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성이 여유로운 태도로 대답했다.“어떤 일이 있어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필요 없는 질문은 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하루를 보낼 줄 아는 게 똑똑한 여자인 것 같은데. 넌 어떻게 생각해?”속눈썹을 파르르 떨던 민여진이 고집스레 말했다.“난 일반적인 여자라면 바보처럼 혼자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 놓이는 건 원치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람이니까. 하라는 대로만 움직이는 인형이 아니라, 사람이니까.”한참을 말없이 민여진을 빤히 쳐다보던 박진성이 끝내 한숨을 내쉬었다.“걱정하지 말고 올라가서 쉬어. 아무 일도 없을 거야.”민여진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정말?”“내가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장담했다는 건, 정말 아무 일도 없을 거라는 얘기야. 너 안 속여. 하지만 당분간 양성으로 돌아가긴 힘들 것 같아. 진시호가 다쳤으니 회장님은 어떻게든 그 보상을 받으려고 할 거야.”“그러니까 이 난리통에 넌 잘 숨어있어. 타이밍을 봐서 양성으로 돌아가면 그들도 다시는 우리를 건드릴 수 없을 테니까.”박진성의 말에 민여진은 순간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것이 느껴졌다.불안했던 마음이 놓이자 피곤이 몰려왔다. 홀로 방으로 돌아간 민여진은 곧 잠이 들었다. 침대의 누운 민여진의 꿈에서는 차 안에서의 일들이 또다시 펼쳐졌다.다만 현실과 다른 점은 임재윤이 갑자기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임재윤의 얼굴이 똑똑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두 눈에 담긴 혐오만큼은 분명히 알아챌 수 있었다.그 눈빛에 민여진은 순식간에 잠에서 깨어났다. 방은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지만 차디찬 몸은 주체할 수 없이 떨려오고 있었다.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민여진이 찬물로 얼굴을 씻어내렸다. 그러다 문득 차 안에서 그 일이 벌어졌을 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그저 넘어가기엔 리스크가 너무 컸다. 임신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전에도 계획에 없던 갑작스러운 임신이었고 그로 인해 후회만 가득 남은 일들이 연이어 터졌었다.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야 한다고 민여진은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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