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용 대인께서는 폐하와 마마를 맺어주셨습니다. 그렇다면 폐하께서는... 용 대인과 태후마마를 맺어주실 수 있으십니까?”“절대 그럴 일은 없다!”이육진이 서늘하게 대꾸했다. 그의 몸에서 순간적으로 뿜어져 나온 마기에 깜짝 놀란 심초운은 이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 역시 받아들이기 힘든 일인데, 태상황이야 오죽하실까.심초운은 침묵에 빠졌다. 이영이 이육진을 위로해 달라고 해서 왔건만, 대체 무슨 수로 위로한단 말인가. 무엇보다 소우연은 이육진을 아예 잊은 상태가 아닌가.한참이 지나서야 이육진은 화를 어느 정도 가라앉히고 심초운을 바라보며 물었다. “너와 영이, 너희 둘은 별일 없느냐?”심초운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마치 고자질을 하듯 혹은 억울함을 호소하듯 대답했다. “아바마마, 저희 세 사람은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어젯밤, 그는 소열을 실컷 두들겨 패주었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소열은 그와 이영 앞에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눈치는 있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이육진은 입을 살짝 벌린 채 심초운의 말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세 사람이 잘 지내고 있다니…이곳을 떠나기 위해서는 소열과 장소검이 핵심적인 인물들이다. 그러니 이미 이영과 소열 사이에 일이 벌어진 이상, 이제 와서 돌이킬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다고 심초운이 이영을 내칠 수도 없고, 이영이 정결을 잃었다고 해서 죽네 사네 할 성격도 아니지 않은가.이육진은 입술을 달싹이다가 뒷짐을 진 채 말했다. “영이는 상운국의 황제다. 시군이 한둘 더 있는 것쯤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지.”심초운이 쓴웃음을 지으며 되물었다. “그렇다면 태후마마께서 용 대인에게 깊은 정을 품고 계신데, 폐하께서는 그 두 사람을 성사시켜 주실 수 있으십니까?”“무엄하다!”깜짝 놀란 심초운이 즉시 무릎을 꿇었다. “폐하, 소자가 잘못했습니다. 태후마마의 상황은 소자의 경우와는 다른데 제가 잠시 말실수를 했습니다. 폐하, 부디 노여움을 거두어 주시옵소서!”이육진은 깊게 숨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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