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주헌은 방금까지 회의실에서 그 늙은 여우 같은 주주들과 머리를 맞대고 신경전을 벌이고 온 터였다.벌써부터 피로가 몰려오는 와중에 임서율이 대뜸 거절을 해오자 당황스러움과 짜증이 뒤섞여 올라왔다.예전 같았으면 일과 관련된 일이든 자신이 부탁하는 일이든, 임서율은 절대 거절하지 않았다.그랬던 사람이 오늘은 그의 말에 대놓고 선을 그었다.차주헌은 그녀의 어깨를 잡고 목소리를 낮췄다. 손짓까지 곁들이며 애써 진정된 말투를 유지했다.“서율아, 아까 일은 그냥 주주들 앞에서 보여주기 위한 연기였어.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 너도 알잖아, 그 사람들이 얼마나 말 많은지. 내가 그렇게 안 하면 또 무슨 소리를 해댔을지 몰라.”하지만 임서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차주헌은 몸을 숙여 그녀 얼굴을 들여다보았다.“네가 거절하면 주주들이 경고 조치 내리겠다고 난리야. 그럼 공식 홈페이지에도 올라가게 되고 강수진 입장에선 그게 경력에 치명적인 오점이 될 수 있어.”그러자 임서율은 눈길만 살짝 주며 차주헌을 싸늘하게 흘겨봤다.“그 사람 앞날이야, 나랑 무슨 상관인데?”그 한마디에 분위기가 단박에 얼어붙었다.차주헌의 표정이 굳었고 강수진의 얼굴에도 굴욕감이 스쳤다.그녀는 눈이 크고 인형처럼 생긴 예쁜 얼굴에, 억울할 땐 꼭 겁먹은 사슴처럼 보여서 누가 봐도 연민을 자아내는 스타일이었다.“서율 씨, 제가 아까 말 실수해서 오해를 불렀던 거, 정말 죄송해요. 아마 그래서 지금 저한테 화가 나신 거겠죠...”하지만 임서율은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강 팀장님, 너무 깊이 생각 마세요. 제가 거절한 건 프로젝트 책임자가 따로 있는데 굳이 제가 나설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예요. 그리고 요즘 몸이 좀 안 좋아서 병원 진료도 받아야 하거든요. 괜히 일에 지장을 줄까 봐요.”그 말을 들은 차주헌은 놀란 듯 손짓으로 다급하게 물었다.“어디 아픈 거야? 병원은 다녀왔어? 내가 데려다줄까?”임서율은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폐에 문제가 있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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