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겁에 질려 넋을 놓은 것을 보고, 소열이 엄한 목소리로 꾸짖었다. “폐하께서 은혜를 베푸셨거늘, 너희는 어찌 감사 인사도 올리지 않고 물러가지 않는 것이냐!”그제야 정신을 차린 궁녀와 내시가 눈밭에 머리를 박으며 연신 절을 올렸다. “폐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폐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사실 조금 전의 소동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곁을 지나던 소열의 옷자락에서 눈덩이가 떨어지자, 궁녀는 어린 내시가 일부러 장난을 치는 줄 알고 맞대응을 했던 것이고, 내시는 그녀가 자신과 놀아주려는 줄 알고 신이 났던 터였다.그 짧은 장난이 이토록 큰 화를 부를 줄 누가 알았겠는가. 다행히도, 새 여황제는 세간의 흉흉한 소문처럼 미치광이 폭군이 아니었다.궁녀와 내시는 허겁지겁 몸을 일으키더니, 한참을 뒷걸음질로 물러나고서야 등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황의전 앞마당에는 몇 그루의 홍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이영이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소열아, 저 매화 가지를 몇 개 꺾어 오너라. 내 침전에 장식하려 한다.”“예, 폐하. 명 받들겠습니다.” 소열은 즉시 매화나무로 향했다.이 내관의 제자인 운강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 뒤를 따랐다. 소열이 직접 매화를 꺾는 모습을 보며, 그는 스승님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을 떠올렸다. 비록 지금은 소열의 신분이 애매해지긴 했으나, 소열은 영원히 자신들의 마음속 황제라는 그 말을 말이다.황제에게 위험이 닥치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면 지체 없이 나서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았으나, 지금 상황에서 자신이 끼어들 자리가 있을지 고민이 깊어졌다. 소열이 저토록 새 황제를 극진히 보필하고 있는데, 공연히 다가갔다가 흥을 깨는 것은 아닐까.결국 운강은 멀찍이 서서 기회만 엿보기로 했다. 혹여 소열에게 사람의 손길이 필요해 보이면 그때 바로 달려갈 요량이었다.소열은 매화나무에 다가가 가장 빛깔이 곱고 수형이 아름다운 가지들을 골라 꺾었다. 꽃망울이 탐스럽게 맺힌 가지를 하나 골라 이영을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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