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apítulo 2141 - Capítulo 2150

2170 Capítulos

제2141화

옥새국.황의전 안에서 이영은 붓을 내려놓고 이 내관을 불렀다. 그녀는 방금 작성을 마친 상소문을 각 관서에 하나씩 하달하라고 명했다.위 승상이 목숨을 잃은 뒤, 소열은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움직였다. 그는 단 사흘 만에 용호군을 움직여 이영을 황제의 자리에 앉혔다.지금 옥새국 전역은 그야말로 발칵 뒤집힌 상태였다. 갑작스럽게 여황제가 등극했다는 소식에 민심은 흉흉하게 일렁였으나, 용호군의 서슬 퍼런 위세에 눌려 누구도 감히 불만을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게다가 시중에 떠도는 소문은 공포 그 자체였다. 새 여황제의 뒤에는 선황제와 용호군뿐만 아니라, 저 멀리 선문과 마족들까지 버티고 서서 조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참으로 천하가 어지러워질 징조였다. 옥새국은 물론이고 온 천하가 이토록 불안에 떨며 맞이하는 설날은 전무후무했다.이영은 몸을 일으켜 굳은 근육을 가볍게 풀었다. 그러고는 검 가판에 놓인 보검을 집어 들어 서재 한가운데서 휘두르기 시작했다. 이곳에서의 수련은 무척 간단하다던 용강한의 말이 떠올랐다. 상운국 시절, 그가 가르쳐주었던 도술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뜻이었다.하지만 도술이 일정 경지에 이르면 이 세계만의 독특한 수련법으로 전환해야만 했다. 다시 돌아갈 수 있든 없든, 그녀는 반드시 수련에 정진해야 했다. 절대로 누군가의 짐이 되고 싶지 않았기에…소열이 방 안으로 들어섰을 때, 그는 이영의 손에 든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은은한 백색 검기를 목격했다. 그 눈부신 광경을 지켜보는 그의 눈동자에 왠지 모를 익숙함이 스쳤다.이영은 인기척을 느끼고 나서야 검을 거두었다. 소열은 다가와 포권하며 이영 앞에 단정히 무릎을 꿇었다.“폐하, 내일이 설날인 관계로 인부들을 휴가 보냈습니다. 정월 초닷새부터 다시 흠천감 건립에 착수할 것입니다.”소열은 혹여 이영이 자신이 일부러 공사를 늦춘다 오해할까 싶어 말을 덧붙였다.“최근 며칠간 폭설이 쏟아져 공사를 진행하기에 무리가 따르는 점도 고려하였습니다.”이영은 창밖을 응시했다. 눈송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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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2화

그들이 겁에 질려 넋을 놓은 것을 보고, 소열이 엄한 목소리로 꾸짖었다. “폐하께서 은혜를 베푸셨거늘, 너희는 어찌 감사 인사도 올리지 않고 물러가지 않는 것이냐!”그제야 정신을 차린 궁녀와 내시가 눈밭에 머리를 박으며 연신 절을 올렸다. “폐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폐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사실 조금 전의 소동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곁을 지나던 소열의 옷자락에서 눈덩이가 떨어지자, 궁녀는 어린 내시가 일부러 장난을 치는 줄 알고 맞대응을 했던 것이고, 내시는 그녀가 자신과 놀아주려는 줄 알고 신이 났던 터였다.그 짧은 장난이 이토록 큰 화를 부를 줄 누가 알았겠는가. 다행히도, 새 여황제는 세간의 흉흉한 소문처럼 미치광이 폭군이 아니었다.궁녀와 내시는 허겁지겁 몸을 일으키더니, 한참을 뒷걸음질로 물러나고서야 등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황의전 앞마당에는 몇 그루의 홍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이영이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소열아, 저 매화 가지를 몇 개 꺾어 오너라. 내 침전에 장식하려 한다.”“예, 폐하. 명 받들겠습니다.” 소열은 즉시 매화나무로 향했다.이 내관의 제자인 운강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 뒤를 따랐다. 소열이 직접 매화를 꺾는 모습을 보며, 그는 스승님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을 떠올렸다. 비록 지금은 소열의 신분이 애매해지긴 했으나, 소열은 영원히 자신들의 마음속 황제라는 그 말을 말이다.황제에게 위험이 닥치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면 지체 없이 나서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았으나, 지금 상황에서 자신이 끼어들 자리가 있을지 고민이 깊어졌다. 소열이 저토록 새 황제를 극진히 보필하고 있는데, 공연히 다가갔다가 흥을 깨는 것은 아닐까.결국 운강은 멀찍이 서서 기회만 엿보기로 했다. 혹여 소열에게 사람의 손길이 필요해 보이면 그때 바로 달려갈 요량이었다.소열은 매화나무에 다가가 가장 빛깔이 곱고 수형이 아름다운 가지들을 골라 꺾었다. 꽃망울이 탐스럽게 맺힌 가지를 하나 골라 이영을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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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3화

하지만 지금, 소열의 귀에 아령이 진청산을 '아버지'라 부르는 소리가 비수처럼 날아와 꽂혔다.아버지라니…이 세계는 진청산이 만든 공간이다. 그렇다면 그를 아버지라 부르는 저 여인은, 상운국 밀서에 기록된 이아령이란 말인가?소열의 머릿속으로 과거 황제와 함께 장서각에 갔던 기억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그때 보았던 권수 속 이아령의 초상화. 기억 속 그 얼굴은 눈앞에 서 있는 여인과 소름 끼칠 만큼 닮아 있었다.진청산, 아령, 그리고 진검이라 불리는 본인까지…결국 아령이 자신의… 어머니란 말인가.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소열은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 손끝에서 시작된 떨림이 온몸으로 번져나갔다.이영은 즉시 소열의 이상을 알아채고 그의 손목을 꽉 움켜쥐었다. “소열아, 괜찮으냐? 어디 불편한 곳이라도 있느냐?”그제야 소열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이미 오래전에 죽었다. 눈앞의 존재는 진청산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었다.그렇다 해도, 저 여인의 영혼만은 어머니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소열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진청산이 입을 열었다. “아령아, 네 눈앞에 있는 자는 평범한 황제가 아니다. 저 자는 바로 네 유일한 혈육, 네 아들 진검이다.”“뭐라고요?”아령이 화들짝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아버지, 어찌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진청산이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거짓말이 아니다. 네가 잃어버린 그 몇 년간의 기억… 속세의 인간과 사랑에 빠져 낳은 아이가 바로 저놈이다.”“그렇다면, 이 아이 아비는 어디 있습니까?”“그 인간 놈은 이미 윤회에 들었다.”진청산에게 이씨 가문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제 딸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한 놈들이 아니던가. 그런 자들을 이 세계에 다시 살려낼 이유 따위는 없었다.사실 진짜 아령의 혼백은 이미 오래전 용강한에 의해 소멸해 이 세상에 한 조각도 남아 있지 않았다. 눈앞의 아령은 진청산이 억지로 빚어낸 허깨비에 불과했다.아령은 넋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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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4화

“닥쳐라! 감히 내 앞에서 손자 놈을 속이려 들다니!”진청산이 매섭게 호통쳤다.이영은 진청산의 분노와 함께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기파를 느꼈다. 마치 실체화된 살기처럼 그녀를 옥죄어 왔다. 자신도 모르게 손끝이 파르르 떨리던 찰나, 소열이 그녀의 손을 꽉 움켜잡았다. 그는 고개를 들어 진청산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단호하게 선언했다.“저는 명이도, 진명도, 진검도 아닙니다. 저는 소열, 오직 폐하의 사람일 뿐입니다.”“이런 망할 놈이! 이제는 제 어미조차 몰라보겠다는 것이냐?”어머니라고? 소열은 아령을 보았고, 아령 역시 소열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얽혔지만, 소열에게 느껴지는 것은 그 어떤 혈연의 이끌림도 아닌 차가운 이질감뿐이었다. 그에게 아령은 지독히도 낯선 타인이었다.“저는 평생을 이씨 집안에서 자랐습니다. 그 분들은 그저 평범한 백성들이었지요. 이름 높은 귀비니, 왕비니 하는 이아령 따위는 본 적도 없습니다.”“끝까지 네 어미를 부정하겠다는 말이냐!”“애초에 알지도 못하는 사람입니다.”소열의 기억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낡은 마당, 이씨 가문의 조부모와 부모님, 그리고 누이들뿐이었다. 기억 속의 어머니는 마르고 안색이 창백했던 여인이었다.진짜 생모라는 이아령에 대해서는, 황제가 보여준 밀서에서 '나라를 망친 요녀'로 그려진 초상화를 본 게 전부였다. 지금 눈앞의 여인이 그 초상화와 꼭 닮아 있기는 했으나, 그것이 소열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했다.아령은 입을 달싹였으나 차마 말을 내뱉지 못했다. 그녀 역시 눈앞의 무뚝뚝해 보이는 사내에게서 그 어떤 모성애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아버지, 정말로 저 아이가 제 아들이 맞습니까? 어찌 저와는…”“당연히 사실이다.”진청산이 커다란 소매를 휘두르자, 아령의 뇌리 속으로 낯선 기억의 파편들이 강제로 주입되었다.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환상 속에서 그녀는 이름 모를 인간과 사랑을 나누고 소열을 낳았다. 하지만 그녀는 알지 못했다. 이 모든 것이 진청산이 조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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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5화

“이 미련한 놈아! 너라는 존재가 없으면 저 계집은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고, 살고 싶어도 살지 못할 처지이거늘!”“네가 없으면 저 계집은 사람으로서의 존엄조차 지키지 못할 터인데, 너는 어찌하여 저 계집 위에 군림하여 주인이 되지 못하고 그저 희롱이나 당하는 장난감으로 전락한단 말이냐!”“제아무리 한때 고귀한 신분이었다 한들, 지금은 네 곁에 가두고 손쉽게 취할 기회가 네 앞에 있지 않느냐! 그런데 어찌하여 스스로를 천대하며 저 계집에게 황제 자리까지 바친단 말이냐. 어찌 이리도 너 자신을 가벼이 여긴단 말이야!”진청산은 울화가 치미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내 너를 왜 진명이라 부르지 않았는지 아느냐? 그저 침묵하며 살라는 뜻이 아니라, 한 자루 날카로운 검이 되어 네 스스로 인생의 주인이 되라는 뜻이었다! 저 계집의 손에 쥐인 검이 되어 네 외조부의 이 애끓는 진정을 찌르라고 지어준 이름이 아니란 말이다!”진청산은 제 뜻을 몰라주는 손자가 원망스러운 듯 몰아붙였다. 곁에서 이를 지켜보던 현령 선자는 오늘따라 진청산의 감정이 지나치게 격앙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평소의 여유롭던 모습과는 너무도 대조되는 살기 어린 기운이었다.'수도하는 자가 어찌 이토록 독한 살기를 내뿜는단 말인가?'현령 선자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희가 이곳에 온 것은 마족의 무리를 찾기 위함이 아닙니까. 인간 세상의 남녀 간 정사에는 그만 관여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비록 진청산이 소열을 자신의 외손주라 칭하고는 있었으나, 현령의 귀에는 그들의 대화가 전생과 현생이 뒤섞인 듯 모호하고 기이하게만 들렸다.아령 또한 미간을 찌푸리며 진청산을 만류했다. “아버지, 이 아이에게 시간을 좀 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스스로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적어도 저 아이는 무령국의 공주를 진심으로 연모하여 지키려는 듯 보입니다.”아령은 소열이 자신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묘한 감정의 변화를 느꼈다. 제 자식이 누군가를 연모하고 지키려 하는 모습이 인지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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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6화

“정말 마계로 돌아갔다면 골치 아프게 되었군요.“ 아령이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현령 선자는 미간을 찌푸린 채 의문을 제기했다. “어째서 그들만 유명계를 빠져나올 수 있었던 걸까요? 다른 마족들은 여전히 갇혀 있는데 말이죠. 게다가 마계와 인계의 결계를 어찌 이리 자유자재로 여닫는단 말입니까. 혹시 영염석이라도 손에 넣은 것 아닐까요?”진청산은 대답 대신 차가운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영염석은 진작 소우연의 심장과 하나가 되어 박동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는 소우연이 영염석의 화마에 잠식당해 고통받기를 원했고, 오직 용강한이 가진 응빙자만이 그 고통을 잠재울 수 있게 판을 짰다. 이육진이 소우연과 평생 해로하며 살게 내버려 둔다고? 그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또한 용강한! 그 고고한 척하던 자가 제 정인이 고통에 몸부림치며 품에 안겨오는데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리 있겠는가. 이건 진청산이 그에게 베푸는 아주 잔인하고도 큰 은혜였다. 둘을 맺어주어 자식까지 낳게 한 뒤, 그 어린 생명들의 혼비백산하는 꼴을 보여줄 작정이었다. 이 원한은 결코 이대로 끝낼 수 없었다.“그렇다. 필시 영염석의 위력을 빌렸기에 유명계를 그리도 쉽게 드나드는 것이겠지.”“하지만 영염석이 유명계에 있었다면 수천 년간 발견되지 않았을 리가 없는데, 어찌하여…”진청산이 현령 선자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을 잘랐다. “그건 우리 수선 문파에 배신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현령 선자의 머릿속에는 용강한과 소우연 사제지간의 얼굴이 떠올랐다. 본래 용강한에게 흠모에 가까운 호감을 품고 있었던 그녀였기에 충격은 더 컸다. 오선 중 하나인 그가 도대체 왜 마족을 돕는단 말인가.“아버지, 설마 용강한과 소우연 사제를 말씀하시는 건가요?”“그들이 아니면 또 누가 있겠느냐!”진청산이 비웃으며 덧붙였다. “영염석 같은 보물이 유명계 바닥에 그냥 굴러다녔을 리 없다. 밖에서 누군가 이를 얻어 유명계의 마존과 내통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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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7화

진청산이 손을 거두자마자 소열의 몸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이영이 급히 다가가 그를 살폈다.“괜찮느냐?”소열은 대답 대신 고개를 저었으나, 전신을 짓누르는 고통에 신음조차 제대로 내뱉지 못했다.진청산이 차갑게 쏘아붙였다.“네가 일편단심 연모하는 저 여인이, 너에게 조금이라도 정이 있는지 똑똑히 보거라. 그래야 네가 장래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저 여인을 대해야 할지 깨닫게 될 터이니!”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진청산이 손을 까딱하자, 정체 모를 알약 하나가 소열의 입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소열이 미처 저항할 새도 없이 약은 이미 식도를 타고 넘어가 버렸다.“장문, 저 아이에게 무엇을 먹이신 겁니까?”현령 선자가 의아한 듯 물었다. 진청산이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별것 아니다. 두 사람의 인연이 예사롭지 않아 정해진 부부나 다름없으니, 내 그저 그 인연을 한 번 더 밀어준 것뿐이지.”“그것이라면…”현령이 말을 흐리자 진청산이 말을 돌렸다.“현령 선자, 지금 급한 것은 용강한과 소우연, 그리고 마계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논의하는 것이다. 그들이 마계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날에는 인간 세계는 곧 연옥이 될 것이야.”현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옳습니다.”아령 역시 거들었다.“아버지, 그 자들이 마계에 숨어든 것은 결국 실력이 아버지만 못하여 시간을 벌려는 심산이 아니겠습니까?”“그렇지.”“그렇다면 반드시 결계를 깨뜨릴 방법을 찾아내어, 그 자들이 더 이상 법망을 피해 호의호식하게 두어서는 안 됩니다!”“그래.”말을 마친 진청산은 소열과 이영을 차갑게 훑어본 뒤, 아령과 현령을 데리고 푸른 연기처럼 허공으로 사라졌다. 그들이 떠나자 그동안 이 일대를 짓누르던 결계도 흔적 없이 걷혔다.결계가 사라지자마자 멀리서 태감과 궁녀들이 달려와 이영과 소열 앞에 엎드렸다.“폐하를 뵙습니다….”이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다급히 명령했다.“어서 소열을 침궁으로 부축하거라!”“예, 폐하.”어린 태감들과 궁녀들이 달려들어 소열을 부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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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8화

“이 내관.”이영이 나지막이 불렀다. 이 내관은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예, 폐하. 여기 있습니다.”“가서 영재인을 불러오너라.”“영, 영재인을 말씀이십니까…?”이영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어서 가서 데려오너라.”이 내관은 침상 위의 소열을 다시 한번 살피더니, 그제야 상황이 파악된 듯했다. 소열이… 최음제에 당했단 말인가? 하지만 이영과 소열은 명색이 부부 사이가 아닌가. 그런데 어찌하여 직접 돕지 않고 영재인을 찾는 건지 의아할 따름이었다.소열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가로막았다.“잠깐!”“그게, 저…”이 내관이 망설였다.“나가라고 하지 않느냐!”소열이 호통을 쳤다.이 내관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는 어찌할 바를 몰라 발만 동동 굴렀다. 이영이 소열을 내려다보며 물었다.“네가 정녕 홀로 견뎌내겠다는 것이냐, 아니면 내가 직접 도와주길 바라는 것이냐?”소열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진청산이 했던 말들을 떠올렸다. 사실 진청산의 입을 빌리지 않더라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폐하의 마음속에서 자신은 그저 해독제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는 폐하의 해독제였으나, 폐하가 기꺼이 그의 해독제가 되어주지는 않을 터였다.“썩 나가거라!”소열이 손을 휘저으며 이 내관을 거듭 꾸짖었다. 이 내관은 눈물을 훔치며 이영 앞에 무릎을 꿇었다.“폐하, 폐하. 저희 전하께서는 폐하께 일편단심 충성해 오셨습니다. 부디 가엾은 저희 전하를 가련히 여겨 주시옵소서.”이영의 눈매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이 내관은 어쩔 수 없이 몸을 굽히고 침전을 물러났다.이영은 침상에서 멀찍이 떨어져 섰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진청산은 정말이지 비열하기 짝이 없었다. 그녀는 침상 곁으로 다가가 소열이 고통스럽게 이불을 쥐어뜯는 것을 지켜보았다. 얻지 못하는 괴로움이 어떤 것인지 그녀 또한 잘 알고 있었다.“소열아, 어찌 이리 미련하게 구느냐?”“폐하… 이 정도 고통은… 아무렇지도 않습니다.”“내 너를 시군으로 대우하겠다고 약속했었지.”이영이 나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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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9화

이영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명했다.“물러가라.”“폐하, 이 약 기운이 너무도 맹렬하여 제때 해결하지 못하면 전하께서는 목숨을 잃으실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전하는 폐하의 시군이 아니십니까?”어의는 한때 자신의 주군이었던 이를 위해 감히 폐하께 간청했다. 이영은 그런 어의를 차갑게 쏘아보며 다시 한 번 일갈했다.“물러가라 하지 않았느냐.”“예, 예…”어의는 더 이상 대꾸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서둘러 약상자를 챙겨 물러났다.이영은 편전 문가에 서서 먼 곳을 응시했다. 심초운이 말하길, 저 먼 곳이 바로 유명계라 하였다. 불운산이 있는 방향… 그가 바로 저곳에 있다.향 하나가 다 탈 무렵, 이 내관이 영재인의 손을 이끌고 미친 듯이 달려왔다. 얼마나 급하게 뛰어왔는지 영재인의 머리는 엉망으로 흐트러져 있었다.“폐하를 뵈…”“들어가거라.”이영은 인사를 채 마치기도 전에 영재인을 안으로 밀어 넣었다.“소열을 정성껏 모시거라. 절대로 너를 박대하지 않을 터이니. 허나, 만약 소열의 신상에 조금이라도 변고가 생긴다면 네게 그 책임을 엄히 물을 것이니 그리 알거라!”“폐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영재인은 살짝 몸을 굽혀 절했다. 드디어 천재일우의 기회를 얻었다는 생각에 그녀는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이 내관은 흐르는 땀을 닦으며 소열이 무사하기만을 간절히 빌었다. 이영이 곁에서 명했다.“가서 목욕물을 준비하거라. 무슨 일이 생기면 즉시 내게 보고하고.”“예, 폐하.”이 내관이 대답했다. 하지만 이영이 자리를 뜨자마자 그는 바닥에 침을 퉤 뱉으며 냉소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정말이지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이군. 우리 전하의 일편단심을 이토록 잔인하게 짓밟다니.”이 내관은 멀찍이 서 있던 운강을 향해 소리쳤다.“어서 가서 목욕물이나 준비해라!”“예, 예!”운강은 오늘 벌어진 일들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폐하께서 자신의 시군인 전하를 영재인에게 넘기다니. 영재인 역시 한때 소열의 여인이었으나 단 한 번도 총애를 입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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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0화

소열의 이마에는 푸른 핏대가 솟아올랐고, 온몸은 마치 삶아 놓은 새우처럼 붉게 달아올랐다.그때, 소열이 영재인에게 다가가는 것이 아닌가!이글거리는 욕망의 불꽃 속에서도 그는 필사적으로 이성을 붙들고 있었다. 소열은 영재인을 홱 잡아 일으키더니,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편전 문을 향해 걸어갔다. 영재인을 밖으로 내던지려던 그는 문이 밖에서 잠겨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어서 문을 열거라!”쇳소리가 섞인 거친 음성에 밖에서 대기하던 이 내관이 소스라치게 놀랐다.“황… 아니, 전하.”“어서 문을 열라고 하지 않느냐!”소열이 포효했다.“예, 예!”이 내관이 황급히 문을 열었다. 혹여나 영재인이 도망칠까 봐 걸어 잠근 문이었으나, 문이 열리자마자 영재인이 허공을 날아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그녀는 신음 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전하…”이 내관이 조심스럽게 그를 불렀다. 소열의 눈은 핏발이 서서 시뻘겋게 충혈되어 있었고, 온몸은 마치 욕조에서 막 나온 듯 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소열은 이 내관을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폐하께 전해라. 폐하를 향한 나의 충심은, 해와 달이 증명할 것이라고!”말을 마친 소열은 편전 문을 쾅 닫아버리고는 곧장 세면실로 향했다. 온몸을 휘감는 욕화가 그를 집어삼킬 듯 타올랐다. 모든 것을 터뜨려 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소열은 겉옷을 거칠게 벗어 던지고 욕조 안으로 몸을 던졌다.머릿속에는 그날, 폐하와 함께했던 은밀하고도 아름다웠던 장면들이 끊임없이 교차했다. 이제 인내와 절제는 한계에 다다라 있었다. 소열은 갑자기 눈을 번뜩이더니,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고는 물속으로 거칠게 밀어 넣었다…거센 광풍이 몰아치는 밖의 풍경처럼, 물소리와 거친 숨소리가 어지럽게 뒤섞였다.……이 내관은 한참을 흔든 끝에야 겨우 영재인을 깨웠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힐난했다.“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냐? 전하를 모시라고 들여보냈거늘!”영재인은 억울함에 몸을 떨었다.“모시지 않은 게 아닙다. 전하께서 소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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