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Chapter 731 - Chapter 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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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1화

이성진에게 훈련받은 덕분에 어느 정도 혼자서도 잘 해낼 수 있게 되었다.바로 그런 이유로 안소현은 김미진 곁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 했다.가능한 한 멀리 떨어지는 게 좋았다.그러면 설령 김미진이 간섭하려 해도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야 할 테니까.혼자 해야 할 일이 있는데 김미진이 곁에 있으면 오히려 주저하게 되곤 했다.하지만 이런 것에 대해 김미진은 안소현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오히려 자신이 안소현을 이렇게 대하면 안소현이 고마워할 거라 생각했다.다른 건 몰라도 그녀는 안소현에게 정말 많은 애정을 쏟았다.심지어 안다혜보다 더 잘해줬고 이 점은 더더욱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김미진은 설령 앞으로 안소현의 정체가 드러난다 해도 그녀에겐 못 해준 게 없다고 생각했다.수년간의 동반과 보살핌으로 김미진은 이미 오래전부터 안소현을 자신의 딸로 여기고 있었다.보답이 아니라 오직 그녀의 몸이 건강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안소현은 매우 기쁜 듯 김미진의 어깨에 기대어 겉으로는 순종적이고 착한 표정을 지으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김미진은 그런 모습을 보니 마음이 한결 놓였다.단지 안소현을 학교에 데려다주는 것뿐이고 안소현에게도 별다른 일은 없었지만 오로지 안다혜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김미진에게 자신을 데려다 달라고 요구했다.아침에 안다혜의 실망한 표정을 보며 안소현은 속으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앞에 있던 기사는 백미러로 안소현의 표정을 보자 온몸이 저절로 오싹해졌다.오직 당사자만이 지금의 안소현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알고 있었고 김미진 앞에서 보여주는 건 전부 가면 일뿐 본성은 악랄한 존재였다.이전 가정부 사건에 대해서도 들은 바 있었다.그 가정부와는 꽤 가깝게 지냈고 평소 안씨 가문에서 가정부가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었다.게다가 기사의 아이도 가정부 아이와 같은 학교에 다녔다.그런데 어느 날 가정부가 급히 사직했고 아이가 힘들게 붙은 학교에도 자진해서 퇴학 신청을 했다.이 일을 아이가 집에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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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2화

그래서 평소에도 다들 못 본 척 넘어가곤 했다. 김미진이 지나치게 나쁜 행동을 한 것도 아니고 그들 집안이라 굳이 참견할 필요도 없었다.하지만 가정부가 스스로 그만둔 이후 기사는 큰 아가씨 안소현을 바라볼 때마다 마음 한편이 찜찜했다.지금 처음으로 안소현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 같았다.운전할 때 자꾸만 뒤로 돌아본 탓에 결국 안소현에게 들키고 말았다.자제하며 최대한 일을 벌이지 말자고 생각했지만 상대방의 눈빛이 점점 더 공포에 질려가는 걸 보니 안소현은 속으로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예전엔 왜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까. 기사가 그녀를 이렇게까지 무서워하는걸.문득 안소현이 입을 열었다.“아저씨, 왜 계속 백미러로 뒤를 보세요? 뭐 보시는 거예요?”이 말을 듣자 김미진의 졸음도 순식간에 사라졌다.안소현이 갑자기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기사의 시선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김미진도 입을 열었다.“기사님, 운전하면서 왜 뒤를 봐요?”김미진의 목소리를 듣자 기사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날 뻔했다.그는 급히 시선을 거두고 감히 뒤로 바라볼 용기도 사라졌다.“사... 사모님, 죄송합니다.”기사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저... 사실은... 오늘 날씨가 좀 쌀쌀해서 에어컨 온도를 올리는 게 어떨까 해서요.”기사는 머리를 쥐어짜며 겨우 둘러댈 변명을 생각해 냈다.그 말에 안소현의 표정이 다소 누그러진 건 사실이었다.그녀가 무슨 짓을 저질렀다는 건 모르는 모양이었다.‘다행이네. 아니면 가정부가 그만두고도 집에 감시할 사람을 남겨둔 건가?’생각만 해도 안소현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하지만 기사가 이렇듯 소심하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니 걱정도 금세 사라졌다.‘저런 사람이 꿍꿍이가 있어도 뭐 얼마나 대단한 일을 벌이겠어? 가난한 사람은 평생 저렇게 살아야 하는걸. 언제나 내 발밑에서 꿈틀거릴 수밖에.’이런 생각이 들자 안소현은 가볍게 말했다.“엄마, 제가 아저씨 호의를 오해한 것 같아요. 아저씨 운전하는 데 방해하지 않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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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3화

괜히 김미진의 의심을 산다면 김미진에게 보여줬던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 테니까.그 생각에 안소현은 더욱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심지어 기사에게 고맙다는 말까지 건넸다.감사 인사를 들은 기사는 뜻밖의 상황에 놀라서 어쩔 줄 몰랐다.‘내가 뭘 들은 거지? 큰아가씨가 지금 고맙다고 한 건가?’확실히 놀라운 일이긴 했다.김미진도 안소현의 행동에 매우 만족했다.‘역시 내가 애를 잘 키웠어.’조금 전에는 상대를 오해했지만 지금은 툭툭 털어버리고 나지막이 고맙다는 인사까지 전했다.안소현을 학교에 데려다준 후 다시 기사를 돌아보는 김미진의 얼굴에는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다음부터는 그러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또 나한테 들키면 그땐 그냥 넘어가지 않아요.”기사는 곧장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깨달았다.이건 명백한 경고였고 김미지의 뜻은 분명했다.안소현에게 무례를 범해서는 안 되며 만약 들키면 쉽게 넘어가지 않을 거라는 뜻이었다.이 일은 기사의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었다.‘왜 지금껏 안소현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인물이라는 걸 눈치채지 못했을까. 앞으로 안소현을 경계해야겠네.’“걱정하지 마세요. 사모님, 이런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겁니다.”기사는 망설임 없이 자기 잘못을 인정했다.주인에게 들켰으니 이곳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면 순순히 말을 따르는 게 나았다.이후 기사는 정중하게 김미진을 위해 문을 열어주고 그녀를 안씨 가문 저택으로 모셨다.이때 안다혜는 아직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그들이 집을 나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집사는 벌써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그는 안다혜를 바라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작은 아가씨, 방금 왜 제가 말하지 못하도록 막은 거예요?”손을 ‘탁’ 치는 이 집사의 표정이 드물게 감정 기복을 보이고 있었다.“대회에 참가하는 건 큰 아가씨가 학교에 가는 일보다 훨씬 더 중요하잖아요.”이 집사가 이렇게 흥분하고 다소 실망스러운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어린 안다혜의 얼굴은 여전히 차분했다.다만 초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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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4화

그래서 지금 안다혜가 이렇게 낙담한 모습을 보니 다들 걱정스러웠다.만약 안다혜가 이대로 완전히 무너져 버리면 어쩌나.안다혜는 한쪽에 서서 어린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걱정스럽지는 않아도 가슴이 아팠다.그녀는 안다혜가 자신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잠시 망설인 적이 있어도 대체로 나아갈 방향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저렇게 어렸던 자신이 지금 이런 모습으로 자라진 않았을 테니까.이 집사는 안다혜가 계단을 오르려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걱정이 밀려왔다.그는 안다혜가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워낙 뛰어난 재능을 갖춰 질릴 정도로 상을 따내는 사람이 왜 이렇게 풀이 죽어 있어야 하나.하늘의 태양처럼 모두가 우러러보는 존재가 되어야만 했다.이 집사는 곧장 안다혜 곁으로 다가가 저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다.“아가씨, 이대로 포기하실 건가요?”그 말을 들은 안다혜는 그저 우습기만 했다.“고작 대회 따위 포기하고 말게 뭐가 있어요. 그냥 좀 쉬고 싶을 뿐이에요.”무의식적으로 아무리 많은 상금과 트로피를 따내도 아무 소용이 없다고 생각했다.어차피 김미진은 신경도 쓰지 않으니까.뭘 하든 개의치 않는 상태였다.아무리 많은 걸 해내도 아무것도 안 하는 안소현보다 못하니 안다혜는 자신의 노력이 정말 우습게 느껴졌다.‘난 대체 왜 노력하는 걸까. 나 자신을 속이기 위해서?’이 집사는 안다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안타까웠지만 안다혜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래야 비로소 구덩이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반드시 겪어야 할 경험과 교훈을 빼앗아서는 안 되었다.“아가씨, 쉬고 싶다면 쉬어도 좋아요. 하지만 제자리에 멈춰 서지는 않길 바라요.”이 집사는 진지한 어투로 말했다.“아가씨, 명심하세요. 인생은 결코 순탄하기만 한 게 아니에요. 좌절을 겪는 건 당연하고 오히려 그것들이 인생을 다채롭게 만들어요.”그 말을 듣고 안다혜는 걸음을 멈췄다. 정교한 얼굴에 드물게 혼란스러운 표정이 떠올랐다.지금껏 그녀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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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5화

“그러면 인생의 방향을 잃게 되고 다가오는 미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를 거예요. 그러니 아가씨 노력은 오로지 본인을 위한 것이어야 해요. 다른 누구를 위해서 애쓰지 말아요.”이 집사의 말을 듣자 어린 안다혜의 눈빛에 드리웠던 혼란이 서서히 사라졌다.‘그래, 날 위해 사는 거야. 엄마가 좋아하지 않아도 그게 무슨 상관인데?’홀로 살아가야 할 자신만의 인생이 있고 생각이나 감정이 없는 로봇도 아니었다.안다혜에게도 자신의 삶과 꿈을 추구할 권리가 있었다.이 집사의 말을 듣고 어린 안다혜는 문득 자신의 꿈이 무엇이었는지 떠올렸다.‘그래, 여기서 멈출 수는 없지. 이래서는 안 돼.’이 집사의 말이 옳았다. 그 많은 상을 받은 게 오로지 김미진을 기쁘게 하려는 것뿐이었을까?그녀에게는 자신의 꿈과 추구할 목표가 있었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한 게 아니었던가.과거 이것들을 배우면서 안다혜는 많은 시간을 투자했는데 그게 어떻게 남을 기쁘게 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겠나.어린 안다혜는 지금의 자신이 참으로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난 대체 이 세상을 어떻게 보고 있었던 거야? 내가 정말 바보라도 된 건가?’“고마워요. 이 집사님, 뭘 해야 할지 알겠어요. 말씀하신 대로 한 번 사는 인생 날 위해 살아야지, 많은 걸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어린 안다혜가 깨달은 모습을 보니 지켜보던 어른 안다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비록 사건의 전개를 이미 알고 있지만 자신이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지켜보니 제법 성취감이 느껴졌다.무엇보다 이 또한 일종의 치유와 즐거움을 누리는 과정이었다.다른 사람들도 어린 안다혜를 위해 진심으로 기뻐해 주었다.재벌가 아가씨지만 김미진과 안소현의 관계 때문에 사실 마음 편히 지내지 못했다.필요한 건 가질 수 있어도 그 이상의 사랑은 조금도 받지 못했다.그 생각에 도우미들은 어린 안다혜가 안타까웠지만 그보다 안다혜가 행운아라고 생각했다.최소한 안다혜의 곁에 도우미인 그들이 있었고 무엇보다 이 집사는 누가 봐도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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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6화

어린 안다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이전의 낙담한 기색은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이 모습을 본 이 집사는 마음이 한결 놓였다.그는 안다혜가 반드시 다시 일어설 거라고 믿었다.다른 건 몰라도 안다혜가 그동안 보여준 능력은 두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예전부터 뛰어난 능력을 지닌 게 아니었다면 이렇게 빨리 기운을 차리지도 못했을 거다.모든 생각은 그에 따른 근거가 있는 법이다.이 집사의 말을 듣고 어린 안다혜는 망설였다.“하지만 차는 이미 떠났잖아요. 지금 비가 오는데 정말 다른 차가 있을까요? 기사님도 아직 안 돌아오셨는데.”어린 안다혜는 걱정스러웠다. 김미진이 떠날 때 그녀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는데 오기도 전에 먼저 떠나버리면 좀 그렇지 않겠나 싶었다.안다혜도 정확히 말할 수 없었지만 마음 한편이 찜찜했다.이 집사는 경기 시간이 촉박할까 봐 걱정스러워 재촉했다.“괜찮아요. 분명 다른 차가 있을 거예요. 시간이 늦을 수도 있으니 제가 차로 데려다줄게요.”이 집사는 안다혜보다 더 조급해 보였다.어린 안다혜는 그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다.그녀도 이 집사의 마음을 이해했다.이 집에서 진심으로 안다혜를 아껴주는 사람은 몇 안 되는데 이 집사는 그중 한 명이었다.오랜 시간 항상 묵묵히 헌신하며 안다혜를 챙겨주었다.종종 어떠한 일에 부딪혀 혼란스러울 때면 항상 이 집사가 곁에서 위로해 주곤 했다.이렇듯 선생님 같은 집사를 만날 수 있어서 안다혜는 정말 감사했다.그녀는 눈가에 뜨거운 눈물을 머금고 말했다.“고마워요, 이 집사님. 걱정하지 마세요. 대회 장소에 도착하면 꼭 열심히 시험 볼게요.”“그럼 저도 마음이 놓이네요.”두 사람이 막 나가려던 찰나 문 앞에서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두 사람 어디 가는 거죠?”그 말을 듣자 어린 안다혜는 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김미진이 이렇게 일찍 돌아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지 몸이 경직된 모습이었다.‘전에 안소현을 데려다줄 때는 시간을 오래 끌었는데 오늘은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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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7화

김미진의 말에 이 집사가 먼저 반응하고 서둘러 웃으며 말했다.“사모님, 돌아오셨군요. 마침 잘 오셨어요. 제가 막 작은 아가씨를 데리고 나가려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만나다니, 보기 드문 일이네요.”그 말을 듣고 김미진은 눈물이 핑 돌뻔했다.그녀의 눈에 아무것도 아닌 일도 이들에게는 일일이 구분할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이라니.김미진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이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바보인 줄 알아요? 세상에 그런 절묘한 우연이 어디 있어요?”그 말을 듣고 이 집사는 고개를 숙인 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지금껏 왜 몰랐을까, 김미진의 기세가 이렇게나 강할 줄은.고작 몇 마디에 그는 다음 말을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막막해졌다.결국 고민하던 이 집사는 어쩔 수 없이 김미진에게 진실을 털어놓았다.“사모님, 지금 상황이 좀 복잡합니다. 게다가 제가 진실을 말해도 사모님께서 믿어주실 것 같지 않네요.”말하며 이 집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고 마음도 덩달아 조바심이 났다.“사모님, 제가 작은 아가씨를 의도적으로 괴롭히는 게 아니라 이번 대회는 상당히 권위가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심지어 심사 위원들조차 외국 유명 인사들입니다.”이 말을 듣고 김미진도 당황했다.“오늘 다혜가 참가해야 할 대회가 있다는 말인가요?”이 집사는 김미진이 드디어 말을 알아듣는 것 같아 속으로 기뻐했다.“네, 바로 그겁니다. 사모님, 그동안 작은 아가씨가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김미진의 잘 관리된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 그녀는 소파에 앉아 있는 어린 안다혜를 바라보며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그렇게 급한 일을 왜 처음부터 나한테 말 안 했어?”이 말을 듣고 어린 안다혜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옆에 서 있던 안다혜조차도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집사까지 아는 일을 엄마가 되어서 자식에게 되묻다니, 굳이 그래야 하나? 다른 건 몰라도 어떻게 자기 자식이 뭘 하러 가는지도 몰라.’어린 안다혜는 인내심을 동원해 설명했다.“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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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8화

이 집사도 생각해 보니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어린 안다혜는 말할 것도 없었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평소 생기 넘치던 예쁜 눈매를 감춘 채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무심한 듯 웃었다.“엄마, 지금 안 데려다주시면 대회에 늦어요.”김미진이 하나의 일을 붙잡고 늘어지는 게 싫어서 말을 돌렸다.그러면 양측 다 시간만 지체하고 기분까지 상할 테니까.어린 안다혜가 시선을 바닥으로 보내자 긴 속눈썹이 눈동자를 가려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게다가 시간이 한참 흘렀는데도 김미진은 시험에 대해 모르는 것도 모자라 이 집사를 탓하고 있었다.‘내 시험 시간을 기억한 것만으로 꾸중을 들어야 하는 건지.’김미진은 안다혜가 말을 돌리는 걸 보며 속으로는 여전히 불쾌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요즘 아이들에게 어느 정도 반항기가 있다는 걸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한때 그 남자가 안다혜에게 무척 잘해줬는데 이제 곁을 지켜주는 보호자가 없으니 낙담하는 것도 당연했다.이해는 했지만 그렇다고 안다혜를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오랜 시간 잘 견뎌왔는데 이깟 게 대수야? 대체 왜 예민하게 구는 건지.’김미진은 기사에게 안다혜를 대회 장소까지 데려다주도록 하고 자신은 방으로 돌아가며 배웅하지 않았다.김미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어린 안다혜는 살짝 눈을 내리깔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미진에게 자신까지 돌볼 여유는 없다는 걸 잘 알았고 바랄 생각도 없었다. 애초에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조금 전 이 집사와 나눈 대화 덕분에 안다혜는 이미 마음을 정리했다.남의 일에 신경 쓸 바엔 차라리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는 게 나았다.그녀가 좋아하는 건 건축 디자인이지 여기서 허무하게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었다.그 생각이 들자 어린 안다혜는 이 집사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가요, 이 집사님. 저 데려다주세요.”그 말을 듣고 이 집사는 미소를 지었다.이런 안다혜를 보니 그도 전보다 훨씬 마음이 놓였다.정말 극복했는지 예전보다 훨씬 나아진 모습이었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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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9화

어쨌든 배 아파 낳은 자식이었다.마음에 들지 않거나 못마땅해도 계속 엄마 역할을 해내야 했다.어린 안다혜는 뒷좌석에 앉아 있고 이 집사가 앞에서 운전하는 동안 어른 안다혜는 조수석에 있었다.누구도 그녀를 볼 수 없는 이 상황이 제법 신기했다.시공간을 초월해 또 다른 자기 자신과 같은 차를 탄다는 건 누가 들어도 놀라운 일이 아니겠나.대회 장소에 도착하니 대회가 시작되기까지 10분이 남았다.마침 대회 시작 5분 전에 입장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어 어린 안다혜는 무사히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선생님은 안다혜를 보자마자 눈이 반짝였다.그녀는 반에서 유일하게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희망이었다.‘평소 뭘 하든 성실히 임하던 애가 왜 이렇게 된 거지? 대회인데도 아슬아슬하게 시간을 맞춰 오다니.’“아이고, 세상에. 왜 이제야 온 거니!”과장된 표정을 짓는 선생님은 동네 수다스러운 아주머니 같았고 안다혜를 보며 눈을 반짝거렸다.어린 안다혜는 선생님의 성격을 잘 알았기에 오히려 차분했다.“선생님 뜻은 잘 알아요.”안다혜는 웃으며 다시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돌아왔다.“걱정하지 마세요. 대회는 어느 정도 자신 있어요.”그 말을 듣고 선생님은 안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의 주름이 더 깊어진 것 같았다.특히 입꼬리가 한껏 올라간 채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럼 됐어. 네가 긴장할까 봐 걱정했거든. 그래서 시험 보러 안 오는 줄 알았지.”선생님은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너는 모르겠지만 난 방금 대문 앞에서 놀라 죽는 줄 알았다. 네가 안 오면 우리 반에서 우승할 사람이 없잖아. 넌 우리 반 전체의 희망이니까.”안다혜는 잔뜩 과장된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도 할 말이 없어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선생님, 알겠어요. 얘기는 이 정도로만 하고 전 시험 보러 가볼게요.”선생님에게 위로를 건넨 뒤 어린 안다혜는 시험 감독 선생님께 인사하고 바로 시험장으로 들어갔다.안다혜가 들어간 뒤에야 선생님도 비로소 진정되었다. 우수 교사 타이틀을 지켜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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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0화

선생님은 괜히 마음이 뜨끔했다. 안다혜는 애초에 재능이 뛰어났고 사실 대부분은 아이 스스로 깨달은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사실 학교에서도 그녀에게 가르쳐 준 건 별로 없었다. 수업 시간에 어떤 선생님들은 오히려 안다혜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하지만 이런 것까지 이 집사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학교 선생님들의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정말 그렇게 된다면 학교도 큰 손해를 보지 않겠나.선생님은 머리를 긁적이며 이야기를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망설였다.“그래요. 다혜 학부모님, 저희는 그냥 마음 편히 대회 끝나길 기다려요.”이 집사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안다혜가 대회에 참가하지만 그는 불안한 마음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안다혜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걸 잘 알았기에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하지만...이 집사의 시선이 천천히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쉴 새 없이 오가는 선생님을 보며 다소 어이가 없었다.‘경험이 풍부한 선생님이 나보다도 더 모르는 건가?’안다혜의 능력만 봐도 대회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게다가 안다혜에게 있어서 이건 고작 작은 대회에 불과했다.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 집사도 사실 계속 시간을 확인하고 있었다.어느 정도 걱정하는 부분은 있었다.김미진은 이 대회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고 안다혜 홀로 본인을 위해 싸우는 것이라 이 집사는 무척 신경 쓰고 있었다.안다혜는 한쪽에 서서 두 사람의 행동을 보며 땀이 삐질 났다.사실 이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그녀는 자기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았다.이번 대회에서 결국 아무런 어려움 없이 1등을 차지했다.애초에 규모가 크지 않은 대회였고 단지 이력서에 적어넣을 스펙을 쌓기 위해 참가한 것이었다.참가하든 말든 안다혜에겐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역시나 1시간 뒤 어린 안다혜가 펜과 수험표를 들고나왔다.그 모습을 본 선생님은 시간을 확인하고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다혜야, 이제 겨우 얼마나 됐다고 나온 거야. 오늘 대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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