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Bab 691 - Bab 700

841 Bab

제691화

그렇지 않았다면 그렇게 담담할 리가 없었다.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안다혜는 안소현의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그녀의 사회적 관계망은 마치 하얗게 비어 있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잠시 더 고민하다가 안다혜는 결국 포기했다.‘그만하자. 이번엔 이 통로가 나를 어디로 보내려는지 지켜보자.’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자신이 지금 무엇을 겪고 있는지 혹은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여전히 알 수 없었다.그녀가 알고 있는 건 단 한 가지, 자신은 단지 관찰자일 뿐이라는 사실이었다. 그 외의 일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게다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가끔은 기억마저 뒤섞여 혼란스러웠고 그 사실이 안다혜를 더욱 낙담하게 했다.‘내가 이곳에 온 이유가 단지 제삼자의 시선으로 지나온 삶을 한 번 더 바라보라는 뜻일까?’그렇게 생각하며 기다렸지만,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통로가 그녀를 어디로도 내려놓지 않았다.시간만이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앞으로 흘러가고 있었다.이번에야말로 안다혜는 진정한 관찰자가 되어 자신의 일생을 눈앞에서 보게 되었다. 출생부터 병원에 입원하기까지의 모든 순간을 말이다.금방 세상에 나와 아직 젖먹이였을 적 김미진이 그녀를 품에 꼭 안아 조심스레 달래고 있었다.그리고 김미진의 말에 따르면 이미 세상을 떠난 아버지는 그 옆에서 다정하게 두 모녀를 보살피고 있었다.사랑이 넘치는 가정의 한 장면이었지만 안다혜는 곧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다.김미진은 분명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남편인 안창민을 바라볼 때 묘한 불쾌함이 스쳤다.도저히 자기 남편을 바라보는 표정이라고 하기 어려웠다.그 광경을 본 안다혜는 의아했다.‘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두 사람은 늘 사이가 좋은 부부였다고 했는데.’김미진은 집에서 아버지를 거의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를 비난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그래서 안다혜는 줄곧 아버지에 대해 좋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장면은 그 믿음을 송두리째 흔들었다.‘왜 엄마의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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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2화

이제 이 통로는 마치 박물관처럼 변해 있었다. 양쪽 벽면에는 커다란 스크린들이 빼곡히 늘어서 있었고 그 위에는 온갖 장면들이 시간 순서대로 재생되고 있었다.그래서 안다혜는 그 어떤 것도 바꿀 수 없었다. 그 광경을 본 안다혜는 진심으로 감탄했다.“이 장면은 정말 너무 멋있네.”마치 SF 영화 속 한 장면처럼 하나의 화면일 뿐인데도 너무나도 생생하고 지금 그 시간에 직접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어머니가 아버지를 대할 때 태도가 좋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고 나서 안다혜는 그 부분의 장면들을 특히 주의 깊게 찾아보기 시작했다.결과는 자신의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김미진은 정말로 안창민을 좋아하지 않았다.안창민이 아무리 잘해도, 혹은 그가 조금이라도 잘못을 저질러도 김미진의 표정은 늘 담담했다.그녀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애초에 그를 좋아한 적이 없다는 듯했다.예를 들어, 안창민이 아기를 안은 채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공원에 가자고 제안했을 때 김미진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었다. 그녀는 다정한 손길로 안소현의 머리를 묶어주며 차분하게 말했다.“나는 안 갈래요. 소현이가 몸이 약하니까 집에 남아서 돌봐야 할 것 같아요.”그 말을 들은 안창민은 표정이 바로 굳었다. 그는 어리둥절한 얼굴의 안소현을 바라보며 순간적으로 분노의 기색을 드러냈지만, 김미진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곧 표정을 가다듬었다.결국 그는 참고 김미진의 말을 따랐다.하지만 결국 그는 어린 안다혜를 놀이공원에 데려가지 않았고 그저 방 안에 남겨둔 채 인형을 갖고 놀게 했다.어린 안다혜는 왜 아빠가 갑자기 표정을 바꿨는지, 왜 엄마가 늘 언니만 챙기는지 이해하지 못했다.‘언니가 엄마랑 사이가 더 좋아서 그런 걸까?’그런 생각을 하며 어린 안다혜는 부엌으로 총총 걸어가 조그마한 발판을 끌어와서는 그 위로 올라서서 진지한 표정으로 뭔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창문 너머로 보이는 안소현과 김미진의 모습을 보며 어린 안다혜의 마음에는 부러운 감정이 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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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3화

정교하게 땋은 안다혜의 머리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김미진은 손재주가 좋았고 게다가 어린 여자아이는 어떻게 땋아도 잘 어울렸다.땋은 머리는 안소현의 얼굴을 더욱 돋보이게 해 주었다.그래서 안다혜는 마음속으로 김미진과 안창민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자고 결심했다.그렇게 하면 두 사람 모두 자신을 더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어린 안다혜는 입술을 꾹 다물고 의자 위에 올라섰지만, 예상대로 뜨거운 기름에 손이 데고 말았다.그녀는 비명을 질렀고 한참이 지나서야 김미진과 안소현이 느릿느릿 부엌으로 들어왔다.김미진은 다소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여긴 부엌이야, 네가 들어올 데가 아니야.”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김미진은 바닥에 쓰러져 팔을 감싸 쥔 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안다혜를 보았다.그 순간, 그녀의 얼굴에도 잠깐 놀란 기색이 스쳤다.그 모습을 밖에서 보고 있던 지금의 안다혜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자기 오른손에 있는 흉터가 바로 이렇게 생긴 것이었다.그러니 김미진이 그 일을 절대 언급하지 않으려 했던 것도 이해가 갔다. 가끔 자신이 그 흉터에 관해 물으면 김미진은 늘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몇 번이나 말했잖아. 그건 네가 어릴 때 장난치다가 생긴 상처야. 왜 사람 말을 그렇게 안 믿는 거야?”그때의 김미진은 지금과 다를 바 없었다. 놀라거나 미안해하지도 않았고 그저 모든 잘못을 안다혜 탓으로 돌렸다.안다혜가 괜히 부엌에 들어가서 요리하겠다고 나서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김미진은 늘 그렇게 여겼다.부엌에 들어온 뒤에야 김미진은 자신에게 안소현 외에 또 딸이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린 듯했다.안다혜의 팔에 난 화상을 보고 김미진은 순간적으로나마 마음이 아팠다.그래도 제 배 아파 낳은 자식인데 어찌 마음이 안 아플 수 있었겠는가.김미진은 바로 구급차를 불렀고 직접 안다혜를 안아서 부엌 밖으로 나갔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안다혜를 보며 잠깐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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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이런 엄마가 있다니, 정말 기가 막힌 일이었다. 김미진의 태도에 의사들조차도 안다혜가 안쓰럽다는 표정을 지었다.돈은 문제가 아니었고 어떻게 해서든 안다혜를 치료할 수 있었다. 김미진은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가 꺼진 것을 보고서야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누구나 알다시피 구급차의 사이렌은 길을 비켜 달라는 신호였다. 그 소리가 없으면 차량의 속도는 떨어지고 병원에 도착하는 시간도 훨씬 늦어지게 된다.아이의 팔이 심하게 데었는데 아이의 엄마라는 사람은 그 상황에서도 고작 시끄럽다는 이유로 시간을 지체시키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간호과장은 더는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서서 정중하게 말을 꺼냈다.“저기요, 보호자 분.”김미진은 안소현을 안고서 의아한 듯 간호과장을 바라보았다.“왜요?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환자 곁에는 보호자가 함께 있어야 하는데요. 병원에 같이 가지 않으실 겁니까?”간호과장은 속이 터질 것만 같았다.딸이 팔에 화상을 입고 들것에 실려 있는데 그 입에서 무슨 일이냐는 태연한 말이 나오다니, 그게 정말 엄마라는 사람이 할 말인가? 그녀는 이런 무책임한 사람을 처음 봤다. 김미진의 옷차림과 말투를 보아하니 생활 형편이 어려운 집도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차갑게 딸을 대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보호자로 함께 가야 한다고요? 참 번거롭네요.”김미진은 얼굴을 찌푸리며 계속해서 말했다.“돈은 얼마든지 상관없으니까 가서 치료해주시고 나중에 금액만 알려 주세요. 꼭 보호자가 필요하다면 그냥 간병인 아무나 하나 붙여 주세요. 돈은 문제없어요.”그 말을 들은 간호과장은 순간 말이 막혔다. 다친 딸의 곁에 있어 주라는 데 엄마라는 사람이 왜 이토록 거부하는 건지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아이가 다쳐서 울고 있는 이 상황에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무정하고 냉담할 수 있을까?’결국 간호과장은 인내심이 무너졌다.“엄마라는 사람이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원래라면 괜히 말 섞지 말고 조용히 넘기려 했지만, 이토록 무책임한 모습은 도저히 눈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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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5화

이 상황에도 김미진의 태도는 여전히 오만하기 짝이 없었다.구급차 안의 다른 간호사들이 서둘러 말했다.“빨리 가야 해요. 아이 상태가 좋지 않아요.”그 말을 들은 간호과장도 마음이 급해졌다. 일단 아이를 빨리 병원으로 옮기는 게 우선이었다.그녀는 잠시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스치듯이 짧게 훑어보았지만도 너무 예쁘게 생긴 아이였다.화상을 입은 부위가 위험했다. 이대로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면 너무 안타까웠다.그때, 낮고 단호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잠깐만요, 제가 같이 가겠습니다.”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했다. 돌아보니 아이의 어머니 옆에 잘생긴 남자가 서 있었다.그의 얼굴에는 분노와 실망이 뒤섞여 있었다.“이 아이도 우리의 딸이잖아. 어쩜 그렇게도 잔인할 수 있어?”김미진은 잠시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곧 냉담하게 대꾸했다.“누가 요리하라고 시켰어요? 원래 그런 건 가정부가 하는 일이잖아요. 괜히 나서니까 이런 일이 생긴 거죠.”그 말을 들은 안창민은 가슴이 싸늘하게 식는 걸 느꼈다. 그는 그동안 김미진이 안다혜를 싫어하는 이유가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해 왔다.하지만 지금 보니 그냥 안다혜를 싫어했다.안창민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조용히 숨을 내쉬며 구급차에 올라탔다. 그 자리에 남은 김미진은 구급차가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묵묵히 바라봤다.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안소현의 손을 세게 움켜쥐었다.안소현은 놀라서 손을 비틀며 말했다.“엄마, 손 아파요.”그 말을 들은 김미진은 깜짝 놀라 급히 손을 풀었다. 그녀는 허리를 굽혀 안소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미안해, 소현아. 엄마가 잘못했어. 너무 세게 잡았네.”안소현은 오히려 어른스럽게 말했다.“괜찮아요, 엄마. 동생 걱정해서 그런 거잖아요.”그 말을 듣는 순간, 김미진의 손이 안소현의 머리 위에서 잠시 멈췄다.그 장면을 화면 밖에서 보고 있던 안다혜도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정말 그런 걸까? 엄마가 정말로 나를 걱정하고 있었던 걸까?’안다혜의 마음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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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6화

‘그렇게 싫어하면서 애초에 나를 왜 낳은 걸까?’그 장면을 바라보며 안다혜는 참을 수 없는 상실감에 사로잡혔다.지금껏 이 모습만큼 모순되고 잔인한 장면은 없었다.자신은 대체 뭐였던 걸까?고작 몇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는 그저 엄마의 사랑을 바랐던 것뿐이었다.그녀가 원했던 건 오직 엄마의 품이었다. 그래서 텔레비전에서 본 것처럼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엄마 김미진의 마음을 얻고 싶었다.하지만 그 모든 노력이 김미진의 눈에는 그저 우스운 짓거리에 불과했다.그 사실을 깨닫자, 안다혜는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눈물이 고이는 걸 참으려 고개를 살짝 들어 올렸지만, 눈가가 뜨거워졌다.‘일면식이 없던 간호과장조차 자신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데 정작 자신의 친엄마는 왜 저렇게 냉정한 걸까?’아니, 냉정한 게 아니라 사랑하지 않았다.그걸 깨닫고 나니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다.어릴 적 기억이 흐릿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땐 아무것도 몰랐기에 오히려 덜 아팠다.모르고 사는 게 차라리 행복할 뻔했다.안다혜는 눈을 질끈 감았고 투명한 눈물이 천천히 눈가를 타고 흘러내렸다.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내려오는 걸 느끼며 그녀는 자신도 놀랐다. 더는 이런 일로는 울지 않을 줄 알았다.그런데 아니었다. 눈물은 여전히 마르지 않았고 마음이 아팠다. 눈물이 없는 게 아니라 아직 이만큼 슬픈 일을 깨닫지 못했던 것이었다.그렇게 생각하자 입가에는 쓸쓸한 미소가 번졌다. 김미진에게 단지 짐이었던 자신이 큰 관심을 바랄 자격은 애초에 없었다. 지금처럼 홀로 병원에 버려져 있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안다혜는 오른손을 들어 올려 거의 희미해진 화상 자국을 바라보며 속이 다시금 쓰려왔다.그녀는 이 흉터가 자신이 장난을 치다가 생긴 결과라고 늘 믿어왔었지만 지금 보니 그건 한낱 우스운 착각이었다.진실을 알게 된 지금, 모든 게 우습고 처참했다.안다혜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고 양옆의 화면은 일정한 속도로 계속 바뀌고 있었다.눈물을 흘린 뒤라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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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7화

안다혜는 어머니가 왜 아버지를 그렇게 싫어했던 건지 끝내 이해할 수 없었다.아버지는 분명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만약 그때 안창민이 없었다면, 그 화상 사건만으로도 자신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다쳤을 것이다.그토록 무책임한 어머니 밑에서 자라야 했던 자신이 너무나 가여웠다.반면, 아버지는 마치 커다란 나무처럼 그녀를 감싸 주었다. 비록 작은 세상이었지만 그 안에서 안다혜는 보호받고 있었다.그런데도 김미진은 안창민에게 단 한 번도 따뜻한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그 장면을 보며 안다혜의 가슴속에서는 분노가 치밀었지만 아무리 화가 나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시간은 이미 오래전에 흘러가 버렸고 지금 와서 무슨 말을 해도 김미진은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그건 안다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사람은 원래 그런 존재다. 자신이 저지른 일이라도 증거가 명확히 남아있지 않는다면 절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은 일이라도 따지고 든다면 변명하고 부정하기 마련이다.그런 생각이 들자 안다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그만하자. 다 지나가 버린 일이야.’김미진이 자신에게 어떻게 했든 그건 다 과거였고 이제 와서 되돌릴 수도 없고 다시 언급할 의미도 없다.물론 안다혜도 알고 있었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지만 분명 더 아픈 손가락은 있었다.이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진리다. 모두가 마음속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입 밖에 내지 않았을 뿐이었다.안다혜는 아버지가 자신과 함께했던 그 시간을 떠올리며 마음 한편이 따뜻해졌다.예전에는 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서 그렇게 일찍 떠났다고 믿었다.하지만 지금 보니 전혀 그런 게 아니었다.안창민은 정말로 자신을 사랑했다. 어쩌면 김미진이 안소현에게 보인 사랑보다 훨씬 더 깊고 진실했다.그렇게 생각하니 또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그녀는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아버지 역시 안소현을 대할 때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분명 가족인데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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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8화

“장례식장에서 저렇게 소란을 피우는 건 불길한 일이야.”그 말들이 어린 안다혜의 귀에 꽂혀 들어왔고 그녀는 그 말들이 너무 거슬리고 아프게 느껴졌다.하지만 그때의 안다혜는 이런 것들을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그저 너무 무서웠다. 오직 아빠가 다시 눈을 떴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어린 안다혜는 울먹이며 외쳤다.“아빠, 일어나요! 다혜가 아빠 보고 싶어요! 아빠, 나 너무 무서워요. 사람들이 너무 시끄러워요.”그러나 아무리 울며 아빠를 불러도 주변의 어른들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끝내 누군가가 관 뚜껑을 덮었다.김미진은 처음부터 끝까지 안소현의 손만 꼭 잡은 채 냉정한 눈빛으로 그 모든 과정을 바라보았다.그런데 주위의 사람들은 그녀를 비난하기는커녕 오히려 동정의 눈길을 보냈다. 그들은 김미진이 너무 슬퍼서 울지도 못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의 안다혜는 알았다. 김미진은 너무 큰 슬픔에 눈물이 나지 않은 게 아니라 애초에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았다.그래서 그녀는 아버지와 자신을 단 한 번도 진심으로 신경 쓴 적이 없었다.아마 김미진의 눈에 자신과 아버지는 낯선 타인처럼 보였을 것이다.그 생각이 드니 안다혜는 문득 또 다른 의문에 사로잡혔다.‘그렇다면 안소현은 대체 누구의 딸이지? 왜 엄마는 그렇게 안소현만을 챙긴 걸까?’김미진의 노골적인 이중적인 태도, 그리고 아버지가 안소현을 대할 때의 미묘한 거리감, 이 모든 것이 안다혜의 마음을 뒤흔들었다.‘설마 나와 안소현은 같은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게 아니란 말인가?’그런 생각이 들자 가슴 한편이 싸늘하게 식어갔다.‘그렇다면 안소현이 나를 미워하고 경멸했던 것도 어쩌면 다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닐까?’어쩌면 안소현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하지만 한 가지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때 두 사람은 나이가 비슷한 아이였는데 안소현이 그렇게 많은 걸 알고 있다는 게 말이 안 됐다.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 안소현은 아직 이성진이라는 사람을 만나기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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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9화

하지만 안다혜처럼 구는 아이는 모두에게 처음이었다. 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원망을 쏟아내다니, 이런 광경은 가히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일이었다.슬픔이 어린 안다혜를 완전히 삼켜버렸다. 평소에는 영리하고 눈치 빠른 아이였지만 그날만큼은 온몸이 떨릴 만큼 감정에 압도되어 있었다.모두의 시선이 김미진과 안소현에게로 쏠렸으나 김미진은 놀라울 정도로 침착했다.그녀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조차 없었고 오히려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안소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소현아, 넌 착한 아이니까 동생처럼 하면 안 돼.”“알아요. 동생은 너무 슬퍼서 그러는 거예요. 이제 아빠가 없으니까요.”이제 아빠가 없다는 말을 들은 순간, 안다혜는 머릿속이 하얘졌다.어린 안다혜는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입 닥쳐! 내 아빠는 안 죽었어! 너 지금 질투하는 거잖아! 아빠가 나를 더 사랑해서, 그게 늘 불만이었는데 이제 아빠가 없으니까 좋아서 그러는 거잖아!”그 말에 안소현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두려운 눈빛을 하고 김미진 뒤로 숨어들었다.“엄마, 동생 왜 이래요? 평소랑 너무 달라요.”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고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엄마, 나 무서워요. 동생이 나 때리면 어떡해요.”그 모습을 본 김미진은 마음이 아파서 재빨리 안소현을 감싸 안으며 말했다.“괜찮아, 소현아. 무서워하지 마. 동생은 너무 슬퍼서 정신이 나갔어.”그렇게 말한 뒤, 김미진은 허리를 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보안 요원은 어디 있죠? 어서 둘째 아가씨를 데리고 나가요. 오늘 먹을 약을 아직 안 먹었잖아요.”그녀의 말에 검은 정장을 입은 보안요원들이 나타났다. 그들이 할 일은 눈앞에서 울부짖는 어린 안다혜를 제압하고 끌어내는 것이었다.어린 안다혜는 겁에 질렸다. 겨우 몇 살짜리 아이가 이런 위협적인 장면을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결국 그녀는 울음을 터뜨렸고 보안요원들에 의해 억지로 끌려 나갔다.주변 사람들은 모두 서로 눈치를 보았다. 그들의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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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0화

사실 욕심 많은 이 사람들에게는 누가 회장이 되든 상관이 없었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오직 돈을 버는 것뿐이었다.돈만 벌 수 있다면 그 외의 일은 관심 밖이었다.김미진은 그런 사람들의 속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이 회장 자리를 두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사실 내부적으로는 이미 모든 조율이 끝난 상태였다. 표면상으로는 선거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이미 내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결과는 뻔했고 김미진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건 시간문제였다.하지만 여자가 회장이 되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이 따라붙었다.곧 김미진은 직접 행동으로 그들의 입을 완전히 닫아버렸다. 그녀는 단순히 회장 자리를 지킨 것뿐 아니라 그 자리를 발판 삼아 태안 그룹을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김미진의 경영 아래 태안 그룹의 성장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태안 그룹이 지금처럼 강해진 이유는 전적으로 김미진의 리더십 덕분이라고 모두가 인정했다. 처음에는 비난하던 이들도 이제는 감히 말 한마디 꺼내지 못했다. 그녀의 능력과 결과가 모든 의심을 잠재웠기 때문이다.밖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안다혜는 복잡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무엇보다 엄마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다. 거의 모든 시간을 회사에 쏟아붓고 그 어떤 역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다.인정받지 못하면 결국 실력으로 증명해 보였다.그 점만큼은 안다혜가 어릴 때부터 진심으로 존경해온 부분이었다.그래서 안다혜는 늘 노력했다. 남들이 외면하던 외국 기술도 그 속에 배울 만한 가치가 있다면 직접 찾아 배우려 했다.생각을 정리한 안다혜는 마음을 다잡고 다시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하지만 문득 그녀는 다시 발걸음이 멈추고 뒤돌아 조금 전의 화면을 다시 바라봤다.뭔가 이상했다.안다혜는 조금 전의 장면들을 다시 곱씹으며 뭔가 중요한 걸 놓친 기분이 들었다.‘엄마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는데 왜 굳이 내 얘기를 다 듣고 나서야 끌어냈던 걸까?’그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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