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양의 여운이 학교의 하얀 외벽에 따뜻한 금빛 테를 드리웠다.행사가 끝난 뒤 아이들은 새들이 둥지로 돌아가듯 들뜬 모습으로 부모님의 손을 잡고 차례로 정문을 나섰고, 웃음소리와 작별 인사가 어우러져 따뜻한 활기를 띠었다.강민아는 반용화의 휠체어를 밀어주며 정이의 말을 듣고 있었는데, 아이는 여전히 흥분한 채 조금 전 투표하던 것에 대해 재잘거리고 있었다.정이와 반석현은 손을 맞잡았다. 정이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반석현은 고개를 들어 정이를 바라보다가 강민아의 반응을 살폈다.반용화의 차가운 시선이 두 아이에게 머물렀다.그들이 학교 정문에 다다라 작별 인사를 하려는 순간, 검은 그림자가 멀리서 다가오며 여자의 의도적으로 다정한 척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석현아, 이모가 데리러 왔어!”강민아가 고개를 들자 안채린이 샤넬 정장을 차려입고 정교한 화장을 한 채 서둘러 달려오고 있었다. 이마에 미세한 땀방울까지 맺혀 있는걸 봐서는 급하게 온 모양이었다.그녀는 복잡한 눈빛으로 강민아를 흘끗 쳐다보았다. 그 눈빛에는 감출 수 없는 경계심과 미묘한 질투가 섞여 있었다. 그러고는 재빨리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굽혀 반석현의 손을 잡으려 했다.“석현아, 네가 1등을 했다며? 정말 잘했어. 자, 이모랑 같이 집으로 가서 제대로 축하하자.”그러나 반석현은 그녀가 손을 뻗는 순간 작은 몸을 뒤로 움츠리며 강민아 뒤로 숨었다.아이는 온몸을 강민아 뒤에 숨긴 채 다가갈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고 작은 손으로 어느새 강민아의 옷자락을 움켜쥐고 있었다.안채린의 미소는 굳어졌고 허공에 뻗었던 손은 어색하게 그대로 멈춰 있었다.그녀의 눈빛에 민망함과 짜증이 스쳤다. 몸을 일으키며 내뱉는 말에는 감지하기 어려운 원망이 묻어났다.“용화 씨, 석현이 좀 봐요. 나랑 점점 더 거리를 두잖아요. 엄연히 내가 친이모인데.”반용화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담담히 말했다.“석현이 성격이 그런 거니까 좀 더 인내심을 갖고 잘 대해줘.”이 말은 안채린의 귀에 오히려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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