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굿바이 쓰레기: Bab 81 - Bab 90

422 Bab

제81화

서유라는 바닥에서 일어나 애처롭게 배서준을 바라보았다.“너도 알잖아, 내게는 친동생이 하나뿐이야. 만약 그 애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나도 살아갈 수 없을 거야! 서준아, 제발 도와줘. 설아 씨만 용서해 준다면 내가 뭐든지 할게.”말을 하던 서유라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배서준의 품으로 파고들어 그의 허리를 감싸 안고는 애교를 부렸다.그런 그녀를 보는 배서준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한숨을 내쉰 뒤, 결국 입을 열었다.“방법을 찾아볼게.”그녀에게 불만이 조금씩 싹트고 있었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온 사람이기에 본능적으로 그녀를 보호해 주고 싶었다.배서준의 대답을 들은 서유라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그의 손을 꼭 잡으며 애원했다.“안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잖아. 서준아, 제발 도와줘. 도현이는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어. 그 아이는 몸에 무리가 가면 안 돼. 제발 부탁이야!”“알겠어.”배서준은 한층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하며 서유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의 눈빛에는 애틋함이 서려 있었다.“일단 집에 데려다줄게.”요즘 서유라는 더는 입원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 시간을 배서준과 함께 보냈다. 하지만 오늘은 배서준이 따로 볼일이 있어 그녀를 먼저 집으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한편, 강연찬은 멍들고 부어오른 얼굴로 회사에 돌아오자마자 보안팀에 전화를 걸었다.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시계를 벗고 상의 단추 두 개를 풀어 헤친 그는 이를 악문 채 기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안내 데스크에서 배건 그룹의 대표님이 오셨다는 연락이 왔다.강연찬은 차가운 웃음을 띠며 말했다.“올라오라고 해.”잠시 후, 배서준이 거만한 태도로 들어왔다. 싸늘한 눈빛으로 강연찬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저희 집안 문제에 끼어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집안 문제?”강연찬은 비웃으며 그를 내려다보았다.“누가 당신 가족이에요? 그게 어떻게 집안 문제예요?”그러자 배서준은 조용히 서류를 꺼내 보이며 아리송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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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남설아는 배서준의 생사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강연찬이 아직 안에 있었기에 경찰서로 갈 수밖에 없었다.경찰서 정문에 도착하자마자 서유라가 미친 사람처럼 달려오더니 남설아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이 악랄한 년! 내 동생을 모함한 것도 모자라 이제 서준이까지 해칠 셈이야? 너 진짜 뻔뻔하구나!”“너 미쳤어?”남설아는 서유라의 손목을 단단히 붙잡고 그대로 그녀의 뺨을 되갚아 치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소리 지르는 거야? 네 동생이 스스로 더러운 짓을 했으니 법의 심판을 받는 거지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너, 너 당장 이거 놔!”서유라는 필사적으로 손을 빼내려 했지만, 남설아의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남설아는 힘껏 서유라를 밀어내고 콧방귀를 뀌고는 경찰서 안으로 당당하게 걸어 들어갔다.“사모님, 드디어 오셨군요! 대표님께서…”천기준은 남설아를 보자마자 다급히 다가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을 건넸다.하지만 남설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냉정하게 대답했다.“저는 연찬 오빠 보러 온 거예요. 배서준 씨는 걱정해 줄 사람이 뒤에 있어요.”그 말을 남기고 남설아는 천기준을 지나쳐 단호하게 걸어갔다.때마침 서유라가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막 나가려던 천기준의 팔을 덥석 붙잡았다.“서준이는요? 어디 있어요?”서유라의 다급한 목소리에 천기준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서유라 씨, 지금 장난칠 때가 아닙니다. 당신은 대표님을 풀어줄 자격이 없어요. 정말 대표님을 위한다면 그냥 돌아가세요.”“천기준 씨, 무슨 뜻이에요?”서유라는 눈썹을 찌푸리며 불만스럽게 바라보았다.“서준이가 지금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누군지 기준 씨도 알잖아요? 그리고 남설아 그 여자 꼴 좀 봐요! 그 여자가 도와줄 것 같아요? 설마 서준이를 여기서 내버려 둘 생각이에요?”천기준의 속에서는 수많은 욕이 치밀어 올랐다. 서유라를 보고 있는 그의 눈에서 불이 뿜어나올 것 같았다.지금 배서준이 여기서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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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경찰이 남설아의 신분증을 확인한 뒤 다소 난처한 표정으로 물었다.“그런데 당신은 배서준 씨의 아내 아닌가요?”“맞아요. 하지만 우리는 이미 이혼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배서준 씨의 일은 제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에요. 경찰관님, 일단 제 선배부터 석방해 주세요. 이런 곳에 온 적도 없는 사람이라 많이 불편할 거예요.”남설아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녀의 마음은 이미 오래전에 식어버렸다. 특히 배서준을 대할 때는 일말의 감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배서준이 입을 열기도 전에 서유라가 재빨리 달려와 그를 끌어안으며 흐느꼈다.“서준아, 네가 정말 억울한 일을 당했어. 걱정하지 마.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널 빨리 여기서 꺼내줄게. 반드시 널 구해낼 거야.”경찰은 원래 남설아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서유라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애절하게 매달리는 모습을 보자 상황을 단번에 깨달았다.더 이상 묻지도 않고 즉시 서류 작업을 진행했다. 보석금 100만 원을 낸 후, 경찰은 강연찬의 석방을 승인했다.그러면서 앞으로는 싸우지 말고 냉정하게 문제를 해결하라며 간단한 훈계를 덧붙였다.남설아는 가볍게 웃었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직계 가족이 아니더라도 벌금만 내면 석방이 가능했다.그러니 배서준이 원하기만 하면 누구든 자신을 빼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그가 굳이 자신을 경찰서로 부른 건, 단순한 수작일 뿐이었다.자신이 그를 구해준 걸 빌미로 고마움을 강요하려던 속셈일 것이다.하지만 아쉽게도, 남설아는 이제 더 이상 예전의 순진한 여자가 아니었다. 그의 술수를 누구보다도 분명히 꿰뚫고 있었다.배서준은 여전히 서유라에게 안겨 있었지, 그의 시선은 오직 남설아에게만 향해 있었다.그녀가 지금 보이는 모든 행동이 단순한 연기일 것이라고 그는 믿고 싶었다.그녀는 자신의 관심을 끌려고 일부러 이렇게 행동하는 거다.그녀는 결국 돌아올 것이다. 그럴 리가 없다.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남설아는 끝내 돌아보지 않았다.그의 시야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그녀의 뒷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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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정말 자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청소 아주머니는 더욱 신이 나서 배서준을 향해 비꼬듯 말하며 빈정거렸다.배서준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지는 걸 보자 그녀는 만족스럽게 걸레를 챙겨 떠났다.오늘 하루 일한 보람이 제대로 느껴졌다.한편, 경찰들도 아주머니의 행동을 보고 웃음을 참느라 애를 먹었다.그들은 평소 훈련 덕분에 웬만하면 감정을 드러내지 않지만, 이번만큼은 정말이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배서준도 이 상황을 더 끌어봤자 자신만 우스워질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결국 그는 서유라의 손을 잡아끌며 빠르게 경찰서를 나섰다.오늘 하루 체면이며 자존심이며 몽땅 바닥에 내팽개쳐진 기분이었다.배서준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고 그 분노를 고스란히 서유라에게 쏟아냈다.그녀가 하이힐을 신고 있는지, 뒤따라올 수 있는지 신경도 쓰지 않고 성큼성큼 앞서 걸어갔다.오늘 일은 이쯤에서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경찰서 문을 나서자마자 기자들이 일제히 몰려들었다.카메라와 마이크가 앞다투어 그들을 향해 겨눠졌고 기자들은 경쟁하듯 질문을 쏟아냈다.“배 대표님, 이 아가씨와는 무슨 관계이신가요?”“여기에 온 이유가 뭔가요? 불법적인 일과 관련이 있습니까?”“최근 배건 그룹에 대한 루머가 사실인가요? 정말로 회사를 공매도하고 심지어 친딸까지 죽음에 몰아넣은 겁니까?”이 기자들은 오랜 경험을 쌓아온 베테랑들이었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누군가를 불쾌하게 만들지가 두려운 게 아니라 사람들이 열광할 만한 기사를 써내는 것이었다.그들의 날카로운 질문들은 마치 비수처럼 배서준과 서유라의 거짓된 가면을 단숨에 찢어버렸다.그나마 여유를 유지하던 서유라도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배서준의 등 뒤로 숨고 싶어졌다.하지만 늘 그녀를 감싸주던 배서준이 이번에는 그녀를 밀어냈다. 차가운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우린 그냥 친한 친구일 뿐입니다. 이 사람의 동생이 경찰서에 있어서 함께 온 것뿐이에요. 배건 그룹 내부 사정은 말씀드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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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이 기자들은 글 쓰는 실력은 둘째치고 분위기 띄우는 능력만큼은 최고였다. 이미 서유라가 이렇게 완벽한 장면과 논란거리를 제공했으니 그들이 쉽게 놓아줄 리 없었다.모두가 신이 나서 셔터를 미친 듯이 눌러댔다.서유라는 겉으로는 완벽하게 감정을 감췄지만, 양손은 이미 단단히 주먹을 쥔 상태였다.배서준이라는 남자가 믿을 수 없는 인간이라는 건 진작 알았지만, 결혼도 하기 전에 이렇게까지 믿을 수 없는 존재일 줄은 몰랐다. 기자들이 모두 떠나기를 기다린 후, 서유라는 곧장 경찰서로 발걸음을 옮겼다.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서도현을 만났다.“누나, 날 좀 구해줘. 나 이거 다 누나 위해서 그런 거잖아. 누나가 꼭 구해줘야 해. 절대로 날 이대로 두고 가면 안 돼!”서도현은 마치 구원의 손길이라도 잡은 듯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그러나 그런 모습을 본 서유라는 어이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녀의 표정은 한층 더 차갑게 변했다.“너 내가 지금 얼마나 큰 곤경에 빠진 줄 알아? 내가 도대체 왜 이런 멍청한 동생을 둬서는, 너는 하는 짓마다 짐만 되잖아. 너 한 게 대체 뭐가 있어? 뭐 하나 제대로 할 줄도 모르고 그냥 쓸데없는 쓰레기나 다름없다고!”서도현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미친 듯한 누나의 이런 모습을 보고 순간적으로 낯설고 두려운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소리쳤다.“그게 다 누나가 무능해서 그런 거 아냐? 그렇게 오래 붙어 있었으면서도 지금까지 그냥 불륜녀잖아. 누나가 사모님이었다면, 누가 감히 날 경찰서에 가둘 수 있었겠어? 결국 이것도 다 누나가 무능한 탓이잖아!”“미친놈이, 지금 누구한테 불륜녀라고 하는 거야!”서유라는 분노에 못 이겨 탁자를 내리쳤다. 그러나 지나치게 흥분한 탓에 경찰들에게 제지당해 결국 강제로 끌려 나왔다. 준비했던 말들을 한마디도 못 하고 쫓겨난 것이다.경찰서를 나서자마자 문 앞에 서 있는 천기준이 보였다. 서유라는 감정을 눌러 담고 억울하고 나약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하지만 천기준은 배서준 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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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병을 치료하러 병원에 간다지만 실상은 감금이나 다름없었고 배서준이 요즘 그녀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건 너무나도 분명했다.한편 남설아는 인터뷰 영상을 보자마자 비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화면 속 배서준을 바라보며 그녀는 다시 한번 확신했다.‘역시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어. 배서준은 서유라를 사랑하지 않고 나도 사랑하지 않아. 그가 사랑하는 건 오직 자기 자신, 그리고 그가 쥐고 있는 핵심적인 이익뿐이었어!’과거엔 모든 게 순조로웠기에 서유라가 최고의 선택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변했기에 이제 서유라의 자리도 위태로울 수밖에 없었다.배건 그룹은 지금 안팎으로 위기에 처해 있었고 그가 회사의 자산을 빼돌린 사실까지 들통나면서 이사회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그를 구할 수 있는 건 할아버지가 남긴 지분과 부부 관계뿐이었다.그래서 아무리 역겨워도, 아무리 삼키기 힘든 더러운 상황이라 해도 그는 이걸 견뎌야 했다.남설아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낀 강연찬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괜찮아?”“괜찮아, 그냥 돈 많은 사람들은 역시 유연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남설아는 진심으로 감탄했다.‘그래서 배서준이 저렇게 부자인 거지. 저렇게 유연하고 참을성이 좋으니까 말이야. 결국 돈을 벌 사람은 따로 있는 거야.’남설아의 태도에 강연찬이 살짝 찌푸린 얼굴로 말했다.“설마 다시 배씨 가문으로 돌아갈 생각은 아니지?”“맞아, 돌아갈 거야. 내가 원하는 걸 얻으려면 배씨 가문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어.”“선배, 그동안 많이 도와줘서 고마워. 그리고 나 때문에 여러 번 곤란한 상황에 휘말렸다는 것도 알아. 하지만 우리 둘 다 아직 배서준을 상대할 힘이 없어. 설령 끝장을 보겠다고 덤벼도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야. 그래서 난 잠시 숨을 죽이고 기회를 기다려야 해. 선배가... 나 좀 도와줄 수 있어?”이런 부탁을 하는 것이 얼마나 뻔뻔한 일인지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지금 그녀가 손을 내밀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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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사진 속 배나은을 바라보며 남설아의 가슴속 깊은 고통은 전혀 가라앉지 않았다.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쉬고 나지막이 말했다.“나은아, 우리 아가, 눈 깜짝할 새에 널 떠나보낸 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 가는구나. 왜 무정하게 한 번도 엄마를 보러 오지 않았어? 저승은 살 만해? 외할아버지랑 외할머니는 만났어? 네가 제일 좋아하던 엿은 있어?”말을 이어가던 남설아의 눈가에 결국 눈물이 맺혔다.그녀는 눈물을 세게 훔쳐내며 애써 웃어 보였다.“우리 나은이가 하늘에서 엄마가 보이니? 봤어? 엄마 정말 착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엄마는 네가 너무 보고 싶어. 오늘 밤 꿈에라도 찾아와 줄래? 네가 잘 지내고 있는지 알고 싶어.”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 오늘만큼은 밝은 얼굴로 나은이를 마주하고 싶었는데 끝내 그러지 못했다.그때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검은 롱코트를 걸친 배서준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날카로운 이목구비에 담긴 표정은 시니컬하고 냉소적이었지만 남설아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슬픔으로 변했다.그는 성큼성큼 걸음을 내디뎌 그녀 곁으로 다가와서는 곁에 서 있던 강연찬을 싸늘하게 흘겨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은아, 아빠 왔어.”그 한마디에 남설아의 주먹이 저절로 움켜쥐어졌다!전략적으로 보면 지금이 그가 나타나기에 가장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걸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그가 하필 나은이의 친아빠였다!‘대체 어떻게 아이가 살아 있을 때는 단 한 번도 따뜻한 사랑을 주지 않다가 죽고 나서는 이렇게 당당하게 아이를 이용할 수 있는 거지?’‘단순히 정자를 제공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걸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속으로는 온갖 욕설이 떠올랐지만 남설아는 애써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눈물을 닦아냈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은아, 어서 봐, 아빠야. 네가 제일 좋아하던 아빠잖아? 그렇게도 아빠랑 같이 있고 싶어 했잖아? 드디어 오셨네. 보고 있지? 맞지?”“나은아, 엄마가 미안해.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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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서유라의 뒤로 정신과 최고의 전문가와 간호사들, 그리고 천기준이 신중하게 선별한 네 명의 간병인이 따라붙었는데 모두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달래며 말했다.“서유라 씨, 말 잘 듣고 우리랑 같이 돌아가요, 네?”“싫어! 안 가! 당신들 나를 죽이려는 거잖아!”“서준아, 나 너무 무서워. 나 좀 안아줘!”서유라는 미친 듯이 배서준의 품으로 파고들며 그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사실 그녀는 원래 아무 이상도 없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사람들에게 포위당하니 진짜로 미쳐버릴 것 같았다. 게다가 지금 병원 전체가 배서준이 사모님을 끔찍하게 생각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이제 자신의 위치조차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그녀는 다급해져서 결국 이렇게 비열한 수를 써서라도 배서준을 붙잡으려 한 것이었다.서유라는 자신이 배서준 앞에서 이렇게까지 비굴해질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달랐다. 배서준은 예전처럼 그녀를 안아주지도 다정하게 위로해주지도 않았고 그저 차갑게 팔을 뻗으며 명령했다.“데려가세요.”“뭐?”서유라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배서준을 올려다보았고 미친 듯이 눈물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머리를 흔들며 몸부림쳤다.“안 돼, 서준아! 저 사람들 진짜 날 죽일 거야! 서준아, 제발 이러지 마! 부탁이야!”“배 대표님, 걱정 마십시오. 저희가 최상의 치료를 제공하겠습니다. 곧 안정적이 될 겁니다.”정신과 전문의가 급히 다가와 배서준에게 굳게 약속했다.배서준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서유라를 그들에게 넘긴 채 남설아의 병실로 들어갔다.‘이럴 수가?’서유라는 멍한 눈으로 배서준이 남설아의 병실로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순간 온몸이 차갑게 식어버리는 것 같았다!그녀는 완전히 이성을 잃고 발버둥 쳤고 결국 한 간병인의 팔을 세게 물어버렸다.“이거 놔, 이 개자식들아, 이거 놓으라고!”“짝!”그 간병인이 주저 없이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병원 복도가 일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그리고 곧 서유라의 날카로운 비명과 저주가 터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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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안민재는 강연찬을 힐끔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정말이지 강연찬의 이번 수는 진짜말 독했다. 아마 서유라가 오래 버티지 못하고 곧 무너질 것 같았다.“저쪽 전문가들은 정신병 환자 다루는 데 있어서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있으니까. 전문가들에게 봐줄 필요 없다고 잘 말씀드려. 어쨌든 미래의 사모님의 건강이 더 중요하니까.”말을 하다가 강연찬은 그만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이미 서유라가 어떤 꼴을 당할지 뻔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 그야말로 우스꽝스러울 정도였다.그의 즐거워하는 표정을 보자 안민재도 안도하며 조용히 물었다.“대표님, 그럼 저희는 이제 어떻게 할까요?”“우리 할 일 하면 돼. 저쪽에서 도움이 필요하면 설아가 연락할 거야.”강연찬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일에 집중했다.서유라를 겨냥한 건 의도된 일이었다. 그녀를 통제하고 절대 편하게 살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 그게 바로 그가 해야 할 일이었다.병상에서 눈을 뜨는 순간 남설아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그녀는 코끝을 스치는 소독약 냄새가 역겨웠다.나은이가 아팠을 때부터 병원이란 곳이 싫었고 증오에 가까운 감정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 그녀가 다시 병실에 누워 있었다.“깨어났네.”배서준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남설아는 더욱 기분이 나빠졌다.기절한 건 연기였지만 저혈당 증세는 사실이었고 순간적으로 정신이 흐려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어쩌면 하늘에 있는 나은이가 엄마의 복수를 돕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네.”그녀는 무표정하게 몸을 일으켰고 배서준을 외면한 채 고개를 숙였다.그 순간 그녀의 눈앞에 불쑥 히아신스 꽃다발 하나가 들이밀어졌다.그 순간 남설아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히아신스를 좋아했지만 그 사실을 배서준이 알고 있다는 게 너무나도 당혹스러웠다.즉 그는 지난 세월 동안 그녀를 기쁘게 할 방법을 몰랐던 게 아니었다. 단지 해주고 싶지 않았을 뿐.그걸 깨닫는 순간 남설아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서는 어금니를 악물며 그를 노려봤다.“이게 무슨 뜻이죠? 지금 이 상황이 대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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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진짜예요?”남설아가 고개를 들어 올리며 맑고 반짝이는 눈동자로 그를 바라봤다.배서준도 자신이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 분명 그는 억지로 이 자리에 앉아 있었고 마지못해 고개를 숙인 것이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저 반짝이는 눈동자와 마주하자 독하게 내뱉으려던 말이 입안에서 맴돌기만 했고 결국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이 순간 남설아는 더욱 비웃고 싶어 졌지만 배서준을 더없이 뜨거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 시선을 견딜 수 없었던 배서준은 회사를 핑계 삼아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이렇게까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 건 처음이었다. 이전까지 그는 이 여자에게 관심조차 없었으니 언제나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도무지 스스로가 왜 이러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병실을 나오자마자 곧장 위층으로 향했다.침대에 처참하게 묶여 있던 서유라는 배서준이 들어오자마자 몸을 필사적으로 흔들며 눈물을 흘렸다.그는 다가가 그녀를 묶고 있던 끈을 풀어주고 입을 막고 있던 테이프도 떼어냈다.“서준아, 드디어 왔네, 나를 구하러 온 거야?"“다들 널 위해서야. 네 병이 심각해서 치료가 필요해.”그는 서유라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말했다. 눈빛엔 애정이 서려 있었지만 입에서 나온 말은 한없이 차갑고 가혹했다.“나 병 안 걸렸어. 우리 집에 가자, 응? 다시는 문제 안 일으킬게.”서유라는 다급하게 그의 팔을 꽉 움켜잡았다.“유라야, 넌 원래 날 곤란하게 하지 않잖아. 그렇지?”“너희 동생 일,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지금은 남설아가 필요해.”배서준은 어쩔 수 없는 무력감과 강요가 뒤섞여 있는 눈빛을 하고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손을 잡고 애틋하게 쓰다듬었다.그 눈빛은 마치 그조차도 억울한 상황이고 서유라는 알아서 순응해야 한다는 뜻과 같았다.서유라는 이 남자가 낯설게 느껴졌다. 어쩌면 자신이 지금껏 그를 제대로 이해한 적이 없던 걸지도 몰랐다.‘대체 왜? 어쩌다 이렇게까지 변한 거지?’‘맹세했던 사랑은 거짓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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