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Capítulo 641 - Capítulo 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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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1화 지금 나 의심하는 거야?

몸의 상처는 그리 깊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상처가 더 괴로운 법이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뼈마디는 날카로운 칼끝에 스치는 듯했다.박진성은 길게 숨을 토해내고 손에 든 물을 끝까지 들이켰다.민여진은 빈 컵을 조심스럽게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박진성은 숨을 고르며 말했다.“휴대폰은 침대 머리맡 서랍에 있어.”민여진은 곧장 몸을 움직였다. 서랍을 열자 정말 휴대폰이 있었다. 그가 이렇게 쉽게 내줄 줄은 몰랐다. 하지만 표정은 곧바로 차갑게 굳어졌다.“더 볼 일 없으니 난 이만 가볼게.”그녀는 몸을 돌려 문 쪽으로 향했다.“민여진.”등 뒤에서 힘없는 목소리가 그녀를 불러세웠다. 그녀는 걸음을 멈췄으나 고개는 돌리지 않았다. 박진성은 옅은 웃음을 섞으며 말했다.“내가 오늘 여기서 아파 죽는다면 그걸로 네 원한이 좀 풀리겠어?”아파 죽는다니, 순간 멍해진 민여진은 곧 정신을 차렸다.박진성은 제 목숨을 내던질 리 없었다. 그는 언제나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었다. 이건 그저 동정심을 끌어내려는 어설픈 연기일 뿐이었다.민여진은 차가운 눈으로 말했다.“박진성, 스스로를 과대평가하지 마. 네가 죽든 살든 나와는 아무 상관 없어. 네 죽음 앞에서 난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아. 나한테 중요한 건 단 하나야. 네가 내 삶에 조금도 얽히지 않는 것.”박진성이 억눌린 기침을 삼키며 불분명한 웃음을 흘렸다.“그래... 내가 일부러 널 그곳에 버려둔 게 아니라고 설명해도 넌 계속 이렇게 외면할 생각이야?”“그만해! 변명을 어디까지 늘어놓으려는 거야? 박진성, 난 바보가 아니야!”그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여진은 붉어진 얼굴로 몸을 돌렸다. 가슴속에서 들끓는 분노가 더는 제어되지 않았다.처음부터 끝까지 그는 사과 한마디 없었다. 변명과 협박만 덧칠하듯 이어졌다.그는 아직도 그녀를 몇 마디 말로 달래기만 하면 풀어지던 4년 전의 어리석은 여자로 보고 있었다.민여진은 온몸이 떨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두 눈을 가리키며 말했다.“그래, 내가 앞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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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2화 둘이 친해요

그는 말을 이었다.“하지만 납치 같은 건 나랑 아무 상관 없어. 물론 넌 믿지 않겠지만.”해탈한 듯한 그의 말투가 민여진의 마음 한편을 스치고 지나갔다. 작은 벌레가 살갗을 기어다니는 듯한 불편함이었다. 그녀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이곳에서 당장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절박하게 차올랐다.또 시작이었다. 박진성은 지치지도 않고 늘 그렇게 불쌍한 척을 했다. 이곳에 더 있다가는 그의 무력한 얼굴에 또다시 속아 넘어가고 말 것이 분명했다.“이만 갈게.”민여진은 짧게 말을 남기고 방에서 빠져나왔다.문을 닫고 벽에 등을 기댔을 때야 비로소 숨을 돌릴 수 있었다. 눈을 깊게 감았다가 다시 뜨고 나서야 겨우 서 있을 힘이 생겼다. 그녀는 엘리베이터 위치를 떠올리며 발걸음을 옮겼다.엘리베이터 안에는 이미 사람이 있었다. 누군가가 층을 묻자 민여진은 창백한 얼굴을 갈무리하며 대답했다.“1층이요. 감사합니다.”버튼이 눌리고 그녀는 휴대폰을 꼭 쥐었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자 그녀는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그때, 프런트에서 다급하게 오가는 무전기 소리가 들렸다.무슨 의식이 없다느니, 구급차를 불러라느니, 여기서 사고가 나면 안 된다느니, 이와 같은 말들이 오갔다.민여진은 저도 모르게 발을 멈췄다. 눈치 빠른 직원 하나가 그녀를 발견하고 물었다.“민여진 씨! 혹시 박진성 씨 방에서 나오신 건가요?”그의 이름이 들리자 민여진은 본능적으로 얼굴을 찌푸렸다.“네. 왜요?”“박진성 씨 방이 열려 있어서 저희가 들어갔는데 박진성 씨께서 카펫 위에 쓰러져 계신 걸 발견했어요. 열이 너무 심해서 의식도 없으시고요. 이미 구급차는 불렀습니다만... 친구분이세요? 아니면 애인이신가요? 혹시 동행해 주실 수 있을까요?”박진성이 방에서 쓰러졌다니, 아까 박진성이 뱉었던 말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내가 오늘 여기서 아파 죽는다면 그걸로 네 원한이 좀 풀리겠어?”일부러 불쌍한 척했던 게 아니었다. 박진성은 정말 심각했던 거였다.“저는...”민여진은 순간 머뭇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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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3화 자작극

“네!”장정아는 당연하다는 듯이 민여진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아직 모르고 계셨어요? 그럼 제가 슬쩍 알려드릴게요. 도련님이랑 박진성 씨는 사이가 아주 각별해요. 팬티까지 공유할 수 있는 사이일 거예요. 전에 박진성 씨한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독엔에 계시던 도련님이 제일 먼저 달려왔거든요. 그 일 때문에 진씨 가문 식구들이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민여진은 잠시 멈칫했다.“그게 언제 일이죠?”장정아는 손가락을 접어가며 날짜를 헤아렸다.“정확히는 기억 안 나는데 아마 작년쯤일 거예요. 그 무렵 도련님은 독엔에서 사업을 시작해서 거의 들어오질 않았거든요.”그 말이 끝나자 민여진 얼굴에 남아 있던 웃음기는 서서히 사라졌다. 그녀는 손에 쥐고 있던 반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잘못 기억하신 게 아닐까요?”장정아는 눈을 깜빡이며 잠시 당황하다가 이내 웃으며 말했다.“왜 그러세요? 갑자기 심각하게 말씀하셔서 깜짝 놀랐잖아요. 무슨 실수라도 한 줄 알았네요. 이런 일은 워낙 인상이 깊어서 잘못 기억했을 리가 없어요.”민여진은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지만 미간은 서서히 찌푸려지기 시작했다.“진시우 씨랑 박진성, 몇 년 전에 틀어진 사이 아니었어요?”“거 봐요.”장정아는 턱을 살짝 치켜들며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 모르시나 봐요. 신기하네요, 도련님이랑 그렇게 가까운 사이이시면서 이걸 모르세요?”민여진은 산소가 부족한 것 같았다.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제가 뭘 모른다는 겁니까?”“둘이 틀어졌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에요.”장정아는 물을 한 모금 삼키며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그건 진시우랑 박진성이 짜고 친 자작극이었죠. 진시호를 속이려고요. 안 그랬다면 도련님 곁에 박진성이 있다는 건 분명히 눈에 띄었을 거고 그럼 진시호랑 어머니께서 가만히 있지 않았을 거예요. 도련님이 독엔에서 오랜 시간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던 것도 이것 때문이고요.”“말씀하시는 게 잘 이해가 되지 않네요.”민여진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 입술을 꼭 깨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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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4화 그녀는 뭐가 되는 걸까

민여진의 손이 풀리자 장정아는 팔을 문지르며 고개를 숙였다. 진시우의 얼굴을 똑바로 볼 용기가 없어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맞아요. 저랑 여진 씨가 서로 나서겠다고 아웅다웅했어요.”진시우는 낮게 웃음을 흘렸다.“그럼 저는 큰 기대를 해야겠군요. 미인 두 분이 다투면서까지 제 밥상을 차려주겠다고 하시니, 이런 복은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네요.”그가 미인이라는 말을 입에 담자 장정아의 얼굴은 금세 화사해졌다. 조금 전 민여진과 있었던 일 따위는 잊은 듯, 수줍게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먼저 반죽하러 들어갈게요.”그녀는 대야를 들고 부엌으로 사라졌다. 자리에 남은 민여진은 여전히 굳은 얼굴로 움직이지 않았다.진시우는 외투를 벗으며 그녀를 힐끗 바라보았다.“민여진 씨.”그의 부드러운 부름에 민여진은 고개를 들었다. 웃음을 머금은 얼굴이 다가왔다.“무슨 일 있어요? 제대로 못 쉬신 거예요? 아까 들어올 때부터 내내 안색이 좋지 않으시더라고요.”“제대로 못 쉬긴 했어요.”민여진은 심호흡을 하며 침착하려 애썼다. 장정아가 남긴 말이 여전히 귓가에 맴돌았다. 그녀는 떨리는 손끝을 움켜쥐고 입을 열었다.“진시우 씨, 조금 전 어디 다녀오신 거죠?”“저요?”그는 잠시 머뭇거렸다.민여진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박진성, 깨어났나요?”그는 이미 예상한 듯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직입니다. 요즘 몸이 좋지 않아 열이 오래 갔는데 제가 돌아오기 전에 겨우 가라앉기 시작했더라고요.”민여진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며 물었다.“그 사람을 아직도 신경 쓰시는 모양이에요. 이미 연을 끊으신 사이 아닌가요? 싫어하신다면서 왜 계속 마음을 두시는 거죠?”진시우는 물을 따라 마시며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천천히 말을 이었다. “맞습니다. 저는 박진성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와는 이미 연을 끊었지요. 하지만 이곳에서 그는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게다가 저 때문에 병을 얻어 고열에 시달리게 된 겁니다. 아무리 냉정하다 해도 지금 같은 때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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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5화 이유는 간단해

“그때 저는 해외로 나가야 했어요. 애초에 국내에서는 뭘 해보려는 계획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그냥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어요. 되도록 더 이상 연락하지 않는 게 낫겠다 싶었죠.”“그럼 왜 돌아온 거예요? 그것도 박진성이 가장 어려울 때 말이에요.”“민여진 씨?”진시우는 민여진의 날카로운 말투에 잠시 멈칫했다.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제가 돌아온 이유는 간단해요. 하나는 어머니 제사를 지내기 위해서고 다른 하나는 마음을 정리했기 때문입니다.”진시우는 한숨을 내쉬었다.“민여진 씨, 저희 어머니의 죽음은 진시호와 그의 어머니랑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습니다. 그때 저는 아직 어렸고 나 자신을 지키면서 어머니의 원한을 갚을 방법이 없었어요. 지금은 나이도 먹었고 생각도 정리되었습니다. 제가 돌아온 이유는 당연히 국내에 뿌리를 내리고 어머니의 원한을 갚기 위해서입니다.”민여진은 잠시 멈칫했다. 진시우와 진시호 사이에 이런 사정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죄송해요, 제가...”“괜찮아요.”진시우는 웃으며 말했다.“저도 제 일을 최대한 감추고 싶었거든요. 여진 씨가 몰랐던 건 당연한 일입니다. 오해가 있었다면 당연히 설명해야 하고요. 박진성을 위해 돌아왔다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에요. 저는 그와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민여진 씨가 박진성의 아내로서 제 이름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을 리가 없죠.”민여진은 절망과 혼란 속에 눈을 감았다.맞았다. 그녀는 박진성에게서, 또는 그 어떤 정보 속에서도 진시우의 존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비록 남남 같은 부부의 관계였지만 박진성이 어울리는 사람들은 민여진도 알고 있었다.“그럼... 시우 씨랑 박진성이 서로 연을 끊은 척 연극을 벌였다고 정아 씨가 그러던데, 그건 무슨 의미예요?”민여진은 창백해진 얼굴을 애써 숨기며 물었다.“정아 씨는 하 비서님의 소꿉친구예요. 아는 정보가 꽤 정확할 텐데 나를 속일 리가 없잖아요...”진시우는 바로 이해했다.“아, 오늘 여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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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6화 박진성 보러 가줘

세 사람은 조용히 식탁에 앉아 있었다. 먼저 입을 연 건 진시우였고 민여진이 맞장구를 쳤다. 장정아만 고개를 숙인 채 수저질을 이어갔고 가끔 곁눈질로 진시우를 훔쳐볼 뿐이었다.그가 눈치채기 전에 장정아는 황급히 시선을 거두었지만 같은 일이 반복되다 보니 결국 들킬 수밖에 없었다.진시우는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물었다.“정아 씨, 왜 그래요? 아까부터 계속 저를 보던데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장정아는 헛기침을 했다. 변명거리를 찾을 수 없어 머뭇거리다 말했다.“아니요, 얼굴에 묻은 건 없는데... 오늘 헤어스타일이 좀 이상해서요.”“이상하다고요?”진시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렇게 평가받은 건 처음이었다.“어디가 이상하다는 거죠?”장정아는 옷자락을 만지작거리며 애써 답을 짜냈다.“좀 나이 들어 보여요.”그 말을 들은 진시우는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사레가 들릴 뻔한 민여진은 얼른 물을 들이켰다. 장정아는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아니, 그 뜻이 아니고... 그냥 어울리지 않는 머리 같아요. 그래서 좀... 못생겨 보이는 거 같아요.”진시우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알겠어요. 의외의 대답이지만 틀린 말은 아닌 거 같네요. 정아 씨 의견 한 번 생각해 볼게요.”난처해진 장정아는 손등이 벌겋게 달아오를 정도로 손을 비볐다. 사실은 남자답고 세련되고 신사적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막상 입을 열자 정반대의 말이 흘러나왔다.식사가 끝난 뒤, 장정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박진성 씨한테도 좀 가져다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도련님?”“아니요, 괜찮아요.”진시우의 눈빛이 가라앉았다.“박진성은 아직 깨어나지 못했어요. 깼다면 하 비서가 전화했을 거예요. 일단 박진성이 깨어난 뒤에 보죠.”장정아는 깜짝 놀라며 입을 틀어막았다.“벌써 이틀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못 깨어나셨어요?”“네.”진시우의 표정은 무거웠다.“2두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잤는데 매까지 맞았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거죠. 원래라면 입원해서 요양해야 했는데 동진에 머무르길 거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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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7화 오해예요

“여진 씨...”장정아는 말을 잇지 못했다. 언제나 온화하던 민여진의 안에 이토록 깊고 날 선 분노가 숨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민여진의 눈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녀는 애써 숨을 고르며 말했다.“미안해요. 흥분했네요. 하지만 박진성의 생사 따위는 이제 저와 아무 상관 없어요. 다시는 그를 만나지 않을 겁니다.”진시우의 미간이 깊게 구겨졌다. 그는 한참을 머뭇거리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여진 씨가 박진성을 미워하는 건 이해합니다. 하지만 왜 박진성이 여진 씨를 진시호에게 넘겼다고 생각하는 거죠?”“그럼 아닌가요?”민여진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날 난 진시호에게 끌려갔고 진시호는 직접 박진성에게 전화를 걸어 날 구하라고 했어요. 하지만 박진성은 곧장 양성으로 떠났죠. 내가 죽을힘을 다해 발버둥 치지 않았다면 아마 그때 이미 끝장났을 거예요. 나를 버린 사람인데 내가 왜 그의 안위를 걱정해야 하죠?”“그러니까 그 말은 여진 씨가 죽든 말든 박진성이 그냥 내버려뒀다는 건가요?”진시우의 목소리에는 혼란스러움이 깃들어 있었다. 잠시 숨을 눌러 삼킨 그는 힘없이 말했다.“민여진 씨, 그건 오해예요.”“그게 무슨 뜻이죠?”민여진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그녀는 절대 잊을 수 없었다. 차갑게 전화를 끊어버리고 차에 올라 양성으로 떠났다는 박진성의 소식을 경호원의 입을 통해 들은 적이 있었다. 거짓일 리가 없었다.“박진성이 그날 양성에 가지 않았다는 말이에요? 나를 구하러 오라는 진시호의 전화를 박진성이 끊지 않았다는 말인가요? 진시우 씨, 제가 앞을 못 보기는 해도 귀는 잘 들려요. 납치당했을 때, 박진성이 동진을 떠났다는 건 변명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에요.”“네, 그렇죠.”진시우는 부정하지 않았다.“박진성은 그때 동진을 떠난 게 맞았어요.”“그런데도 오해일 수가 있나요?”민여진의 마음은 빠르게 식어갔다. 그녀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대체 무슨 오해요? 날 저버린 게 아니라는 건가요? 겉으로는 나를 걱정하는 척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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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8화 엄청 떨고 계세요

민여진의 머릿속은 하얗게 비어만 갔다. 진시우가 말을 이었다.“그 뒤의 일은 여진 씨도 다 알 거예요. 진시호는 박진성을 잡을 기회를 놓칠 리가 없죠. 그때 사람들이 말렸지만 박진성은 기어이 가겠다고 했어요. 1초라도 늦으면 여진 씨가 다칠까 봐 두려워서요.”“뭐라고요?”민여진은 바르르 떨리는 눈꺼풀을 내렸다. 가슴이 복잡한 감정으로 요동쳤고 불안은 파도처럼 밀려들었다.문득 진시호의 저택에서 박진성이 모든 걸 내려놓은 듯했던 말이 떠올랐다.“네 눈에는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보여? 이기적이고, 차갑고, 위험하면 널 버리고 도망가는 사람으로 보인단 말이야?”그리고 아픈 몸으로 침대에서 힘겹게 뱉었던 해명도 다시 한번 귓가에 울렸다. “네가 납치당한 일은... 내가 제대로 살피지 못한 탓이야. 하지만 진시호가 어떻게 널 찾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미안해.”그때의 그녀는 뜨거운 분노만 느낄 뿐이었다.그녀는 박진성이 책임을 피하려고 둘러대는 거라고 여겼다. 그녀는 박진성에게 해명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가슴이 조여들며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혹시 내가 박진성을 오해했던 걸까?’“여진 씨, 여진 씨가 박진성을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 알아요. 여진 씨한테 그렇게 상처를 줬는데 저라도 용서 안 했을 거예요. 하지만 이번 일에서만큼은 여진 씨를 위해 최선을 다했어요. 일주일 내내 잠도 못 자고 여진 씨 때문에 두들겨 맞기까지 했으니까요. 거기 가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박진성이라고 몰랐을까요?”진시우는 길게 한숨을 내었다. 그 순간, 주머니 속 휴대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은 그는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자리를 비워야 한다고 했다.장정아가 서둘러 물었다.“무슨 일이에요?”민여진의 손끝에도 덩달아 힘이 들어갔다. 진시우는 안심하라는 듯이 말했다. “박진성에 관한 일은 아니에요. 다른 일로 급히 나가봐야 해요. 여진 씨, 오늘은 먼저 푹 쉬세요. 박진성 쪽은 마음이 내키시면 한번 가보세요. 억지로 가지 않아도 돼요. 어쨌든 빚은 그쪽이 먼저 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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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9화 이혼하러 온 거예요

그녀는 박진성처럼 냉혈한이 아니었다. 온기와 감정을 지닌, 인간다운 사람이었다.그런 일을 전해 듣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 오히려 더 이상할 터였다.“내일 갈 거예요.”민여진은 깊이 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내일 같이 가 줘요.”“그래요.”장정아는 곧장 민여진의 팔짱을 끼며 친근하게 말했다.“오늘은 푹 쉬어요. 내일 제가 운전해서 모시러 올게요.”“네.”하지만 이튿날 아침이 되자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민여진이 병원에 가기도 전에 박진성이 먼저 전화를 걸어온 것이었다.“나야.”민여진은 몇 초 멍하니 있다가 대답했다.“알아.”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박진성은 몇 번 기침을 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병원에 와 줘. 양성으로 돌아갈 거야.”“응.”잠시 뜸을 들이던 박진성이 말을 이었다.“너도 나랑 같이 돌아가자, 이혼하러.”그 말과 함께 통화는 끊겼다.민여진은 침대 위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녀는 이혼이라는 말을 먼저 꺼낼 사람도, 누구보다 이 관계를 간절히 끝내고 싶었던 사람도 자신이라고 여겨왔다.“여진 씨! 여진 씨!”장정아가 코트를 털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밖에서 몇 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어서 또 잠드신 줄 알았어요.”“아니에요.”민여진은 얼굴을 한 번 비비고는 침대에서 일어났다.“가요.”“네, 갑시다!”장정아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박진성 씨께서 깨어나셨대요. 이제 만나시면 얘기도 나누실 수 있겠네요.”민여진은 애써 입꼬리를 올리고는 장정아와 함께 계단을 내려갔다.병원까지는 삼십 분도 걸리지 않았다. 꼭대기 층에 도착하자 장정아가 간호사 하나를 불러 세웠다.“안녕하세요. 저희 박진성 씨 친구인데요, 그분 병실이 어디죠?”간호사는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1208호요.”말을 마친 간호사는 무심히 민여진을 훑어보더니 약간 놀란 듯 물었다.“어?“무슨 일이에요?”장정아가 영문을 모르고 물었다.민여진도 간호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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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0화 네가 날 걱정할 리 없지

“별일 아니에요. 애초에 이혼할 생각이었고 다른 일들 때문에 지금까지 미뤘던 거예요.”민여진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박진성을 둘러싸고 했었던 오해가 마음에 걸렸을 뿐이었다.“우리 사이에는 원래 사랑 같은 건 없었으니까요.”“그렇구나...”장정아는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그녀의 결정을 존중하기로 했다.“그럼 박진성 씨와 함께 가시는 건가요?”“네, 금방 돌아올 거예요.”“그럼 제가 병실 문 앞까지 모셔다드릴게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병실 문이 열리며 외투를 걸친 박진성이 걸어 나왔다. 그의 얼굴은 생기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창백했고 끊이지 않는 기침에 붉게 물든 눈가는 버거움이 가득해 보였다. 민여진을 발견한 박진성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차가운 미소가 그의 얼굴에서 스치듯 지나갔다.“서원아, 가자.”그는 옆에 선 남자에게 짧은 지시를 내릴 뿐, 민여진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그 곁을 스쳐 지나갔다.민여진의 어깨가 잠시 흔들렸고 장정아가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여진 씨...”“괜찮아요.”이미 예상했던 일이라는 듯, 민여진은 무심한 얼굴로 대답했다.“병원까지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먼저 돌아가요. 저는 양성에 들렀다가 이혼 절차를 밟고 돌아올게요.”“그럼... 돌아오시면 꼭 전화해요. 공항으로 마중 나갈게요.”민여진은 평소와 다름없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알겠어요.”멀어져 가는 박진성의 뒷모습을 눈으로 좇으며 그녀도 발걸음을 옮겨 엘리베이터에 함께 몸을 실었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숨막히는 침묵이 밀려들었다.기침을 참으려 애쓰는 박진성의 소리만이 좁은 공간을 메울 뿐이었다.민여진은 몸을 틀며 무심한 듯 물었다.“그렇게 서둘러서 양성에 가야 하는 이유가 있어? 어젯밤에 깨어난 걸로 아는데 며칠은 쉬고 가도 되잖아.”박진성은 손으로 피곤이 깃든 눈가를 가리며 중얼거렸다.“나 걱정해 주는 거야?”그는 민여진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지. 네가 날 걱정할 리 없지. 날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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