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apítulo 2081 - Capítulo 2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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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1화

상사병이라니? 우연이 자신을 향한 연정이 정말로 가질 수 없음에 절망하여, 이토록 병이 될 정도로 깊어졌단 말인가? 용강한은 지금의 심경을 무엇이라 형용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오라버니, 그럼 저 좀 치료해 주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녀가 용강한에게 가까이 다가서며 방긋 웃어 보였다. 용강한이 한 걸음 물러나자, 소우연은 보란 듯이 한 걸음 더 바짝 다가갔다. “다 말씀드렸어요. 더는 전생 이야기를 듣지 않겠다고요.”“전부 알고 싶지 않은 것이냐?”“대신 시집온 일부터 서로 마음을 확인했다는 것까지 들었으니, 우리가 참으로 깊이 사랑했다는 건 증명된 셈이죠. 그 뒤의 일들은 그저 사랑을 더 확인하는 과정일 뿐일 테고요.”“이미 다 알고 있다면…”“알고는 있지요. 하지만 그저 남의 이야기를 들은 기분이랄까요.” 소우연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리고… 마음 한구석에 죄책감도 느껴져요.”죄책감이라. 자신을 연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죄책감을 느끼기에, 결국 그것이 병이 되어 몸을 갉아먹고 있는 것인가.이대로 마음을 풀어주지 않는다면 병세는 더욱 깊어질 터였다. 소우연은 마치 주눅 든 아이처럼 조심스레 용강한의 팔을 붙들고는 고개를 들어 별을 바라보았다. “오늘 밤은 별이 참 밝네요.” 용강한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이육진이 황의전에 도착했을 때, 안에서는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기침 소리만이 가득했다. 그의 딸, 이영이었다. 이육진이 성큼 안으로 들어서자 침소에서 나오던 어의 무리가 깜짝 놀라 그를 쳐다보았다. 천후 마마의 이 먼 곳에서 온 친척들은 어째서 이토록 궁궐을 제 집 안방처럼 드나드는 것인지 의아할 따름이었다. 이육진이 그들을 서늘하게 쏘아보자, 그 위압적인 기세에 눌린 어의들은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는 쥐 죽은 듯 사라졌다.소열은 궁인들을 물리고 직접 침전 밖으로 나가 황의전의 궁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폐하, 오셨습니까.” 심초운이 술법을 써서 이영의 고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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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2화

이육진은 말없이 몸을 돌려 침전을 나섰다.심초운과 소열 두 사람이 그 뒤를 바짝 따라 황의전 서재에 이르렀다. 책상 위에 수북이 쌓인 상소문을 본 이육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소열을 바라보았다. “이것들을 아직 처리하지 않은 것이냐?”“이, 이미 처리하였으나… 근래에 워낙 일이 많다 보니 그렇습니다.”“일국의 군주라면 마땅히 백성을 먼저 살펴야 한다. 특히 이토록 추운 겨울철에는 대규모 설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 조정의 구호만을 간절히 기다리는 이 상소문들을 어찌 이리 산더미처럼 쌓아두었단 말이냐?”이육진의 목소리에는 서슬 퍼런 위엄이 서려 있었다. 소열은 무릎에 힘이 풀린 듯 그대로 이육진 앞에 털썩 꿇어앉았다.그 태도를 지켜보던 이육진은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하기야 소열은 본래 암위로서의 자질을 닦으며 자란 아이가 아니던가. 진 도사가 갑작스럽게 그를 황제로 추대했으나, 이 황제라는 자리는 정작 소열 본인이 원하던 것이 아니었을 터였다.그가 입을 뗐다. “비록 이 세계가 진 도사에 의해 구축된 곳이라 하나, 이곳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그리고 모든 사람과 짐승들까지도 실은 피와 살이 흐르는 생생한 존재들이다. 정무를 게을리하지 말고 부지런히 살피도록 하거라.”소열이 포권을 취하며 답했다. “태상황 폐하의 가르침을 명심하겠습니다.”이육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다시 심초운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 역시 한시도 펴질 줄 몰랐다.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삼키던 이육진은 긴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심초운에게 이영을 좀 더 배려해달라고 말해야 하는 것일까.한참을 고심하던 이육진이 엄하게 말했다. “너희와 영이 사이의 일에 대해선, 너희가 어찌 얽히든 상관치 않으마. 허나, 결단코 영이를 두 번 다시 다치게 해서는 안 되느니라.”“예, 폐하.”심초운이 고개를 숙였다. “명심하겠습니다, 폐하.”소열이 답했다.이육진은 손을 휘저어 물러가라는 신호를 보낸 뒤 황의전을 떠났다. 소열은 허공으로 사라진 이육진의 잔영을 멍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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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3화

폐하께서 뜻밖에도 먼저 그의 손을 잡으셨다.소열의 가슴은 세차게 요동쳤고,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는 걱정스러운 투로 물었다. “하오나 폐하, 옥체는 어떠하십니까…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이상하게도 너와 함께 서 있으니, 모든 불편함이 가신 듯하구나.”“모든 불편함이라니요?”이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목을 가리켰다. “여기서 시원한 기운이 느껴지는구나.”끊이지 않는 이 서늘하고 상쾌한 감각이 조금만 더 이어졌으면 좋으련만. 소열은 직감했다. 이는 필시 '진정단' 때문에 폐하께서 이리 느끼시는 것이리라.“의복을 갈아입히거라.”이영이 말하며 몸을 일으켜 앉았다. 소열이 오기 전까지만 해도 일어날 기력조차 없던 그녀였다. 그저 그의 손을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리 몸을 가눌 수 있게 된 것이다.소열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근처 횃대에 걸린 이영의 옷을 발견하고 다가갔다. 그가 옷을 집으려 손을 떼자마자, 이영의 가슴을 짓누르던 답답함과 통증, 숨이 막히고 목이 타는 듯한 감각이 순식간에 다시 치밀어 올랐다.소열이 옷을 챙겨 돌아와 그녀의 시중을 들며 간간이 살결이 닿을 때마다 증상은 거짓말처럼 완화되었다. 이제야 이영은 '진정단'이 대체 어떤 식으로 연을 얽어매는지 똑똑히 깨달았다!소열이 신까지 신겨주자 이영은 그의 손을 잡은 채 침상에서 내려왔다. 소열의 심장은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듯 거칠게 요동쳤다. 그는 당장이라도 제 가슴을 짓눌러 이 소동을 잠재우고 싶었다.‘폐하께서는 어찌하여 아직도 내 손을 놓고 계시지 않는 것일까?’소열의 손을 잡고 곁에 서 있으니 몸이 한결 가벼워지고 머릿속까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그녀가 두어 걸음 내딛자 소열도 황급히 그 뒤를 따랐다.그녀가 슬쩍 소열의 손을 놓아보자, 몸이 금세 휘청이며 쓰러질 뻔했다. 소열이 재빨리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 “폐하, 제가 부축해 드리겠습니다.”소열의 품에 부드럽게 기댄 이영의 머릿속에 한 가지 추측이 스쳤다. 아바마마와 심초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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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4화

이영은 소열이 무어라 중얼거리는지 듣지 않았다. 그저 그의 입술을 빤히 바라보며 마음속의 한 가지 가설을 확인하려 했다. 예고도 없이 그녀는 허리를 숙여 한 손으로는 소열의 눈을 가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의 턱을 들어 올려 입을 맞추었다.입술이 맞닿는 순간, 이영은 믿기 힘들었다. 그의 입술에서 은은한 박하 향이 났기 때문이다. 감기에 걸려 반복되는 발열과 전신 무력감은 차치하더라도, 온몸을 짓누르는 욱신거리는 통증 탓에 침상에서 일어나기조차 힘들었었다.그런데 지금, 소열의 입술을 머금자 그 지독했던 통증이 씻은 듯이 가라앉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마치 그의 힘을 빨아들이기라도 하듯 입맞춤을 더욱 깊게 이어갔다.갑자기 눈이 가려진 소열은 머릿속이 하얘졌다. 몸이 마치 솜사탕처럼 두둥실 떠오르는 기분이었다. 폐하께서 직접 입을 맞추셨다는 사실을 깨닫자, 심장이 행군할 때 울리는 전고처럼 무겁고 급하게 날뛰기 시작했다. 마치 수천수만의 기마병이 질주해 오는 듯했다.그는 이 입맞춤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소열은 목석처럼 굳어 감히 움직이지도 못했다. 자칫 움직였다가는 이 모든 것이 한낱 꿈처럼 사라질까 두려웠다.그는 두 팔을 들어 올렸으나 차마 그녀를 안지는 못한 채, 그저 그녀가 이끄는 대로 이 하사품 같은 입맞춤을 받아들였다. 온몸의 피가 그녀에 의해 불타오르는 듯했다. 소열이 끓어오르는 원초적인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조심스레 이영의 허리를 감싸 안았을 때야, 이영은 그의 눈을 가리고 있던 손을 떼었다.소열이 천천히 눈을 뜨자, 눈앞의 여인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이전의 창백하고 병색 짙은 기운은 온데간데없이 선연한 핏기가 돌고 있었다. 목구멍이 바짝 타올라 한 마디도 내뱉을 수 없었다.하지만 이영의 눈빛에 서린 기색을 살피던 소열은, 이내 자격지심에 그녀를 감싸 안았던 손을 슬그머니 떼어냈다. 잠시 서로를 응시하던 중 이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나직이 읊조렸다.“과연, 이것이 진정단의 힘이었구나.”“무, 무엇을 말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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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5화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서자, 이미 몸을 일으킨 소우연이 용강한의 곁에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이 제법 선남선녀처럼 어울려 보였다.“외삼촌…”이영은 소우연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어마마마, 방금 아바마마께서 저를 보고 가신 뒤, 필시 진 도사를 찾아가신 듯합니다.”“뭐라고?”용강한의 미간이 일순 찌푸려졌다. 다음 순간, 그가 소매를 한 번 휘두르자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을 만큼 순식간에 방 안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소우연 역시 법술을 써서 뒤쫓으려 하자, 이영이 그녀를 붙잡았다. “어마마마.”소우연이 이영을 바라보았다. “가서 네 부친을 찾아와야겠다. 오라버니가 말씀하시길, 이 세상에 진 도사를 이길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고 하셨어.”“저도 알고 있습니다…”이영은 결국 잡았던 손을 놓아주었다. 구름을 타고 안갯속으로 사라지는 소우연의 뒷모습을 보며, 이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다가올 미래에 대한 막막함을 느꼈다.한참이 지나자 다시 온몸이 저리고 기운이 빠지는 것을 느낀 이영은 슬그머니 소열의 손을 잡았다. 소열은 입술을 달싹였으나,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관성대를 걸어 나오며 이영은 심초운을 떠올렸다. 가슴을 에이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그와 한평생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었으나 세상일은 뜻대로 되지 않았고, 적어도 이 세계에서는 더 이상 그 소망을 이룰 수 없게 되었다. 한 나라를 다스렸던 제왕으로서, 이런 남녀 간의 정에 지나치게 마음을 쏟아서는 안 될 일이었다.관성대 위에 우뚝 선 이영이 입을 열었다. “네 몸은 내게 무척 유혹적이구나.”“……”소열의 심장이 다시금 세차게 요동쳤다. 폐하의 말씀에 무어라 답해야 할지 몰라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침묵을 지켰다.이영이 말을 이었다. “나는 천자이니, 삼궁육원을 거느린다 해도 과할 것이 없겠지.”소열은 입술을 굳게 깨물며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답했다. “당연히 그리하셔야 합니다. 역대로 태상황 폐하와 태후 마마를 제외하고는, 평생 단 한 명의 황후만을 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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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6화

이영은 손을 내밀어 무릎 꿇은 소열을 일으키려 했다.하지만 소열은 일어날 기색도 없이, 오직 간절한 희망이 서린 눈빛으로 이영을 올려다보았다. “폐하, 여쭈어보고 싶은 것이, 꼭 알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칼바람이 스치자 이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뻗었던 손을 거두었다. “말해 보아라.”소열은 긴장한 듯 마른침을 몇 번이고 삼켰다. 감히 이영을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한 채 고개를 떨구며 나직이 읊조렸다. “저도 앞으로… 다른 시군들처럼, 늘 폐하의 곁을 보필할 수 있겠사옵니까?”그 목소리는 깃털처럼 가벼웠으나, 이영의 귓가에는 천근만근 무겁게 내려앉았다.‘내게 다른 선택지가 있는가?’용강한조차 손을 쓰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마당에, 이 세계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이들이 규칙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어떻게 진 도사와 맞선단 말인가. 이영은 발치에 꿇어앉은 소열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소열의 유일한 잘못이라면, 그저 진 도사의 외손주라는 신분으로 태어난 것뿐이었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비극은 진 도사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는 것일 뿐, 소열 역시 그 운명을 강제로 받아들여야 했던 피해자였다.이영은 깊은 숨을 내뱉고는 손을 뻗어 소열의 턱을 치켜들었다. “짐을 연모하느냐?”소열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극한의 긴장감이 그를 짓눌렀다. “황궁으로 불려 와 폐하를 처음 뵈었던 그날부터, 저는 대역무도하게도 폐하를 마음에 품었습니다.”이영은 실소 섞인 숨을 내뱉었다. 고작 예닐곱 살 남짓했던 어린애가 무슨 대역무도와 연모를 안단 말인가. 그저 순수한 호감이었을 터, 남녀 간의 정과는 거리가 멀었을 것이다.“철이 든 이후로는 더욱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었습니다.” 소열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이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대담하구나. 참으로 대역무도해!”소열의 검은 눈동자가 이영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그녀가 턱을 잡고 있음에도 피하지 않았다. 손가락 끝에서 전해지는 은은하고 따스한 촉감이 그의 심장을 사정없이 뒤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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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7화

용안 위에 산더미처럼 쌓인 상소문들을 본 이영은 깜짝 놀라며 소열을 돌아보았다.소열은 당황한 듯 어쩔 줄 몰라 하며 고개를 숙였다. “신…… 신은 본래 정무에 익숙하지 않은 데다, 최근 워낙 많은 일이 벌어지지 않았사옵니까. 폐하를 찾는 데 온 정신이 팔려 도저히 처리할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우선 먹을 갈아라.”“예.”이영이 천천히 다가갔다. “앞으로는 '소인'이니 '신'이니 하는 말은 삼가거라. 입에 배었다가 신료들이나 이 내관 같은 이들 앞에서 말실수라도 하면 큰일이지 않느냐.”“예, 신… 아니, 알겠습니다.”말을 마친 소열은 용안 곁으로 다가가 벼루를 정돈했다. 물을 길어와 먹을 갈기 시작하자, 누에가 뽕잎을 갉아먹는 듯 사각거리는 소리가 서재 안에 울려 퍼졌다.자리에 앉은 이영은 소열이 먹을 갈아 나가는 솜씨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먹을 돌리는 품이 구름처럼 매끄러운 것을 보니, 그 역시 속이 깊고 활달한 성품임이 틀림없었다.이영이 첫 번째 상소문을 펼치자 북방의 설해 소식이 눈에 들어왔다. 조정에서 군사와 인력을 파견해 긴급히 구조해달라는 간곡한 요청이었다.그 뒤로도 몇 권을 더 넘겨보았으나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온통 눈 피해를 호소하는 글들뿐이었고, 그중에는 내년 봄 강남 일대의 홍수를 예방하기 위한 치수 자금을 요청하는 글도 섞여 있었다.상소문들을 살피던 이영의 미간이 점점 깊게 파였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소열을 슬쩍 쳐다보았다.소열은 숨조차 크게 쉬지 못한 채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게다가 그때는 오로지 폐하를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이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소열은 먹을 내려놓고 이영 앞에 무릎을 꿇었다. “폐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사실 소열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백성은 도탄에 빠져 신음하고 있었고, 지방 관료들은 조정의 구원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그런데 이 상소문들은 벌써 열흘 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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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8화

황제는 마치 얌전한 새색시마냥 무령국 공주이자 자신의 황후 곁에 앉아 조용히 먹을 갈고 있었고, 무령국 공주 이영은 붓을 들어 상소문을 훑으며 비답을 써 내려갔다.“무, 무엄합니다!”이 내관은 콧김을 씩씩대며 노발대발했다. 감히 여인이 그 자리에 앉아 황제를 대신해 상소문을 비평하다니, 이 무슨 망측한 일이란 말인가. 하지만 이영은 이 내관의 호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비답을 끝까지 적어 내려갔다.위 승상은 몇 걸음에 용안 앞으로 달려와 소열 앞에 넙죽 엎드렸다.“폐하! 황후마마에게 직접 붓을 들려 상소문을 살피게 하시다니, 이것이 어찌 법도에 맞는 일이옵니까!”소열은 순간 머릿속이 뿌연 안개라도 낀 듯 멍해졌다. 그는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조차 갈피를 잡지 못했다. 서재 안에는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이영은 그제야 붓을 내려놓고 위 승상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각진 얼굴에 강직함이 서려 있었으나, 한편으로는 고지식한 늙은이의 기질이 다분해 보였다. 이런 부류는 상운국이었다면 상대하기 쉬웠겠지만, 이곳 옥새국에서는… 게다가 지금 자신의 신분은 황후에 불과했기에 조금 까다로운 상대였다.이영은 살포시 미소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용안을 돌아 위 승상 앞으로 다가갔다.“위 승상, 어찌 법도를 운운하는 것이냐?”싱글벙글 웃는 이영의 면전에서 위 승상은 뒷목을 잡고 쓰러질 지경이었다. 더 기가 막힌 점은, 황제가 그 자리에 멀뚱히 앉아 단 한마디도 내뱉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사정을 모르는 이가 보았다면 황제의 혼이 쏙 빠져나갔거나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했을 터였다.“위 승상이 모르는 모양인데, 폐하께서는 지금 고질적인 두통이 도져 붓을 쥐는 것조차 힘겨워하고 계시네. 그래서 짐이… 아니, 내가 대신 비답을 적은 게야.”짐? 방금 스스로를 '짐'이라 칭했단 말인가?위 승상은 그만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곁에 있던 이 내관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내관은 “아이구!” 소리를 내며 소열 앞에 무릎을 꿇었다.“폐하, 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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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9화

위 승상은 눈앞의 광경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토록 망령된 짓을 일삼는 황제를 보며, 그제야 이 내관이 자신을 부르러 사람을 보냈을 때 왜 그토록 안절부절못했는지 뼈저리게 깨달았다.황제가, 한 나라의 주권자가 이토록 어처구니없이 변해버리다니!“위 승상, 이번은 초범임을 감안해 짐이 한 번은 넘어가 주겠네. 허나 다음번에도 이리 무례를 범한다면 그때는 결코 가볍게 넘기지 않을 것이야.”가볍게 넘기지 않겠다니? 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말인가. 위 승상은 누이의 유일한 혈육이자, 자신이 온 힘을 다해 보좌해온 황제를 바라보며 심장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한 참담함을 느꼈다.무슨 말이라도 내뱉고 싶었으나 입술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 이 서재 안에서 자신은 완벽한 고립무원이었다. 여기서 더 말을 보태봤자 돌아오는 건 황제의 진노뿐임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신,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위 승상은 포권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황한 이 내관이 급히 그를 붙잡았다.“승상, 승상 어른…!”위 승상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 내관을 힐끗 보았다. 지금은 그 어떤 위로도, 그 어떤 논의도 부질없었다. 다른 중신들을 포섭해야 했다. 저 요녀를 이대로 두었다간 나라가 결딴날 터였다.위 승상이 서재를 나서려던 찰나, 이영이 돌연 그를 불러 세웠다.“위 승상, 잠시 멈추거라.”위 승상이 싸늘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는 이영의 눈을 똑바로 쏘아보았으나, 이영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의연하게 그 시선을 받아냈다. 위 승상은 순간 그녀의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기세에 흠칫 놀랐다. 그 기세는 황제보다도 몇 수는 더 날카롭고 매서웠다.‘고작 무령국의 공주 따위가 어찌 이런 기운을 내뿜는단 말인가?’이영은 붉은 입술을 살짝 열어, 용안 위에 미리 분류해 둔 상소문을 몇 권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그것을 위 승상에게 내밀었다.“이것들은 내가 비답을 마친 것들이다. 그대가 살펴보고 문제가 없다면 즉시 집행하도록 하거라.”소열도 옆에서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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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0화

“승상 어른, 승상 어른! 혹여 폐하께서 협박이라도 당하신 게 아닐까요? 소인이 보기엔 지금 황의전 침궁에는 무령국 공주와 그 심씨 성을 가진 자가 머물고 있고, 정작 폐하께서는 줄곧 편전에서 지내시는 것 같습니다…!”“뭐라?”위 승상은 이미 머리끝까지 화가 치민 상태였다. 이영이 황제를 대신해 상소문을 살피는 것만으로도 기가 막힐 노릇인데, 황후라는 자가 외인인 심씨 놈과 함께 침궁에서 황제의 용상을 차지하고 잠을 자다니?“이 내관, 그 말에 책임을 질 수 있겠느냐!”이 내관은 제 뺨을 철썩 한 대 후려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소인이 어릴 적부터 폐하를 모셔왔는데 어찌 폐하의 성정을 모르겠습니까? 하오나 요 근래에는 폐하께서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건지 도무지 알 길이 없습니다. 게다가 폐하께서 친히 말씀하시기를, 앞으로 황후의 말이 곧 어명이니 소인들더러 무조건 따르라 하셨단 말입니다!”위 승상의 눈이 경악으로 휘둥그레졌다.“망령되도다! 참으로 망령돼!”이 내관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울상을 지었다. 황제가 왜 저러시는지 자신도 미칠 노릇인데, 위 승상까지 소리를 지르니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위 승상은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고 이 내관을 쏘아보았다.“확실한 게냐?”“그게… 저…”“그럼 똑똑히 지켜보거라.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위 승상은 눈을 가늘게 뜨며 서늘하게 뇌까렸다.“그때는 황제 폐하 주변의 간신을 제거하는 수밖에 없다!”그렇다, 지금 황제의 곁에는 요물들이 득실거리고 있었다. 황궁의 법도와 질서가 이토록 처참하게 무너졌으니,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었다.“승상 어른, 모든 것은 승상 어른의 손에 달렸습니다. 아니면 우리 영명하신 폐하께서 자칫 만고의 혼군이 되실지도 모릅니다!”위 승상은 다시 한번 깊게 숨을 들이켰다.“알았으니 물러가게. 궁 안의 일은 이 내관이 계속해서 세심히 살피도록 하고.”그는 궁을 나선 뒤 몇몇 대신들을 불러 모아 상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정무가 밀리는 것도 문제거늘, 황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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