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Chapter 711 - Chapter 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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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1화

‘그 둘은 대체 무슨 사이지?’이 점은 안다혜가 줄곧 매우 궁금해했던 부분이었다.심지어 알고 싶었다. 그렇게 어린 안소현에게 대체 무슨 매력이 있어서 대단한 분이 그녀를 위해 이런 일을 벌이는지.무엇보다 당시 안소현은 누가 뭐래도 재벌가 아가씨였는데 권력을 위해 남자의 비위나 맞추는 짓을 했을 리가.그 생각에 안다혜는 마음속이 찝찝했다.하지만 이 모든 건 추측에 불과했고 구체적인 건 상황에 따라 분석해야 했다.이 이상한 곳에서 탈출한 뒤에 어떻게 된 일인지 제대로 알아볼 생각이었다.안다혜가 학교 안으로 걸어가며 둘러보려던 찰나 어린 민초연의 걱정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다혜야, 지금 돌아가도 정말 괜찮겠어?”어린 안다혜의 얼굴에 망설임이 스쳤지만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아.”뭐가 됐든 상대는 자신의 어머니였고 세상에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어머니는 없으니 김미진도 분명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말은 심하게 해도 사랑하는 건 분명할 테니까.그렇게 생각하며 어린 안다혜는 더욱 확고한 결심을 내렸고 고집을 부리는 그녀의 모습에 어린 민초연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럼 됐어. 네가 뭘 하든 내가 항상 네 뒤에서 응원할게.”민초연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다혜야, 너도 알겠지만 친구 사이에는 무슨 일이든 다 말해야 해. 걱정하지 마, 나는 영원히 네 편이니까. 나는 항상 너를 위해 생각할 거고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항상 너와 함께할 거야.”그 말을 듣고 어린 안다혜도 감동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답했다.말을 마친 후 그녀는 민초연을 꼭 껴안으며 남몰래 안도했다.민초연의 걱정을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이런 일들은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애초에 불가능한 일이고 속임수에 불과했다.결국에는 전부 안다혜를 만만하게 여기기 때문이었다.어린 민초연은 어린 안다혜가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얼굴에 드러난 분노가 채 가시지 않았다.주먹을 꽉 쥔 그녀는 누가 봐도 화가 난 모습이었다.어린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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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2화

김미진은 안소현의 일이라면 뭐든지 직접 나서서 해결해 주었고 한 번도 망설인 적이 없었다.안다혜가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유 또한 그런 김미진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였다.게다가 김미진과 안다혜는 예전에 몇 번 충돌한 적도 있었기에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안소현은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물러설 수는 없었다.이 점에 있어 안다혜는 매우 냉철한 사람이었다.집에 돌아가 위선적인 얼굴과 김미진이 안소현을 걱정하는 눈빛을 보고 싶지 않았다.그런 장면은 안다혜에게 있어서 그녀를 아프게 찌르는 날카로운 칼과 같았다.하지만 지금은 달리 방법이 없었다.집에 들어서자마자 김미진과 안소현이 소파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역시, 안다혜가 생각한 것과 똑같았다.안다혜는 잘못한 게 없다.저 두 사람은 조금의 빈틈도 없이 찰싹 붙어 있었다.바보가 아니고서야 이 모습만 봐도 그들의 관계가 얼마나 돈독한지 잘 알 수 있었다.어린 안다혜는 잠시 멈칫했다가 아래층에서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계단을 오르려 했다.그때 안소현이 눈치 없이 말을 걸었다.“다혜야, 엄마랑 내가 여기 있는데 인사도 안 해?”그 말을 듣고 어린 안다혜의 발걸음이 멈췄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어른이 된 안다혜는 옆에서 그 모습을 똑똑하게 지켜보았다.아이는 마음속으로 갈등하는 듯 주먹을 살짝 쥐었고 이 모습을 본 안다혜도 가슴이 아팠다.특히 안소현의 두 눈에 담긴 도발이 적나라하게 보였다.‘이때의 난 이미 차별 대우를 받고 있었구나. 대체 어떻게 이걸 견뎌냈을까. 저 모녀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온 건가? 이 시기에 아버지는 이미 떠났는데 혼자서 어떻게 버텼을까.’안다혜는 과거의 자신이 안타까웠다.김미진은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안소현이 아픈 탓에 안다혜를 소홀히 한 건 사실이라 심지어 어떻게 안다혜의 얼굴을 마주해야 할지도 몰랐다.상대가 단순히 무시하는 거라면 별일 없이 넘겼을 테지만 안소현의 말을 듣고 나니 김미진도 마음속에 불편함이 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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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3화

게다가 아플 때 안다혜가 자극하지 않았다면 병세가 악화되지도 않았을 것이다.원래는 단지 몸이 약해 병원에서 요양 중이었고 김미진과 수많은 간호사, 의사들의 보살핌 덕분에 나름대로 편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그런데 김미진이 병원에 있을 때 안다혜 선생님이 전화를 걸어와 최근 안다혜의 학교생활을 전하며 또 세계적인 대회에서 상을 받아 학부모 동반하에 상을 받으러 가야 한다고 했다.안소현은 김미진의 얼굴에 비친 망설임을 포착하고 속이 쓰렸다.‘왜 하필 안다혜는 몸이 건강할 뿐만 아니라 머리도 그렇게 잘 돌아가는 거야.’예전에는 눈치채지 못했다. 안다혜가 이토록 많은 수작을 부릴 줄은.자신이 입원 중이라는 걸 알고 이 기회를 틈타 김미진의 마음을 돌리려는 게 분명했다.바로 그런 이유로 안소현은 안다혜가 더욱 눈엣가시처럼 느껴졌고 너무 흥분한 나머지 병세가 악화되었다.그 모습을 본 김미진은 망설임 없이 안소현을 선택하며 안다혜 선생님 쪽은 단번에 거절해 버렸다.안소현의 눈가에 만족스러운 기색이 스쳤다.그녀 역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김미진이 망설임 없이 자신을 택할 거라고 확신했다.안소현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김미진이 자신을 편애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이처럼 당당할 수 있었다.김미진이 결국에는 반드시 자신의 편에 설 거라고 믿었으니까.예상대로 안소현의 상태가 악화되자 김미진은 곧바로 곁으로 달려와 초조한 표정으로 물었다.“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의사 선생님, 빨리 여기로 와서 제 딸 상태 좀 봐주세요.”김미진의 목소리를 듣자 의사와 간호사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고 다들 안소현의 모습을 보고는 의아해했다.안소현은 상태가 호전되는 중이었는데 왜 갑자기 또 악화된 걸까.게다가 겉보기에는 이전보다 더 심각해 보였다.의사는 마스크를 쓴 채 재빨리 안소현에게 응급조치를 취하며 김미진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여사님, 안소현 씨는 이미 상태가 안정되었는데 또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별일 없었어요.”김미진은 도통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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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4화

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안심하세요. 환자분은 제가 반드시 최선을 다해 치료할 테니.”그 말을 듣고 김미진도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안소현이 이런 상태라 그녀는 지금 머릿속에 온통 안소현의 상태에 관한 걱정일 뿐 다른 일을 생각할 여유가 전혀 없었다.안다혜 쪽은 어차피 상을 받는 것뿐이고 전에 이미 충분히 많이 받았으니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김미진에게는 건강이 더 중요했다.안소현은 김미진이 계속 자신의 곁에 있어 주자 안심하고 눈을 감았다.이러면 김미진이 안다혜 쪽으로 갈까 봐 걱정할 필요도 없으니 아주 좋았다.‘상 따위 받든 말든 눈앞에서 사라지기나 해.’전혀 신경 쓸 필요 없었다.김미진은 워낙 건강을 중시했고 게다가 안소현은 원래부터 몸이 안 좋아 더 많은 보살핌이 필요했다.김미진은 이 점을 잘 알았기에 안다혜 곁으로 가지 않았다.상은 대충 집사를 시켜 가보라고 하면 그만이었다.양쪽을 비교해 봤을 때 안소현에게 자신이 더 필요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안소현을 선택했다.한편 안다혜는 상을 받는 일로 선생님이 김미진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걸 알고 나서 사실 마음속으로 기대를 품고 있었다.다른 건 몰라도 회의실에서 김미진이 오기를 기다리는 이 상황은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선생님이 김미진에게 전화를 거는 모습을 보며 처음 얼굴에 가득 머금었던 들뜬 표정이 서서히 사라져갔다.바보가 아니라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선생님이 표정이 조금 전과 비교했을 때 하늘과 땅 차이라는걸.안다혜는 선생님께 묻지 않아도 김미진이 거절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그게 아니고서야 지금처럼 선생님의 표정이 어두울 리가 없었다.또한 지금 김미진이 분명 안소현 곁에서 그녀를 돌보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그녀가 한창 아픈 안소현을 놔두고 곁을 떠날 리가 없었다.안다혜도 안소현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선생님을 막지 않은 건 마음 한편에 남은 일말의 희망 때문이었다. 김미진이 자신과 안소현 사이에서 평소와 다른 선택은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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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5화

처음에는 안다혜도 설명하려 했다. 이 집사가 자기 집 집사라는 걸.하지만 나중에 친구들은 그녀가 허세를 부리며 단지 과시하는 거라고 여겼다.그 후로 안다혜는 예전처럼 눈에 띄지 않게 행동했고 이 집사에게도 좀 더 수수하게 입으라고 했다.‘내가 잘 사는 꼴이 보기 싫다면 앞으로 감추기 위해 노력해야지.’이 또한 요령이었다.남들이 미워하고 눈에 띄는 걸 원치 않으면 열심히 자신의 존재를 감춰야 했다.그러다 나중에 노력해서 반격할 능력을 갖추었을 때 기회를 엿보아 상대에게 치명타를 날리면 비로소 끝이 난다.완전히 성장하기도 전에 상대에게 능력을 드러낸다면 상대는 그대로 무참히 짓밟아버릴 것이다.이 집사가 도착한 것을 보았을 때 어린 안다혜는 이미 침착함을 되찾은 뒤였다.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단지 집사에게 물건을 가져오라고만 한 뒤 자리를 떠날 생각이었다.이곳에 오래 머물 생각도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어차피 이런 상들은 집에 넘쳐났으니까.어린 안다혜는 안소현이 또 무슨 수작을 부린 건지 궁금해서 가는 길에 무심코 이 집사에게 물었다.“집사 할아버지, 언니는 지금 어떻게 지내요?”이 집사는 안다혜의 정교한 얼굴을 보며 순간 어떻게 말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그는 집안의 큰아가씨인 안소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그녀에게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오만함이 느껴졌고 그들 같은 아랫사람을 함부로 대하곤 했다.겉으로 온화해 보여도 마음속으로는 무척 경멸하는 것 같았다.그건 이 집사의 착각이 아니라 사실이었다.어느 한번은 가정부가 안소현의 방 물건을 실수로 깨뜨렸다. 그녀는 연신 사과했고 수없이 미안하다고 말하며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굽혔다.그런데도 안소현은 더욱 환한 미소를 얼굴에 머금고 있어 소름 끼칠 정도였다.가정부는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채 계속해서 사과만 했다.그때 안소현이 살며시 어깨에 손을 얹자 가정부는 속으로 기뻐하며 큰아가씨가 벌써 용서해 준 줄 알고 조심스럽게 말했다.“큰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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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6화

혹시 큰 아가씨가 그저 자신이 보기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닌지, 이전까지만 해도 가정부는 큰 아가씨가 그렇게나 무서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하지만 이제는 제대로 알게 되었다.얼굴이 예쁜 사람은 마음도 착하다는 건 다 거짓말이다. 이 여자는 그저 사람의 가죽을 뒤집어쓴 괴물일 뿐이었다.가정부는 이런 재벌가 사람들은 다 이런 식이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이제부터는 월급이 적은 일자리를 찾는 한이 있더라도 다시는 이런 가문이랑 엮이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안소현은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가정부의 얼굴을 톡톡 두드렸다.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눈빛은 차가웠다.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그 웃음이 진심이 아니라는 걸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그 표정을 본 가정부는 더더욱 겁이 났다. 이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분명히 이 정도 상황까지 왔다면 이제는 체면이고 뭐고 다 벗어던질 때인데, 왜 여전히 어떤 일들을 마음속에 묻어둔 채 꺼내려 하지 않는 건지.가정부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아가씨, 무슨 일이든 지시만 해주십시오.”이렇게 계속 자신을 바라보고 있기만 하면 정말로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오늘 일은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는 알겠지?”안소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가정부에게 낮고 서늘한 목소리로 속삭였다.그 말을 들은 가정부는 바로 무슨 뜻인지 알아챘다.이건 자신의 이미지를 챙기려는 것이었다. 자신을 내쫓으면서도 좋은 평판을 얻으려는 수작이었다.가정부는 속으로 씁쓸하게 웃었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아부하는 표정을 지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아가씨. 절대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저도 그 정도 눈치는 있습니다.”그 말을 듣자 안소현은 비로소 진심으로 미소를 지었다.이 가정부가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자신이 너무 얕잡아본 듯했다. 그래도 최소한 약간의 눈치는 있는 모양이었다.“좋아, 그럼 어서 꺼져.”가정부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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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7화

그 말을 들은 가정부의 눈가에는 금세 눈물이 고였다. 그녀는 원래 자신이 떠나면 그냥 그렇게 조용히 끝날 줄 알았다.다른 사람에게 얘기도 못 꺼낸 채로 정리하고 나가면 끝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자신을 이해해주고 알아주는 사람이 있었다.그게 얼마나 귀하고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그렇게 생각하던 가정부는 끝내 참지 못하고 이 집사에게 말을 조금 더 이어갔다.“이 집사님, 당신이 좋은 분이라는 거 알아요. 하지만 이 가문에 대해서는 정말 너무 실망했어요.”가정부는 고개를 떨군 채 어쩔 줄 모르는 목소리로 말했다.“저도 떠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 집에서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어요. 이 일은 제발 큰 아가씨한테 아무 말도 하지 말아 주세요...”‘큰 아가씨’라는 세 글자를 듣는 순간, 이 집사는 모든 걸 알아차렸다.안소현은 자신이 생각했던 그런 단순한 인물이 아니었고 자신이 짐작했던 대로였다.가정부의 말을 듣고 나니 이 집사는 전부 이해가 갔다. 가정부가 이번에 그만두는 건 분명 안소현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괜찮은 일자리를 스스로 포기할 리는 없었다. 게다가 이 가문의 주인 내외는 대체로 까다롭지 않은 사람들이었다.안소현만이 예외였다.“돌아가서 좀 더 편한 일자리를 찾아봐.”이 집사는 몇 마디 당부를 덧붙였다.“기억해, 다른 사람한테는 함부로 발설해서는 안 돼. 나 같은 사람을 만나지 못할 수도 있어. 사람들을 함부로 믿지 마.”그 말을 듣고 두려움에 등골이 서늘해진 가정부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어요, 이 집사님. 저는 그만 돌아가겠습니다.”그날 이후, 가정부는 자신이 아슬아슬하게 실수할 뻔했다는 걸 깨달았다.그래서 이후에는 누굴 만나든 그저 고향에 급한 일이 생겨서 어쩔 수 없이 돌아가야 한다고만 말했다.역시 안소현은 가정부를 감시하도록 사람들을 시켜두고 있었다. 가정부가 다른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 혹시라도 말이 새어나가지는 않는지 지켜보게 한 것이다.그런데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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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8화

그렇게 이 집사는 아무 말 없이 어린 안다혜의 뒤를 따라 걸었다.혼자 앞서 걸어가는 안다혜의 얼굴에는 기쁜 기색도, 슬픈 기색도 비치지 않았다. 그저 담담하고 무표정했다.이 집사는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 편치 않았다.‘이렇게 좋은 아이를, 왜 사모님은 한 번도 아껴주지 않는 걸까?’그는 안다혜와 안소현 두 자매를 떠올렸다.두 사람은 비교할 필요도 없을 만큼 안다혜가 훨씬 나았다.이 집사는 속으로 괴로웠다. 만약 자신이라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안다혜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는 정말 한순간도 주저하지 않았을 것이다.앞서 걷는 안다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는 진심으로 이 아이가 안쓰러웠다.이렇게나 뛰어나고 예쁜 아이를 김미진은 왜 사랑해주지 않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이 집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묵묵히 곁에서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조건 없이, 이유 없이 자신은 언제나 이 아이의 편에 설 것이라고 이 집사는 마음먹었다.무슨 일이 있든 반드시 안다혜를 친손녀처럼 아껴줄 것이다.어차피 이 집사는 평생 자식 하나 없이 살아왔는데 이렇게 안다혜 같은 천사 같은 아이를 만났으니 더는 외로움이 두렵지 않았다.그때, 무표정하게 걷던 안다혜의 앞쪽에서 갑자기 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다혜야, 안녕!”그 목소리를 들은 안다혜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표정 하나 없이 걸어가던 그녀의 얼굴에 민초연을 본 순간 생기가 돌았다.안다혜의 목소리도 금세 들떴다.“초연아, 네가 웬일이야? 여기 어떻게 왔어?”민초연은 문과반이었고 안다혜는 이과반이었다.두 사람의 교실은 건물도 다르고 거리가 좀 있었고 쉬는 시간도 짧아서 자주 볼 수 없었다.그래서 안다혜는 매번 만날 때마다 그 시간을 소중히 여겼다. 그러니 오늘 이렇게 갑자기 나타난 것도 정말 예상 밖이었다.민초연을 보자 안다혜는 마음속에 드리웠던 어두운 그림자가 단숨에 사라져버렸다.민초연은 턱을 살짝 들고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안다혜를 바라봤다.“소식 들었어!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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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9화

안다혜는 민초연이 그렇게 바로 눈치를 챌 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맞아.”안다혜의 대답을 들은 민초연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왜 그래야 하는데? 이제 우리도 다 컸어. 근데 아줌마는 왜 아직도 그렇게 차별하시는 거야?”민초연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안다혜가 당하고 있는 걸 생각할수록 억울하고 분했다.자신에게는 딱 한 명뿐인 절친한 친구였다. 이렇게 착하고 좋은 아이가 무시당하고 있는데 마음이 안 아플 수가 없었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안다혜만큼은 절대 무시당해서는 안 됐다.안다혜는 그 말을 듣고 쓴웃음을 지었다.“괜찮아. 언니가 몸이 안 좋아서 그래. 엄마가 언니 옆에 있는 게 당연하지. 내 일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야.”하지만 민초연이 보기엔 달랐다. 그녀는 안다혜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기대감과 서운함을 단번에 알아차렸다.그게 더 마음 아팠다.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식인데 어떻게 이렇게 노골적으로 차별할 수 있단 말인가.세상 어디에도 이런 부모는 드물 텐데 하필 자기 친구가 그런 집의 딸이라니, 민초연은 생각할수록 속이 뒤집혀서 안다혜의 어깨를 꼭 감싸 안았다.“됐어. 아줌마가 안 오셔도 내가 있잖아. 나는 언제나 네 옆에 있을 거야.”민초연은 환하게 웃었다.“게다가 이런 상은 네가 지금까지 수없이 받았잖아. 아줌마도 그래서 그런 걸 거야. 네가 워낙 잘하니까 당연하게 느끼시는 거지.”민초연의 밝은 미소에 안다혜도 저절로 웃음이 났다. 그녀는 친구의 따뜻한 위로에 마음이 조금 놓였다.“알겠어. 걱정하지 마. 나 괜찮아. 이젠 생각이 다 정리됐어.”“그럼 됐어.”민초연은 다시 한번 안다혜의 어깨를 감싸며 웃었다.“됐어, 뭘 그렇게 낯간지러운 얘기를 해. 우린 가족 같은 사이인데. 너 나한테 그렇게 거리 둔다면 나 진짜 삐질 거야.”“알았어, 알았어. 넌 내 제일 가까운 가족이야.”안다혜는 웃으며 민초연의 팔을 끌어안았다.두 사람의 뒷모습은 보기만 해도 다정하고 친밀했다. 그 모습을 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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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0화

이 집사는 뒤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깊이 감탄했다.그 역시도 안다혜가 이렇게 계속 행복하길 바랐다.집에서처럼 그렇게 억눌린 모습이 아니었고 비로소 또래답게 보였다.민초연의 곁에서 안다혜는 생기가 넘치는 활발한 어린아이의 모습이었다.안다혜도 곁에서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많은 감정이 들었다.다행히도 늘 곁에 민초연이라는 좋은 친구가 있었다. 친구란 피를 나눈 가족이 아닌, 스스로 선택한 가족이라는 말이 떠올랐다.안다혜는 주변의 많은 것들이 변해도 민초연만은 언제나 곁에 있는 것에 감사했다.그것이야말로 그녀가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었고 이 세상에서 자신을 지탱해주는 버팀목 중 하나였다.그녀는 민초연의 존재가 진심으로 고마웠다. 민초연 덕분에 세상에는 여전히 많은 이름다운 것들이 존재한다는 걸 믿을 수 있었다.만약 민초연이 없었다면 안다혜는 자신이 과연 버틸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그 수많은 외롭고 고독한 밤들을 도무지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다.이후 각자 집으로 갈 때가 되자 어린 안다혜는 못내 아쉬워했다. 하지만 민초연의 또렷한 눈동자를 마주하자 차마 그런 말을 꺼낼 수 없었다.그녀는 늘 자신이 민초연보다 훨씬 감정을 감추는 편이라고 느꼈고 어린 안다혜는 원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툰 아이였다.안다혜는 자신과 민초연은 완벽히 반대되는 성격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런 성격 차이로 하여 서로를 더 잘 보완해줄 수 있었고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다.이 장면이 바로 안다혜가 처음 이 세계로 넘어왔을 때 본 장면이었는데 어린 안다혜가 왜 기분이 나빴는지 아주 잘 설명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민초연은 김미진을 향해 늘 안 좋은 감정을 품었다. 두 딸 모두 자신의 자식인데 왜 이렇게 차별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민초연은 이 점만큼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고 김미진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분명한 건 자신은 끝까지 안다혜의 곁을 지킬 거라는 것이었다. 그녀 곁에서 든든한 방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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