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미란은 일부러 ‘두 가문’이랑 ‘어른들’이라는 말을 또렷하게 강조해서 말했다.강연찬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주려는 의도였다.주변 사람 중 몇몇은 슬슬 이쪽을 힐끔거리기 시작했다. 눈빛엔 호기심과 구경거리라도 생겼다는 기대감이 섞여 있었다.남설아는 그런 소미란의 끈질긴 태도를 보며 딱히 감정이 올라오진 않았다. 오히려 좀 우스웠다.저런 ‘남자 뺏기’ 식의 어린 싸움은 수도 없이 봐 왔기에 굳이 진지하게 대응할 이유도 못 느꼈다.그녀가 막 뭔가 말하려던 찰나, 강연찬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얼굴엔 여전히 미소가 있었지만, 눈빛은 차가워졌다.“미란아, 마음은 고마운데 설아랑 얘기 나눌 게 좀 있어서. 춤추고 싶으면 이 자리엔 멋진 파트너 많으니까 굳이 나 아니어도 될 거야.”그 말은 딱 잘라 말해 보내는 뜻이었다.소미란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입술을 꽉 깨물고 뭔가 더 말하려는 순간, 남설아가 조용히 강연찬의 소매를 잡아당겼다.그녀의 목소리는 나긋나긋하고 부드러웠다.“오빠, 아까 춤 너무 빨리 춰서 그런가, 스텝이 좀 불안해. 느린 곡으로 바꿔서 한 곡 더 출까?”그녀는 고개를 살짝 들어 강연찬을 올려다봤고 그 눈빛엔 애정이 스며 있었다.강연찬은 그 말뜻을 단번에 알아채고 그녀를 내려다보며 다정하게 웃었다.“그래, 알겠어. 어떤 곡으로 출까?”두 사람은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소미란이 옆에 있는 것도 잊은 듯이 둘만의 대화를 이어갔다. 소미란은 그 둘의 다정한 모습을 바라보며 속이 뒤틀릴 것 같았다.자신은 이렇게 드레스까지 차려입고 먼저 다가갔건만, 강연찬은 쳐다보지도 않는다.무엇보다 남설아를 향한 그 다정한 눈빛, 그건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소미란은 뿌리칠 수 없는 찜찜함과 함께 연회장 한쪽, 핑거푸드가 놓인 구역으로 물러났다. 그러면서도 눈은 계속 강연찬과 남설아 쪽을 향하고 있었다.그때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좀 과한 발상이긴 했지만, 마음속 한구석이 시원해지는 기분도 들었다.“창피를 좀 당해야 정신 차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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