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비단옷을 입은 청년이 땅에 나자빠졌다. 곁에 있던 마부와 하인 그리고 그의 누이인 정가아가 황급히 달려왔다. “감히 누구한테 손을 대느냐? 우리가 누군지 알고 이러는 것이냐?”정가아는 마차를 향해 노기등등한 얼굴로 외쳤다.“사람을 해쳐? 어서 내려와 무릎 꿇고 사죄하거라.”하지만 마차 안, 옹성대군은 미동도 없었다. 단정히 앉은 그는 눈길 하나 주지 않았고 마부는 고삐를 잡은 채 마치 아무 일도 없는 듯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자 정가아는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방금 마차 안에서 본 여자의 얼굴은 앳되고 고왔지만 장신구는 소박했고 마차 역시 누추했다. 그녀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고 낯설었지만 대갓집 규수 가운데 저런 몰골을 본 적은 없었다. 그러기에 정가아는 나정이 보잘것없는 사람이라고 단정 지었다.“누구든 저 마차 안의 사람을 끌어내거라!”그녀가 이렇게 외치자 정씨 집안의 하인이 성큼성큼 다가와 마차의 발을 걷어올리려 했지만 마부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그 순간 마차 안에서 무언가 날아오더니 하인의 이마를 명중시켰다. 하인은 그 즉시 쓰러졌고 이마에는 눈에 띄는 큰 혹이 생겼다. 이처럼 가까운 거리에서 작은 무기로 이런 상처를 입히려면 마차 안의 인물은 상당한 무예를 지닌 자일 것이다.정가아는 당황함에 얼굴이 굳어졌다.“감히! 여기가 궁궐 발치라는 걸 모르는 게냐? 법이 두렵지도 않는 것이냐? 어서 나오지 못할까?”그녀는 고함을 치며 날을 세웠다.“내 네 집안을 무너뜨리고 조상의 무덤까지 파헤쳐 줄 테다!”바닥에 쓰러졌던 정씨 가문의 자제, 정소는 아까 그 한 방에 정신이 멍해졌지만 분을 삭이지 못하고 다시 일어나, 피범벅이 된 얼굴로 코와 입을 손으로 감싸 쥔 채 이를 갈았다.“누가 감히… 감히!”말이 끝나기도 전 그는 다시 마차에 오르려 손을 뻗었다. 그러나 그 순간 그의 손목이 날카롭게 붙잡혔다. 딱하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맑게 울리더니 그는 무언가에 내던져지듯 땅에 떨어졌다. 가볍고 무력하게, 마치 닳아버린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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