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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4 Chapters

제851화

배서준이 휴게실 문을 밀고 들어섰고 서유라가 그의 뒤를 따라 들어왔다. 두 사람은 빠른 걸음으로 연회장의 소란을 뒤로한 채 방 안으로 들어섰다.방 안에는 정장을 입은 젊은 남자가 서 있었고 문이 열리는 소리에 몸을 돌렸다. 바로 서도현이었다.“도현아!”서유라는 그를 보자마자 참았던 분노가 터져 나왔다.“왜 이제야 온 거야.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너는 상상도 못 해! 남설아 그 여자, 완전히 미쳤다니까!”서도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한 누나를 붙잡았다. 그러고는 그녀의 충혈된 눈과 굳은 얼굴로 옆에 서 있는 배서준을 번갈아 바라봤다.“누나, 무슨 일이야. 진정하고 천천히 말해봐.”“다 그 싸가지 없는 남설아 때문이지!”서유라는 서도현의 손을 뿌리치고는 흥분해서 외쳤다.“그년이 사람들 다 있는 데서 내가 사모님한테 드린 그림이 가짜라고 했어. 내 체면이 완전히 구겨졌다고! 이씨 가문 사람들은 지금 다 그년 편이야. 서준아, 너도 봤지? 걔 일부러 그런 거잖아? 나 잘되는 꼴 못 봐서, 내 걸 다 빼앗으려는 거라고!”말을 하던 서유라는 울먹이며 고개를 배서준 쪽으로 돌렸다.“서준아, 너도 남설아 눈빛 봤지? 강연찬이랑 손잡더니 이번엔 이씨 가문까지 끌어들였어. 완전히 우리한테 복수하려는 거야! 날 망치고 널 끌어 내리려고 작정했다고!”배서준은 말없이 굳은 얼굴로 서 있었다.휴게실 안에는 서유라의 울먹이는 목소리만 맴돌았고 그게 오히려 더 신경이 거슬리게 했다.이씨 가문 부부의 태도가 그렇게까지 급변할 줄은 그도 예상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남설아의 오늘 행동은 어딘가 이상했다.“됐어, 누나.”서도현이 말을 끊으며 낮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여긴 지금 이씨 가문 행사장이야. 이렇게 떠들면 우스운 꼴 되는 거야. 남들 구경거리나 되지.”그는 배서준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매형, 기분 안 좋은 거 알아요.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야 해요.”서유라는 훌쩍이며 코끝을 훔쳤다.“도현아, 그래도 이대로 넘길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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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2화

배서준은 그 말을 들으며 무심코 소매의 단추를 만지작거렸다.서도현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이씨 가문은 수십 년을 상업계에서 살아남은 이들이다. 감정에 휘둘릴 사람들이 아니었다.그런데도 그는 마음 한편의 불안은 지워지지 않아 입을 열었다.“이씨 가문 사람들은 장기적인 안목을 중시하고 체면도 아주 중요하게 여겨. 오늘 남설아가 가짜 그림을 들춘 것도 그렇고, 말이나 행동에서도 흠잡을 데가 없어. 지금은 분명히 그쪽에 좋은 인상 갖고 있을 거야.”“쉬운 일 아니란 건 알아요.”서도현은 반박하지 않았다.“그래도 시도는 해봐야죠. 당장 사람을 우리 쪽으로 끌어올 수 없다고 해도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우리가 파고들 틈은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하잖아요. 여기 가만히 앉아서 남설아가 다 챙겨가는 걸 보고만 있을 순 없죠.”그는 물컵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넥타이를 가다듬으며 말했다.“매형, 누나. 여기서 잠깐 진정하고 계세요. 좀 둘러보고 올게요. 기억하세요. 뭘 보든 뭘 듣든, 절대 흥분하지 말고, 이씨 가문 행사장에서 문제 일으키지 말자고요.”서유라는 자신감 넘치는 동생의 태도에 조금 안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 말 들을게. 도현아, 제발 실수하지 마.”셋은 다시 마음을 다잡고 휴게실 문을 열고 나왔다.복도에는 두툼한 카펫이 깔려 있어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모퉁이를 돌자, 마침 앞쪽 응접실 문이 열리는 게 보였다.이씨 사모님이 웃으며 남설아의 팔짱을 끼고 있었다. 두 사람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보는 사람 누구라도 둘 사이의 친밀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강연찬은 한 발 뒤에서 따라가고 있었지만, 시선은 줄곧 남설아에게 고정되어 있었다.그녀를 향한 그의 배려는 누구나 느낄 만큼 분명했다.그 장면은 너무도 눈에 거슬렸다. 막 가라앉았던 서유라의 분노가 다시금 치밀어 올랐다.질투와 원망이 뒤엉킨 눈빛으로 ‘왜 남설아여야 하는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옆에 있던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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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3화

이씨 사모님이 고개를 돌렸을 때, 그녀의 웃음은 조금 엷어져 있었다.처음에는 다소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서유라를 보자마자 세 사람의 관계를 단번에 파악한 듯했다.손님이 많은 자리인 만큼, 그녀의 말투는 여전히 공손하고 예의 바랐다.“서도현 씨, 너무 심각하게 생각 마세요. 젊은 사람들끼리라면 이런저런 마찰도 있는 법이죠.”그녀는 서도현, 서유라, 배서준을 쓱 훑어본 뒤 다시 남설아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설아 씨가 아까 저한테 외할머니께 물려받은 액세서리 이야기를 해줬어요. 디자인이 아주 독특하더라고요. 나중에 시간 되면 한 번 구경시켜줘요.”남설아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답했다.“사모님께서 관심 가져주신다면, 찾아서 가져다드릴게요. 몇 점은 옛 장인의 작품이라 요즘엔 보기 힘든 것들이에요.”“그럼 더 좋죠. 그렇게 귀한 예술품을 눈으로라도 볼 수 있다면 정말 영광이죠.”이씨 사모님의 관심은 점점 깊어졌고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서도현 일행은 자연스럽게 그 흐름에서 밀려나 있었다.서유라는 두 사람이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질투심이 치밀어 올랐다.화를 꾹 참고 애써 웃으며 끼어들었다.“사모님, 보석 얘기하시니 생각났는데요, 저도 며칠 전에 오랜 보석 액세서리 한 세트를 구하게 됐어요. 정교해 보이긴 한데 진품인지 확신이 안 서서요. 사모님께서는 이런 물건 많이 보셨을 테니, 혹시 감정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이 말엔 이목을 끌고 싶다는 의도와 함께 남설아의 ‘가짜 그림’ 사건을 은근히 짚고 넘어가려는 속셈도 숨어 있었다.하지만 이씨 사모님은 못 들은 척 손을 살짝 내저었다. 최소한의 예의는 지켰고 그 안엔 분명한 거리감이 있었다.“유라 씨가, 과찬이네요. 저는 보석 액세서리 같은 건 잘 몰라서요. 괜히 함부로 말했다가 실례될까 봐요. 오히려 설아 씨가 집안 내력도 깊고 이런 옛 물건에 대해 더 잘 아는걸요.”그러면서 남설아의 손등을 톡톡 두드렸다.“설아 씨, 혹시 유라 씨 액세서리 좀 봐줄 수 있겠어요?”남설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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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4화

구석진 곳에서 소미란은 조금 전 상황을 똑똑히 지켜보고 있었다.원래는 서유라가 이씨 사모님과 친분을 쌓으면 그 틈을 타서 자신도 강연찬에게 접근하고 남설아를 밀어낼 생각이었다.그런데 서유라는 환심은커녕 가짜 그림 문제로 완전히 미운털이 박혔고 배서준까지 체면을 구겼다.이씨 사모님의 관심은 누가 봐도 남설아에게 쏠려 있었다.소미란은 다시 강연찬을 바라봤다. 남설아를 향한 그의 노골적인 옹호와 다정함은 감출 수가 없었다.그 모습을 보자, 그녀의 속은 질투로 가득 차올랐다.한편 서유라는 분한 얼굴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고 소미란은 그런 그녀를 힐끔 쳐다보곤 술잔을 들고 조용히 자리를 떴다.서씨 가문 남매와 더 얽혀봤자 체면만 구길 게 뻔했다. 그들 곁에서 망신당하느니 혼자 다른 길을 찾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시선을 돌리자 강연찬이 가까운 곳에서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단정하고 당당했다.이대로 서씨 남매와 어울리다간 자신도 한통속 취급받을 게 분명했다. 아직 관계가 완전히 틀어지기 전, 강연찬과 이야기할 기회를 만드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소미란은 마음을 다잡고 치마를 매만지며 표정을 정돈했다. 그녀는 적당한 미소를 띠고 조용히 구석을 빠져나와 강연찬 쪽으로 걸어갔다.그 옆에선 남설아가 진도 그룹의 하 대표에게 다른 인사를 소개받으며 활발하게 대화하고 있었다.소미란은 하 대표 일행이 돌아서는 찰나를 틈타 재빨리 강연찬 앞에 섰다.“연찬아.” 그녀는 목소리를 살짝 낮추며 다급한 기색으로 말했다.“잠깐만... 우리 단둘이 얘기할 수 있을까? 꼭 설명하고 싶은 게 있어.”강연찬은 고개를 돌려 소미란을 바라보았다. 얼굴에서 웃음기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예의를 잃지 않았다.그는 그녀를 잠시 조용히 바라보다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소미란.”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속엔 분명한 선이 느껴졌다.“우리 사이에 아직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소미란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간신히 미소를 유지하며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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