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목소리는 워낙 낮았기에 민여진이 들었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민여진이 못 들었다는 걸 확신한 남자는 그제야 간호사의 목을 풀어주고 차가운 서릿발 같은 목소리로 경고했다.“다시 한번만 더 잘못 부르면 살아남지 못할 거야.”간호사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창백해졌고 급히 변명했다.“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전 그냥...”“그냥 뭐?”고열 때문인지 임재윤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지만 기세는 여전히 위압적이었고 눈동자에는 차가운 살기가 일렁였다.“지금 이 세상엔 임재윤만 존재해. 박진성은 더 이상 없어. 이번엔 여진이 못 들었으니 다행이지, 다음에도 이런 실수를 하면 그땐 널 절대 살려두지 않아.”“네, 죄송합니다.”...병실 밖, 민여진이 한쪽 구석으로 걸어가 전화를 받자 휴대폰 너머에서 조현준의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여진아, 너 맞지?”“현준 오빠, 나 맞아.”민여진의 목소리에 조현준은 잠시 안도했지만 곧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동안 어디 있었던 거야? 전화를 왜 계속 받지 않았어? 회사 일만 아니었으면 당장이라도 널 찾으러 갔을 거야.”연이은 납치, 도망과 오해가 떠오르자 민여진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몸이 좀 안 좋아서 며칠 동안 침대에 누워 있었어요. 휴대폰 배터리가 다 나간 줄도 몰랐고요. 진시우 씨가 충전해 줘서야 오빠를 비롯한 사람들이 전화를 많이 했다는 걸 발견했어요. 미안해요.”“몸이 안 좋았다고? 많이 아팠어?”민여진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지금 이렇게 서서 전화받고 있으니까 당연히 괜찮아졌다는 뜻이죠.”“그럼 다행이야. 다음부턴 어떤 상황에서도 휴대폰을 꼭 들고 다녀. 널 걱정하는 사람이 많단 사실을 잊지 마.”민여진은 따뜻해진 마음에 고개를 힘껏 끄덕였고 조현준이 전화 너머에 있다는 사실에 살짝 웃으며 말했다.“그럴게요.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할게요.”“좋아, 그리고 이따가 우리 엄마한테도 전화 좀 해줘. 네 휴대폰이 고장 났다고 내가 둘러댔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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