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Bab 321 - Bab 330

486 Bab

제321화

반하준은 즉시 오소정에게 전화를 걸었다.“혹시 강민아가 평소 신는 신발 사이즈가 뭔지 압니까?”“네?”오소정은 휴대폰을 들고 혜성이 지구에 떨어진 건 아닌지 의아해하며 창밖을 내다보았다.살다 보니 이런 일도 다 있다. 반하준이 강민아가 신는 신발 사이즈를 다 묻고.‘근데 그건 왜 묻지?’오소정은 어렴풋이 기억을 더듬어 반하준에게 강민아의 발 사이즈를 알려주었다.반하준이 직원에게 사이즈를 말하자 직원이 웃으며 말했다.“여자 친구분께 사드리는 건가 봐요?”반하준은 멈칫했다.“왜 여자 친구라고 생각하죠?”직원은 남자가 빤히 쳐다보자 얼굴이 금세 붉어졌다.“만난 지 얼마 안 된 여자 친구 아닌가요? 신발 사이즈도 모르시는데.”종이 뭉치가 반하준의 목구멍에 틀어막힌 듯 숨이 턱 멎으며 숨쉬기가 힘들어졌다.7년 동안 부부로 살았는데 강민아의 생일도 모른다.사실 마음만 먹으면 강민아에 대한 모든 정보를 쉽게 알아낼 수 있었지만 굳이 찾아보기 싫었던 거다.줄곧 그에겐 강민아가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었으니까....반하준은 섬세하게 포장된 신발 상자를 들고 스프링 가든에서 내렸다.아파트에 들어선 그는 집 앞에 서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나서야 문을 열었다.불을 켜니 그가 사놓은 이 집은 텅 비어 있었다.안으로 들어간 반하준이 수갑이 채워져 있던 곳을 살펴보니 수갑은 사라지고 벽은 페인트칠이 되어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주위를 둘러본 그는 방에 놓아두었던 도구들도 모두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마치 한 번도 사람이 다녀간 적 없는 공간 같았다.강민아가 그를 감금했던 증거를 모두 없애기 위해 방 안의 모든 물건을 버린 걸까?반하준은 한 발짝 물러서서 휴대전화를 꺼내 운전기사에게 전화를 걸었다.“당장 가서 쓰레기통 뒤져요. 아니, 쓰레기 처리장으로 가요. 사람 여럿 데려가서 뭐 좀 찾아줘요.”말하면서도 자신이 하는 일이 부질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대표님, 찾으시는 게 뭔데요?”이기훈이 그에게 묻자 반하준의 목소리가 한층 누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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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반하준은 충격을 받았다.그는 진료실 문 앞에서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차로 돌아온 그는 곧장 해커에게 연락해 비뇨기과 컴퓨터에서 심은호의 치료 기록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그들이 가는 곳은 개인 병원이고 그곳에선 환자의 개인 정보를 철저하게 지키기 때문에 해커는 오늘 하루 심은호의 진료 기록만 얻을 수 있었다.반하준은 해커가 보낸 파일을 확인한 순간 두 눈을 크게 떴다.몇 초 후 그의 목구멍에서 경멸 섞인 비웃음이 터져 나왔다.심은호는 남자구실을 제대로 못 한다....며칠 후, 은색 슈퍼카가 강승 테크가 있는 건물 지하 1층으로 들어섰다.강민아가 막 안전벨트를 푸는데 기사 역할을 해주던 심은호가 이미 차에서 내려 차 앞쪽을 돌아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다.차 밖에서 고가의 정장을 입은 채 반듯하게 서 있는 남자는 클래식한 영국 신사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지하 주차장 백열등 불빛이 심은호를 비추었고, 그는 온화한 눈빛으로 강민아만 바라보고 있었다.강민아의 입꼬리가 무의식적으로 올라갔다. 매일 이렇게 잘생기고 멋진 남자를 보니 기분이 아주 좋았다.두 사람이 대외적으로 연인 사이라고 발표한 이후 심은호는 매일 강민아의 출퇴근을 함께 했다.남들의 눈엔 실제로 사귀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두 사람은 다정했다.“고마워요.”강민아가 시선을 살짝 내렸다. 매일 심은호가 출근길에 태워다주길 기대하며 그를 기다리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었다.그녀는 오늘 심플한 흰색 셔츠에 통이 넓은 바지를 입고 발에는 메리제인 플랫슈즈를 신은 채 차에서 내렸다.강민아가 체크무늬 정장을 팔에 걸고 앞으로 가려는데 남자가 팔을 붙잡았다.“잠깐만요.”강민아가 잠시 비틀거리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나자 닫힌 차 문에 등이 닿았다.훤칠한 남자가 몸을 숙인 채 한 손으로 창문을 지탱하니 잘생긴 얼굴이 점점 강민아의 눈앞에 가까이 다가왔다.마치 강민아에게 작별 키스라도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남자의 숨결과 함께 상쾌한 우드 향이 콧속을 파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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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화

재계에서는 심은호가 한 여자를 위해 무턱대고 돈을 버릴 사람이 아니라며, 그와 강민아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열애를 발표한 데는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심은호와 눈이 마주친 강민아는 그의 눈동자에 비친 자기 모습에 요동치는 심장 소리를 들었다.쿵쿵쿵!겉으로 드러난 살갗마저 진동하고 피가 끓어오르며 격렬한 심장 박동 소리를 숨길 수 없을 것만 같았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뒤로 빼며 차창에 바짝 등을 댄 채 심은호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두었다.그녀의 움직임을 눈치챈 심은호의 눈가에 상실감이 별똥별처럼 스쳐 지나갔다.“미안해요.”그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나 강민아와 완전히 거리를 두었다.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다정한 모습을 연기한다는 건 서로 잘 알지만 무의식적인 몸의 반응은 속일 수 없었다.강민아의 입술 위로 미세한 땀방울이 맺혔다.“난 괜찮아요...”심은호는 아마 그녀가 불쑥 다가온 남자의 행동에 불편함을 느낀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자신의 격렬한 심장 박동이 남자에게 들릴까 봐 걱정하는 것이었다.남자의 시선이 터질 듯 붉게 달아오른 그녀의 귀로 향하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엘리베이터 도착했어요.”강민아는 남자에게서 황급히 멀어졌다.“저 먼저 갈게요.”엘리베이터에 올라타 고개를 돌리자 심은호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강민아는 목구멍마저 심장 따라 야단법석을 떨며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강민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엘리베이터 벽에 등을 기대었다.그녀는 손을 들어 화끈거리는 얼굴을 감싸며 엘리베이터 벽에 비친 자기 모습을 맑은 눈망울로 바라보았다.스물일곱이라는 나이에 어린 소녀처럼 설레는 표정을 지을 줄이야....심은호는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며 나타난 수자가 바뀌는 것을 지켜보다가 고개를 돌려 주차장 한구석을 돌아보았다.그의 깊은 눈동자가 살벌하게 번뜩였다.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맹수처럼 모퉁이를 지키고 있었는데 심은호는 차를 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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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4화

심은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리는데 전화기 너머로 의사가 물었다.“경찰에 신고할까?”“내가 비뇨기과에서 수술받았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리려고?”의사는 전화기 너머로 능글맞은 웃음을 터뜨렸다.“이미 해커가 네 기록 가져갔으니 머지않아 우리 도련님께서 남자구실 못한다는 소문이 서경 전체에 퍼질 거야.”남자는 길고 깨끗한 손가락으로 핸들을 부드럽게 두드리면서 백미러에 비친 마이바흐 차량을 바라보았다.“오늘 치료는 예정대로 진행해.”전화기 너머 상대가 걱정스럽게 말했다.“걱정도 안 돼?”심은호는 액셀을 밟고 차를 돌렸다.“이걸 우리는 유인이라고 하지.”심은호가 차를 몰고 떠나는 걸 지켜보던 반하준이 차에서 내렸다.값비싼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의 얼굴은 차가웠고, 깊은 동공은 어두운 밤에 고인 웅덩이처럼 속내를 알 수 없었다.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 그는 문이 열리자 안으로 들어섰다.동시에 주차장에서 강민아의 신변 안전을 책임지고 있던 사복 경호원 여러 명이 밖으로 나왔다.그들의 눈에는 반하준이 가장 위험한 존재였기에 경호원 중 한 명이 육성민에게 연락했다.“대표님, 반하준이 우강 그룹에 왔습니다.”...화창한 햇살이 비추는 대표 사무실에서 강민아는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서류를 처리하고 있었다.질끈 묶은 머리카락을 어깨 위에 올려놓으니 몇 가닥 잔머리가 그녀의 얼굴에 붙어있었다.툭 떨어지는 흰색 셔츠의 옷깃이 살짝 벌어져 가느다란 목 아래로 예쁜 쇄골이 드러나 있었다.똑똑.새로 뽑은 대표 비서가 사무실 문을 두드리더니 들어와서 그녀에게 보고했다.“부사장님, 강나현 씨가 만나고 싶답니다.”강민아는 고개도 들지 않았다.“바쁘다고 해요. 소란 피우면 망설이지 말고 바로 경찰에 신고하세요.”강민아의 취임식에서 강승 테크 직원들은 강나현이 강성진에게 얻어맞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강성진이 더 이상 강나현을 딸로 대하지 않으니 그들도 강씨 가문 아가씨로 대접할 이유가 없었다.강씨 가문 아가씨라고 강나현을 떠받들면 오히려 강민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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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화

강나현은 거들먹거리며 비웃었다.“난 강씨 가문 둘째 딸이야!”비서는 주름진 옷을 털었다. 대표 비서 자리를 얻기 위해 무려 수백만 원 주고 맞춤 제작한 정장이었다.“부사장님께서 비서면 비서답게 행동하라고 하셨어요. 지금은 출근 시간이니까 예전처럼 회사에서 멋대로 돌아다니지 마요.”강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감히 그녀와 맞서는 비서를 노려보았다.그러더니 홱 뒤돌아 복도에 놓인 의자를 걷어차자 꽃병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강나현은 살벌한 표정으로 여비서를 노려보았다.“너도 이 꽃병처럼 되고 싶어?”강나현이 말하며 벽으로 차버리자 꽃병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깨져버렸다.그녀는 더더욱 오만한 눈빛으로 상대를 바라보았다.하지만 비서는 강나현의 기세에도 전혀 주눅 들지 않은 듯 침착한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꺼내며 그녀에게 말했다.“부사장님께서 난동을 부리고 기물 파손하면 3배로 배상해야 한다고 했어요. 물건 3개 이상 망가뜨리면 신고할 거예요. 이제 막 구치소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이번에 또 들어가면 처벌이 가볍지 않을 거예요. 부사장님께서 또 이런 말을 전하라고 하셨어요. 과연 이번에 또 들어가도 반하준이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줄지 모르겠다고요.”강나현은 심장에 총을 맞은 기분이었다. 강민아는 진작 그녀의 행동을 예측하였다.숨이 가빠지고 가슴이 격하게 들썩거렸다. 강민아의 얼굴을 보지도 못한 채 이런 조롱을 당했다.“나한테 배상하라고? 허, 경고하는데 이 회사 우리 집안 거야! 내가 우리 집 꽃병 좀 깨뜨린 게 뭐 어때서?”비서는 차분한 어조로 그녀에게 말했다.“부사장님께서 3배로 배상하는 것을 거부하면 대표님 계좌에서 돈을 꺼낼 거라고 하셨어요. 회사 전체가 그쪽 집안 거니까 강나현 씨가 4천만원짜리 꽃병을 깨뜨렸으면 대표님이 1억 2천만원 배상하시면 되겠네요.”강나현은 지금 누군가 강성진을 언급하는 게 제일 두려웠다. 며칠 전 클럽에서 놀다가 우연히 이런 말을 들었다.“강 대표님 본 것 같은데.”그 한마디에 강나현은 겁에 질려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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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화

강민아가 그 말을 듣고 미소를 짓는데 강성진이 그녀를 향해 손가락을 내밀었다.“하준이가 6천억을 제시했어!”강성진은 두 손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강승이 부신 그룹에 인수되면 나도 너와 함께 부신 그룹 이사회에 들어갈 수 있어!”이는 심은호가 인수 문제와 관련해 강씨 가문 측에 약속하지 않았던 내용이었다.“이건 하준이가 직접 작성한 인수 계획서인데 한번 봐.”강성진은 강민아에게 두툼한 계획서 한 권을 건넸다.반하준이 제시한 가격과 거래 조건은 그를 매우 흥분하게 만들었다.강민아는 계획서를 건네받고도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첫 페이지를 찢어 자동 파쇄기에 넣었다.곧바로 두 번째, 세 번째 페이지도 찢어버리며 강민아는 느긋하게 종이를 파쇄기에 넣었다.반하준이 밤새워 작성한 계획서였지만 그녀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강성진이 고함을 질렀다.“강민아, 뭐 하는 거야!”서늘한 얼음이 반하준의 얼굴을 뒤덮었다.“나한테 원한이 있는 건 알겠지만 6천억짜리 인수 계획서를 들여다보지도 않는 건 너무 감정적인 행동 같은데?”반하준은 강민아의 행동을 지켜보며 말했다.“6천억이 부족해서 그래? 1조로 강승 인수할게.”강성진은 가슴이 떨려 진정할 수가 없었다.반하준이 제시한 가격은 심은호보다 두 배, 아니, 두 배 이상 높은 금액이었다.“하준아, 정말 그 가격에 살 의향이 있다면 내가 강승 테크 대표로...”“아빠, 이제 아빠는 결정권이 없어요.”강민아는 한 마디로 강성진을 의자에 다시 앉게 만들었다.강승에 대한 의사 결정권을 잃은 것을 생각하니 강성진은 강나현을 더욱 원망하며 이렇게 충고할 수밖에 없었다.“민아야, 우리 우강 그룹의 미래를 생각해야지! 하준이랑 일하는 게 뭐가 문제야? 하준이랑 7년 동안 부부로 지냈으니 섭섭지 않게 널 챙겨줄 거야.”강민아는 반쯤 찢어진 계획서를 책상 위에 던졌고 반하준은 의자에 앉아 강민아를 올려다봤다.그는 강민아의 얼굴에서 또다시 자신을 가두었을 때 강민아가 몸을 짓밟으면서 드러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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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화

이보다 더 사람을 괴롭게 하는 건 없었다.분명 한때는 그의 소유였는데 소중히 여기지 않다가 다 잃은 뒤에야 그리워하며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그는 진지하게 강민아를 향해 물었다.“정말 심은호를 선택할 거야?”강민아는 사무적인 어투로 말했다.“이미 태산 그룹과 인수에 관련된 모든 프로젝트 계약을 마무리했고, 다음 주에 공식적인 인수 계약식을 진행할 거야.”강민아는 남자를 안중에도 두지 않는 듯 무심하고 덤덤하게 말했다.“반 대표님은 너무 늦게 오셨네요. 반년 전에 우강 그룹 인수를 제안했으면 경쟁자가 없었을 텐데. 지금은 아무리 좋은 조건을 제시해도 받아줄 수가 없네요. 진짜 말 안 바꾸고 변덕 부리지 않아도 당신이 내미는 돈은 1조가 됐든 2조가 됐든 안 받아요.”그가 아무리 많은 돈을 들고 와서 손을 내밀어도 소용없었다.감정이란 게 원래 한번 무너지면 다시 쌓아 올리기 어려운 거니까.마치 수백만 개의 차가운 바늘이 반하준의 몸을 찌르는 듯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다.남자가 미간을 팍 찌푸리며 고함을 질렀다.“심은호를 선택한 걸 후회하게 될 거야!”강민아는 그와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아빠, 손님 배웅하세요. 반 대표님이 알아서 떠나지 않으면 사람 부를 거예요.”반하준은 의자에 앉아서 전혀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그는 강민아를 위해 한발짝 물러섰다.“우강 그룹 입찰에선 손을 떼겠지만 조건이 있어. 지금 당장 심은호와 헤어져!”강민아는 우습기만 했다.“당신이 뭔데? 이 지구의 주인이라 온 세상이 당신 말을 들어야 하나?”반하준이 서류봉투를 내밀었다.“이것 좀 봐.”강민아는 볼 생각이 없었고, 결국 반하준이 서류봉투의 포장을 풀고 안에 든 서류를 꺼내 강민아 앞에 내놓았다.심은호의 이름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심은호 씨 진료 기록?’강성진과 다른 임원들도 모두 호기심 어린 눈으로 심은호의 기록을 들여다보자 강민아는 곧장 서류를 집어 들었다.대충 내용을 확인한 그녀가 화가 난 듯 반하준을 노려보았다.“미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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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8화

반하준은 마치 전쟁터에 발을 들여 보이지 않는 연기가 사방에서 걷잡을 수 없이 휘몰아치는 것 같았다. 육성민의 깊은 동공은 맹수처럼 사나운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찰나의 순간 엘리베이터 안에 숨 막힐 듯한 정적이 흐르더니 육성민이 매섭게 소리쳤다.“민아 내려놔!”육성민이 엘리베이터 문을 막고 있으니 반하준은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는 걸 알고 강민아를 내려놓았다.강민아는 가슴을 움켜쥔 채 반하준의 몸에 토하려 했지만 목구멍까지 차올랐던 메스꺼움이 다시 내려갔다.육성민은 손을 뻗어 강민아를 자신의 뒤로 끌어당겼다.“반하준, 꺼지라는 말 몰라?”육성민은 속으로 살인은 범죄라는 걸 무수히 되뇌고 나서야 반하준의 머리를 뭉개버리고 싶은 충동을 참을 수 있었다.하지만 반하준은 떠날 생각이 없었고, 서류봉투를 꺼내 육성민에게 건넸다.“한번 보시죠.”육성민은 반하준이 건네는 것을 받고 싶지 않은 듯 얼굴을 찡그렸다.그러자 강민아가 말했다.“고작 비뇨기과 진료 기록 하나가 나와 심은호 씨 협업 관계에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해? 너무 순진한 거 아니야?”반하준은 예리하게 무언가를 감지하고 곧바로 되물었다.“너 진짜 심은호랑 만나는 거 아니지? 연애하는 게 아니야, 그렇지?”강민아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반하준은 계속 물었다.“정말 좋아한다면 어떻게 그 사람이 비뇨기과에 다니는 데 전혀 신경 안 쓸 수 있겠어?”강민아의 표정은 싸늘했다. 이혼까지 한 상황에서 반하준과 굳이 좋게 얘기할 생각도, 그럴 인내심도 남아있지 않았다.하지만 그녀와 심은호가 계약 연인이라는 사실을 반하준이 퍼뜨린다면 또다시 인수에 악영향을 미칠 것 같았다.“남의 사생활이나 캐고 다니는 게 참 비열하다. 하지만 당신은 원래 역겨운 사람이었지. 이미 그 사람이 비뇨기과에 간 걸 봤다니까 그냥 얘기할게. 우리가 하도 격정적으로 놀다가 다쳐서 간 거야.”반하준의 귓가에 스피커를 가져다 놓은 것처럼 머릿속이 윙윙 울렸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강민아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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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9화

심은호는 반하준의 등장에도 놀라지 않은 채 그를 무시했다.그의 시선이 반하준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강민아에게 향했다.순간 심은호의 눈빛이 허공에서 멈칫했다.달빛이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강민아는 심은호의 곁으로 다가와 그의 손목을 잡았다.남자는 시선을 내린 채 강민아에게 잡힌 손을 바라보며 풍성한 속눈썹이 살짝 떨렸다.강민아가 고개를 돌려 심은호에게 말했다.“비뇨기과에 간 거 알아요.”그녀를 바라보는 심은호의 검은 눈동자가 파문을 일으키며 말을 꺼내려는데 강민아가 새끼를 지키는 어미 암탉처럼 그를 자기 뒤로 보냈다.“반하준, 우리 일에 참견하지 마!”동시에 두 남자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심은호는 입꼬리를 피식 올렸고 반하준의 얼굴은 극도로 어두워졌다.태연하게 받아들일 줄 알았는데 강민아가 심은호와 ‘우리’라는 단어를 쓰는 순간 전남편인 그는 완전히 모르는 사람으로 전락했다. 반하준은 숨을 쉬는 것조차 버거웠다.그는 무기력하게 두 손을 늘어뜨린 채 무언가를 참는 듯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한때 그를 깊이 사랑했던 강민아는 그의 의식주와 관련된 사소한 것 하나까지 메모해 두었다.앞으로 심은호한테도 그렇게 해줄까?반하준은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지금 이 순간 그는 자신이 우리에 갇힌 맹수가 된 기분이었다.눈앞에 있는 여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지만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혀 있었다.그래도 애써 내면의 감정을 무시한 채 이 불편한 고통을 날카로운 말로 바꾸어 입밖에 내뱉었다.“나랑 만났던 네가 그쪽으로 하자 있는 놈을 만날 리가 없잖아!”차갑게 웃는 반하준의 두 눈은 어느새 선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둘은 진짜로 사귀는 게 아니야.”분노에 찬 그가 낮게 으르렁거렸다.“단지 계약 관계일 뿐이겠지.”강민아는 입술을 다물고 경계하는 눈빛으로 반하준을 바라보았다.반하준은 심은호가 비뇨기과에 다닌다는 사실을 물고 늘어져 그가 강승 테크를 인수하는 걸 방해할 생각인 것 같다.하지만 절대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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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화

지금 심은호가 하는 말이 우리말이 맞나?그들이 생각하는 의미가 맞나?“그게 무슨 뜻이죠?”육성민은 정말 몰라서 의아해하며 물었다.심은호는 육성민의 심각한 표정을 보고는 손에 들고 있던 기록을 건네주었다.“형님, 그쪽 매제는 몸이 아주 튼튼해요.”육성민은 곧바로 심은호의 진료 기록에 적힌 상세한 수술 과정을 살펴보았다.일부 난해한 의학 용어를 알아볼 수 없었던 그가 심은호를 올려보다가 다시 손에 든 기록을 내려다보았다.“대체 왜 그 구슬을 몸에 집어넣은 겁니까?”반하준이 거센 힘으로 심은호의 진료 기록을 낚아챘고 육성민은 그대로 넘겨주었다.기록을 확인한 반하준의 얼굴은 먹물보다 더 어둡게 변했다.지나치게 힘을 준 탓에 손가락은 떨리고 손등엔 핏줄이 툭 튀어나와 있었다.몇 장이나 되는 진료 기록이 반하준의 손에서 구겨졌다.그는 악귀에 사로잡힌 듯 시뻘건 눈으로 심은호를 노려보았다.“구슬 넣어서 뭐 하려고? 미쳤어?”반하준은 고함과 다름없는 소리를 뱉었다.모를 리가 있나. 심은호가 구슬을 꽂아 뭘 하려는 건지 잘 알았기에 분노를 억누를 수가 없었다.“당연히 민아 씨에게 더 좋은 경험을 선사해 주려고 그러지.”심은호가 당연하다는 듯 진지하고 당당하게 말하자 그런 그의 모습에 놀란 건 육성민이었다.‘민아에게 좋은 거였구나.’육성민의 마음속에 쌓여 있던 심은호에 대한 분노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강민아에게 좋은 일이라면 그도 뭐든 다 좋았다.강민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지며 그녀가 나지막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어느... 어떤 구슬이요?”심은호는 잠겨 죽어도 좋을 만큼 그윽하고 반짝이는 눈망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지난번에 우리 집에 왔을 때 민아 씨가 골라서 팔찌로 만들고 남은 구슬 하나요.”강민아는 그와 시선을 맞추며 저도 모르게 한쪽 손을 등 뒤로 보냈다.심한기를 만나러 갔을 때 우연히 서재에 놓여 있는 구슬 상자를 보게 되었다.구슬이 별 가치도 없는 거라 강민아가 먼저 구슬로 팔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두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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