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후의 목소리는 한층 더 가라앉아 있었다.“지율아, 고맙지만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아.”하지율은 그 말만으로도 어떤 상황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알겠어.”하지율은 더 묻지 않았다.전화를 끊은 뒤 하지율과 주용화는 다시 고윤택을 데려왔다.고윤택의 기분은 눈에 띄게 가라앉아 있었다.하지율과 최혜은의 관계가 아무리 좋지 않았다고 해도 최혜은은 고윤택의 할머니였다.게다가 최혜은은 진심으로 고윤택을 아껴 왔다.그런 사람이 위독한 상태에 놓였으니 고윤택이 힘들어하는 것도 당연했다.다행히 주용화는 아이를 다루는 데 능숙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고윤택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덕분에 고윤택의 기분도 조금씩 나아졌다.그날 저녁, 하지율은 테이블 옆에 앉아 고윤택과 주용화가 바둑을 두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발신자는 고지후였다.하지율은 화면을 확인한 뒤 시간을 봤다.‘저녁 여덟 시인데?’순간 이유 모를 불안감이 스쳐 지나갔다.하지율은 휴대전화를 들고 발코니로 나갔다.“무슨 일 있어?”전화기 너머로 고지후의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어머니가…… 윤택이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보고 싶어 하셔.”하지율의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마지막이라는 말은 최혜은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뜻이었다.전화를 끊은 뒤 하지율은 실내로 들어왔다.그리고 고윤택 곁으로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윤택아, 준비하자.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아.”주용화도 상황을 짐작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하지율을 바라봤다.“제가 데려다드릴게요.”하지율은 고개를 끄덕였다.약 30분 뒤, 하지율과 고윤택은 병원에 도착했다.고지후는 병실 밖에 서 있었다.얼굴에는 짙은 피로가 드리워져 있었고 눈가에도 수척한 기색이 역력했다.“지율아, 일부러 와 줘서 고마워.”하지율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병실 안에서 고윤영의 처절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복도 끝까지 울려 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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