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Bab 331 - Bab 340

486 Bab

제331화

강민아는 얼굴이 빨개진 채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소리를 내지 않으려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심은호는 예쁜 눈을 가늘게 뜬 채 핏줄마저 튀어나온 반하준의 일그러진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반하준, 왜 안 웃어? 원래 잘 안 웃나?”강민아는 자신의 머릿속이 터질 것 같아 눈앞에 반하준의 몸이 떨리는 것처럼 보이는 건 아닌지 의아했다.전남편은 적잖이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육성민은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일이라 오히려 침착하게 한 손에는 심은호의 진료기록을, 다른 손에는 휴대전화를 들고 검색하고 있었다.[구슬 넣는 좋은 점]‘아, 거기에 구슬을 넣는 거구나! 이게 가능해?’이미 모든 면에서 태생적으로 보통 사람보다 훨씬 뛰어난 심은호도 이런 ‘노력’을 하고 있다니!검색을 마친 육성민은 심은호를 감탄하는 눈빛으로 돌아보았다.저런 근면 성실함은 따라 배워야 한다.그때 육성민의 귀에 반하준의 욕설이 들렸다.“천박하긴!”반하준은 심은호를 경멸했다.“태산 그룹의 후계자가 업소 제비처럼 고작 여자의 마음이나 얻으려고 구슬을 넣을 줄이야.”반하준의 욕설에도 심은호는 더더욱 환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질투 나서 욕하는 거야? 넌 민아 씨한테 잘 보일 자격도 없잖아.”반하준의 심장이 철렁하며 거대한 충격에 폭탄이 몸속에서 터진 듯 영혼까지 송두리째 파괴당한 것 같았다.그의 눈에 심은호의 미소는 그토록 비열해 보여 목구멍에서부터 차가운 경멸의 비웃음이 흘러나왔다.“내가 이혼만 안 했어도 네가 나설 자리는 없었어.”심은호는 그를 향해 한쪽 눈을 찡긋하더니 더욱 얄밉게 웃었다.“이제 내 차례가 됐네. 반하준, 고마워.”반하준의 얼음장 속에 갇힌 것 같았다.전부 그가 자초한 일이다.그가 강민아에게 소홀히 하고 그녀의 감정까지 전부 차갑게 식게 만들었다.반하준은 자신이 강민아를 밀어낸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명확히 알았다.육성민은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구슬 넣으려고 비뇨기과에 온 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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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화

강민아가 심은호와 함께 떠나는 것을 보는 순간 반하준은 밀려오는 상실감에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그를 심연으로 끌어당기는 것 같았다.“강민아!”반하준은 고함을 질렀다. 주위의 공기가 끈적끈적하고 무거워져 숨쉬기가 힘들었다. 가슴이 심하게 들썩거리며 얼굴마저 점차 창백한 종잇장처럼 변해갔다.“다시 한번 모든 걸 되돌릴 기회를 줄게. 넌 여전히 내 아내고 민이의 엄마야. 강승에 투자해서 계속 회사를 운영하는 것도 도와줄게. 난 그냥 모든 것이 예전처럼 돌아가면 돼.”반하준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그가 말할 때마다 몸의 힘이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었다.여전히 오만하고 고고한 태도였지만 눈가에는 두려움과 절망이 담겨 있었다.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처럼 말로는 괜찮다고 고집을 부리는 데 몸은 위태롭게 비틀거리고 있었다.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는 강민아의 두 눈에는 무심함과 냉정함, 짜증 섞인 혐오만 가득했다.“반하준, 후회돼?”그녀의 말에 허를 찔린 남자는 입술만 달싹였고 강민아는 말을 이어갔다.“난 당신 아내가 된 것도, 민이의 엄마가 된 것도, 모든 걸 버리고 떠난 것도 후회하지 않아. 난 이제 더 이상 당신만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니까 절대 뒤돌아보지 않을 거야.”심은호가 손을 내밀어 길고 힘 있는 손가락으로 강민아와 깍지를 꼈다.맞물린 두 손을 본 반하준의 동공이 급격히 움츠러들었다.지금 이 순간 다른 남자와 두 손을 맞잡는 게 반하준에겐 치명타가 될 거다.강민아는 무언가 떠올랐는지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지 않은 채 반하준을 불렀다.보이지 않는 실이 남자의 심장을 허공으로 들어 올리며 강민아의 말에 그가 황급히 두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한때 당신에게 수없이 실망한 후 혼자서 되뇌던 말이 있는데 이젠 그걸 당신에게 해야 할 것 같네. 열리지 않는 문을 자꾸 두드리는 건 무례한 짓이야.”강민아는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고 심은호는 뒤를 돌아보며 가만히 서 있는 반하준과 육성민을 향해 승리자처럼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반하준이 그렇게 못난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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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화

“반하준은 절대 그쪽 진료기록을 공개하지 않을 거예요. 오히려 사람들이 태산 그룹에서 강승 테크를 인수하는 것에 주목하고 본인에게 좋을 게 없으니까. 하지만 그쪽 진료기록을 훔쳐 간 사실에 대해선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어요. 저 사람이 질책받고 억울해도 할 말이 없게 만들 거예요.”강민아는 냉정하고 단호한 눈빛으로 반하준을 바라보다가 심은호의 대답이 들리지 않자 고개를 돌렸다.남자는 그녀 쪽으로 몸을 돌린 채 한쪽 팔꿈치를 핸들에 얹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매혹적이고 예쁜 눈동자로 지그시 바라보는 모습에 강민아는 초조한 듯 물었다.“그쪽 생각은 어때요?”반하준을 골탕 먹일 생각이지만 심은호의 사생활과도 관련이 있었다.남자가 얇은 입술을 말아 올리며 말했다.“난 민아 씨의 이런 모습이 좋아요.”갑작스러운 고백에 강민아의 볼은 금세 뜨거워졌다. 그는 늘 몇 마디 말로 쉽게 그녀의 심장을 요동치게 했다.“반하준이 날 괴롭히지 못하게 지켜주고 대가를 치르게 하려는 건, 내가 민아 씨 편이고 민아 씨에게 내가 중요한 사람이기 때문이겠죠?”공기가 통하지 않는 밀폐된 차 안에서 둘만 앉아 있으니 강민아는 약간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무의식중에 소매 사이로 살짝 비치는 구슬 팔찌를 본 순간, 강민아는 목이 타면서 가슴 속에 수천마리 나비가 날갯짓하는 것 같았다.“그쪽처럼 노골적으로 저한테 잘해주는 사람은 없으니까요.”강민아는 말하면서 무의식적으로 남자의 허리와 배 쪽으로 시선이 갔다.하얀 손목에 차고 있던 구슬 팔찌가 달군 돌처럼 뜨겁게 느껴지며 강민아는 마음속으로 아우성쳤다.‘보지 말자!’그녀는 황급히 얼굴을 돌려 차창 밖을 흘끔거렸다.“왜 갑자기 그런 수술을 하게 된 거예요?”“저 개자식이 그쪽으로 나쁘지 않다는 걸 알고 민아 씨도 경험이 있으니까 당연히 비교하게 되잖아요. 정말로 언젠가 민아 씨가 원하면 어떤 남자한테도 지고 싶지 않았어요.”심은호의 시선이 육성민을 스쳐 지나가며 말을 이어갔다.“태생적으로 타고난 사람들과 비교가 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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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4화

정이는 기분이 좋지 않을 때마다 책가방 끈을 배배 꼬았다.“엄마!”강민아를 향해 걸어가는 아이의 양쪽으로 땋은 머리가 이미 잔뜩 흐트러져 걸을 때마다 흔들리고 있었다.강민아를 보자마자 아이의 눈빛이 환해지며 통통한 볼이 살짝 올라가더니 축 처진 입꼬리가 반달 모양으로 휘어졌다.정이는 강민아를 향해 달려갈 때쯤 느슨하게 묶여있던 머리가 완전히 풀려버렸다.강민아는 쪼그리고 앉아 끝에 겨우 매달려 있는 머리끈을 가져가서 다시 머리를 정리해 주었다.“오늘 체육 수업 있었어?”그녀가 기억하기론 오늘 체육 수업이 없는데 왜 머리가 엉망이 됐을까.“오후에 축제에 할 공연 연습했어요.”말하면서 정이는 볼을 살짝 부풀리더니 반짝이던 눈동자가 어두워졌다.“민아야!”저 멀리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와 강민아가 고개를 들어보니 반진경이 반연주의 손을 잡고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저 여자가 나타나면 좋은 일이 없었다.반연주의 얼굴이 백지장보다 더 창백했고 가까이 다가왔을 땐 눈가에 검푸른 그림자도 드리워져 있었다.“민아 이모.”강민아에게 인사를 건네는 아이의 입술은 마치 얇은 꽃잎처럼 핏기가 조금도 없었다.강민아는 가방을 뒤져 늘 구비하고 다니는 과일 사탕을 꺼냈다. “너 저혈당 왔어?”사탕을 건네자 반연주가 까만 눈동자로 뚫어져라 바라보며 손을 뻗으려는 순간 반진경이 강민아의 손을 쳐냈다.“뭐 하는 거야! 과일 사탕이 얼마나 몸에 안 좋은데! 연주한테 주면 안 돼.”“저혈당인 것 같아요. 입술에 핏기가 없잖아요.”“연주는 원래 이래. 핏기 없는 입술이 사람의 연민을 불러오는 거지. 네가 뭘 알아?”반진경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하자 강민아는 말을 섞기 싫어 손에 든 과일 사탕을 정이에게 건넸다.정이는 반진경의 시선을 피해 반연주 쪽으로 가더니 과일 사탕을 반연주의 주머니에 몰래 집어넣었다.반연주도 정이의 움직임을 눈치채고 치마 주머니를 살며시 움켜쥐었다. 반진경이 워낙 엄하게 굴어 언제 그녀 몰래 과일 사탕을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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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5화

짜악!강민아가 손을 들어 반진경의 얼굴을 가볍게 때리자 반진경의 목소리가 바로 멈췄다.“너!”반진경이 화를 냈다.“반진경 씨, 그쪽이 뿌린 향수에 벌레가 왜 이렇게 꼬여요? 머리 위에 온통 검은색 벌레들만 가득하네요.”강민아가 말하며 반진경의 머리를 툭툭 때렸다.“머리에 벌레들이 막 기어다녀요. 너무 징그럽네요.”강민아의 말에 반진경은 두피가 가려워져 덩달아 자기 머리를 두드리며 반연주에게 물었다.“내 머리에 벌레가 있어?”정이에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게 싫었던 반연주가 고개를 끄덕였다.“네.”“꺄아악! 빨리 가, 빨리!”반진경은 소리를 지르며 반연주의 손을 잡고 차가 있는 방향으로 달려갔다.강민아는 딸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가자.”정이가 침울한 얼굴로 말했다.“선생님께서 공연복 주면서 다이어트해야 한대요.”강민아는 정이의 통통하고 말랑한 손을 잡았다.“전에 엄마가 헬스장에서 체지방 측정했을 때 넌 체지방이 적고 전부 근육이라 코치님도 아주 건강하다고 했어. 운동에 타고난 체질이라고. 정아, 넌 뚱뚱하지 않아. 매일 잘 먹고 운동 열심히 하면 다른 여자애들보다 훨씬 훌륭한 몸을 가질 수 있어.”정이는 한 손으로 책가방 끈을 당기며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하지만 난 이러면 남들과 다르잖아요. 연습할 때도 나만 어울리지 못했어요.”강민아의 목소리는 유난히 부드러웠다.“그러니까 무대 위에서 네가 제일 특별하고 눈에 띈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강민아의 말을 듣던 정이의 발걸음이 멈췄고, 아이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엄마를 바라보았다.초승달처럼 눈이 휘어지게 웃으며 바라보던 강민아가 한쪽 눈을 찡긋했다.“이건 너한테 공연복을 준 선생님이 잘못했어. 널 다르게 차별하면 안 됐어. 저녁에 엄마가 담임 선생님께 전화해서 제대로 물어볼게. 만약 백조의 호수 추는 게 싫으면 안 해도 돼. 넌 포기할 권리가 있지만 남의 눈치를 보느라 널 바꿀 필요는 없어. 정아, 널 믿어. 넌 어디서든 반짝반짝 빛날 수 있어...”정이의 눈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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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6화

우경아가 몸을 일으켜 세우자 옆에 누워 있던 또 다른 근육질의 남자가 가운을 가져와 그녀에게 덮어주었다.휴대폰을 들고 있던 남자는 여전히 휴대폰을 우경아의 귀에 대고 있었다.풍성한 브라운 웨이브 머릿결이 어깨 위로 흘러내렸고 태생적으로 아름다운 얼굴은 화장하지 않아도 매혹적이었다.“그럴 리가 없어. 전에는 그 여자가 제시한 모델 프레임이 최적이라며?”“강민아가 너무 최신형으로 작성해서 8천 개의 그래픽 카드가 동시에 돌아가는데 어느 단계부터 조정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지금 망가진 데이터가 돌아가면서 메모리를 소모하고 있는데, 전체 프레임이 효과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데이터를 선별하기 위해서는 많은 인력과 물적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에요.”우경아는 짜증스럽게 한숨을 내쉬었다.“알아듣게 얘기해.”통화 상대가 말했다.“저희는 강민아가 제시한 대형 모델 프레임을 운행할 수가 없어요. 오늘 10시 전에 멜트다운 메커니즘을 가동하고 대체 프레임을 선택하면 200억 정도 손해를 봐요. 강민아가 제시한 프레임으로 하면 개발자가 실시간으로 조치하고 리드하지 않아 최소 손해비용만 천억이에요. 어느 쪽이든 다음 달에 저희가 윗선에 투자 금액을 돌려줄 수가 없다는 뜻이죠.”우경아는 깊게 한숨을 내쉬며 불쾌함을 잔뜩 내비쳤다.이미 강민아를 아웃시켰는데 어떻게 다시 데려와 개발에 참여하게 한단 말인가.우경아가 말했다.“옴 테크 전문가들에게 가서 한번 봐달라고 해. 강민아가 준 데이터 프레임을 디버깅할 수 있을 거야.”전화기 너머 상대는 더 말하고 싶었지만 우경아가 옴 테크의 전문가를 언급하자 대답만 했다.“알겠어요.”우경아는 부하직원의 전화 한 통으로 이른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아 휴대폰을 들고 있던 남자의 손을 뿌리쳤다.[우 대표님, 정 등을 돌릴 생각이라면 다시 돌아와 저한테 손 내밀 일이 없길 바라셔야 할 거예요.]강민아가 한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우경아는 프로젝트의 성과를 혼자 독식할 목적으로 이런 수작을 부린 게 처음도 아니었기에 경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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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화

민설윤의 어머니도 이를 알고 있었다.“선생님이 초등부까지 가서 도움을 청하려 했어요.”하지만 초등학교 2학년 남자아이를 뽑아 리프트를 시켜도 동작이 예뻐야 하기에 손이 떨리지 않을 때까지 연습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민설윤의 어머니는 웃으며 말했다.“결국 보다 못한 따님이 반 애들과 자주 하는 동작이라고 나섰어요. 연주를 들고 몇 바퀴를 돌아도 지치지 않더라고요.”강민아는 입꼬리를 올렸다. 민설윤의 어머니 정고은은 한때 서경 극단에서 수석 무용수로 활동한 경력이 있었다.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춤을 가르치는 선생님도 전문가였지만 업계에서 정고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력이었다.그래서 햇님반 아이들이 춤 연습을 할 때면 선생님은 정고은을 불러 따로 지도를 부탁했다.강민아가 물었다.“윤정이한테 연주를 드는 동작을 맡긴 게 그쪽이에요?”보통 남자가 하는 동작인데 춤 선생님의 태도로 봤을 때 정이가 쉽게 반연주를 들어 올려도 무대에서 저런 동작을 시키진 않았을 것 같았다.정고은이 강민아를 향해 눈을 찡긋했다.“따님 재능이 있어요. 계속 지켜봐요.”강민아는 정이가 발끝을 세우고 공중에서 열두 바퀴나 도는 모습을 보았다. 크리스털이 박힌 스커트는 조명 아래에서 얼음 회오리를 만들어냈다.연이어 멈추지 않고 동작을 이어가니 발이 나무 바닥에 부딪히며 딱딱 소리를 냈다.열두번의 회전과 세 번의 큰 점프가 이어지며 정이의 뒷다리가 허공을 가르는 순간,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몇 미터 밖에서도 들렸다.객석에 있던 부모들은 충격에 감탄을 질렀고 반진경은 얼굴이 확 일그러지며 소리를 질렀다.“왜 강윤정한테 저렇게 많은 고난도 동작을 시켜요? 우리 연주가 센터인데!”보다 못한 그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정고은에게 다가갔다.“이봐요! 그쪽이 강윤정한테 저런 동작 시켰죠? 전에 연습할 때랑 다르잖아요!”정고은은 의자에 반듯하게 앉아 가녀린 목소리로 말했다.“윤정이가 워낙 재능이 많고 뭐든지 빨리 배워요. 능력이 있으니 고난도 동작을 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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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8화

춤 선생님의 이름은 허시연, 며칠 전 강민아는 담임선생님으로부터 그녀의 연락처를 받아 정이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아이들에게 신체적인 모욕을 주지 말라고 명확하게 말했지만 상대는 그저 건성건성 대답할 뿐이었다.나중에 이번 공연의 보조 교사를 맡은 정고은에게 연락해서 정이가 아주 잘한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강민아는 어느 정도 안심했다.하지만 지금 허시연이 이렇게 말하자 정이는 아무 말도 못 한 채 고개를 숙이고 통통한 손으로 강민아의 옷자락만 만졌다.강민아는 딸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허 선생님, 이번 무대 사고는 나무 바닥이 갈라진 탓이에요. 무대를 지은 지 20년이 넘었고 구멍이 생겼다는 건 안에 벌레가 먹었다는 뜻이죠. 지금은 같은 사고가 벌어지지 않게 사람을 불러 바닥을 수리하는 게 먼저인 것 같은데요.”강민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허시연이 대꾸했다.“윤정이 엄마로서 아이가 무리에 어울리지 못한다는 생각은 안 하겠죠. 강윤정은 몸이 우둔해서 발레에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 설윤 어머님께도 턴을 시키지 말라고 말씀드렸는데, 열두번이나 빙빙 돌면 그게 뚱뚱한 팽이와 다를 게 뭐가 있어요?”허시연이 두 손으로 허리를 짚은 채 어이없다는 듯 얼굴에 드리운 한 가닥의 머리카락을 불어넘기자 정이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허 선생님이 저 싫어하는 거 알아요.”허시연은 애써 입꼬리를 올리며 부드러운 얼굴로 목소리도 나긋나긋하게 말했다.“윤정아, 선생님이 왜 널 싫어해? 네가 춤에 있어서 타고난 조건이 부족한 거야. 체형이 안 좋은 건 엄마한테 왜 다이어트를 시키지 않았는지 물어봐야지. 선생님은 모두를 생각해서 너 하나 때문에 다른 아이들의 공연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 그러는 거야.”정고은이 다가왔다.“제가 볼 땐 강윤정이 이 공연의 가장 큰 하이라이트인데요. 얘가 있으니 햇님반은 이번 축제에서 3등 안에 들 거예요.”허시연의 눈가에 경멸의 비웃음이 스쳤다.“설윤 어머님, 서경 극단의 에이스였지만 햇님반 아이들의 보조 교사를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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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9화

뚜뚜뚜.전화기 너머로 귓가에 들려오는 신호음에 우경아의 표정이 눈에 띄게 일그러졌다.그녀는 고개를 돌리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휴대폰을 바라보았다.‘강민아가 지금 내 전화를 끊은 거야? 감히?’감히 그녀의 전화를 끊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우경아는 강민아가 실수로 전화를 끊었다고 생각했다.‘강민아가 감히 어떻게!’그녀는 또다시 강민아에게 전화를 걸어 스피커로 돌렸다.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숨을 죽인 채 우경아의 휴대폰에 시선을 고정했다.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상대는 응답이 없었고, 휴대폰을 들고 있던 우경아의 손에서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모두가 싸늘해진 분위기를 알아차렸고 미묘한 어색함이 그들 사이에 퍼져나갔다.“전화를 받을 수 없어 삐 소리 후...”감정 없는 기계음이 우경아의 휴대폰에서 울펴퍼지자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강민아 씨가 바쁜가 봐요.”“대표님, 제가 연락해 볼게요. 연락되면 대표님 뵈러 우영 그룹에 오라고 할게요.”살짝 흐트러진 곱슬머리 몇가닥이 얼음처럼 싸늘한 우경아의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늘 먼저 공격하는 데 익숙했던 그녀는 기다리는 걸 싫어했고 무엇보다 지금은 확신이 없는 상태였다.강민아에게 한 방 먹은 그녀는 속에서 열불이 들끓으며 서둘러 우위를 점해 강민아를 제압하고 싶었다. 그리고 다시 그때처럼 단번에 강민아를 내쳐서 그녀가 자신의 발밑에서 벌벌 기면서 마음껏 짓밟히게 하고 싶었다.우경아는 비서에게 명령했다.“강민아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봐.”우경아의 비서는 유능한 여성이었다. 연구팀이 강민아가 준 대형 모델을 개발할 때 그녀도 매일 진행 상황을 체크하고 있었으며, 지난주부터 강민아가 없으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없다는 직감이 들었다.“대표님, 강민아 씨는 오후 3시에서 4시까지 승덕 어린이반에서 햇님반 공연 연습을 볼 겁니다.”비서는 이미 강민아의 움직임을 몰래 지켜보면서 우경아의 지시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비서의 말에 우경아가 말했다.“차 준비해. 강민아가 전화를 안 받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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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0화

어떤 학부모는 자리에 앉아 그들의 논쟁에 끼어들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방금 찍은 영상을 살짝 편집해서 인터넷에 올렸다.“강윤정이 그만두지 않는다면 무대에서 망신당하게 놔두죠.”“사람들도 보는 눈이 있는데 우리 딸 공연을 망치면 인터넷에서 엄청난 물매를 맞을 거예요.”자리에 앉은 몇 명의 학부모들이 속삭이고 있었다.“엄마.”정이가 나지막이 부르자 강민아는 고사리 같은 아이의 손을 감쌌다.아이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한 손으로 가슴 앞에 달린 크리스털 장식을 만지작거렸다. 두 눈에는 물기를 머금어 투명한 빛이 반짝였다.“저... 그만할래요.”정이는 결심했다. 공연 의상을 입을 때 다른 애들이 몰래 웃어서 물어보니 아이들은 뚱뚱해서 웃었다고 했다.뚱뚱하지 않고 아주 좋은 몸이라고 생각했는데 무대에서 실수하니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강민아가 쭈그리고 앉아 물었다.“정아, 정말 그러고 싶어?”“네.”정이는 고개를 끄덕였고, 강민아는 늘 아이의 결정을 존중했다.정이는 손을 들어 머리에서 하얀 깃털 머리띠를 벗었다.긴 머리카락이 아래로 떨어지자 강민아는 머리카락 사이로 손을 뻗어 빗겨주었다.“비웃음당하고 싶지 않아요. 무대에서 춤을 출 때 사람들이 저를 보는 시선이 불편해요.”그렇게 말하며 정이는 허시연을 바라보았다.“선생님, 제가 싫으면 그냥 싫다고 말하세요. 괜히 여우짓 하지 마시고요. 전 고작 다섯살이라 그런 거 모르거든요.”허시연의 표정이 확 바뀌며 하얀 얼굴이 일그러졌다.“무슨 소리야? 그런 말은 누구한테 배웠어?”정이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아저씨가 가르쳐줬어요. 남을 해치진 않아도 당하고만 살지는 말라고. 여우짓도 배워둬야 저같이 나라의 미래가 될 어린이들을 해치는 사람들을 상대한다고요.”강민아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정이를 바라보았다.“정아, 포기하는 법과 남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는 법을 배웠네. 하지만 그만두는 것과 물러서는 건 달라. 엄마가 학교 측에 네 단독 무대를 신청하고 싶은데 한번 해볼래?”강민아의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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