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여승이 된 나에게 무릎꿇고 돌아오라고 비는 오빠들: Bab 251 - Bab 260

373 Bab

제251화

말을 마친 온사는 바로 섭정왕부로 들어가 버렸다.“성녀 전하를 뵙습니다.”대문 앞을 지키는 호위는 그녀의 앞을 막지도 않고 예를 행한 뒤에 바로 그녀를 안으로 들여보냈다.안란심은 자신은 저런 대접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섭정왕부 대문 앞에 서서 멀어지는 온사의 모습을 바라만 보았다.“아가씨, 이제 어떡하죠? 성녀 전하는 섭정왕 전하와 아주 친한 거로 보이는데요. 성녀 전하를 상대하려면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겠어요.”안란심의 심복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괜찮아, 나한테 방법이 있어.”안란심은 피식 웃고는 그곳을 떠나 저택으로 돌아갔다.잠시 후, 중서령 저택 서재.“소녀 아버지께 문안드리러 왔습니다.”“들어오너라.”중서령 안비각(安比刻)이 싸늘한 목소리로 답했다.곧이어 문이 열리고 딸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지만 안비각은 고개도 들지 않고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다.“무슨 일인지 빨리 말하고 나가. 내 시간 낭비하지 말고.”그가 바로 안란심의 아버지이자 안씨 가문의 수장이었다.그는 권세에 따라 움직이고 자식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안란심이 집에서 큰 부인과 적통 자매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다가 하마터면 얼어죽을 뻔했을 때도 그는 관심 한번 주지 않았다.안란심은 우연히 지나가다가 온사를 구해주고 그 뒤로 그녀의 삶에 커다란 변화가 찾아왔다.큰 부인과 자매들은 더 이상 그녀를 괴롭히지 못했고 십여 년 동안 눈길 한번 안 주던 아버지가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잘했다고 칭찬까지 해주었다.그 뒤로 안란심은 자기가 뭘 해야 할지 알게 되었다.그녀는 온사의 환심을 사고 온사의 충실한 개가 되기로 했다.안란심은 온사만 옆에 있으면 가문에서의 삶이 풍요로워진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그녀는 그렇게 했고 우연히 베푼 호의 덕분에 온사와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다.온사가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었다.그들은 친구였다.그때 두 사람 사이에는 제삼자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안란심은 줄곧 두 사람이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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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화

“섭정왕 전하가 얼마나 여자를 혐오하는지 몰라? 그분의 사람이 되고 싶다고? 네가 뭔데? 너 그분께 접근했다가 죽지 않고 살아남을 자신은 있고?”안비각은 각박한 얼굴로 비아냥거렸다.“서녀 주제에 돌아가서 수놓이나 연습하지 않고 어디 못된 것만 배워서는. 난 네 헛소리 들어줄 시간 없어. 나가!”“저 섭정왕 전하의 비밀을 알고 있어요. 그분이 저를 받아주게 할 자신이 있다고요.”안란심이 말했다.“네가 전하의 비밀을 알아?”안비각은 냉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네가 뭘 알아?”“그건 제가 온사한테서 들은 거예요.”안란심은 표정 하나 안 바꾸고 거짓말을 술술 했다.“온사?”안비각은 인상을 찌푸렸다.“너와 성녀 전하는 그날 이후로 완전히 척을 진 거 아니었어? 성녀 전하께서 너한테 비밀을 알려줘?”안란심은 침착하게 답을 했다.“원수지간이 된 건 맞지만 성녀 전하께서 워낙 여린 분이잖아요. 제가 눈물 흘리며 찾아가서 빌었더니 저를 용서해 주셨어요.”“그게 사실이니?”안비각은 눈을 가늘게 뜨고 딸을 빤히 바라보았다.온사가 여리고 착한 마음씨를 가진 것은 알고 있었다. 과거 안란심 때문에 하마터면 물에 빠져 죽을 뻔했는데도 그녀는 못난 그의 딸을 용서해 주었다.그래서 안비각은 외부에서 진국공부 적녀가 악랄하고 독사 같은 여자라고 욕할 때도 그는 여전히 온사가 여리고 멍청한 애라고 생각했다.“물론이죠. 못 믿으시겠으면 사람을 보내 조사해 보세요. 오후에 온사와 약속을 잡고 만났었거든요. 긴 얘기를 나누고 온사는 저를 용서해 줬어요. 얘기가 끝나고 저는 그 애를 섭정왕부까지 데려다줬고요.”안비각은 의미심장한 얼굴로 턱을 매만졌다.“그래서 네가 말하고자 하는 섭정왕의 비밀이 뭐니?”안란심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건 아직 말씀드릴 수 없어요. 말씀드렸다가 아버지께 피해만 갈 수 있으니까요.”그 말을 들은 안비각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그건 네가 알아서 하거라.”“그럼 아버지, 제 부탁을 들어주시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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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화

“그럼요!”온사는 힘껏 고개를 끄덕이고는 간식을 먹는데 집중했다.“날 찾아온 게 이 일 때문이었어?”“예, 맞아요.”자신이 보고 싶어 찾아온 줄 알고 기대했던 북진연은 순식간에 풀이 죽었다.물론 그도 온사가 지금 당장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길 바라는 건 아니었다.어차피 시간은 많고 천천히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참, 너에게 전해줄 소식이 있어.”“뭔가요?”온사는 동작을 멈추고 호기심 어린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북진연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입가에 묻은 과자 찌꺼기를 닦아주었다.온사가 뭔가 이상한 것 같아 뒤로 빼려는 순간, 북진연이 말했다.“내 부하가 며칠 전에 한때 경성에 살았던 란씨 가문 사람을 찾았더군.”온사는 순간 놀란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그게… 사실인가요?”“그럼.”북진연은 손을 내리고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내가 너한테 거짓말을 하겠어?”“아니, 그냥 너무 뜻밖이라서요.”온사는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북진연을 의심하는 건 아니었다. 다만 란씨 가문 사람들은 경성을 떠난 친척들 외에 경성에 남아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그래서 북진연이 갑자기 란씨 가문 사람을 찾았다고 했을 때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한번 만나보지 그래? 마침 사는 곳이 경성과 그리 멀지 않더라고.”“경성 밖에서 살고 있나요?”온사는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예, 만나봐야죠.”그녀는 외조부 가문의 사람이 확실한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좋아, 그럼 지금 가지. 마차는 이미 대기시켜 뒀으니까.”북진연은 온사가 당연히 갈 거라고 생각하고 준비를 마친 모양이었다.그만큼 북진연은 온사의 성격에 대해 그녀 자신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온사는 자신만의 생각에 잠겨 입을 다물었다.두 시진 후, 마차는 유가마을 입구에 도착했다.“이곳이 유가마을인가요?”하필 오전에 우왕재가 말했던 그 영감님도 유가마을에 살고 있었다.온사는 이따가 친척을 만나고 시간 되면 그 영감님도 한번 찾아가 봐야겠다고 생각했다.잠시 후, 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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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란씨 영감은 허둥지둥 온사의 앞으로 달려왔다.쭈글쭈글한 얼굴에는 이미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는 조심스러우면서도 슬픔에 찬 눈으로 온사를 바라보았다.잠시 후, 그는 고개를 젓고는 정신을 차렸다.“큰 아가씨가 아니었군요. 그럴 리가 없지….”란씨 가문의 큰 아가씨는 이미 하늘나라로 간지 오래였다.영감은 넋이 나간 온사에게 물었다.“큰 아가씨의 딸인가 보군요. 온사 아가씨?”온사는 고개를 끄덕였다.“예, 저예요. 혹시 당신은….”그녀는 아직 란씨 영감의 신분을 모르니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영감은 손으로 눈물을 닦고는 온사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소인 란동성, 온사 아가씨를 뵈옵니다. 과거 소인은 운 좋게 나리의 눈에 들어서 란씨 가문에서 수십 년 집사로 일했습니다.”그는 란씨 가문의 한 하인의 아이였다. 운 좋게 란자군의 아버지와 같은 날 태어나서 란씨 성을 받게 되었다.그리하여 란씨 가문이 몰락한 후에도 그는 여전히 가문을 잊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란씨 성으로 살아왔다.“할아버지, 어서 일어나세요.”온사는 다급히 란 영감을 부축해서 일으켰다.란 영감은 연신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아닙니다. 이 늙은 것이 어찌 온사 아가씨에게 그런 과분한 호칭을 들을 수 있겠어요. 아가씨만 괜찮으시다면 염치없지만 아저씨로 불러주시면 됩니다.”“예, 그럼 아저씨라고 부를게요.”“어서 들어오세요, 온사 아가씨. 사는 곳이 누추하지만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하시죠.”비록 큰 아가씨는 돌아오지 못했지만 란 영감은 큰 아가씨를 닮은 온사를 보고 감격에 겨웠다. 그래서 지금 그의 눈에 다른 사람은 들어오지 않았다.옆에서 한참 무시당한 북진연도 화를 내지 않고 온사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란 영감은 그제야 온사의 옆을 지키고 있는 귀티 나는 젊은 사내를 발견했다.“이 공자님은….”“아저씨, 이분은 섭정왕 전하예요. 이분이 아저씨가 여기 계신 걸 알고 저를 데리고 오셨어요.”“섭정왕 전하셨군요. 소인, 섭정왕 전하를 뵈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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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화

란 영감이 놀라며 물었다.“아가씨,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설마 진국공부에서 아가씨를 쫓아낸 건가요?”란 영감의 표정이 갑자기 싸늘해졌다.온사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화내실 것 없어요. 쫓겨난 게 아니라 제가 제 발로 나왔습니다.”“무슨 일이 있었길래 일가족이 뿔뿔이 흩어진 겁니까?”영감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온사에게 물었다.진심 어린 모습에 온사는 마음이 따뜻해졌다.그녀는 일단은 진국공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함구하기로 하고 대충 둘러댔다.“약간 불란이 있었지만 저는 이미 가문을 나와 승려가 되었습니다. 폐하의 은총을 입어 이 나라의 성녀가 되었지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실 것 없어요.”영감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귀하게 자란 아가씨가 갑자기 출가하여 승려가 되었다니!집에서 서러움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집을 나와 승려가 되었을 리 없었다.“내 이럴 줄 알았어요. 온권승 그 놈이 나쁜 놈이죠! 큰 아가씨가 돌아가셨다고 과거 란씨 가문과의 약속을 저버렸네요!”온사는 격분하는 란 영감의 모습을 보며 조심스레 물었다.“아저씨는 뭔가 알고 계신가요? 제 아버지가 전에 뭐 잘못이라도 했나요?”온사가 집을 나온 걸 알게 됐으니 란 영감도 더 이상 감출 이유가 없었다.영감은 과거 있었던 일을 상세히 말해주었다.“과거 란씨 가문은 선제를 돕기 위해 정적의 눈밖에 났어요. 밤중에 자객이 집으로 침입해 저택의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도륙했지요. 저는 나리의 명을 듣고 온씨 가문에 서신을 전하러 갔다가 진국공과 충용 후작의 대화를 우연히 들었습니다. 그들은 란씨 가문을 도우면 안 된다고 하더군요.”그렇게 말하는 영감의 목소리는 분노에 떨리고 있었다.온사도 온몸이 얼어붙는 기분이었다.아버지가 매정한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전혀 몰랐다.“그 놈은 정말 매정한 인간입니다! 분명 저쪽에서 먼저 저희 나리를 찾아와 손잡고 탄탄대로를 개척하자고 하였는데 란씨 가문이 위기에 처했을 때 온권승은 나 몰라라 했지요.”“충용 후작도 똑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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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6화

“무우야, 너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 상심하지 말거라.”북진연은 곧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온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타까운 얼굴로 말했다.“그런 놈을 위해 상심할 가치가 없으니까.”그 말은 온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맞아요. 그럴 가치도 없는 인간이죠!”온사는 긴 한숨을 내뱉고 기분을 추슬렀다.“아가씨,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아가씨는 비록 온씨 가문의 딸이지만 우리 란씨 가문의 딸이기도 합니다. 아가씨는 큰 아가씨의 핏줄이니까요.”란 영감은 오늘 온사를 만나 기분이 좋았다.란씨 가문에 더 이상 대를 이을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온사가 나타난 것이다!“아저씨 말씀이 맞아요. 저는 이미 그 집안을 떠났지만 란씨 가문을 떠난 적은 없답니다.”외가쪽이 오래 전 참사를 당했기에 그녀는 외가쪽과 나눈 정이 거의 없었다.그런데 어쩐지 란 영감에게서 집의 포근함이 느껴졌다.온사는 웃으며 말했다.“마침 진국공부에서 저를 온씨 가문의 족보에서 제명하였으니 족보를 따지자면 저는 이제 란씨 가문의 족보에 이름을 올려야 해요.”“그럼요! 저한테 족보가 있습니다!”란 영감은 신이 나서 말했다.“과거 나리께서 스스로 가시는 길이 험난할 것을 예상하시고 만일을 대비하기 위해 가문의 물건을 따로 숨겨두셨지요. 가문이 변을 당한 후, 이 늙은이는 그것을 가지고 이곳으로 숨었습니다. 큰 아가씨께 전하려 했지만 이제 작은 아가씨께서 저를 찾아오셨으니 그 물건들을 아가씨께 드려야지요.”란 영감은 고개를 돌려 북진연에게 말했다.“섭정왕 전하는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 주세요. 제가 아가씨와 함께 다녀오겠습니다.”북진연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어차피 란씨 가문 내부의 일이고 그가 끼어들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온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웃으며 말했다.“아저씨, 괜찮아요. 저는 섭정왕 전하를 믿습니다.”그 말을 들은 북진연은 순간 어깨가 경직되었다.‘온사가 나를 믿어준다고?’란 영감은 고개를 돌려 북진연을 빤히 바라보았다.“너무 긴장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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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화

그의 가문은 멸문하고 세자인 그만 살아남았는데 그들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란 영감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런 인연도 다 있네요. 그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 란씨 가문과 북진왕부는 또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군요.”“란씨 가문과 북진왕부?”북진연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북진왕부가 멸문할 때, 그는 갓 태어난 아기였기에 예전 일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고 있었다.“전하의 어머니와 우리 큰 아가씨는 아주 친한 친구였답니다. 자주 왕래도 하고 만나기도 해서 란씨 가문과 북진왕부는 아주 각별한 사이였지요.”그 말을 들은 온사와 북진연은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았다.란 영감은 허허 웃으며 말을 이었다.“전하와 온사 아가씨가 태어나기 전에 저희 큰 아가씨와 왕비께서는 나중에 아기가 태어나면 사돈을 맺자고까지 하였답니다. 증표도 있어요.”그 말을 들은 북진연은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하늘이 나를 돕는군!’그는 북진왕부의 외동아들이고 온사는 란자군의 외동딸이었다!둘 사이에 그런 혼약이 존재했을 줄이야!심지어 증표까지 있다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북진연은 격앙된 심정을 애써 억눌렀다.어쩐 일인지 온사에 관련된 일이면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그 증표는….”북진연은 애써 침착한 얼굴로 란 영감에게 물었다.온사가 당황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그걸 왜 물어보십니까?”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상한 표정으로 북진연을 바라보았다.‘저런 질문을 왜 하는 거지? 이 상황 너무 어색하다고!’친구 사이에 혼약이 왜 존재하는 것이며, 거기에 증표가 왜 필요한가!하물며 그녀는 이미 출가한 승려였다!온사는 다급히 화제를 돌렸다.“아저씨, 지나간 일은 나중에 얘기해요. 하물며 저는 출가인인데 혼약이라니요! 전하나 저나 곤란해지기만 할 뿐이에요.”“아, 그래요. 나이가 들어서 자꾸 깜빡깜빡하네요.”물론 북진연은 이 대화를 계속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대화는 거기서 끝이 났다.북진연은 도망치듯 앞으로 가고 있는 온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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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여긴….”“이 밀실 공간은 제가 십여 년 전에 발굴한 것입니다. 나리께서 남긴 귀한 물건이 하도 많아서 마을에 둘 수는 없고 그래서 조금씩 이 산에 옮겨왔지요.”란 영감은 조심스레 책장에 묻은 먼지를 닦아냈다.온사는 안으로 다가가 천천히 밀실 안을 둘러보았다.금은보화는 별로 없고 대부분이 책장에 꽂힌 서책들이었다.“한때 란씨 가문은 경성의 명문세가였지요. 삼대가 장원에 올랐으니 위세가 하늘을 찔렀어요. 그때는 수많은 학자들이 나리에게서 책 한권 구하겠다고 대문 앞에 줄을 설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이것들은 이 밀실에서 무려 십 년 묵혀 있었습니다.”온사가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란 영감은 자신이 죽은 후에 이것들이 다시 햇빛을 볼 날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온사는 저도 모르게 슬픔이 몰려왔다.란씨 가문의 멸문은 억울한 개죽음이었다.그들은 단지 선제의 편에 섰을 뿐인데 승리를 거머쥐기 직전에 상대의 보복을 당했다.물론 동맹의 배신도 한몫 했다.“작은 아가씨, 이 물건들은 비록 값나가는 물건은 아니지만 란씨 가문의 귀중한 보물이니 소중히 대해 주세요.”서책은 란씨 가문의 정체성과도 같은 것이었다.“걱정 마세요, 아저씨. 저한테는 이것들이 금음보화보다 더 귀중해요.”란 영감은 감동한 얼굴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아저씨, 유가마을에 약초를 재배하는 분이 있다고 들었는데 아저씨 맞으시죠?”온사는 가장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예, 저 맞습니다.”영감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전에 란씨 가문의 집사가 되기 전에는 아가씨의 증조 할머니께서 제가 영민하다고 생각하시어 저를 옆에 두고 약초 재배에 관한 지식을 많이 가르쳐 주셨지요. 그때 저는 노부인이 가장 아끼는 시종이었답니다.”옛날 얘기가 나오자 란 영감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마치 가장 즐거웠던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그때 그는 한낱 시종이었지만 그들 일가족은 란씨 가문의 따뜻한 대우를 받았다.그 역시 란씨 가문을 자신의 뿌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그랬군요.’온사는 환한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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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화

북진연은 적절한 시기에 입을 열었다.“저야 당연히 좋죠. 그럼 섭정왕 전하께 민폐 좀 끼치겠습니다.”란 영감은 지금 당장이라도 그곳으로 옮기고 싶었다.하지만 집에 정리할 물건이 많아서 이틀 후에 금남사로 떠나기로 했다.북진연은 사람을 보내 밀실 안의 책들을 전부 수월관으로 옮기고 흑기군을 파견해 지키게 했다.떠나기 전, 북진연은 담담한 어조로 그들에게 말했다.“란 노인의 안위가 최우선이다. 만약 자객이 침입하면 상대가 누구든 가리지 말고 모조리 죽이거라. 만약 진국공가에서 사람을 보낸다면… 일단 란 노인의 얘기를 듣고 움직이도록 해.”“예, 전하.”란 영감이 온사에게는 잘해주지만 북진연은 이 나이든 노집사가 란자군의 혈통을 이어받은 다른 공자들을 봤을 때 어떤 반응인지도 궁금했다.온사는 북진연이 거기까지 생각했을 줄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수월관으로 돌아간 그녀는 가져온 서책들부터 전부 옥패 공간으로 옮겼다.비록 란 영감이 관리를 잘해주었지만 오랜 시간 밀실에 있어 약간 부패가 있었다. 온사는 안타까운 마음에 서책들을 다시 정리했다.그러는 과정에서 증조 외할머니가 남긴 약초재배에 관한 서책들도 발견했다.일부는 증조 외할머니께서 직접 쓴 서책이었다.거기에는 약초를 재배하며 얻은 경험이 그대로 녹아있었다.온사는 흥미진진하게 책을 읽었다. 그녀가 이름도 못 들어본 약재들이 그 안에 있었다.그렇게 열심히 읽다 보니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이국의 희귀 약재인 서홍화 재배에 성공했다는 내용이었다.온사는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서홍화?’그녀의 공간에만 존재하고 남들은 고대 서적에서나 봤을 서홍화를 증조외할머니께서 재배에 성공하셨다니!너무 놀라운 발견이었다.온사는 다급히 책을 펼치고 그 안의 내용을 꼼꼼히 읽었다.‘증조 외할머니는 정말 대단한 분이셨구나!’다만 왜 서홍화가 외부에서 한 번도 발견되지 않았는지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어쩌면 누가 가져갔을 수도 있고 란씨 가문이 변을 당하던 날에 훼손되었을 가능성도 있었다.온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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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설마 이 공간, 내가 생각하는 대로 변하는 걸까?”그렇다고 하기엔 그녀는 책장이 몇 개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이 정도의 거대한 변화라면 어떤 요구 조건을 달성해서 갑자기 승격한 것으로 보여졌다.온사는 자신이 방금 했던 일을 곰곰이 되짚어 보았지만 딱히 별다른 점은 발견하지 못했다.결국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일단 이 일은 접어두기로 했다.만약 무언가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면 승격하는 거라면 또 기회가 있을 것이다.그녀는 다음 승격 때 원인을 조사해 보기로 했다.온사는 천천히 이제는 오두막이 아닌, 누각으로 걸어들어갔다.안으로 들어가니 7층으로 된 누각은 총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었다.1층과 2층에는 약재를 보관하는 공관이었는데 1층은 일반 약재와 연금대, 그리고 처방을 쓸 수 있는 책상이 놓여 있었다.위에는 필묵까지 갖춰져 있어서 나가서 살 필요도 없었다.2층의 약재는 각종 독약이고 역시 연금대가 따로 있었다.온사에게 독약을 연구하라고 마련된 공간으로 보였다.3층과 4층에는 전부 책들이 보관되어 있었다.3층에는 그녀가 가져온 책들이 있고 4층의 책들은 원래 공간 안에 존재하는 것들로 보였다.하지만 대부분은 마치 금기된 것처럼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지금은 볼 수 없지만 아마 훗날에는 열어볼 수 있을 것 같았다.온사는 계속해서 위로 올라갔다.그러자 공중에 매달린 거대한 철장들이 보였다.하나를 제외하고 모두 비어 있었는데 거기에는 온모가 갇혀 있었다.“읍….”언제 정신을 차린 건지 온모는 철장 안에서 발버둥치고 있었다.다행히도 온사가 미리 눈을 가리고 손발을 꽁꽁 묶었기에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온사는 바로 온모에게 다가가지는 않고 6층으로 통하는 계단으로 다가갔다. 올라갈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온사는 다시 온모에게로 돌아왔다.“읍…”‘누구야? 온사? 너야?’온모는 미칠 것 같았다.정상적인 밥을 먹은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고 어디로 납치되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매번 의식이 깨어나려고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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