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Kabanata 1801 - Kabanata 1810

1834 Kabanata

제1801화

단보현이 물었다.“첫 번째 계획은 이미 성공했잖아. 네 다음 계획은 하지율을 납치해서 또다시 감쪽같이 사라지게 만드는 거야?”연정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하지율은 이미 한 번 실종된 적이 있어요. 그래서 하지율도, 주용화도 예전보다 훨씬 더 경계하고 있을 거예요. 그렇다고 납치를 포기할 수는 없죠.”연정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하지만 하지율이 단순히 사라지는 것만으로는 주용화를 절망에 빠뜨릴 수 없어요. 어딘가에서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버리지 못할 테니까요. 그래서 이번에는 더 확실하게 끝내야 해요. 주용화가 상실감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도록. 완전히 미쳐 버리게 말이죠.”단보현은 그 말에 담긴 의도를 눈치챘다.“설마 너...”연정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맞아요.”단보현이 말했다.“내가 알아본 바로는 고지후가 고윤택의 신변을 아주 철저하게 지키고 있대. 고윤택을 이용하려는 생각이라면 쉽지 않을 거야.”하지만 연정미는 이미 모든 계획을 세워 둔 사람처럼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걱정하지 마세요. 방법은 이미 생각해 뒀어요. 그때가 되면 보현 오빠는 제 계획에 맞춰 움직여 주기만 하면 돼요.”...하지율의 말을 들은 순간, 주방에서 국을 담고 있던 주용화의 손이 갑자기 떨리기 시작했다.뜨거운 국물이 손등 위로 쏟아졌지만 주용화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주용화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하지율을 바라봤다.“지율 씨... 뭐라고요?”주용화가 덴 것을 본 하지율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 곧바로 테이블 위에 놓인 물티슈 한 장을 뽑아 주용화의 손등에 묻은 국물을 닦아냈다.하지율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화야 씨, 괜찮아요?”주용화는 반사적으로 하지율의 손을 붙잡았고 시선은 하지율에게 고정됐다.“지율 씨, 조금 전에 뭐라고 했어요?”하지율은 장난을 쳐 볼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주용화의 얼굴에 스친 긴장과 기대를 본 순간 안쓰러운 마음이 밀려왔다.하지율은 담담하게
Magbasa pa

제1802화

하지율과 주용화는 아직 결혼식을 올려 본 경험이 없었다.그래서 주용화는 이번 결혼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다.원래 로맨틱한 성격은 아니었지만, 결혼이 지닌 의미를 생각하면 필요한 과정만큼은 절대로 소홀히 하고 싶지 않았다.무엇보다 하지율은 아직 웨딩드레스를 입어 본 적이 없었기에 주용화는 하지율에게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을 선물해 주고 싶었다.그래서 직접 결혼 준비를 진행하려 했다. 머릿속에 그려 둔 계획대로 진행하려면 아무리 서둘러도 반년이라는 준비 시간이 필요했다.물론 하루라도 빨리 하지율을 아내로 맞이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하지만 그렇다고 하지율에게 아쉬움이 남는 결혼을 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지율 씨도 남들처럼 누릴 건 다 누려야 해. 아니, 남들은 꿈도 못 꾸는 것까지 다 해 주고 싶어.’그날 이후로도 주용화는 늘 하지율의 곁을 지켰다.다만 결혼 준비에 많은 관심을 쏟게 되면서 예전처럼 하지율만 바라보며 불안해하지는 않았다.하지율 역시 결혼을 준비해 본 경험이 있었기에 그 과정이 얼마나 손이 많이 가고 복잡한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웨딩플래너에게 맡기면 훨씬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지만, 주용화는 중요한 과정마다 직접 참여하려 했다.하지율에게 가장 완벽한 결혼식을 만들어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주용화는 업무를 처리하는 틈틈이 하지율의 웨딩드레스 디자인까지 직접 챙기고 있었다.그러다 보니 반년이라는 시간도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였다.한편 하지율은 주용화의 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적어도 예전처럼 하지율이 회의하러 갈 때마저 따라다니지는 않았으니까.예전 같았으면 어디를 가든 함께 움직였겠지만, 이제는 주용화가 사무실에 남아 결혼식 계획을 세우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하지율은 그런 주용화를 완전히 안심시키기 위해 손에 끼고 있는 반지 안에 위치추적 기능이 탑재된 초소형 칩을 넣어 두었다.덕분에 주용화는 언제든 위치 정보를 통해 하지율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동선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확
Magbasa pa

제1803화

하루는 하지율과 주용화가 고윤택을 데리고 식사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그때 고지후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지율아, 회사에 문제가 좀 생겨서 바로 Z국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아. 윤택이는 네 쪽에 두고 갈까, 아니면 내가 데려갈까?”하지율은 전화를 받은 뒤 고윤택을 바라봤다.“윤택아, 아빠가 급한 일 때문에 Z국에 가야 한대. 아빠랑 같이 갈래?”고윤택은 곧바로 하지율의 팔을 끌어안았다.“엄마랑 겨우 만났는데 벌써 돌아가기 싫어요.”하지율은 다시 고지후에게 말했다.“윤택이는 당분간 돌아가기 싫은가 봐. 그러면 일단 나랑 지내는 거로 할게. 바빠서 윤택이 데리러 올 시간이 없으면 나중에 내가 직접 데려다줄게.”마침 유소린도 한 달 휴가를 낸 상태였다.하지율은 나중에 유소린과 함께 돌아갈 생각이었다.M국에 온 뒤로는 한 번도 Z국에 가지 못했으니, 이번 기회에 다녀오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그러자 고지후가 말했다.“알겠어. 윤택이 데려다주기 어려우면 말해. 진태환을 보내서 데려오게 할게.”고지후와 하지율은 그렇게 이야기를 마무리한 뒤 전화를 끊었다.통화를 마친 뒤 하지율은 이 일을 주용화에게 이야기했다.주용화도 별다른 의견은 없었다....하지율과 주용화의 관계가 한층 가까워진 뒤부터 주용화는 더 이상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자지 않았다.고윤택이 오랜만에 이곳에 묵게 되자, 하지율은 며칠 정도는 편하게 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마자 주용화가 뒤에서 하지율을 끌어안았다.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입을 맞춰 왔다.하지율은 입맞춤을 피하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화야 씨, 윤택이가 옆방에 있잖아요.”주용화가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방음 잘돼서 안 들릴 거예요.”하지율은 지금 그게 문제인가 싶어 잠시 말문이 막혔다.“...”하지율은 벽에 걸린 시계를 힐끗 바라봤다.'겨우 아홉 시를 조금 넘겼네?'괜히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이대로 매일 밤 주용화의 장단에 맞춰 주다가는 정말 기운이 다 빠져 버릴 것
Magbasa pa

제1804화

주용화는 원래 한 번 결정을 내리면 뒤를 돌아보지 않는 사람이었다.손형서를 만나 할 말을 모두 끝낸 이상, 손형서가 아무리 떼를 쓰고 소란을 피워도 다시 만나줄 리 없었다.오히려 계속 매달리다 주용화의 심기를 건드리기라도 하면, 곤란해지는 쪽은 손형서일 가능성이 컸다.하지율은 그런 주용화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잠시 생각에 잠겼던 하지율이 나현우를 향해 말했다.“제가 직접 손형서 씨를 만나 볼게요. 안내해 주세요.”나현우는 곧바로 준비를 하러 나섰다.하지율은 주용화의 예전 사무실로 향했다. 그리고 손형서를 만나러 갈 생각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화야 씨, 윤택이랑 여기 계세요. 저는 현우 씨랑 손형서 씨 좀 만나고 올게요.”주용화가 잠시 멈칫했다.주용화는 고개를 돌려 하지율을 바라봤다.“저도 같이 갈까요?”하지율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저 혼자 다녀올게요.”주용화는 한동안 말없이 하지율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주용화에게 말을 전한 뒤 하지율은 나현우와 함께 손형서가 머무는 곳으로 향했다.이동하는 동안 나현우가 설명했다.“원래는 원희 형님이 손형서 씨를 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풀어준 뒤에는 사실상 자유로운 상태였는데도 떠나지 않더군요.”설명을 들은 하지율은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했다.약 30분 뒤, 차량이 별장 앞에 멈춰 섰다.별장 안으로 들어간 나현우는 하지율을 끝방으로 안내했다.“손형서 씨는 안에 있습니다.”하지율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들어 가볍게 노크했다....손형서는 요즘 하루하루가 지루하고 외로웠다.하지율이 돌아오기 전까지만 해도 거의 매일 주용화를 볼 수 있었지만, 하지율이 돌아온 뒤로는 이곳에서의 생활이 지나치게 적막해졌다.이제는 손형서를 감시하는 사람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그래도 주용화를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었기에 떠날 생각은 없었다.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손형서의 눈이 반짝 빛났다.손형서는 곧장 문 앞으로 달려가 서둘러 문을 열었다.“용화 씨
Magbasa pa

제1805화

손형서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용화 씨가 결국 바라던 걸 이루게 됐네요.”손형서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이렇게 된 것도 나쁘지 않네요. 적어도 용화 씨는 행복할 테니까요.”손형서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다만 우리 오빠는 너무 허무하게 죽어 버렸네요.”하지율이 물었다.“제 제안에 대해서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세요? 아니면 지금 답을 주실 건가요?”하지율의 말에 손형서는 비로소 현실로 돌아온 듯 눈을 깜빡였다.그러더니 하지율을 바라보며 물었다.“우리 오빠가 죽었는데도 정말 아무렇지 않은 거예요? 조금의 안타까움이나 미련도 없어요?”손형서는 하지율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은 채 허탈한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우리 오빠가 좋은 사람은 아니었죠.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한테만큼은 정말 잘했어요. 아마 너무 많은 잘못을 저질러서 벌받은 거겠죠. 결국 평생 원하는 건 하나도 얻지 못했으니까요.”잠시 후 손형서는 다시 하지율을 바라봤다.“오빠는 원래 미술을 좋아했어요. 권력을 잡기 전까지는 누구를 해친 적도 없었고, 손씨 가문 가주 자리를 욕심낸 적도 없었죠. 사실... 저와 오빠는 둘 다 혼외자였어요.”손형서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그래서 어릴 때부터 늘 괴롭힘을 당했죠. 정말 힘들게 살아남았어요. 손씨 가문 사람들이 일부러 우리가 혼외자라는 사실을 퍼뜨렸거든요. 그 때문에 오빠는 학교에서도 따돌림을 당하고 괴롭힘을 받으며 자랐어요.”하지율은 드물게 개인적인 질문을 던졌다.“형서 씨는요? 형서 씨도 괴롭힘을 당했나요?”손형서는 담담하게 답했다.“처음에는 저도 당했어요. 그런데 어머니가 학교를 옮겨 주셔서 그 뒤로는 제 과거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죠.”손형서는 자조적으로 웃었다.“저는 여자라서 손씨 가문 사람들에게 위협이 될 만한 존재가 아니었어요. 손씨 가문 사람들이 가장 경계한 사람은 오빠였죠.”하지율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두 분 다 혼외자였을 뿐인데 그렇게까지 경계할 이유
Magbasa pa

제1806화

손형서가 말했다.“그날은 처음으로 오빠의 그런 눈빛을 본 날이었어요. 너무 사납고 무서웠어요. 마치 당장이라도 사람을 죽일 것 같은 눈빛이었죠.”손형서는 자조적으로 웃었다.“그전까지는 오빠가 동정심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하지율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동정심이요? 누구를 말하는 거예요? 설마 손형원 씨요?”손형서는 담담하게 하지율을 바라봤다.“오빠가 동정심 많은 사람이라는 게 안 믿기나 보네요. 설마 나쁜 사람은 끝까지 악하기만 하고, 반대로 좋은 사람은 평생 나쁜 짓 한 번 안 하고 살 거라고 생각해요?”손형서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살인범도 있고, 적에게는 냉혹하지만 자기 사람에게만큼은 의리를 지키는 사람도 있어요.”손형서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이어졌다.“악마로 태어났거나 성인군자로 태어나지 않은 이상, 세상에 선과 악이 그렇게 명확하게 나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이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하지율을 바라봤다.“따지고 보면 용화 씨도 좋은 사람은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하지율 씨는 용화 씨를 사랑하죠.”하지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손형서의 목소리가 조금 작아졌다.“하지율 씨가 우리 오빠를 싫어하는 것과 연정미가 용화 씨를 싫어하는 것... 다를 게 뭐가 있겠어요? 오빠가 연정미를 위해 하지율 씨를 불행하게 만들려 했던 것처럼, 용화 씨도 하지율 씨를 위해 연정미를 불행하게 만들 수 있어요.”손형서는 하지율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하지율 씨가 좋은 사람인지, 연정미가 나쁜 사람인지 그런 건 두 남자에게 중요하지 않았단 말이에요. 하지율 씨가 사람을 죽이겠다고 하면 용화 씨는 망설이지 않고 칼을 쥐여 줄 사람이에요. 그리고 그 뒤처리까지 전부 대신해 주겠죠. 용화 씨는 하지율 씨가 착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하지율 씨라서 사랑하는 거예요.”손형서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천천히 다시 입을 열었다.“제가 오빠를 동정심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Magbasa pa

제1807화

하지율이 물었다.“할 말이 더 남았나요?”손형서는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당연히 있죠. 우리 오빠가 죽고 나서 하지율 씨는 엄청난 이익을 얻었잖아요. 그러니 제가 순순히 넘어갈 수는 없죠.”손형서는 의자에 몸을 기댄 채 말을 이었다.“라이벌이어서든, 오빠를 위해서든, 어떻게든 하지율 씨와 용화 씨 사이를 흔들어 놔야 하지 않겠어요?”하지율은 손형서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하지만 조금도 조급해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좋아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부 하세요.”손형서가 비꼬든 조롱하든 하지율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등에 칼만 꽂지 않는다면 몇 마디 들어주는 것쯤은 문제가 아니었다.손형서가 말했다.“하지율 씨, 예전에 우리 오빠가 하지율 씨 그림을 산 적 있었죠? 화가로 활동할 때 쓰던 이름이 summer였고요. 맞죠?”하지율은 짧게 답했다.“네, 맞아요.”손형서가 의미심장한 미쇼를 지으며 지난 일을 털어놓았다.“오빠가 하지율 씨 그림을 샀을 때쯤 큰일이 있었어요. 아버지가 또 무슨 일을 벌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손여준 어머니가 후환을 없애기로 마음먹고 저희 집에 불을 질렀어요. 그 화재로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저와 오빠는 간신히 목숨만 건졌죠. 집은 전부 타 버렸어요. 원래도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는데 그 일 이후로는 더 막막해졌죠. 오빠가 쓰던 화판도 그때 다 타 버렸고요.”손형서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다행히 오빠에게는 모아 둔 돈이 조금 있었어요. 그런데 다시 그림을 시작할 준비를 하던 때, 마침 오빠가 좋아하던 화가가 곤란한 상황에 부닥쳤다는 소식이 들려왔어요. 작품 가격도 오르게 됐고요. 오빠는 망설이지 않고 과외를 하며 오랫동안 힘들게 모은 돈을 전부 꺼냈어요. 만약 그 화재만 없었다면 그 돈으로 작은 작업실을 얻고 조그만 미술 교실까지 차릴 수 있었을 거예요.”손형서는 하지율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그때 오빠는 하지율 씨가 누군지도 몰랐어요. 남자인지 여자인지, 나이가 몇 살
Magbasa pa

제1808화

나현우는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굳이 묻지는 않았다.두 사람은 함께 밖으로 향했다.그때, 하지율이 잠깐 다른 생각에 잠겨 있었는지 계단을 내려가다가 발을 헛디뎠다.순간 중심을 잃고 앞으로 쏠렸다.나현우는 깜짝 놀랐지만 재빨리 손을 뻗었다.하지만 누군가가 한 발 먼저 하지율을 붙잡았다.길고 흰 손가락과 선명한 마디가 돋보이는 커다란 손이 하지율의 팔을 단단히 감쌌다.하지율은 고개를 들어 상대를 바라봤다.익숙하면서도 잘생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화야 씨?”하지율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어떻게 여기 계세요?”주용화는 눈을 내리깔고 하지율을 바라봤다. 검은 눈동자는 깊은 호수처럼 가라앉아 있었다.“지율 씨가 걱정돼서 와 봤어요.”“저는 괜찮아요.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돼요.”주용화가 나직하게 되물었다.“그래요?”하지율은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윤택이는요?”“민재랑 경환이가 케어하고 있어요.”하지율은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돌아가요.”하지만 주용화는 움직이지 않았다. 시선은 여전히 하지율에게 머물러 있었다.가라앉은 눈빛에는 쉽게 읽히지 않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하지율의 팔을 붙잡고 있던 손에도 조금씩 힘이 들어갔다.마치 말 못 할 감정을 애써 억누르고 있는 사람처럼.하지율의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화야 씨...”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나현우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단번에 눈치채고 황급히 입을 열었다.“형... 형님도 오셨으니까 저는 먼저 가 보겠습니다.”공기는 숨 막힐 만큼 무거웠다.아무도 대답하지 않자 나현우는 식은땀을 닦으며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한참 동안 침묵하던 주용화가 문득 입을 열었다.“지율 씨, 저... 점점 욕심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하지율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주용화는 그런 반응에도 개의치 않는 듯 말을 이었다.“처음에는 매일 지율 씨를 볼 수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다음에는 지율 씨와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주용화는
Magbasa pa

제1809화

“조심해서 와.”하지율은 가볍게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화야 씨도 같이 갈 거니까 위험에 처할 일은 없을 거야.”고지후는 애초에 주용화가 함께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하지만 하지율이 아무런 의심도 없이 주용화를 믿고 의지하는 모습을 직접 확인하니 가슴 한편이 답답해졌다.고지후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래.”그렇게 통화가 끝났다.전화를 끊은 뒤 하지율은 곧바로 주용화에게 통화내용을 전했다.이야기를 들은 주용화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갑자기 왜 교통사고가 난 거죠?”하지율이 설명했다.“원래부터 두통이 심했대요. 고지후 말로는 운전하다가 갑자기 두통이 심해져서 사고가 났다고 하더라고요.”주용화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물었다.“고씨 가문 운전기사는요?”“그날은 누구를 만나러 가는지 운전기사를 데리고 가지 않았대요.”하지율은 주용화가 유난히 자세하게 묻자 조금 의아했다.“왜요, 화야 씨? 사고에 문제라도 있어 보여요?”주용화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조금 이상해서요.”하지율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고지후도 자기 어머니 사고니까 가만있지는 않을 거예요. 이번 사고가 정말 우연인지, 누군가 의도한 건지는 당연히 조사하겠죠.”사고가 발생한 곳은 S시였고, 사고를 당한 사람은 하지율이 무척 싫어하던 최혜은이었다.따지고 보면 하지율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일이었다.과거 최혜은은 하지율을 여러 차례 곤란하게 만들었다.그래서 최혜은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어도 하지율의 마음에는 아무런 파문도 일지 않았다.모든 준비를 마친 뒤 하지율과 주용화는 고윤택을 데리고 전용기에 올랐다.그리고 곧 S시로 출발했다....S시 공항.하지율이 S시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은 유소린은 직접 공항으로 마중을 나왔다.하지율은 고윤택을 병원까지 데려간 뒤 직접 고지후에게 맡기고 나서야 자리를 떠났다.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유소린이 운전하며 말했다.“지율아, 네가 예전에 살던 아파트는 내가 사람 불러서 청소 다 해 놨어. 너랑 화야 씨는 바
Magbasa pa

제1810화

하지율은 놀란 눈으로 유소린을 바라봤다.“유소린, 설마 인터넷에서 만난 사람한테 빠진 거야?”유소린은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유소린은 곧바로 해명했다.“얼마 전에 친구들이랑 술집에서 모임을 했었거든. 그런데 거기서 가면을 쓴 피아니스트를 만났어. 피아노도 정말 잘 치고 분위기도 엄청 좋았어.”유소린은 당시를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그날 누가 돈을 주고라도 가면을 벗겨 보겠다고 억지를 부리는 걸 목격하고... 내가 좀 도와줬어.”하지율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가면을 썼다고? 왜 굳이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유소린이 어깨를 으쓱했다.“본인 말로는 명문가 도련님이래. 집안 사람들이랑 갈등이 있어서 집을 뛰쳐나왔다던데, 정체가 들키면 가족들이 잡으러 올 거라며 얼굴을 공개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하지율의 표정은 미묘하게 굳었다. 쉽게 믿기 어려운 이야기였다.“그래서 얼굴 못 봤어?”“응.”유소린은 휴대전화로 답장을 보내면서도 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나도 곧 M국으로 돌아가잖아. 그 사람이랑 진지하게 이어질 일은 없을 것 같고.”유소린은 웃으며 말했다.“가볍게 썸 타는 것도 나쁘지 않지.”하지율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유소린, 정말 연애가 하고 싶으면 차라리...”하지만 하지율이 말을 마치기 전에 유소린이 먼저 말을 끊었다.“지율아, 내 성격 모르냐? 가볍게 만나면서 기분 전환하는 건 괜찮지만 결혼은 됐어. 나는 아직도 결혼이 무서워.”그러다 문득 하지율을 바라봤다.“너는 S시에 얼마나 있을 거야?”“아마 2주 정도?”유소린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랑 그 사람도 앞으로 2주 정도 인연이 남은 거네.”유소린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미래까지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 이 감정만큼은 진심이야.”하지율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알겠어. 네가 좋다면 됐지.”하지만 그때의 하지율은 알지 못했다.유소린이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그 사람이 훗날 유소린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될
Magbasa pa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