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진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챘지만 지금은 남들 앞이었고 딸의 체면을 세워 줘야 했다.딸을 위해 나서서 판을 깔아주러 왔는데 오히려 딸이 남에게 추궁당하게 둘 수는 없었다.“지금 회장님께서 제 딸에게 따져 물을 처지가 된다고 생각하세요?”김미진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애초에 사람을 못 지킨 건 당신들이잖아요. 당신 아들이 제 딸에게 그렇게 큰 상처를 줬는데 아직도 감옥에 못 보냈으니 제 딸이 놀라는 게 당연하죠. 안 그래요?”김미진이 이렇게 말하자 집사와 허승호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 둘 다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끼긴 했지만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미진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기 때문이다.허승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김 회장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제가 너무 경솔했습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 이렇게 되니 저도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허승호는 민망한 듯 웃었다.“솔직히 말씀드리면 지난 며칠 동안 저도 찾고 있었습니다. 그놈이 제 카드까지 들고 튀었는데도 발이 꽤 빠르더군요.”안소현은 식은땀을 훔쳤다.“정말 아무 소식도 없나요?”“응, 사실이야. 소식이 없어.”허승호는 피식 웃더니 말을 이었다.“한 가지 물을게. 소현아, 어쨌든 우리 아들은 네 약혼자였잖아. 그런데도 그렇게까지 꼭 감옥에 보내고 싶은 거야?”허승호는 말을 아주 천천히, 한 글자씩 꾹꾹 힘주어 말했다.그 말이 안소현의 가슴에 쿵쿵 찍히는 것만 같았다. 가슴이 무거웠지만, 안소현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회장님, 그런 얘긴 더 하지 마세요. 엄마가 말씀하셨듯이 제 목소리가 이렇게 된 게 전부 그 사람 때문인데 제가 그 사람한테 무슨 감정이 더 남아 있겠어요? 그런 질문 자체가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사람들 앞에서 어린 것한테 체면을 구긴 허승호는 속이 조금 상했지만 더는 따지지 않았다.그는 천천히 몸을 바로 세우며 말했다.“알겠어. 그렇다면 나도 더 할 말은 없구나. 우리 아들한테 미련이 없다니 다행이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