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Chapter 631 - Chapter 633

633 Chapters

제631화 무릎을 꿇다

“쯧쯧쯧.”진시호가 혀를 차며 비아냥거렸다.“박진성, 6일 전에 그렇게 찾아왔다면 너의 그 눈물겨운 사랑에 감동해 마음이 조금 움직였을지도 몰라. 그런데 동진을 떠나서 꼬박 엿새가 지나서야 다시 나타나서는 이런 말을 한다고? 너무 가식적인 거 아닌가?”민여진은 가만히 눈을 뜬 채, 그의 말에 마음 깊이 동의했다.박진성은 이미 자신을 버린 사람이었다. 자신을 버리고 양성으로 떠났던 사람이었다. 이렇게 다시 돌아온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박진성은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차분하게 말을 되풀이했다.“원하는 게 뭐냐고.”진시호는 짙은 연기를 뿜어내며 담배를 비벼 껐다. 얄밉게 웃는 얼굴에 짜증이 묻어났다.“원하는 게 뭐냐고? 그때 나 두들겨 팼던 거 기억 안 나? 얼굴 부은 거, 사흘이 지나도 안 가라앉더라. 자다가도 통증 때문에 깨곤 했지. 이도 몇 개나 나갔다고. 그렇게 고생했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진시호의 눈매가 가늘어졌다.“사람들 다 보는 곳에서 나한테 무릎 꿇으면 한 번 생각해 볼게, 민여진을 내줄지.”그 말을 들은 민여진은 깜짝 놀랐다. 흔들리는 동공으로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이내 스스로를 다잡고 침착해졌다.그런 모욕을 박진성이 견딜 수 있을 리 없었다. 아마 곧 등을 돌리고 나가버릴 게 분명했다. 이미 빠져나갈 길을 미련해 두었으니 이렇게 홀로 찾아온 것일 터였다.그러나 박진성은 눈썹 하나 까딱이지 않았다.“무릎 꿇을게. 그런데 그걸 네가 견딜 수 있겠어?”진시호는 입꼬리만 끌어당긴 채 차가운 눈길로 말했다.“웃기시네. 적어도 너보다 6년은 더 고생하며 지내왔어. 그런 내가 못 견딜 게 뭐가 있겠어? 무릎 꿇을 건지, 거절할 건지 하나만 말해. 거절한다고 해도 붙잡을 생각은 없어. 다만...”진시호는 불쑥 손을 뻗어 민여진의 머리채를 거칠게 움켜쥐었다.머리가 뽑히는 듯한 통증에 민여진은 미간을 찌푸리고 이를 악물었다. 진시호는 노골적으로 도발했다.“다만 민여진은 오늘 곱게 넘어가지 못하겠지. 하지만 넌 그동안 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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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2화 너의 가식은 필요 없어

진시호는 민여진을 보며 말했다.“보아하니, 네가 문채연보다 먼저인 모양이야. 박진성이 널 선택했네?”머릿속이 터질 것처럼 어지러웠다. 민여진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꿈을 꾸는 것 같았다. 박진성처럼 콧대 높고 오만한 남자가, 이 세상 그 누구에게도 고개 숙이지 않을 그가 진시호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이제 됐어?”박진성은 시선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무릎을 꿇어도 몸에 서린 기세는 조금도 사라지지 않았다.“민여진 놔줘. 너한테 진 빚, 내가 갚을 테니까 애먼 사람 괴롭히지 마.”“글쎄...”진시호는 일부러 머뭇거리며 입꼬리를 얄밉게 끌어올렸다.“진짜 무릎 꿇을 줄은 상상도 못 했네. 그런데 무릎 한 번 꿇었다고 해서 모든 걸 지우기는 어렵지.”박진성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네가 말했잖아. 내가 무릎 꿇으면 된다고.”“그래.”진시호는 시원하게 웃었다.“그런데 민여진 풀어준다는 소리는 안 했어. 그저 네가 무릎을 꿇으면 더는 괴롭히지 않겠다는 말이었지.”박진성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러나 참을 수밖에 없었다. 진시호의 눈빛에는 묘한 만족감이 번졌다.그는 본래 박진성이 또 다른 수를 숨겨두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박진성은 아무것도 없이 홀로 이곳을 찾아왔다. 그 무모함이 어이없을 지경이었다.여자에 미친 사람처럼 보였다. 예전엔 문채연을 위해 나섰고 지금은 또 민여진을 위해 나섰다.“하지만 나도 그렇게 억지 부리는 사람은 아니야.”진시호는 담배에 불을 붙이며 심드렁하게 말을 이었다.“내 앞에서 머리 한번 조아려. 그러면 전에 날 두들겨 팬 거, 없던 일로 해주지.”그는 박진성이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이 정도면 꽤 의리 있는 거 아니야? 네 주먹질 때문에 난 병원 신세를 졌어. 그런데도 상처 하나 안 내고 여기서 끝내주겠다는데 이보다 관대한 게 어디 있겠어.”몸에 상처는 나지 않아도 매질보다 더 치욕스러운 행위였다. 고통이 아니라 모욕이었다.박진성은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진시호가 이렇게 쉽게 끝낼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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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3화 건드리지 마

그는 자신이 겪은 굴욕을 떠올렸다. 박진성에게 짓눌려 땅바닥에 처박히던 그 순간이 속을 뜨겁게 뒤흔들었다.곧장 악에 받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때려. 죽을 때까지 패.”“도련님...”경호원들이 눈치를 주고받았다.“정말 때려도 됩니까? 회장님께서...”진시호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그는 날이 선 눈빛으로 차가운 기운을 뿜어냈다.“너희 주인이 누군데 지금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나야, 박진성이야?”그 말이 떨어지자 머뭇거림은 사라졌다. 주먹이 허공을 가르고 박진성의 얼굴에 꽂혔다.박진성은 고통을 삼키며 바닥에 쓰러졌다. 그러나 그 뒤로 이어진 주먹질은 더 거칠고 잔혹했다. 흉통이 깨지고 오장육부가 갈라지는 느낌이었다.민여진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방 안에 울리는 둔탁한 소리, 그 사이사이에 섞인 박진성의 억눌린 신음이 그녀를 괴롭게 만들었다. 민여진은 목이 터지라 외쳤다.“그만해! 제발 그만!”아무도 듣지 않았다.진시호는 담뱃재를 가볍게 털며 내려다보았다.“박진성, 이런 꼴을 당할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 애초에 널 이렇게 만들 기회는 없었을 거야. 하지만 네가 하필 민여진을 좋아했으니 이런 꼴을 당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거지.”피가 입안 가득 터져 나왔다. 거실 바닥이 붉게 번졌다. 민여진은 진시호의 옷깃을 붙잡았다. 떨리는 호흡을 억누르며 간신히 말했다.“그만해. 박진성이 죽으면 아무도 빠져나갈 수 없어.”“죽게 두진 않을 거야. 다만 어른한테 개긴 죄는 치러야겠지. 이 정도 훈육은 괜찮잖아?”진시호의 입꼬리가 휘어졌다. 그가 손짓하자 주먹질은 멈췄다.박진성은 더 이상 일어서지 못했다. 입에서 피가 한 웅큼 흘러나왔고 그는 억지로 그것을 삼켜냈다. 그는 핏발 선 눈으로 진시호를 노려보았다.진시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 차갑고 서늘한 눈빛에 순간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이 스치고 지나갔다. 판은 자신이 휘어잡고 있고 상대는 피투성이로 짓밟혀 있는데 왜 두려움이 일렁이는지 알 수 없었다.그 사실이 더욱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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