽게 떼고 나가려고 했다.순간, 임재윤의 손이 다시 쫓아오듯 민여진의 손목을 꽉 붙잡았고 그 힘은 아까보다도 더 강했다.“임재윤?”민여진이 돌아보자 시야 속 검은 형체가 몸을 일으키려 버둥대고 있었다.아무래도 임재윤이 깨어난 것 같았다.반가움도 잠시의 일일 뿐, 민여진은 얼른 임재윤을 제지했다.“임재윤, 이 손을 놔. 너 손에 힘주면 피가 날 거야.”하지만 남자는 힘을 전혀 풀지 않았고 한편으론 기침을 격렬하게 하며 다른 손으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그러고는 휴대폰을 찾아 쥐고 눈이 충혈된 채 타이핑했다.“너 가려고 그래?”임재윤의 온몸엔 깊은 절망이 드리워져 있었다.이 지경이 돼도 민여진은 끝내 마음 한 조각도 남겨주지 않는 건지 의심하고 있었다.“내가 그렇게도 너한테 부담스러운 존재야?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지 않을 정도야?”“임재윤...”민여진의 가슴이 쿡 찔린 듯 아팠다.민여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애써 임재윤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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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4화 죽어도 용서 못 해

간호사의 목소리는 워낙 낮았기에 민여진이 들었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민여진이 못 들었다는 걸 확신한 남자는 그제야 간호사의 목을 풀어주고 차가운 서릿발 같은 목소리로 경고했다.“다시 한번만 더 잘못 부르면 살아남지 못할 거야.”간호사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창백해졌고 급히 변명했다.“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전 그냥...”“그냥 뭐?”고열 때문인지 임재윤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지만 기세는 여전히 위압적이었고 눈동자에는 차가운 살기가 일렁였다.“지금 이 세상엔 임재윤만 존재해. 박진성은 더 이상 없어. 이번엔 여진이 못 들었으니 다행이지, 다음에도 이런 실수를 하면 그땐 널 절대 살려두지 않아.”“네, 죄송합니다.”...병실 밖, 민여진이 한쪽 구석으로 걸어가 전화를 받자 휴대폰 너머에서 조현준의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여진아, 너 맞지?”“현준 오빠, 나 맞아.”민여진의 목소리에 조현준은 잠시 안도했지만 곧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동안 어디 있었던 거야? 전화를 왜 계속 받지 않았어? 회사 일만 아니었으면 당장이라도 널 찾으러 갔을 거야.”연이은 납치, 도망과 오해가 떠오르자 민여진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몸이 좀 안 좋아서 며칠 동안 침대에 누워 있었어요. 휴대폰 배터리가 다 나간 줄도 몰랐고요. 진시우 씨가 충전해 줘서야 오빠를 비롯한 사람들이 전화를 많이 했다는 걸 발견했어요. 미안해요.”“몸이 안 좋았다고? 많이 아팠어?”민여진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지금 이렇게 서서 전화받고 있으니까 당연히 괜찮아졌다는 뜻이죠.”“그럼 다행이야. 다음부턴 어떤 상황에서도 휴대폰을 꼭 들고 다녀. 널 걱정하는 사람이 많단 사실을 잊지 마.”민여진은 따뜻해진 마음에 고개를 힘껏 끄덕였고 조현준이 전화 너머에 있다는 사실에 살짝 웃으며 말했다.“그럴게요.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할게요.”“좋아, 그리고 이따가 우리 엄마한테도 전화 좀 해줘. 네 휴대폰이 고장 났다고 내가 둘러댔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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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5화 나 아직 결혼한다고 안 했어

임재윤은 잠시 멍하니 민여진을 바라보다가 무의식중에 손을 거뒀다.그러자 손등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통증이 임재윤을 진정시켰다.임재윤은 조용히 휴대폰을 꺼내 타자했다.“지금은 어때?”민여진은 시선을 떨구며 말했다.“네가 박진성이 아니라는 건 이제 확신해. 그리고 나도 깨달았어. 아무 근거도 없는 의심으로 널 의심하는 건 큰 실수였어. 우린 연인이잖아. 서로를 믿어야 하는 게 연인이 아니야?”“맞아.”임재윤은 쓴웃음을 지었다.“여진아, 난 절대 네가 말한 그 사람이 아니야. 난 그냥 임재윤일 뿐, 너만의 임재윤일 뿐이야.”“나만의 임재윤이라고?”민여진은 고개를 푹 숙였다.이런 직진 멘트에 여전히 약한 민여진은 얼굴까지 화끈하게 달아올랐다.임재윤은 민여진의 손을 조심스레 감싸며 물었다.“여진아, 그 사람을 정말 죽도록 미워해?”민여진은 그 질문에 순간 굳어졌고 흔들리는 눈빛에 고통이 비쳤다.잠시 후, 민여진은 깊은숨을 들이쉬고 고개를 끄덕였다.“끔찍하게 미워해. 그 사람의 존재는 내겐 악몽이고 절망의 늪이야. 그 사람은 내 모든 걸 망가뜨린 재앙이야. 내 인생을 송두리째 부순 장본인이기도 해. 그래서 난 평생 그 사람을 용서하지 않을 거야. 죽을 때까지도 말이야.”임재윤은 그 대답에 가슴을 도려낸 듯한 고통을 느꼈다.피 한 방울 안 나지만 그 어떤 통증보다 깊게 파고드는 말이었다.임재윤은 눈앞의 여인을 바라보며 다짐했다.“걱정하지 마. 네 인생에 그 사람이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거야.”다시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뜻밖의 선언에 민여진은 의아하기도 하고 이해할 수도 없었다.“왜 그렇게 확신해?”“잊었어? 우린 독엔에 함께 가기로 했잖아. 여길 떠나는 거야. 그 사람은 양성에 있어. 대영그룹을 포함한 모든 걸 포기하고 독엔까지 올 리가 없잖아.”“그 말도 맞네.”그제야 민여진의 마음도 조금 진정되었다.임재윤의 말대로 박진성은 지금 양성에 있었다.민여진이 독엔으로 떠나면 더는 엮일 일도 없을 것이다.민여진은 조용히 자리에 앉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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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6화 찾아뵙고 감사를 드려

민여진은 임재윤의 표정이 심상치 않을 걸 눈치챘는지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이천호 씨는 그냥 나한테 정말 잘해주는 친구야. 착한 사람이야.”[그건 나도 알아.]임재윤은 괜히 질투하는 것처럼 보이기 싫어 억지로 이천호에 대한 경각심을 누르며 타자했다.[그래서 더더욱 너와 함께 가고 싶어.]“함께 간다고?”[응. 그렇게 오래 돌봐주셨는데 당연히 선물이라도 사서 찾아뵙고 감사를 드리는 게 예의지.]말은 그럴싸했지만 민여진은 임재윤의 몸 상태가 걱정돼 미간을 찌푸렸다.“어제까지만 해도 링거 맞았잖아...”[어제 맞았으니까 오늘은 좀 나아졌어. 그냥 열이 좀 있었던 거니까 별문제 아니야. 오히려 가볍게 움직이는 게 몸에 좋아.]민여진은 더 말해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아채고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어디 불편하면 꼭 말해.”[응.]임재윤은 옷을 갈아입고 퇴원했다.그러고는 마을에 가기 전에 일부러 마켓에 들러 선물을 고르기 시작했는데 고르고 또 고르다 보니 결국 차 트렁크가 가득 찰 때까지 샀다.첫 목적지는 장 아주머니 댁이었다.차가 도착했을 때, 아주머니는 마당에서 약초를 손질하다 말고 차 소리에 고개를 들었고 차에서 내리는 민여진을 바로 알아봤다.시력이 좋지 않아 조심조심 내리던 민여진 옆에는 훤칠하고 잘생긴 남자가 있었다.남자는 민여진이 혹여라도 넘어지지 않게 조심스레 부축하며 그녀의 몸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장 아주머니는 손에 들고 있던 걸 내려놓고 반가워하며 바로 다가갔다.“여진아.”민여진은 환하게 웃으며 바로 인사했다.“장 아주머니.”장 아주머니는 무척이나 기뻐하면서도 옆에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풍기는 범상치 않은 분위기의 임재윤을 보더니 속으로 감탄했다.처음 봤을 때부터 민여진이 자기와 뭔가 급이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이 남자를 보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분이 네 남자친구지?”민여진은 조금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고 임재윤은 휴대폰으로 입력해 음성으로 말했다.[안녕하세요. 임재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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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7화 두 사람은 다시 화해했어

장 아주머니가 이천호를 일부러 비하하는 건 아니었지만 임재윤과 이천호의 차이는 솔직히 말해 하늘과 땅 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장 아주머니가 평생 본 사람 중에서도 임재윤만큼 훌륭한 사람은 없었다.민여진은 그 말에 빙그레 웃으며 조용히 말했다.“사실 이천호 씨는 애초에 저한테 그런 감정이 없었어요. 그냥 좋은 친구일 뿐이에요.”“꼭 그렇지만도 않더라.”장 아주머니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어제 너 혼자 돌아왔을 때 이천호가 나한테 왔었거든. 내게 상황을 설명할 때 너무 기운이 빠져 있어서 놀랐지. 그 애가 원래 아무리 속상해도 겉으로 내비치질 않거든. 근데 어제는 딱 봐도 마음이 크게 다친 얼굴이었어.”민여진은 순간 멍해졌고 뒤에서 들려오는 임재윤의 발소리에 정신이 들었다.장 아주머니는 눈치껏 화제를 끊었고 다른 얘기를 꺼냈다.“오늘은 여기서 밥 먹고 가. 내가 닭 잡아서 푹 고아줄게.”“좋아요. 근데 그 전에 저랑 임재윤이 잠깐 나갔다가 올게요.”“어디 가는데?”“이천호 씨 댁이요.”장 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야지. 그 친구가 도와준 게 참으로 많았지. 인사 꼭 잘해. 얼른 다녀와.”“네.”두 사람은 차에 다시 올라탔고 임재윤은 시동을 걸어 운전하기 시작했고 마을 이장 집 앞에 도착할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민여진이 내리려다 차 문이 잠긴 걸 보고 임재윤을 바라보았다.임재윤은 휴대폰으로 천천히 타자했다.[혹시 이천호 씨 위로하러 가는 거야? 마음이 크게 다쳤다며?]임재윤이 아까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게 분명했다.민여진은 차 안에서 임재윤이 왜 그렇게 조용했는지 이상하게 여겼는데 지금 질투의 화신이 된 임재윤을 보니 저도 몰래 웃음이 났다.“그건 그냥 장 아주머니 추측일 뿐이야. 이천호 씨가 마음 아팠던 건 어제 가게에서 우연히 마주친 전 여친 때문일 거야. 나 때문에 그럴 리 없잖아.”[근데 정말 너 때문이라면 어쩔 건데?]민여진은 잠깐 고민하다가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더더욱 내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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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8화 그는 벙어리가 아니야

“민여진 씨...”이천호는 마음속의 씁쓸함을 억누르며 애써 웃었다.“오늘은 어쩐 일이세요?”“감사의 인사를 전하려고 왔어요. 제가 다쳤던 그때, 이천호 씨가 매일 자전거를 타고 시장까지 약 사러 다녀주시지 않았으면 제 손은 지금쯤 쓰지 못했을 거예요.”민여진이 옆에 있는 임재윤을 바라보자 임재윤은 바로 눈치채고 트렁크에서 선물 몇 개를 꺼냈다.이장이 손을 뻗어 받으려다가 멋쩍게 웃었다.“제가 뭐 한 것도 없는데 이런 선물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네요.”임재윤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도움은 못 주셨을지 몰라도 이장님 아드님은 꽤 큰 도움을 주셨거든요.]그 말에 뭔가 다른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아 이천호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민여진은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이천호 씨, 잠깐 저기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이천호가 먼저 걸어갔고 민여진이 따라나서려는 순간, 임재윤이 그녀의 손을 살짝 붙잡았다.민여진은 그런 임재윤을 바라보며 다정하게 말했다.“금방 올게.”그제야 손을 놓은 임재윤은 갑자기 몸을 숙여 민여진의 입꼬리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이건 누가 봐도 민여진이 자기 사람이라는 걸 선언하는 행동으로 보였다.이천호의 가슴은 더욱 먹먹해졌고 애써 못 본 척하며 민여진을 향해 억지웃음을 지었다.“민여진 씨, 축하해요. 임재윤 씨처럼 훌륭한 분과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민여진의 눈매가 부드러워졌다.“고마워요.”그제야 이천호는 요 며칠 동안 민여진과 함께하면서 지금 민여진이 처음으로 진심으로 웃고 있었고 예전 그 웃음들이 어딘가 무거워 보였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이천호는 모든 걸 내려놓은 듯 담담하게 물었다.“민여진 씨, 이 도시를 떠나시는 건가요?”“네.”민여진은 이천호의 촉을 새삼 놀라워하며 말했다.“이제 독엔에 가요. 당분간은 못 뵐 것 같아서 직접 인사드리러 왔어요.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요.”이천호는 아쉬움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며 말했다.“별말씀을요. 그냥 할 수 있는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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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9화 한 침대에서 함께 잠들다

이천호 엄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이천호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자 참지 못하고 물었다.“엄마, 아빠, 혹시 잘못 기억한 건 아니에요? 임재윤 씨는 어제도 휴대폰으로만 얘기했어요. 애초에 벙어리라면서요?”“그럴 리가 없어.”이장은 눈살을 찌푸렸다.“난 분명히 그 사람이 말하는 걸 직접 들었어. 말투가 되게 차가웠거든? 처음부터 민여진 씨 얘기부터 꺼냈어. 독특한 사람인지라 인상이 강했지.”“나도 기억나.”이천호 엄마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현관에서 진시우 씨랑 대화도 했잖아. 그때는 휴대폰 같은 걸 전혀 안 썼어.”이천호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그게 사실이라면 임재윤은 분명히 말할 수 있는데 왜 민여진이랑 대화할 땐 항상 타자만 했던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벙어리가 아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렇게 타자로 교류하면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아니면 뭔가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걸까?이천호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에 빠졌다.하지만 이장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뭐, 갑자기 목 상태가 안 좋아졌을 수도 있고 그냥 말하기 싫었을 수도 있지. 그런 거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얼른 들어가자. 날이 추워질 것 같아. 오늘 폭우가 또 쏟아지겠네.”“천호야, 마당에 널어둔 빨래를 좀 걷어. 난 밭에서 배추를 좀 따올게, 오늘은 당면 넣고 배춧국 끓여 먹자.”이천호는 머릿속의 의문을 꾹 눌러 담고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민여진과 임재윤이 장 아주머니 댁에서 식사하던 중,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1분도 안 되어 보슬보슬 내리던 비는 곧 폭우로 바뀌었다.아까까지만 해도 맑고 햇빛이 쨍쨍했는데 지금은 하늘이 잿빛으로 덮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장 아주머니는 급히 문을 닫으며 혀를 끌끌 찼다.“오늘 날씨가 왜 이래, 갑자기 비가 이렇게 퍼부을 줄은 몰랐네. 약초라도 미리 걷어놔서 다행이지. 너희 지금 돌아갈 거야? 폭우가 쏟아지면 길이 험할 거야. 그냥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이 마을은 워낙 깊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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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0화 그녀에게 마음이 없어

몇 달 동안, 임재윤은 줄곧 본인의 감정을 억제했다.쓸데없는 상상을 하지 않으려 애썼고 행동 역시 늘 적당한 선을 지켰다.하지만 그렇게 애써도 마음은 여전히 편하지 않았다.잠시 후 같은 침대에서 피부가 맞닿을 걸 생각하니 임재윤은 저도 모르게 목이 바짝 말랐다.임재윤은 말없이 휴대폰으로 타자했다.[바닥에 이불 깔아도 될까요?]장 아주머니는 순간 멍해졌다.“바닥에요? 여긴 사계절 내내 눅눅하고 오늘 같은 폭우엔 더 심해서 바닥에서 자면 안 돼요. 반 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불이 금방 젖을걸요.”임재윤이 미간을 찌푸리는 걸 보자 장 아주머니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조심스레 물었다.“아니, 두 사람 커플 아니었어? 한 침대에서 자는 게 뭐가 어때서 그래? 혹시 쑥스러워?”민여진도 순간 멈칫했다.솔직히 민여진도 한 침대는 불편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임재윤이 먼저 그렇게 말하니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혹시 임재윤이 민여진이랑 가까이 있는 게 싫은 게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커플인 건 맞지만 아직 결혼 전이라 한 침대에서 자는 건 적절치 않죠.]임재윤이 담담하게 대답하자 장 아주머니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긴 하죠. 제가 괜히 앞서갔네요. 근데 바닥은 절대 안 되고 침대도 하나밖에 없네요...”[그럼 거실에서 잘게요. 테이블 몇 개 이어서 자면 돼요. 하루 정도는 어떻게든 되겠죠.]임재윤이 시원하게 대답하자 장 아주머니는 그럴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아이고, 거실은 대문이랑 바로 마주 보고 있어서 바람이 쌩쌩 들어와요. 엄청 추울 텐데...”[괜찮아요.]임재윤은 휴대폰으로 짧게 대응한 후 단호한 태도로 덧붙였다.[신세 좀 질게요. 거실에서 잘게요.]임재윤은 직접 나서서 식탁과 다른 테이블을 이어 붙이며 간이침대를 만들었다.장 아주머니가 이불을 테이블에 덮을 때, 민여진은 조용히 옆에 서 있었다.민여진은 천천히 주먹을 쥐며 고개를 들어 물었다.“임재윤, 진짜 거실에서 자도 괜찮겠어? 아직 몸도 안 나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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