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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굿바이 쓰레기: Chapter 851 - Chapter 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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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1화

배서준이 휴게실 문을 밀고 들어섰고 서유라가 그의 뒤를 따라 들어왔다. 두 사람은 빠른 걸음으로 연회장의 소란을 뒤로한 채 방 안으로 들어섰다.방 안에는 정장을 입은 젊은 남자가 서 있었고 문이 열리는 소리에 몸을 돌렸다. 바로 서도현이었다.“도현아!”서유라는 그를 보자마자 참았던 분노가 터져 나왔다.“왜 이제야 온 거야. 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너는 상상도 못 해! 남설아 그 여자, 완전히 미쳤다니까!”서도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한 누나를 붙잡았다. 그러고는 그녀의 충혈된 눈과 굳은 얼굴로 옆에 서 있는 배서준을 번갈아 바라봤다.“누나, 무슨 일이야. 진정하고 천천히 말해봐.”“다 그 싸가지 없는 남설아 때문이지!”서유라는 서도현의 손을 뿌리치고는 흥분해서 외쳤다.“그년이 사람들 다 있는 데서 내가 사모님한테 드린 그림이 가짜라고 했어. 내 체면이 완전히 구겨졌다고! 이씨 가문 사람들은 지금 다 그년 편이야. 서준아, 너도 봤지? 걔 일부러 그런 거잖아? 나 잘되는 꼴 못 봐서, 내 걸 다 빼앗으려는 거라고!”말을 하던 서유라는 울먹이며 고개를 배서준 쪽으로 돌렸다.“서준아, 너도 남설아 눈빛 봤지? 강연찬이랑 손잡더니 이번엔 이씨 가문까지 끌어들였어. 완전히 우리한테 복수하려는 거야! 날 망치고 널 끌어 내리려고 작정했다고!”배서준은 말없이 굳은 얼굴로 서 있었다.휴게실 안에는 서유라의 울먹이는 목소리만 맴돌았고 그게 오히려 더 신경이 거슬리게 했다.이씨 가문 부부의 태도가 그렇게까지 급변할 줄은 그도 예상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남설아의 오늘 행동은 어딘가 이상했다.“됐어, 누나.”서도현이 말을 끊으며 낮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여긴 지금 이씨 가문 행사장이야. 이렇게 떠들면 우스운 꼴 되는 거야. 남들 구경거리나 되지.”그는 배서준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매형, 기분 안 좋은 거 알아요.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야 해요.”서유라는 훌쩍이며 코끝을 훔쳤다.“도현아, 그래도 이대로 넘길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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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2화

배서준은 그 말을 들으며 무심코 소매의 단추를 만지작거렸다.서도현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이씨 가문은 수십 년을 상업계에서 살아남은 이들이다. 감정에 휘둘릴 사람들이 아니었다.그런데도 그는 마음 한편의 불안은 지워지지 않아 입을 열었다.“이씨 가문 사람들은 장기적인 안목을 중시하고 체면도 아주 중요하게 여겨. 오늘 남설아가 가짜 그림을 들춘 것도 그렇고, 말이나 행동에서도 흠잡을 데가 없어. 지금은 분명히 그쪽에 좋은 인상 갖고 있을 거야.”“쉬운 일 아니란 건 알아요.”서도현은 반박하지 않았다.“그래도 시도는 해봐야죠. 당장 사람을 우리 쪽으로 끌어올 수 없다고 해도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우리가 파고들 틈은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하잖아요. 여기 가만히 앉아서 남설아가 다 챙겨가는 걸 보고만 있을 순 없죠.”그는 물컵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넥타이를 가다듬으며 말했다.“매형, 누나. 여기서 잠깐 진정하고 계세요. 좀 둘러보고 올게요. 기억하세요. 뭘 보든 뭘 듣든, 절대 흥분하지 말고, 이씨 가문 행사장에서 문제 일으키지 말자고요.”서유라는 자신감 넘치는 동생의 태도에 조금 안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 말 들을게. 도현아, 제발 실수하지 마.”셋은 다시 마음을 다잡고 휴게실 문을 열고 나왔다.복도에는 두툼한 카펫이 깔려 있어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모퉁이를 돌자, 마침 앞쪽 응접실 문이 열리는 게 보였다.이씨 사모님이 웃으며 남설아의 팔짱을 끼고 있었다. 두 사람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보는 사람 누구라도 둘 사이의 친밀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강연찬은 한 발 뒤에서 따라가고 있었지만, 시선은 줄곧 남설아에게 고정되어 있었다.그녀를 향한 그의 배려는 누구나 느낄 만큼 분명했다.그 장면은 너무도 눈에 거슬렸다. 막 가라앉았던 서유라의 분노가 다시금 치밀어 올랐다.질투와 원망이 뒤엉킨 눈빛으로 ‘왜 남설아여야 하는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옆에 있던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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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3화

이씨 사모님이 고개를 돌렸을 때, 그녀의 웃음은 조금 엷어져 있었다.처음에는 다소 의아한 표정이었지만 서유라를 보자마자 세 사람의 관계를 단번에 파악한 듯했다.손님이 많은 자리인 만큼, 그녀의 말투는 여전히 공손하고 예의 바랐다.“서도현 씨, 너무 심각하게 생각 마세요. 젊은 사람들끼리라면 이런저런 마찰도 있는 법이죠.”그녀는 서도현, 서유라, 배서준을 쓱 훑어본 뒤 다시 남설아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설아 씨가 아까 저한테 외할머니께 물려받은 액세서리 이야기를 해줬어요. 디자인이 아주 독특하더라고요. 나중에 시간 되면 한 번 구경시켜줘요.”남설아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답했다.“사모님께서 관심 가져주신다면, 찾아서 가져다드릴게요. 몇 점은 옛 장인의 작품이라 요즘엔 보기 힘든 것들이에요.”“그럼 더 좋죠. 그렇게 귀한 예술품을 눈으로라도 볼 수 있다면 정말 영광이죠.”이씨 사모님의 관심은 점점 깊어졌고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서도현 일행은 자연스럽게 그 흐름에서 밀려나 있었다.서유라는 두 사람이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질투심이 치밀어 올랐다.화를 꾹 참고 애써 웃으며 끼어들었다.“사모님, 보석 얘기하시니 생각났는데요, 저도 며칠 전에 오랜 보석 액세서리 한 세트를 구하게 됐어요. 정교해 보이긴 한데 진품인지 확신이 안 서서요. 사모님께서는 이런 물건 많이 보셨을 테니, 혹시 감정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이 말엔 이목을 끌고 싶다는 의도와 함께 남설아의 ‘가짜 그림’ 사건을 은근히 짚고 넘어가려는 속셈도 숨어 있었다.하지만 이씨 사모님은 못 들은 척 손을 살짝 내저었다. 최소한의 예의는 지켰고 그 안엔 분명한 거리감이 있었다.“유라 씨가, 과찬이네요. 저는 보석 액세서리 같은 건 잘 몰라서요. 괜히 함부로 말했다가 실례될까 봐요. 오히려 설아 씨가 집안 내력도 깊고 이런 옛 물건에 대해 더 잘 아는걸요.”그러면서 남설아의 손등을 톡톡 두드렸다.“설아 씨, 혹시 유라 씨 액세서리 좀 봐줄 수 있겠어요?”남설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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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4화

구석진 곳에서 소미란은 조금 전 상황을 똑똑히 지켜보고 있었다.원래는 서유라가 이씨 사모님과 친분을 쌓으면 그 틈을 타서 자신도 강연찬에게 접근하고 남설아를 밀어낼 생각이었다.그런데 서유라는 환심은커녕 가짜 그림 문제로 완전히 미운털이 박혔고 배서준까지 체면을 구겼다.이씨 사모님의 관심은 누가 봐도 남설아에게 쏠려 있었다.소미란은 다시 강연찬을 바라봤다. 남설아를 향한 그의 노골적인 옹호와 다정함은 감출 수가 없었다.그 모습을 보자, 그녀의 속은 질투로 가득 차올랐다.한편 서유라는 분한 얼굴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고 소미란은 그런 그녀를 힐끔 쳐다보곤 술잔을 들고 조용히 자리를 떴다.서씨 가문 남매와 더 얽혀봤자 체면만 구길 게 뻔했다. 그들 곁에서 망신당하느니 혼자 다른 길을 찾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시선을 돌리자 강연찬이 가까운 곳에서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단정하고 당당했다.이대로 서씨 남매와 어울리다간 자신도 한통속 취급받을 게 분명했다. 아직 관계가 완전히 틀어지기 전, 강연찬과 이야기할 기회를 만드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소미란은 마음을 다잡고 치마를 매만지며 표정을 정돈했다. 그녀는 적당한 미소를 띠고 조용히 구석을 빠져나와 강연찬 쪽으로 걸어갔다.그 옆에선 남설아가 진도 그룹의 하 대표에게 다른 인사를 소개받으며 활발하게 대화하고 있었다.소미란은 하 대표 일행이 돌아서는 찰나를 틈타 재빨리 강연찬 앞에 섰다.“연찬아.” 그녀는 목소리를 살짝 낮추며 다급한 기색으로 말했다.“잠깐만... 우리 단둘이 얘기할 수 있을까? 꼭 설명하고 싶은 게 있어.”강연찬은 고개를 돌려 소미란을 바라보았다. 얼굴에서 웃음기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예의를 잃지 않았다.그는 그녀를 잠시 조용히 바라보다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소미란.”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속엔 분명한 선이 느껴졌다.“우리 사이에 아직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소미란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간신히 미소를 유지하며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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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5화

밤바람은 서늘한 기운을 품고 연회장 안에 남아 있던 온기와 말소리를 모두 흩뜨려 놓았다.손님들은 대부분 자리를 떴고 이씨 사모님은 끝내 배서준 일행을 배웅하러 나오지 않았다. 그 노골적인 무시는 오히려 대놓고 면박을 주는 것보다 더 모욕적으로 느껴졌다.소미란은 더욱 이상했다. 강연찬과 몇 마디 나눈 뒤로는 감쪽같이 모습을 감췄다.배서준은 굳은 얼굴로 앞장서 걸었고 서유라는 그의 팔에 팔짱을 낀 채 몰래 그의 옆모습을 훔쳐보았다.굳게 다문 그의 입가에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서도현은 그 옆에서 눈살을 잔뜩 찌푸린 채 함께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고 세 사람 사이에 흐르는 무거운 공기는 아까 연회장의 북적임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누나.”서도현이 결국 참지 못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소미란, 도망친 거 아냐? 아까 강연찬이랑 몇 마디 하더니 표정이 싹 바뀌고는 바로 사라지더라. 이씨 가문 쪽은 이제 끝났고... 설마 우리랑도 손 떼겠다는 거면 어떡해?”서유라는 속으론 불안했지만, 겉으로는 단호하게 말했다.“도현아,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마. 소미란이 남설아를 망신 주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데, 설령 소명 그룹이 우리 말고도 다른 파트너가 있다고 해도 투자비 회수는 안 되는 일이야. 그 손해를 소씨 가문이 고스란히 떠안겠다고?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야. 돈 날리는 꼴이지.”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녀는 불안감에 배서준의 팔을 세게 붙잡았다.소미란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사실이 왠지 모르게 불안하게 느껴졌다.배서준은 아무 말 없이 묵묵히 걸음을 옮기며 출구만을 응시하고 있었다.그때, 연회장의 회전문이 다시 돌아갔다. 남설아가 강연찬의 팔에 가볍게 손을 얹고 함께 나오는 모습이었다.몸에 꼭 맞는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더욱 날씬하고 우아해 보였고 얼굴에는 은은한 미소가 감돌았다. 강연찬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 그녀의 눈빛과 표정에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기운이 배어 있었다. 강연찬은 그녀의 말을 고개를 숙여 들으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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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6화

그는 일부러 ‘휴가’라는 단어를 또박또박 강조했다.지금 남설아가 얼마나 여유롭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를, 현재 배서준이 겪고 있는 혼란스러운 현실과 뚜렷이 대비시키는 말이었다.배서준의 얼굴은 순식간에 더 어두워졌다.그는 남설아의 얼굴에서 단 한 줄기라도 흔들림이나 죄책감을 찾아보려 애썼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남설아는 그저 평온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조용히 고개를 돌려 강연찬에게 살짝 끄덕였다.가자고 말하는 듯한 자연스러운 몸짓이었다.강연찬은 더 이상 배서준에게 신경 쓰지 않은 채 남설아의 허리를 자연스럽게 감싸 안고 그녀와 함께 주차장의 반대편으로 걸어갔다.두 사람의 뒷모습은 불빛 아래 길게 그림자가 졌고 나란히 선 모습은 더없이 잘 어울렸다.그들은 점점 멀어졌고 주차장 입구에는 이제 배서준 혼자만 남았다.그의 몸은 굳어 있었고 그대로 멈춰 선 채 움직이지 않았다.서유라가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넋이 나간 듯 서 있는 그를 바라보며 그녀의 마음속엔 질투와 분노가 얽혀 복잡한 감정이 일었다.무언가 말하고 싶었다. 위로의 말이라도, 아니면 남설아를 원망하는 말이라도.하지만 입까지 나왔던 말은 결국 목구멍에서 멈췄고 그녀는 입술만 꾹 깨물고 말았다.서도현은 조용히 그 옆에 서서 가늘게 눈을 뜬 채 배서준의 반응을 살폈다. 그의 눈빛은 상황을 계산하는 듯 날카롭고, 침착했다.그 순간, 배서준은 마치 이제야 모든 것을 깨달은 사람처럼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남설아와 강연찬이 지금 이 시점에서 모든 걸 넘기고 떠난 건, ‘권한 이전’이 아니라 ‘짐 떠넘기기’였다. 남겨진 문제는 모두 자신의 몫이었다.그녀가 떠난 뒤의 배건 그룹은 이미 신뢰를 잃었고 협력사들은 등을 돌렸으며 브랜드는 망가졌고 주가는 끝없이 내려갔다.돌이키기엔 너무 늦은 상황이었다.그는 이제야 깨달았다. 그토록 권력을 되찾겠다며 성급하게 나섰던 자신이 얼마나 큰 함정에 빠져들었는지를 말이다.“매형.”서도현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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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7화

“미란아? 너 왔니? 연회는...”거실에서 물컵을 들고나오던 소미란의 어머니는 딸의 몰골을 보곤 말을 멈췄다.소미란은 어머니의 말에 아무런 반응도 없이 그대로 계단 쪽으로 향했다.“멈춰!”어머니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위엄이 배어 있었다.“그게 무슨 꼴이야. 무슨 일 있었어?”계단 중간에 멈춰 선 소미란은 참았던 울음을 삼키더니 이내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기 시작했다.소미란의 어머니는 컵을 내려놓고 다가가 딸의 등을 다독이며 다정하게 물었다.“그래, 그래. 무슨 일이야? 누가 우리 딸 마음 아프게 했어?”그 말을 듣자 소미란은 홱 돌아서더니 눈물로 번진 얼굴로 어머니를 올려다봤다.그녀의 목소리엔 억울함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엄마! 강연찬이야! 그 사람이... 나에게 상처를 줬어!”소미란의 어머니는 얼굴을 굳히며 딸을 소파에 앉히고 티슈를 건넸다.“연찬이? 걔가 왜?”“나... 나 연회장에서 그 사람 찾았거든요.”소미란은 울음을 꾹꾹 누르며 말을 이어갔다. 감정이 북받쳐 말이 자꾸 끊겼다.“우리 두 가문은 수십 년을 알고 지냈고 사업적인 관계도 얽혀 있는데... 난 그냥, 그 사람이 남설아한테 속지 말라고 말하려고 했어요. 근데... 근데 그 사람이, 제 말을 안 들어요!”그녀는 말을 하면서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제 말은 듣지도 않고 앞으로 자기한테 가까이 오지도 말라면서... 우리 가문이랑은 그냥 사업상 거래할 뿐이라고... 자신을 찾지도 말고, 남설아를 귀찮게 하지도 말래요! 엄마, 강연찬이 어떻게 그래요? 우리 집안 생각도 안 해요?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우리 우정은요?”소미란의 어머니는 딸의 말을 들으며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강연찬, 원래는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남설아라는 여자 하나 때문에 이성도, 도리도 잃은 게 아닌가 싶었다.“말도 안 되는 소리!”소미란의 어머니는 화를 숨기지 않았다.“강연찬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우리 소씨 가문이랑 강씨 가문이 몇 년을 같이 사업했는데 그걸 그렇게 쉽게 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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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8화

소미란이 계단을 올라가며 몸이 복도 모퉁이 너머로 사라지자 거실엔 조용한 정적만이 남았다.이제 이 공간엔 소미란의 어머니만 홀로 서 있었다.그녀는 한참을 계단 쪽을 바라보다가 여전히 찌푸린 미간을 펴지 못한 채 물컵을 들어 올렸다.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컵 표면을 문질렀고 이내 컵을 내려놓으며 마음을 굳혔다.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이쯤 되면 강씨 가문에 직접 찾아가 따져 물어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다.한편, 리조트 호텔의 정원은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밤이 내려앉고 바람엔 꽃과 풀의 은은한 향이 실려 있었다.강연찬은 남설아의 손을 꼭 잡은 채 흰 장미꽃잎이 깔린 작은 길을 천천히 걷고 있었다. 길옆으로는 반짝이는 조명이 아기자기하게 놓여 있었고 길 끝에는 장미가 두껍게 깔려 그 사이사이엔 붉은 장미 몇 송이가 포인트처럼 섞여 있었고 그 중심엔 흰 식탁보가 덮인 원탁이 놓여 있었다.테이블 위엔 촛불이 은은하게 반짝였고 옆엔 와인과 식기가 정갈하게 준비돼 있었다.부드러운 첼로 선율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왔고 그건 남설아가 평소 좋아하는 곡이었다.“연찬 오빠, 이게...”남설아는 말끝을 흐리며 둘러보았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연회장에서 겪었던 불쾌한 일들, 소미란의 집착 어린 시선, 그런 것들이 이 짧은 평온과 정성 앞에서 조금은 희미해지는 듯했다.“마음에 들어?”강연찬은 그녀의 손을 살며시 놓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서더니 허리를 살짝 굽혀 손을 내밀며 말했다.“아름다운 숙녀분, 저와 한 곡 춰주시겠습니까?”남설아는 그의 진지한 표정에 웃음이 나왔다. 그녀는 손을 그의 손 위에 얹으며 대답했다.“영광이에요, 신사님.”두 사람은 음악에 맞춰 꽃잎이 깔린 바닥 위를 천천히 돌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강연찬의 팔은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 안았고 그의 시선은 오롯이 그녀에게 향해 있었다. 그 눈빛은 부드럽고 따뜻했다.남설아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달빛이 그의 또렷한 턱선을 은은히 비추고 있었다.그러다 문득,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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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9화

남설아는 한 걸음 다가서더니 강연찬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심장 소리를 들었다.“연찬 오빠...”그를 부르며 낮게 울먹였지만, 그 뒤의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강연찬은 말없이 그녀를 더 꼭 안아주었다. 그녀를 품에 감싸 안은 채 턱 끝을 그녀의 머리 위에 살짝 기댔다.정원엔 잔잔한 음악과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조용히 퍼지고 있었다.잠시 후, 남설아가 고개를 살짝 들었다.그녀의 눈동자는 별빛처럼 반짝였고 그 안엔 촛불과 밤하늘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강연찬은 고개를 숙여 조심스럽게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 키스는 처음엔 부드럽고 따뜻했으며 위로가 담겨 있었다.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깊고 진해지며 두 사람은 서로의 감정에 속절없이 빠져들었다.밤이 깊은 시각, 배서준은 조용히 일어나 서유라의 이불을 덮어주고 그녀의 옆모습을 한동안 바라보았다.서유라는 눈을 감은 채 고르게 숨 쉬고 있었고 속눈썹은 조용히 내려앉아 깊은 잠에 빠진 듯 보였다.그는 침대 곁에 잠시 서 있다가 조심스레 몸을 돌려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 애쓰며 옆방 서재로 향했다.서재엔 은은한 조명이 하나 켜져 있었다.배서준은 책상에 앉아 서랍을 열고 오래된 휴대폰 하나를 꺼냈다. 화면은 켜졌지만 잠금은 풀지 않았다.그는 잠금화면 속 사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사진 속 남설아는 예전 여행 중 찍어 보낸 모습이었다. 눈웃음을 가득 머금은 채 자신을 향해 환하게 웃고 있었다.“그땐 왜 네가 그렇게 좋은 사람인지 몰랐을까.”배서준은 차가운 화면을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쓸었다. 가슴속엔 복잡한 감정이 엉켜 있었다. 먹먹하고 답답하면서도 어딘가 통증이 느껴졌다.그는 화면을 밀어 잠금을 해제하고 갤러리에 들어갔다. 그 안엔 남설아의 사진이 꽤 많이 남아 있었다.이혼 후, 후회를 느끼며 그녀의 SNS를 뒤져 어렵게 모은 것들이었다.“이런 시간에야 비로소 너를 생각할 수 있네.”그는 낮게 한숨을 쉬며 휴대폰을 입술 가까이 가져갔다. 그리고 아주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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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0화

“아니야.”남설아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만족스러운 말투였다.“그냥 해 뜨는 걸 놓치기 싫었어.”그녀는 고개를 들어 강연찬의 눈을 바라봤다.“연찬 오빠, 지금 이렇게 있는 게... 너무 좋아. 좋아서, 이 순간순간이 너무 소중해. 단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아.”그 말에 강연찬의 가슴이 따뜻해졌다. 그는 조용히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그녀가 한 말의 의미를 그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간 함께 겪어온 아픔이 있었기에 지금의 평온이 얼마나 귀한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강연찬은 팔에 힘을 더 주어 그녀를 꽉 끌어안고 턱을 그녀의 머리카락에 부드럽게 비비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응. 우리한테 이런 아침이, 이런 해 뜨는 날이 앞으로도 많을 거야.”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를 안은 채 창밖 하늘이 금빛에서 맑은 파랑으로 물들어가는 모습을 함께 지켜봤다.잠시 후, 강연찬은 다시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키스는 아주 부드럽고 조심스러웠다. 그 안엔 소중한 마음과 위로, 말없이 전하는 깊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해가 완전히 떠오른 뒤, 두 사람은 함께 일어나 씻고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식사 도중, 남설아의 개인 이메일로 새로운 메일이 도착했다. 보낸 사람은 천기준이었고 배건 그룹의 최근 상황에 대한 보고였다.남설아는 태블릿으로 메일을 열어 빠르게 훑었다. 잠시 뒤, 눈썹이 아주 살짝 찌푸려졌다.“무슨 일 있어?”강연찬은 그녀의 표정을 보고 따뜻한 우유 한 잔을 건넸다. 남설아는 우유를 한 모금 마신 뒤, 컵을 내려놓고 태블릿을 넘기며 말했다.“천 비서님 말로는, 배건 이사회가 지금 아주 엉망이래. 원로 이사들끼리 싸우기 바쁘고 결론은 하나도 못 내리고 있어. 문 회장 쪽은 여전히 손 놓고 있고. 회사 망하든 말든 그냥 모른 척하는 거지.”그녀는 잠시 말을 멈췄고 계산이 끝난 듯한 목소리로 덧붙였다.“다행히 이설 그룹 쪽 프로젝트는 내가 미리 분리해놔서 배건에 전부 흡수된 건 아니었어. 영향이 거의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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