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설아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얼굴에는 조금도 티가 나지 않았다. 그녀는 발걸음이 빨라졌다. 남설아는 옆에 있던 사회자에게 낮게 인사를 건넨 뒤, 무대 뒤편 출입구를 향해 서둘렀다.그녀가 막 문 안으로 한 발을 들이려는 순간이었다.“쾅!”연회장 양쪽의 거대한 문이 밖에서 벌컥 열렸다.커다란 굉음에 모두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사람들이 상황을 채 파악하기도 전에 한 남자가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헝클어진 머리, 풀어진 넥타이, 손에는 검은 권총을 움켜쥔 채였다.배서준이었다.핏발 선 눈은 광기에 젖어 있었고 몸 전체에서는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꺅!”주위에 있던 여자들이 비명을 질렀고 순식간에 연회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사람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도망쳤고 의자와 테이블이 뒤집히며 접시와 잔이 산산조각이 났다.“남설아!”배서준이 목이 터지게 소리쳤다. 총구는 덜덜 떨렸지만, 남설아를 정면으로 겨누고 있었다.“거기 서! 왜,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 왜 내 모든 걸 빼앗아 간 거냐고! 배건 그룹은 내 거야! 내 거라고!!”눈은 붉게 충혈되었고 목소리에는 울음이 섞여 있었다. 분노와 원망, 억울함이 뒤엉켜 쏟아져 나왔다.“그때 네가 얌전히 이설 그룹을 내놨더라면... 배건 그룹 사모님 노릇이나 했더라면 우리가 이 지경까지 되었겠어? 네가 날 이렇게 만든 거야! 네가 먼저 배신했잖아!”남설아는 가만히 서서 그의 처절한 몰골을 똑바로 바라봤다. 얼음처럼 차갑고 단단한 눈빛이었다.한때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가 바로 이런 사람이었다니,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눈썹조차 꿈쩍하지 않았다.그 차분함이 오히려 배서준을 더욱 자극했다.“대답해! 입이 없어?”그가 성큼 두 발짝 다가왔다.“네가 이겼다고 생각해? 웃기지 마! 내가 무너지면 너도 같이 끝장이야. 우리는 같이 끝장이라고!”그때, 이어폰에서 강연찬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지금이다! 제압해!”검은 양복 차림의 경호원들이 좌우에서 동시에 움직였다. 순식간에 공기가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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