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굿바이 쓰레기: Bab 871 - Bab 880

890 Bab

제871화

몇 분쯤 지났을까, 남설아는 강연찬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갑자기 몸이 휘청이며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설아야, 왜 그래?”강연찬이 그녀의 팔을 붙잡고 다급히 물었다.“괜찮아,”남설아의 목소리는 조금 흐릿했다.“방금 춤을 너무 세게 춰서... 술도 좀 마셨고, 머리가 조금 어지럽네.”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강연찬 쪽으로 기대며 몸을 늘어뜨렸다. 호흡도 조금 거칠어졌다.“설아야!”강연찬의 얼굴이 굳어지며 그녀를 번쩍 안아 들었다.그의 품 안에서 남설아는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게 괜찮다는 눈빛을 보냈지만, 강연찬의 얼굴엔 진심 어린 걱정과 분노가 섞여 있었다.그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결국 소미란의 얼굴에서 시선을 멈췄다.“여기요!”강연찬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의사 불러요! 그리고 연회장 책임자랑 보안요원도 당장 데려와요.”그의 한마디에 연회장 안은 금세 조용해졌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쪽으로 쏠렸다. 놀람과 의심이 뒤섞인 눈빛이었다.소미란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강연찬이 남설아를 안고 정색하며 상황을 파악하려 드는 모습에 얼굴에서 핏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그녀는 그저 남설아를 민망하게 만들고 싶었을 뿐, 이렇게까지 사달이 날 줄은 전혀 예상 못 했다.소미란의 어머니는 딸의 얼굴을 주시하고 있었고 지금 상황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금세 눈치챘다.그녀는 재빨리 딸 옆으로 다가가 얼음장처럼 식은 딸의 손을 꽉 잡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허둥대지 마. 침착해. 일단 흔들리지 말고.”한편으론 딸을 붙잡아 두고 다른 손으로 핸드백에서 빠르게 휴대폰을 꺼내 주변의 시선이 강연찬 쪽에 쏠린 틈을 타 서둘러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움직임은 빠르고 은밀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보안요원 몇 명과 연회장 책임자가 황급히 달려왔다.“강연찬 씨, 무슨 일이죠?”책임자는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남설아 씨가 방금 그 샴페인 마시고 어지럼증을 느꼈어요.”강연찬은 테이블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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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2화

“걱정하지 마. 내가 이미 사람 시켜서 CCTV는 삭제하게 했어. 그들이 아무리 네가 한 짓이라고 의심해도, 확실한 증거는 없어. 이럴 때일수록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해.”소미란의 어머니는 그렇게 말하며 소미란의 손등을 톡톡 두드리곤 눈빛을 번득였다.“두 사람 행동 잘 지켜봐.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해. 엄마가 절대 너를 위험하게 내버려 두지 않을 테니까.”그 말을 들은 뒤에야 소미란은 급하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자신의 충동적인 행동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었다.무엇보다도 강연찬과의 거리가 더 멀어질까 봐 두려웠다.잠시 후, 강연찬과 연회장 매니저가 모니터링 실에서 돌아왔다. 두 사람 모두 표정이 좋지 않았다. 매니저는 사람들 앞으로 다가가 이마의 땀을 닦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아까 저희가 CCTV를 확인하러 갔는데요...”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계속 이어갔다.“연회장 이 구역을 비추는 카메라 영상이 최근 30분간 손상돼 있었습니다. 데이터가 손상된 원인을 지금 확인하고 있습니다.”“데이터 손상?”강연찬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 말투에는 특별한 감정이 실리지 않았지만, 그 속에 깔린 날카로움은 누구나 느낄 수 있었다.“하필 이 시간에? 평소엔 멀쩡하다가 지금 이때? 참, 타이밍도 기가 막히네요.”소미란은 그 말을 듣고 조금 안도했지만, 강연찬이 자신을 스치는 그 눈빛에 몸이 오싹해지는 걸 느꼈다.바로 그때, 남설아가 눈을 떴다. 강연찬 품에 기대며 창백한 얼굴로 나직하게 말했다.“오빠, 그만하자. 내가 몸이 좀 안 좋았던 데다가 술도 마셔서 그런 걸 수도 있어. CCTV 고장도 흔한 일이잖아. 괜히 사람들까지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아.”그녀는 주변 사람들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고개까지 숙였다.강연찬은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며 조금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넌... 너무 착해.”하지만 그의 속마음은 달랐다. CCTV가 이 시점에만 고장이 난 걸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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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3화

의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대기실 밖의 손님들 사이에 조용하던 속삭임이 다시 살아나 마치 벌집을 건드린 듯 웅성거렸다.수많은 시선이 의심과 탐색을 담아 소씨 가문의 모녀를 향해 꽂혔다. 소미란은 얼굴에 핏기 하나 없이 손바닥은 축축한 땀으로 젖어 있었다.그 시선들이 몸을 칭칭 감는 것처럼 몹시 불편했다.반면, 소씨 사모님은 놀라울 정도로 침착했다.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와 남설아에게 깊이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남설아 씨, 정말 죄송합니다. 연회를 이렇게 만든 건 저희 소씨 가문의 책임입니다.어디선가 잡것들이 틈을 타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네요. 불쾌하셨을 텐데, 정말 사과드립니다.”그녀는 한숨을 돌리며 목소리를 한층 진심 어린 어조로 바꾸었다.“사실 저는 남설아 씨의 실력과 담대함을 늘 인상 깊게 생각해왔습니다. 다만 직접 뵐 기회가 없었을 뿐이죠. 남설아 씨만 괜찮으시다면 이번 일을 계기로 인연을 맺어 앞으로 서로 힘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그 말은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가해자를 ‘정체불명의 외부인’으로 돌리며 동시에 남설아에게 호의까지 건네는 절묘한 수였습니다.남설아는 강연찬의 부축받아 겨우 몸을 지탱했다. 그녀는 강연찬을 흘깃 바라보았다.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지만, 딱히 제지하지는 않았기에 그녀는 말할 여유를 얻었다. 조금은 약한 목소리였지만 예의 바르고 단호했다.“사모님, 말씀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오늘 일은... 아마 우연이 겹친 사고였겠지요. 사모님께서 이렇게까지 신경 써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그녀는 친하게 지내자는 말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의례적인 인사로 답을 대신했다.강연찬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눈빛은 얼음송곳처럼 차가웠다.그 시선은 멀찍이 서 있는 소미란에게 정확히 향해 있었다.소미란은 그 시선에 몸을 덜컥 떨며 고개를 푹 숙였다. 손끝까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소씨 사모님은 딸의 그런 모습을 보고 급히 상황을 정리했다.“남설아 씨는 지금 몸이 제일 중요하죠. 여긴 사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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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4화

그녀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한 마디 한 마디 또렷하게 들렸다.강연찬은 그녀 눈에 스친 차가운 기운을 보고 그녀 마음속에 이미 계산이 서 있다는 걸 눈치챘다.그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끌어안고 턱을 그녀 머리 위에 얹었다.“나는 네가 괜히 이런 수모를 겪는 게 마음 아픈 거야. 걱정하지 마. 이 일, 내가 사람 시켜서 반드시 증거 찾아내게 할 거니까.”“응.” 남설아는 그의 품속에서 몸을 살짝 움직여 편한 자세를 찾았다.“의사도 말했잖아? 약 성분이 강한 건 아니라서 대사되면 괜찮다고. 지금은 그냥 푹 자고 싶어.”강연찬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꼭 안은 채 그녀가 깊이 잠들도록 내버려 두었다.그는 알고 있었다. 아무리 강한 그녀라도, 기대 쉴 어깨 하나는 필요하다는 걸. 그리고 그는 기꺼이 그 어깨가 되어주었다.한편, 다른 휴게실 안은 숨이 막힐 듯한 답답한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소미란은 창백한 얼굴로 소파에 주저앉아 있었고 손발이 얼음장처럼 차갑고 목소리가 떨려 제대로 나오지도 않았다.“엄마, 연찬은 이젠 아예 저를 안 보려는 거예요? 아까 그 눈빛 너무 무서웠어요...”그 눈빛을 떠올리기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이제야 무서운 줄 알겠어?”소씨 사모님은 그녀를 노려보며 화도 나고 속상하기도 한 듯한 얼굴이었다.“내가 몇 번을 말했니, 강연찬은 마음속을 알기 어렵고 냉정한 사람이라고! 너 그 잔머리 굴리는 거, 그 애 앞에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 이런 비열한 수법을 네가 왜 써? 진짜 큰일이라도 났으면 너만 망하는 게 아니라 우리 소씨 가문이 통째로 휘말릴 뻔했어!”소미란은 야단을 맞고 고개를 더 숙였다. 눈가가 붉어지며 나직이 중얼거렸다.“저는 그냥 그 여자가 연회장에서 망신 좀 당했으면 해서... 그 정도만 생각했지,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어요. 약도 조금만 넣었는데, 진짜 괜찮을 줄 알았어요...”“아직도 말대꾸야?”소씨 사모님은 어이없어 헛웃음을 지었다.“약이 적으면 괜찮아? 누가 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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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5화

“우선 강연찬의 경계를 풀게 하고 남설아도 방심하게 만들어야 우리가 기회를 잡을 수 있어. 기억해, 무언가를 얻고 싶으면 참는 법부터 배워야 해. 대가를 치를 줄도 알아야 하고. 네 미래를 위해서, 우리 소씨 가문을 위해서, 이 정도 수모쯤은 아무것도 아니야.”소미란은 입술을 꽉 깨물며 눈 속에 온통 갈등과 굴욕감이 가득했지만, 어머니의 한 치의 타협 없는 얼굴을 보고 결국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어머니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강연찬이 저토록 남설아를 감싸는 상황에서 그녀가 억지를 부린다 해도 상황은 더 악화할 뿐이었다.연회는 묘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되었다.소씨 사모님은 연신 시계를 확인하며 강연찬과 남설아가 먼저 자리를 뜰까 봐 조마조마했다.연회가 막 끝나자, 가정부에게 몇 마디 당부하고는 서둘러 남설아가 있는 휴게실로 향했다.문을 열자, 남설아는 이미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있었고 안색도 많이 좋아진 듯 강연찬과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남설아 씨, 몸은 좀 나아지셨나요?”소씨 사모님은 미소를 띠고 다정한 말투로 물었다.남설아는 일어나 정중하게 인사했다.“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모님. 많이 좋아졌습니다.”“그렇다니 다행이에요.”소씨 사모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어 말했다.“차가 준비되어 있어요. 제가 두 분을 직접 모시겠습니다.”그녀는 정중히 두 사람을 안내하며 함께 출구로 향했고 길을 가는 동안 이것저것 살뜰히 챙겨 물었다.운전기사는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고 강연찬과 남설아가 타기 쉽게 차 문을 열어 주었다.두 사람은 감사 인사를 남기고 나란히 차에 올랐다.차 문이 닫히자, 연회장 밖의 소란은 완벽히 차단되었다.강연찬은 차 안을 둘러보며 소미란이 보이지 않자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오늘 그렇게 큰 사고를 친 소씨 가문의 딸이 모습을 감췄다는 건, 무언가 꿍꿍이가 있다는 신호였다.소씨 사모님은 자세를 고쳐 앉으며 여전히 완벽한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자세히 보면 눈꼬리와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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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6화

그의 말투는 평온했지만 반박할 여지를 주지 않았고 소씨 사모님의 말속에 담긴 애매한 의도를 단칼에 잘라냈다.소씨 사모님의 얼굴에 있던 웃음이 약간 옅어졌다.속으로는 편할 리 없었다. 두 사람이 입을 맞춘 듯 대응하니 자신이 공들여 준비한 말들이 전부 허사가 된 셈이었다.하지만 그녀도 세상 물정 다 겪은 사람인지라 겉으론 이내 다시 온화한 미소를 되찾았다.“그랬군요, 제가 괜한 걱정을 했네요. 남설아 씨랑 연찬이가 이렇게 이해해주시니 정말 감사해요. 젊은 사람들 일은 역시 본인들이 직접 해결하는 게 제일 좋죠.”그러면서 그녀는 손가방에서 금박으로 인쇄된 초대장 두 장을 꺼내 강연찬에게 건넸다.“연찬아, 이건 동산 리조트에서 이번 주말에 여는 체험 행사 초대장이야. 거기서 새로 준비한 휴식 프로그램이 몇 개 있어서 이번 기회에 다들 기분 전환도 할 겸 가보면 좋겠다 싶어.”남설아는 타이밍을 맞춰 살짝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갑작스러운 초대에 의아한 듯한 반응이었다.소씨 사모님은 그걸 보자 황급히 덧붙였다.“남설아 씨, 사정을 말씀드리자면요. 오늘 연회 자리에서 저희 소씨 가문이 제대로 접대도 못 해 드리고 괜히 놀라게 해드려서 정말 마음이 걸렸어요. 그 리조트는 공기 좋고 풍경도 좋아서 힐링엔 최고거든요. 정말 진심으로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 두 가문 사이도 오해 없이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그래서 말인데요, 이번 주말에 꼭 오셔서 이틀 정도 쉬다 가세요. 그게 저희 소씨 가문이 드릴 수 있는 작은 사과이자 앞으로의 관계를 위한 첫걸음이라 생각해요. 괜찮으시겠어요?”말투는 정중하고 진심 어린 것처럼 보였다.강연찬은 말을 꺼내려다 말았다. 그는 남설아가 다시 소씨 가문, 특히 소미란 같은 사람들과 얽히는 걸 원치 않았다.하지만 남설아가 먼저 나섰다.“좋아요.”그녀는 미소를 띠며 단호하게 대답했다.“사모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저희가 거절하면 오히려 예의가 아니죠. 마침 요즘 답답하기도 했는데 바람 쐬러 다녀오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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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7화

강연찬의 눈빛이 순간 날카로워졌다. 긴 팔을 뻗어 단숨에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렸다. 동작은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웠다.“오빠...!” 남설아가 놀라서 외쳤고 반사적으로 그의 목에 팔을 감았다.“움직이지 마. 넌 지금 쉬어야 해.”강연찬의 목소리는 다정했지만 거부할 수 없는 단호함이 담겨 있었다. 그는 그녀를 조심스럽고도 확고하게 품에 안고 아파트 입구로 걸어갔다.그의 품에 안긴 그녀는 따뜻하고 말랑했다. 그게 그를 안정시키면서도 그녀를 위해 모든 문제를 정리하고 싶다는 충동을 더욱 키웠다.한편, 소씨 사모님의 차는 곧장 소씨 가문의 저택으로 향했다.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소미란이 거실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허둥지둥 달려왔다. 얼굴엔 아직 긴장과 초조함이 가시지 않은 채였다.“엄마! 어땠어요? 남설아는 뭐래요? 연찬이는... 많이 화났어요?”소씨 사모님은 신발을 갈아신고 가정부가 내민 따뜻한 물을 마신 뒤에야 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딸의 우왕좌왕한 모습에 속으로 한숨부터 나왔다.소파에 앉은 그녀는 담담하지만, 위엄 있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남설아가 이번 주말에 동산 리조트에 가겠다고 했어.”“진짜요?” 소미란은 놀란 듯 되물었고 이내 다시 긴장한 표정이 되었다.“그럼... 그 여자는 보복할 생각인 거예요?”“그 여자가 무슨 속셈이든 이건 기회야.”소씨 사모님은 딸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연찬이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만회할 수 있는 기회. 난 이미 너 대신 약속했다. 주말 일정엔 반드시 참석해야 하고 이번엔 실수 없이 제대로 해. 오늘처럼 경솔하게 굴지도 말고 절대로 남설아나 연찬이 기분 상하게 하지 마. 알아들었어?”소미란의 얼굴이 하얘졌다. 마지못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제가... 제가 왜 그 여자한테 비위를 맞춰야 해요...”“엄마 말 안 들을 거야?”소씨 사모님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그 말엔 실망과 답답함이 섞여 있었다.“아직도 강연찬을 예전처럼 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애라고 착각해? 지금 강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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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8화

침대 옆은 비어 있었지만, 아직 온기가 남아 있었다.남설아는 맨발로 침대에서 내려와 방을 나섰고 그 순간 고소한 음식 냄새가 코를 스쳤다.식탁 쪽에서는 강연찬이 마지막 아침 식사를 상에 올리고 있었다.“일어났어?” 강연찬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고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눈가엔 웃음기가 어려 있었다.“와서 아침 먹어. 네가 좋아하는 것들로 준비했어.”남설아는 그의 맞은편에 앉아 우유부터 한 모금 마셨다. 따뜻한 온기가 위 속으로 퍼졌다.“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오늘 동산 리조트 가는 날이잖아. 네가 혹시 잠 못 잤을까 봐 일찍 일어나서 미리 준비했지.”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잠시 얼굴을 살폈다.“몸은 어때? 아직 불편한 데 있어?”어젯밤, 그들은 이미 리조트로 가져갈 짐을 다 챙겨두었고 강연찬은 남설아에게 일찍 자라고 했다.남설아는 고개를 저으며 활짝 웃었다.“괜찮아, 다 나았어. 봐.”그녀는 일부러 목을 돌려보고 손목도 가볍게 휘둘러 보였다.“엄청 쌩쌩해.”그제야 강연찬도 안심한 듯 미소를 지었다. 남설아의 혈색 좋은 얼굴을 보며 그는 마음속으로 안도와 동시에 약간의 감상이 일었다.“설아야, 요즘 진짜 고생했어. 당분간은 좀 마음 편히 쉴 수 있겠네.”남설아도 긴장이 조금 풀린 듯 토스트를 집어 한 입 작게 베어 물고 천천히 씹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진심이 담긴 눈빛으로 말했다.“오빠, 이번 일도 정말 고마워.”강연찬은 칼과 포크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 곁으로 다가왔다. 그녀를 뒤에서 조심스럽게 안아 올렸고 턱은 그녀의 머리 위에 살짝 얹혔다.그의 목소리는 낮고 따뜻했다.“바보야, 우리 사이에 그런 말 필요 없어. 네 옆에 있을 수 있고 네가 잘 지내는 걸 볼 수 있다는 게 나한테는 제일 기쁜 일이야.”남설아는 그 말에 살짝 몸을 기대어 그의 품에 안겼다.그의 가슴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안정된 심장 소리가 그녀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었다.아침 식사가 끝나고 두 사람은 간단히 정리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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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9화

차 문이 열리고 소미란이 차에서 내렸다.오늘 그녀는 연한 분홍빛 원피스에 흰색 샤넬풍 재킷을 걸쳤고 머리는 정성스레 손질되어 있었으며 화장도 평소보다 한층 수수하게 해 일부러 온순하고 해롭지 않은 인상을 주려 한 모습이었다.다만 그녀는 내릴 때 약간 망설이는 듯했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남설아와 강연찬을 본 순간 얼굴에 스치듯 어색한 기색이 지나가며 발걸음도 반 박자 느려졌다.소씨 사모님은 웃는 얼굴로 다가오며 소미란에게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미란아, 이제야 왔어? 연찬이랑 설아 씨는 벌써 도착한 지 꽤 됐어. 다 너만 기다리고 있었지.”그녀는 소미란의 손을 가볍게 쥐었는데 그 손짓에는 무언의 신호가 담겨 있었다.소미란의 손바닥은 이미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그녀는 어머니를 따라 남설아와 강연찬 쪽으로 걸어갔다.다다를수록 마음속의 불쾌감은 더욱더 거세게 치솟았고 남설아에게 머리를 숙이는 일이 그 어떤 일보다도 고통스러웠다.그러나 어머니의 말이 아직 귓가에 맴돌고 있었고 강연찬이 지금 강씨 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 그리고 소씨 가문의 현재 입장 모두가 이 불쾌한 마음을 꾹 참게 했다.“연찬아, 설아 씨.”소미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부드러워졌고 눈빛은 불안하게 흔들리며 둘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강연찬은 그저 고개만 살짝 끄덕였고 그의 시선은 대부분 남설아에게 향해 있었다.남설아는 차분히 소미란을 바라보았고 일부러 친절한 척하지도, 차갑게 대하지도 않았다.소씨 사모님은 상황을 살피며 소미란을 데리고 응접실 쪽으로 가 앉게 했다. 그녀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남설아에게 말했다.“설아 씨, 미란이가 지난번에 철이 없어서 설아 씨께 큰 폐를 끼쳤죠. 그 일 이후로 집에서 많이 반성하고, 마음이 무척 불편해했어요. 오늘도 설아 씨께 꼭 사과하고 싶다고 정성껏 선물도 준비해 왔어요. 부디 미란이의 진심을 받아들여 주시고 너그럽게 이해해 주세요.”소미란은 어머니의 눈짓에 따라 조심스럽게 가방에서 정성껏 포장된 벨벳 상자를 꺼냈다. 그녀는 양손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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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0화

“사모님, 정말 세심하게 준비하셨네요.”남설아가 정중하게 답했다. 소씨 사모님의 얼굴에 미소가 한층 짙어졌다.“당연하죠. 연찬아, 넌 힘이 좋으니까 저쪽 좀 도와줘. 짐이 좀 있어서 말이야. 설아 씨랑 미란이는 먼저 온천 쪽으로 가서 잠깐 얘기도 나누고.”그녀는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강연찬을 바라봤다.강연찬은 눈에 띄지 않게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특히 소미란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남설아 곁을 떠나는 건 내키지 않았다.그는 조용히 남설아를 바라봤다. 남설아는 그를 안심시키듯 고개를 살짝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오빠, 괜찮아. 다녀와. 나도 미란 씨랑 잠깐 할 얘기가 있어.”그녀는 소씨 사모님의 의도를 잘 알고 있었다. 소미란에게 ‘성의 있는 태도’를 계속 보여줄 기회를 주고 싶었다.강연찬은 남설아의 확고한 태도에 더 이상 뭐라 말할 수 없었고 그녀를 잠시 바라본 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무슨 일 있으면 바로 불러.”그리고는 소씨 사모님과 몇몇 가정부들과 함께 온천 쪽으로 향했다.응접실에는 남설아와 소미란, 둘만이 남았다. 한동안 공기가 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소미란은 앞에 놓인 찻잔을 들고 한 모금 마셨다.차는 뜨거웠지만, 그녀 마음속의 불안함을 누르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녀는 몰래 남설아를 곁눈질로 살폈다.남설아는 평온한 얼굴로 손에 든 선물 상자를 천천히 바라보며 살펴보고 있었고 그것을 열 생각은 없어 보였다.결국 참지 못한 쪽은 소미란이었다. 찻잔을 내려놓으며 일부러 아련한 기색을 담아 입을 열었다.“설아 씨, 사실 저는 연찬이랑 알고 지낸 지 정말 오래됐어요.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사이니까, 지금까지 인생의 대부분을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래서... 전 항상 우리가 결국엔 함께하게 될 거로 생각했어요. 그런데...”그녀는 말을 멈추고 잠시 시선을 떨구더니, 다시 이어갔다.“연찬이가 설아 씨를 선택한 건 정말 좀 의외였어요.”그 말은 놀라움이라기보다 질투와 불만이 억눌린 감정 그대로 드러나는 표현이었다.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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