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숙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더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가져온 선과 몇 알을 진청산에게 건넸을 뿐이었다.“그럼 몸조리 잘하세요. 무슨 오해가 있는 건 아닌지 꼭 확인해 보시고요. 제가 보기에 용 사제는 선악을 구별하지 못할 사람이 아니거든요.”“부인, 걱정 마시오. 내가 반드시 낱낱이 조사해 밝혀낼 것이니.”임혜숙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응혼지를 걸어 나왔다. 능운종 위로 영롱하게 피어오르는 선무와 수려한 산수를 바라보던 그녀는, 문득 전생의 기억 어딘가가 텅 빈 것 같다는 기분에 휩싸였다. 특히 진청산이 자신과 아령을 청루에서 데려온 뒤의 일들이 지나치게 공허하게 느껴졌다.“어머니.”그때, 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임혜숙이 고개를 돌리자 아령이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고 있었다.“어머니, 아버지는 좀 어떠세요?”“응, 많이 좋아지셨단다.”“정말이지, 그 벼락은 왜 아버지만 끈질기게 쫓아다니며 괴롭히는 건지 모르겠어요. 승천을 위한 천겁도 아니면서 말이에요. 천도가 너무 심한 것 같아요.”임혜숙은 깜짝 놀라 아령의 입을 막으며 낮게 주의를 주었다. “쉿, 함부로 말하지 마라. 다 듣고 계실라.”아령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알겠어요, 이제 그만 말할게요. 그나저나 제가 밤에 별자리를 살펴보니 인간계의 기운이 심상치 않더라고요. 아버지는 요양 중이시고 용 숙부님이나 현령 사숙님도 소식이 없으니, 제가 직접 가서 상황을 좀 살펴보고 올까 해요.”“네 아버지가 허락하지 않으실 텐데.”“아버지는 지금 움직이실 수도 없잖아요. 게다가 제 공력이 어디 가서 남에게 밀릴 수준도 아니니, 걱정 마세요.”임혜숙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아령의 수행은 이미 용강한을 넘어설 정도로 높았기에, 잠시 다녀오는 것쯤은 큰 문제가 없을 듯했다. 그녀는 딸에게 몇 가지 당부를 남긴 뒤 길을 열어주었다.……아령은 선인술을 펼쳐 무사히 옥새국에 당도했다. 특히 경성의 어느 관저 근처에 이르자, 하늘을 찌를 듯한 원한과 살기가 가득한 것을 발견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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