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율이 물었다.“할 말이 더 남았나요?”손형서는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당연히 있죠. 우리 오빠가 죽고 나서 하지율 씨는 엄청난 이익을 얻었잖아요. 그러니 제가 순순히 넘어갈 수는 없죠.”손형서는 의자에 몸을 기댄 채 말을 이었다.“라이벌이어서든, 오빠를 위해서든, 어떻게든 하지율 씨와 용화 씨 사이를 흔들어 놔야 하지 않겠어요?”하지율은 손형서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하지만 조금도 조급해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좋아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부 하세요.”손형서가 비꼬든 조롱하든 하지율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등에 칼만 꽂지 않는다면 몇 마디 들어주는 것쯤은 문제가 아니었다.손형서가 말했다.“하지율 씨, 예전에 우리 오빠가 하지율 씨 그림을 산 적 있었죠? 화가로 활동할 때 쓰던 이름이 summer였고요. 맞죠?”하지율은 짧게 답했다.“네, 맞아요.”손형서가 의미심장한 미쇼를 지으며 지난 일을 털어놓았다.“오빠가 하지율 씨 그림을 샀을 때쯤 큰일이 있었어요. 아버지가 또 무슨 일을 벌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손여준 어머니가 후환을 없애기로 마음먹고 저희 집에 불을 질렀어요. 그 화재로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저와 오빠는 간신히 목숨만 건졌죠. 집은 전부 타 버렸어요. 원래도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는데 그 일 이후로는 더 막막해졌죠. 오빠가 쓰던 화판도 그때 다 타 버렸고요.”손형서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다행히 오빠에게는 모아 둔 돈이 조금 있었어요. 그런데 다시 그림을 시작할 준비를 하던 때, 마침 오빠가 좋아하던 화가가 곤란한 상황에 부닥쳤다는 소식이 들려왔어요. 작품 가격도 오르게 됐고요. 오빠는 망설이지 않고 과외를 하며 오랫동안 힘들게 모은 돈을 전부 꺼냈어요. 만약 그 화재만 없었다면 그 돈으로 작은 작업실을 얻고 조그만 미술 교실까지 차릴 수 있었을 거예요.”손형서는 하지율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그때 오빠는 하지율 씨가 누군지도 몰랐어요. 남자인지 여자인지, 나이가 몇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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