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형원은 휠체어에 앉은 채 퇴원 수속을 밟고 있었다.수행비서가 휠체어를 밀며 천천히 걸어왔고 다른 직원들은 짐을 들고 뒤따라오고 있었다.휠체어를 타고 다가오는 손형원과 정면으로 마주치자, 하지율은 걸음을 멈췄다.먼저 지나가도록 비켜설 생각이었다.그때, 손형원의 시선이 하지율에게 꽂혔다.그 순간, 하지율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설명할 수 없는 위협이 본능처럼 스며들었다.그에게 납치당했을 때보다도 더 짙고 선명한 위험이었다.그동안 적지 않은 일을 겪어왔지만, 이처럼 소름 끼치는 기분은 오랜만이었다.얼마 전 D국 왕궁에 있었을 때조차, 이 정도의 섬뜩함은 느끼지 못했으니까.유소린도 이상한 기류를 눈치챘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하지율의 앞을 막아서며 손형원의 시선을 가로막았다.손형원은 유소린을 힐끗 바라보더니, 아무 표정 없이 시선을 거뒀다.비서는 휠체어를 밀고 유소린과 하지율을 스쳐 지나갔다.손형원이 완전히 멀어지고 나서야, 유소린이 입을 열었다.“지율아, 방금 느꼈어? 손형원, 너 보는 눈빛 좀 이상하지 않았어? 뭐라고 해야 할까...”유소린은 잠시 말을 고르다가 겨우 어울리는 표현을 찾아냈다.“당장이라도... 잡아먹을 것 같은 느낌? 맞아, 딱 그거야. 너 요즘 손형원 건드린 거 아니지?”하지율이 담담하게 답했다.“또 내가 연정미 괴롭혔다고 생각했겠지. 연정미 앞길 막는다고.”유소린이 고개를 갸웃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좀 누그러진 것 같았는데. 눈빛도 덜 날카로웠고.”하지율은 연회에 참석하거나 외식할 때, 가끔 손형원을 마주친 적이 있었다.그때마다 나현우와 강원희가 경계했지만, 손형원은 비꼬는 말 몇 마디 던졌을 뿐, 실제로 위협이 될 만한 행동을 보인 적은 없었다.나현우 역시 몇 번이고 손형원에게서 위협적인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었다.손형원이 하지율 앞에 나타난 횟수는 적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잦은 편도 아니었다. 그러니 의도적으로 접근한 건지, 단순한 우연인지를 분별하기 어려웠다.하지율이 의미심장하게 말했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