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Bab 311 - Bab 320

488 Bab

제311화

강나현은 강성진의 호흡이 가빠지는 것을 느끼고 상황을 뒤집을 희망이라도 본 듯 서서히 안도했다.‘그래, 이제 강민아가 맞아서 이빨이 뽑힐 차례야!’강성진은 강나현의 휴대폰 앨범 속 강민아와 관련된 영상을 지우고 숨을 고르더니 손을 들어 또다시 강나현의 뺨을 때렸다.거센 바람 소리와 함께 손바닥이 강나현의 얼굴을 강타했다.강나현의 입에 머금었던 솜뭉치가 끈적끈적한 피와 섞여 바닥에 튀어나왔다.“강나현, 이 망할 것! 날 해친 것도 모자라 민아까지 해치려고 들어? 강씨 가문을 무너뜨리고 싶은 모양이구나! 내가 오늘 너 때려죽인다.”강성진은 당장이라도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아니에요!”강나현이 피를 뱉자 혀끝에는 온통 비릿한 피 냄새가 진동했다.소리를 질렀지만 그녀의 설명은 모두 부질없는 짓이었다.강성진은 왜 그녀를 믿지 않는 걸까.휴대폰을 강나현에게 던진 뒤 강성진은 벨트를 풀었다.강나현은 강성진이 벨트로 자신을 채찍질하려는 것을 보고 겁에 질린 표정을 드러냈다.그 순간 강성진의 휴대폰이 울렸다.벨트로 강나현을 한 대 세게 내려친 뒤 다른 한 손으로 휴대폰을 꺼냈다.“여보세요.”강성진은 발신자를 확인한 후 전화를 받았다.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들어와요.”강승 테크의 주요 주주 몇 명이 들어왔고 맨 앞에 있던 사람이 말했다.“성진, 지금 여론이 자네한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어. 옴 쪽에서는 입찰에서 빠지려고까지 해!”강성진은 그 말에 덩달아 조바심을 냈다.“네? 어떻게 멋대로 발을 뺀다는 거죠? 지금 당장 옴 테크 쪽 임원에게 연락해 봐야겠어요!”또 다른 주주가 강성진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지금 어디든 자네가 나서면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것과 같다는 걸 몰라? 사람들 웃음거리가 되고 싶어?”“난...”주주들은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우린 고심 끝에 만장일치로 자네가 먼저 대표 사임 발표를 하길 바라네. 그래야 자네나 회사에 대한 불리한 여론이 잠잠해질 거야.”“어떻게 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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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2화

강나현은 다급한 어조로 강민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아빠! 이 모든 게 강민아가 우리를 해치려고 짠 계획이에요!”그런데 얼굴 전체가 돼지처럼 부어올라 말을 해도 발음이 정확하지 않고 목소리가 어눌하게 들렸다.그런 그녀의 말에 강성진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아 서둘러 벨트를 반으로 접은 뒤 강나현의 콧대를 조준해 휘둘렀다.“민아랑 내 부녀 사이 이간질할 생각 마!”강나현은 당황했다. 강성진이 왜 갑자기 강민아 편을 드는 걸까.“아빠가 키운 자식은 저예요! 강민아랑 무슨 감정이 있다고 그래요? 애초에 데려올 생각도 없었잖아요!”“닥쳐!”강성진은 화가 났다. 그의 평판은 무너졌지만 강민아의 기세는 하늘을 찌르고 있으니 앞으로 그녀에게 의지해야 할 일이 많은데, 강나현이 대놓고 헛소리하는 걸 그냥 둘 리가 없었다.강성진이 소리를 질렀다.“테이프 가져와!”작고 하얀 손이 검은 테이프를 건넸다.강기성은 강성진에게 테이프를 건네는 김예나를 보고 날카로운 눈썹을 들썩였다.강성진이 테이프를 찢자 강나현이 경악하며 소리를 질렀다.“아빠, 뭐 하는 거예요?”강성진이 매섭게 그녀를 노려보았다.“네 망할 입을 막으려는 거지!”강성진은 본인과 강민아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걸 잘 알았다. 강민아가 강씨 가문에 돌아온 지 9년이 지났어도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눈 건 손에 꼽힐 정도였다.게다가 둘은 한때 팽팽하게 맞서 싸운 적도 있었다.하지만 이제 강성진은 강민아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었다.“아빠! 하지 마요!”강나현이 비명을 질렀지만 강성진의 행동에 전혀 저항하지 못했다.강성진이 곧장 테이프로 그녀의 입을 감자 김예나는 한쪽에 서서 진흙탕처럼 혼탁한 눈빛으로 싸늘하게 지켜보고 있었다.비슷한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한때 강나현은 그녀를 화장실에 가두고 테이프를 붕대 삼아 눈과 머리, 입, 코를 감아 숨도 못 쉬고, 살려달라고 애원할 힘조차 없게 만들었다.그렇게 그녀가 죽기만을 기다리며 어둠 속에 잠식되어 갈 때 가위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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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3화

주부에게 이런 야망이 있다니 제법 놀라웠다.강민아가 심은호와 손을 잡고 연인관계라는 사실을 공개한 건, 심은호 명의로 된 회사를 이용해 우강 그룹을 완전히 집어삼키기 위해서였다.이제 강민아가 임시 대표직을 맡았으니 분명 강승 테크의 인수를 서둘러 진행할 거고, 머지않은 시일 내에 정식으로 인수 계약을 진행할 거다.이런 생각을 하며 우경아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일단 먹잇감을 포착했으면 절대 그녀의 손바닥을 벗어날 수 없었다.강승 테크를 인수하는 것 따위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강민아라는 주제넘은 주부를 만나게 되었다.강민아가 독단적으로 태산 그룹과 인수 프로젝트를 끝내려 한다면 그녀도 손을 쓸 수밖에.우경아는 피식 웃으며 휴대폰을 들고 강민아에게 전화를 걸었다.상대가 전화를 받자 그녀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민아 씨, 우리 둘이 협업하고 있는 새로운 기술 프로젝트는 중단해야겠어요.”강민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우 대표님, 무슨 말씀이세요?” “당신 아웃이란 뜻이에요.” 우경아의 목소리에 놀리는 듯한 웃음이 번지자 강민아가 말했다.“우 대표님, 제가 직접 개발한 독점 알고리즘을 드렸는데 저를 쫓아낸다고요?”“그렇죠.” 우경아가 가볍게 말했다.“민아 씨, 우리 팀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줘서 고마워요. 그쪽이 없어도 우리 팀이 이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러니 이제 그쪽은 필요가 없죠.”강민아가 미소를 지었다.“우 대표님, 그냥 솔직하게 말하세요. 저한테서 원하는 게 뭔데 갑자기 마음을 바꾼 거죠?”우경아가 말했다.“나랑 계속 일하고 싶으면 강승을 나한테 팔아요. 지금 그쪽이 강승의 결정권을 쥐고 있잖아요.”강민아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담담했다.“우 대표님께선 얼마에 강승을 인수할 생각인데요?”우경아가 붉은 입술을 말아 올렸다.“이미 40억 줬을 텐데요.”강민아가 소리를 내어 웃었다. 재계 마녀라고 불리는 우경아의 수법을 지금 그녀가 직접 겪고 있다.우경아가 재계에서 아무런 불이익도 당하지 않고 살아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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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화

“반하준이 열이 나는 것 같습니다.”“약은 먹였어요?” 강민아의 목소리는 무심했고 경호원이 그녀에게 답했다.“먹지 않겠다는 걸 억지로 먹였더니 제 동료의 손을 물었어요.”그가 덧붙였다.“기어코 강민아 씨를 만나겠답니다.”반하준을 감금한 다음 날 음식을 가져다준 것을 제외하고는 다시는 그를 만나러 가지 않았다.강민아는 남자를 아무리 때려도 아무런 쾌감이 느껴지지 않았다.앞서 우경아가 장기명을 무참히 짓밟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보면서 누군가를 때리는 것이 정말 그렇게 즐거운 일인지 의아해했다.분명 분이 풀리니까 강성진도 그렇게 폭력을 행사하겠지.하지만 강민아는 반하준을 아무리 때려도 별 흥미가 생기지 않았고, 상대를 짓밟고 괴롭히는 것에서 쾌감이나 만족감을 얻지는 못했다.반하준이 지금 갇혀 있어도 그를 보러 가기 싫었고 심지어 그의 몸에서 나는 악취가 그녀에게 옮는 것 같아 역겨웠다.경호원이 말했다.“지난 며칠 동안 음식을 가져다주었는데도 먹지 않고 그날 가져다준 죽만 달라고 아우성칩니다.”신이 정성 들여 만들어도 저렇게까지 미친놈으로 만들진 못할 거다.강민아는 마음속으로 저주했다.“몸에 난 상처는 다 나았죠?”“네.”“어떠한 흔적도 보이지 않나요?”강민아가 다시 한번 확인했다.“네, 의학적인 방법으로도 더 이상 몸에 있는 상처를 발견하기 어렵습니다.”강민아는 며칠 동안 반하준의 몸에 있던 상처가 최대한 빨리 회복될 수 있도록 경호원들에게 반하준의 손목을 묶고 있던 수갑을 조금 풀어주라고 했다.경호원들은 수갑을 풀면 반하준이 도망칠까 봐 걱정되어 도망칠 기회를 주지 않으려고 순찰을 강화했다.하지만 며칠 동안 순찰을 하여도 반하준이 수갑을 풀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경호원들은 반하준이 너무 배가 고파서 탈출을 시도할 힘도 없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강미아가 그들에게 지시했다.“기절시킨 다음 주사를 놓고 병을 매달아 풀어주세요.”경호원이 정중하게 답했다.“네...”...질퍽한 땀방울이 반하준의 이마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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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5화

오소정은 반하준의 질문에 어리둥절했다.“대표님 출장 다녀오셨잖아요.”이번엔 반하준이 당황할 차례였다.그의 얼굴에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누가 그러던가요?”반하준의 질문에 그녀는 형언할 수 없이 이상하고 미심쩍은 기분이 들었다.“네? 저는 며칠 전에 출장 갔다고 전해 들었는데요.”반하준은 그제야 반용화가 둘러댄 핑계라는 걸 알아차렸다.그가 수감된 7일 동안 반씨 가문 안팎에서는 아무도 그가 실종된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채 모두 그가 출장을 갔다고만 생각했다.반하준은 서재에 들어섰다.반씨 가문 대문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한 그는 어젯밤 새벽에 기사 이기훈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확인했다.오소정과 다른 도우미들이 그를 맞이하러 나왔지만 그들은 반하준에게서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했다.이기훈에게 물었지만 그는 어젯밤 반하준의 연락을 받고 11시 20분에 라이언 클럽에 데리러 왔단다. 그곳에서 반하준은 친구들의 부축을 받으며 밖으로 나왔다.반하준이 취해서 인사불성이 된 상태를 보고 그도 놀랐지만 고용주에게 감히 물어볼 수는 없었다.이기훈이 자리를 뜬 후 반하준은 업무 스케줄을 확인했다.업무 일정표에는 그가 비즈니스 차 리조트에 가는데 비밀 일정이라고 표기되어 다들 리조트에서 일주일을 보낸 줄로만 알고 있다.그는 휴대폰을 꺼냈다.방에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침대 머리맡에 휴대폰이 놓여 있었다.반하준이 휴대폰 기록을 살펴보자 갇혀 있는 동안에도 휴대폰은 정상적으로 전화와 메시지를 주고받은 기록이 남아 있었다.이메일을 클릭하니 누군가 그를 대신해 메일로 업무를 독촉했는데 말투나 사용하는 단어가 평소 그가 쓰는 것과 똑같았다.그는 통화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통신사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내 반하준은 자신과 똑같은 목소리로 누군가 여러 기업의 대표나 그의 지인들과 대화하는 목소리를 들었다.상대는 그의 업무와 사생활을 완벽하게 장악했다.그만 알고 있는 사업 비밀도 그를 대신해 전화를 받고 연기한 사람이 전부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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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6화

이것 역시 그의 실종과 복귀를 반용화가 조종하고 있다는 의미였다.식당으로 들어선 반하준은 익숙한 음식을 바라보며 문득 오랜만인 것처럼 느껴졌다.“하준아, 너 왔구나.”오랜만에 아들을 본 연진숙이 안으로 들어섰다.“어머니.”반하준이 무심하게 인사를 건네자 그녀는 자리에 앉아 아들과 함께 밥을 먹었다.포크를 든 반하준은 즐겨 먹는 서양식 아침 식사를 앞에 두고도 전혀 입맛이 없었다.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었지만 강민아가 가져다준 죽이 먹고 싶다는 충동이 더더욱 강하게 밀려왔다.“닭죽 좀 끓여주세요.”반하준의 지시에 오소정은 머뭇거렸다.“네? 그걸 끓이려면 최소 30분은 걸릴 텐데...”오소정이 연진숙을 힐끗 돌아보자 그녀가 경악하며 물었다.“왜 갑자기 그게 먹고 싶어? 죽은 배도 안 부르고 양식이 한식보다 영양가가 더 높지!”반하준은 오소정에게 말했다.“끓이세요.”“네네, 사모님께서 남겨둔 메모 확인해 볼게요.”‘사모님’이라는 말에 반하준의 가슴이 설레며 그가 오소정에게 물었다.“강민아가 뭘 남겼나요?”오소정이 걸음을 멈추었다.“사...”“지금 뭐라고 했어?”연진숙이 노려보자 오소정은 당황한 듯 말을 바꿨다.“강민아 씨가 전에 대표님과 도련님의 생활 습관과 식습관을 기록한 메모를 남겼어요.”반하준은 강민아가 오소정에게 메모를 남겼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갖고 와요.”오소정이 반하준에게 휴대폰을 넘겼다.“파일로 된 것 말고도 직접 프린트 해서 다른 도우미들에게 나눠주라고 했어요.”강민아가 남긴 메모 덕분에 도우미들은 그녀가 떠난 후에도 반하준과 민이를 챙길 수 있었다.반하준은 자신과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한 강민아의 메모를 살펴봤다.강민아는 그와 아이들을 깊이 사랑하고 있었다.그렇게 사랑했는데 어떻게 하루아침에 애정이 식어버릴 수가 있나.반하준이 오소정에게 말했다.“이 메모 저한테도 하나 보내줘요.”오소정이 휴대폰을 가져가며 답했다.“네.”“그걸로 뭐 하려고?”연진숙이 묻자 반하준은 싸늘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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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7화

연진숙도 조금 놀랐다. 평소 같으면 반하준은 그 이름을 거론하지도 않았을 거다.“하준아, 요즘 강민아와 만난 적 있니?”반하준의 얼굴이 다소 어색하게 바뀌며 서늘하고 무심한 표정이 잘생긴 얼굴 위로 드리웠다. 어머니 앞에서도 그는 여전히 차가운 모습을 보였다.“아니요.”연진숙 역시 아들이 강민아와 다시 엮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걔는 어쩌다 운 좋게 강승의 임시 대표가 됐어.”연진숙은 누가 봐도 조롱 섞인 어투로 말하며 강민아가 강승의 임시 대표가 된 것을 못마땅해했다.“우리 집에 있을 때 집안 살림도 못하던 애가 무슨 회사를 경영한다고, 허!”참지 못하고 소리를 내 비웃던 연진숙은 반하준이 인상을 찌푸리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했다.“어차피 강승 테크는 곧 팔릴 거니까 며칠 대표 노릇이나 해보라고 해.”적나라하게 느껴지는 강민아에 대한 악의에 반하준은 불쾌함을 느꼈다.“어머니, 스프링 가든에 간 적 있어요?”반하준은 무의식적으로 그를 찾으러 스프링 가든에 간 건 아닌지 묻고 싶었다.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가 출장을 갔다고 생각했기에 연진숙도 속았을지 모른다.아들이 스프링 가든을 언급하자 연진숙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날 그곳에서 벌어진 일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벌렁거렸다.출장을 갔던 아들이 돌아오자마자 그 일에 관해 묻는 걸 보니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이 아들의 눈을 피해 갈 수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연진숙은 반하준이 자신을 걱정한다고 생각했다.“난 괜찮아. 강민아가 사는 동네가 어찌나 후진지 엘리베이터도 고장이 나더라.”연진숙의 반응을 보며 반하준은 그녀가 자신이 스프링 가든 어딘가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확신했다. 그게 아니면 이런 반응을 보일 리가 없다.반하준이 물었다.“거기서 뭐 했어요?”“너한테 문자 보냈는데 못 봤어? 민이가 망할 계집애가 가져온 걸 먹고 토했어.”평소 반하준은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고 회사 일로 바쁘기 때문에 연진숙이 아이 문제로 귀찮게 구는 경우는 드물었다.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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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8화

“근데 걔가 다른 건물로 가더라? 친구 만나러 갔겠지. 그러다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얼마 안 돼서 고장이 난 거야. 나랑 경호원들이 밤새 엘리베이터에서...”연진숙은 얼굴을 감싼 채 자신이 겪은 끔찍한 일을 아들에게 털어놓았다.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열리고 연진숙은 밖으로 한 발짝 내딛는 순간 바지에 오줌을 싸고 말았다.그 장면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반씨 가문으로 돌아온 연진숙은 엘리베이터에 함께 갇혀 있던 경호원들을 전부 해고했다.그들을 볼 때마다 스프링 가든에서의 굴욕적인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오소정이 닭죽을 끓여서 가져오자 반하준은 한 입 먹어보고는 얼굴을 찡그렸다.“강민아가 알려준 레시피대로 요리했어요?”반하준이 묻자 오소정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강민아 씨가 알려준 재료들을 1그램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맞췄어요.”하지만 반씨 가문 도우미들이 아무리 강민아가 적어준 대로 죽을 끓여도 반하준의 기억 속 그 맛을 살리지는 못했다.그래도 그는 숟가락을 내려놓는 대신 천천히 죽을 먹기 시작했다.연진숙은 복잡한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보며 놀라서 입이 떡 벌어졌다.이른 아침부터 닭죽을 먹는 건 연진숙의 눈에 공공장소에서 돼지 밥을 먹는 것과 다름없었다.“하준아, 왜 갑자기 죽을 먹어?”남자는 죽이 담긴 그릇을 말끔히 비웠다.“오늘부터 우리 집의 모든 음식은 강민아가 알려준 레시피대로 만드세요.”연진숙이 입을 벙긋했다.“너 왜...”“그 여자가 만든 음식을 먹는 게 익숙해요.”반하준은 조금도 상의할 여지가 없다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연진숙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꼭 아들이 뭐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보였다.반하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도 연진숙은 몇초간 식탁 앞에 멍하니 있다가 휴대폰을 꺼내 믿을만한 사설 탐정에게 연락했다.“우리 아들이 요즘 강민아와 만난 적이 있는지 알아봐요.”...깊은 밤, 한 클럽 룸 안에서 반하준은 소파에 다리를 벌리고 앉아 비워진 잔을 테이블 위에 무겁게 내려놓았다.“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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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9화

“우와, 세상에!”룸 안의 남자들이 떠들어대기 시작했다.“해가 서쪽에서 뜨겠어. 강나현이 하이힐을 신어? 웃겨 죽겠네. 하하하!”“강나현, 미친 거야? 미쳐서 하이힐을 신고 나왔어?”강나현은 얼굴에 쓰고 있던 검은 마스크를 벗었다. 진하게 화장했으니 흐린 조명 아래에서 아직 붓기가 가시지 않은 얼굴을 들키진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계속 나보고 여성스럽지 않다고 하는데, 내가 오늘 여성미를 제대로 보여줄게!”“아이고.”자리에 있던 재벌 2세들이 자지러지게 웃음을 터뜨리며 몇몇은 눈에 눈물까지 삐져나왔다.“강나현, 어디 한번 걸어봐!”“자, 다들 주목! 강나현이 새로 장착한 다리를 보여주겠대. 하하하!”그들은 강나현을 웃음거리로만 대했다.강변대로 교통사고 이후에도 강나현이 여전히 반하준 옆에 나타난다는 건 반하준에게 아들보다 강나현이 중요하단 의미였다.다른 이들도 사실은 반하준의 체면 때문에 강나현을 상대해 주는 것이었다.강나현이 반씨 가문 도련님을 중환자실에 보내고도 용서를 받았으니, 재벌 2세들은 반씨 가문과 얽힌 이익을 위해서라도 여전히 강나현을 반갑게 맞이했다.그리고 강나현도 다시금 그들의 주목을 받으니 꼭 동물원 원숭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무시당하는 것보다 주목받는 편이 차라리 나았다.그녀는 오늘 고문 도구 같은 하이힐을 신고 사람들 앞에 나타난 게 옳은 선택이라고 느꼈다.“하준 씨.”강나현이 반하준에게 다가가 그의 허벅지 옆 소파에 발을 올렸다.반하준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강나현이 신은 검은색 하이힐을 응시했다. 어둠 속에 가려진 그의 표정은 알 수 없었다.강나현은 강민아가 올린 영상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확인한 끝에, 강민아가 이 하이힐을 신고 반하준의 몸을 밟았을 때 그가 격렬하게 저항하지 않고 오히려 즐기는 표정을 드러냈다는 걸 발견했다.반하준의 숨겨진 페티쉬를 발견한 강나현은 당시 강민아가 신었던 것과 똑같은 12센티 하이힐을 구입했다.하지만 반하준이 이렇듯 크게 반응할 줄은 몰랐다.“아들, 표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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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0화

그녀는 삐죽거리며 마지못해 하이힐을 벗어 바닥에 던졌다.“벗었어.”반하준은 길고 풍성한 속눈썹을 드리운 채 바닥에 놓인 빨간 밑창의 하이힐을 바라보았다.“신발 쓰레기통에 버려!”강나현은 깜짝 놀랐다.“방금 산 거야!”남자의 칠흑같이 어두운 눈동자는 마치 위험한 짐승처럼 강나현을 노려보며 경고했다.“지금부터 누구도 내 앞에서 이런 하이힐 신지 마.”“하이힐이 마음에 안들어?”강나현이 중얼거렸다.“강민아가 신어서 그런가?”강나현은 속으로 울부짖었다. ‘하필 반하준이 싫어하는 걸 건드려서!’영상 속 반하준을 보고 너무 몰입한 나머지 그가 강민아에게 하이힐로 밟히는 것을 즐긴다고 착각한 게 분명하다.생각해 보니 반하준이 촌스러운 강민아를 좋아할 리가 없었다.그렇게 밟혔으니 분명 역겹고 싫을 거다.강나현이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내 하이힐 버리면 난 뭐 신고 가? 반하준, 아빠 맨발로 집에 가게 할 건 아니지?”반하준이 옆에 있던 사람에게 말했다.“슬리퍼 하나 가져와.”강나현은 불쾌해하며 소리를 질렀다.“왜 나한테 슬리퍼를 줘? 내 신발을 버렸으면 하나 사줘야지!”다른 재벌 2세가 웃으며 놀리듯 말했다.“발이 크면 슬리퍼나 신어야지. 빨리 나현 형님께 슬리퍼나 갖다 드려!”“말도 마. 강나현 하이힐 신은 거 보니까 역겨워지려고 그래. 하하하!”강나현은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반하준에게 달려들었다.“자, 아빠 업고 신발 사러 가자!”반하준이 강나현을 밀쳐내자 그녀는 그대로 소파에 나동그라지며 대자로 뻗었다.소파에 널브러진 그녀는 충격에 빠진 채 반하준을 바라보았다.“하준 씨, 뭐 하는 거야!”강나현은 남자의 매서운 눈빛을 마주하자 온몸이 굳어버렸다.소름이 끼칠 정도로 오싹한 눈빛이었다.“합의서에 사인할 때 내가 제대로 말 안 한 것 같은데.”그가 한 글자 한 글자 분명하게 말하며 경고했다.“지금부터 다신 내 눈에 띄지 마.”강나현은 소파에 앉은 채 온몸의 피가 싸늘하게 식어갔다.“하... 하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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