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지현은 용지안의 칭찬이 무척 마음에 든 듯 고개를 들어 자랑스럽게 쳐다보며 웃었다.“예전에 귀한 손님들께서 댁에 오실 때마다 우리 자매 이야기가 오르내리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모두들, 제가 언니보다 낫다 하셨지요. 생각해 보면 그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니었던 듯합니다.”용지안은 피식 웃었다. 사실 손님들이 집에 온다고 해도 자신이 얼굴을 내밀 자리가 아니었던 시절이 떠올랐다.그렇게, 원래라면 엄숙해야 할 궁중 만찬은 용지현이 등장한 순간부터 뭔가 기이한 분위기로 바뀌었다.이 어색함 속에서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사람은 오직 서종대군 무용경천뿐이었다.그는 조용히 술잔을 들고 앉아 있었고 몇 잔을 비워도 얼굴빛 하나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깊은 술기운이 주위까지 감돌아, 바로 옆에 앉은 용지안도 은은한 취기에 휘감기는 듯했다.그런데 이런 분위기 속에서 누군가는 어김없이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애를 쓴다.이번에는 홍화였다. 홍화는 자리에 앉아 있다가, 은근히 체면을 차리는 척하며 용지현을 향해 나직이 말했다.“지현아, 너도 엄연히 대장군 집안의 규수인데 어찌 저리 저속한 차림을 하느냐? 아무리 젊다 해도, 이렇게 손님들 많은 자리에 그런 옷은 곤란하지 않겠니. 어서 들어가 옷부터 갈아입거라. 손님들 앞에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홍화는 이제 스스로 첩실이 된 이후, 점점 자신이 이 집의 안주인이나 되는 듯한 태도를 드러냈다. 그래서 이날도, 누구보다 윗사람처럼 거드름을 피우며 용지현에게 엄하게 충고한 것이었다.하지만 용지현 역시 예전부터 홍화를 탐탁지 않게 여겨왔다. 겉으론 티 내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홍화를 도무지 인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옛날부터 하인보다 못하게 여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이날 촉망받는 서종대군과 판조대군, 또 온갖 대신들이 함께 자리한 가운데 홍화는 이 틈을 타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려 했다.과거 억눌렸던 울분을 이참에 한껏 풀어보고 싶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용지현이 이 많은 사람 앞에서 첩인 자신에게 크게 소리를 지르진 못하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