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권세를 품은 용대비: Bab 71 - Bab 80

100 Bab

제71화

옷을 갈아입고 나서도 지안은 거울 속 자신의 얼굴빛이 지나치게 혈색이 좋아 병색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여겼다.“내 얼굴 혈색이 이리도 좋은데 병중이라 속일 수 있겠느냐?”그녀는 곽옥에게 지시해 연지곤지 대신 화장으로 창백한 얼굴을 만들어내게 했다. 지난 일 년의 조용한 기거 동안 그녀의 키는 최소 다섯 치는 자랐고 체형은 오히려 더 또렷한 곡선을 갖춘 몸으로 다듬어졌다.그녀는 팔을 쫙 펼치며 거울 앞에 섰다. 그 모습은 마치 막 날아오르려는 봉황 같았고 움직임 하나하나에 위엄이 어렸다. 네 명의 하녀를 거느리고 여란궁을 나서는 순간 상이가 서둘러 그녀의 뒤를 따랐다.“대비마마, 제가 호위할 수 있도록 허락을 청합니다.”그는 진심이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의 충성은 대비가 아닌 서종대군에게 향한 것이지만 용지안은 그 점을 탓하지 않았다.“좋다.”그녀는 담담히 수긍했다. 두 걸음쯤 걷다 말고 지안은 멈춰 서서 진여에게 되물었다.“길이 멀지 않느냐? 가마는?”진여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답했다.“곧 준비하겠습니다. 마마께서 별말씀이 없으셔서 저희가 감히 미리 손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지안은 명확한 지시가 없으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했고 그 덕분에 모두가 그녀의 명을 기다리는 데 익숙해졌다. 이내 가마가 도착했고 진여가 손을 내밀어 용지안을 부축했다.그 시각, 원빈이 여란궁을 막 빠져나온 참에 누군가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그는 다름 아닌 비봉궁의 환관장 곽준헌이었다. 그의 뒤로는 비봉궁의 궁녀들이 줄줄이 따라오고 있었다.“원빈마마, 중전마마께서 부르십니다.”곽준헌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의 조롱은 날이 서 있었다. 원빈은 이미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온몸이 덜덜 떨리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앞장서거라.”그녀는 힘겹게 말을 뱉었다.“똑똑하신 분이시군요. 여란궁이 무슨 대단한 은신처라도 됩니까? 그 안의 주인은 자기 몸 하나 건사 못하는데 어찌 마마를 지켜줄 수 있겠습니까?”곽준헌의
Baca selengkapnya

제72화

양 시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럼, 다시 사람을 이끌고 여란궁으로 가보는 것이…”중전은 손을 가볍게 저었다.“그럴 필요 없다. 그 여자는 원방 같은 천한 여인을 감싸줄 위인이 아니다.”그녀가 양 시위를 물리자 곁에 있던 궁인이 한 걸음 다가섰다.“마마, 이 일을 전하께 아뢰야 하지 않겠습니까?”“전하는 지금 호국사에 계시니 이틀 뒤에야 궁으로 돌아올 것이다. 본궁이 이미 사람을 보내어 소식을 전했으니 전하께서 돌아오실 즈음이면 이 더러운 일도 말끔히 정리되어 있을 것이다.”중전은 귀비탑에 반쯤 기댄 채 서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가 자리를 비운 지금이야말로 저 여인을 처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마마, 곽 내관께서 원빈마마를 데려왔습니다.”중전은 콧방귀를 뀌며 웃었다.“그 여자가 원빈을 감싸지 못할 거라는 것을 본궁은 진작 알고 있었다. 소인서, 각궁의 마마들을 모두 불러 모으고 양침에서 낙태한 양 귀인도 함께 들이거라.”“그럼… 대비마마께도 알려야 할까요?”비봉궁을 관할하는 궁녀 소인서가 묻자 중전은 선을 그으며 말했다.“어마마마께서는 몸이 불편하시니 괜히 번거롭게 하지 말도록. 이리 와서 본궁을 부축하거라.”작은 궁녀들이 중전을 정전으로 데리고 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원빈은 차디찬 비봉궁의 전각으로 끌려 들어왔다. 그녀가 발을 들이자 이미 도착한 각궁의 마마들이 하나같이 그녀를 비웃는 눈으로 바라보았다.전하의 총애를 받던 그 시절, 그녀는 수많은 질투를 받았고 우정을 나눌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그리고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전하의 관심 안에 있지 않았다. 그녀에게 향한 전하의 사랑은 오직 새로운 것에 대한 일시적인 호감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원빈이었기에 마음이 더욱 쓰라렸다.그녀는 얼음처럼 찬 바닥 위에 무릎을 꿇었다. 몸은 덜덜 떨렸고 방금 갈아입은 옷은 흠뻑 젖어 있었다.그때, 또 한 사람이 전각으로 실려 들어왔다. 희끗한 궁복을 걸친 채 창백한 얼굴에 고통
Baca selengkapnya

제73화

중전은 팔걸이를 세차게 내려치며 원빈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증거가 분명한데 어찌 이토록 발뺌을 하는 것이냐?”원빈은 그 말에 혼란과 공포가 뒤섞인 얼굴로 입을 열었다.“감히 여쭙건대… 마마께서 말씀하시는 그 ‘증거’라는 게 도대체 무엇입니까?”중전의 입꼬리가 싸늘히 휘어졌다.“여봐라. 함취궁의 사람들을 끌어오거라.”곧이어 몇몇 시위가 원빈의 하녀들을 질질 끌고 들어왔다. 그들은 땅바닥에 엎드린 채 온몸을 떨며 입을 열었다.“이 모든 일은 원빈마마께서 명하신 것입니다. 저희는 명을 따랐을 뿐이에요.”그 말에 원빈은 마치 심장을 후벼파듯 치솟는 억울함에 거의 피를 토할 뻔했다.그녀는 눈을 부릅뜨며 간신히 올라오는 피 맛을 억눌렀다.“너희들…! 감히 무슨 망언이냐! 내가 언제 너희에게 그런 명을 내렸단 말이냐?”중전은 비웃음을 터뜨렸다.“산희야 네 입으로 모든 걸 밝히거라. 이 간악한 심성을 모든 궁인들 앞에서 드러내야 마땅하지 않겠느냐?”산희는 고개를 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원빈마마는 양 귀인께서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을 들은 후부터 줄곧 침울하셨습니다. 겉으로는 축하를 표하셨지만 뒤에서는 궁인들에게 소리 소문 없이 아이를 사라지게 할 방도는 없냐고 물었습니다.”궁인들 사이에서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그러자 산희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희는 두려워 그 당시 감히 입을 열지 못했습니다. 얼마 후 마마께서 어디선가 사향이 태아에게 해롭다는 말을 들으시고는 저희에게 그것을 구해 향낭에 넣게 하셨습니다. 결국 그 향낭이 귀인마마의 유산을 불러온 것입니다. 저희도 차마 묵과할 수 없어 알리고자 하였으나 원빈마마께 누설하면 죽이겠다고 협박하시는 바람에... 그렇게 밤마다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며 지냈습니다. 오늘 중전마마께서 이 일의 진상을 밝히고자 하시니 비로소 입을 열게 된 것이옵니다.”“거짓말! 나는 사향을 쓴 적이 없다!”원빈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산희를 노려보았다. 그는 원래 자신이 믿고 중용한 인물이었는데 어떻게
Baca selengkapnya

제74화

중전은 부드럽던 안색을 서서히 거두며 입을 열었다.“네가 하지 않았다? 그 말은 곧 본궁이 너를 억지로 몰아세운다는 뜻이더냐?”그녀는 싸늘한 눈길로 원빈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네가 저지른 신분 월권의 죄는 차치하더라도 이걸 좀 보거라. 이 비단 향주머니, 이것은 네가 양 귀인에게 준 것 아니냐?”그녀는 단호한 손짓으로 붉은 비단 향낭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연분홍빛 실로 수놓은 난초 무늬가 선명한 향낭이었다. 그 수를 놓을 때 산희는 그녀의 바느질 솜씨가 궁중 제일이라며 추켜세우기도 했었다.원빈은 고개를 숙여 향낭을 바라보았다. 그건 분명 그녀의 손에서 완성된 것이었다.“맞습니다. 분명 이 향낭은 제가 양 귀인께 드린 것입니다. 하지만 안에 들어 있던 것은 정신을 맑게 하는 향약이었지 사향은 아니었습니다.”그녀는 향낭을 집어 코끝에 가져가 조심스레 향을 맡았다. 그러더니 얼굴빛이 하얗게 질리며 중전을 올려다보았다.“이제야 알겠느냐? 네가 넣지 않았다던 그 사향 냄새다.”원빈은 망연히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그럴 리가… 제가 왜 그런 짓을… 사향을 넣은 적이 없습니다.”“아직도 부정하는 것이냐?”중전은 얼굴을 붉히며 고함을 질렀다.“이래도 자백하지 않겠다면 고문을 가해야 입을 열겠구나. 여봐라.”그때, 문밖에서 또렷하고 위엄 있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대비마마 납시오!”중전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혹시 민 대비가 직접 온 것인가 싶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새도 없이 누군가가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 여인은 자줏빛 대비 조복을 갖추어 입고 백보 보관을 머리에 얹은 용지안이었다.그녀가 모습을 드러내자 중전의 안색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러나 예법을 무를 수는 없었기에 그녀는 억지로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숙였다.“대비마마께 문안 올리옵니다.”후궁들도 뒤따라 조아렸지만 끝내 무릎을 꿇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그런 것에 아랑곳할 용지안이 아니었다. 그녀는 조용히 걸음을 옮겨 중전이 앉아 있던 자리에 털썩 앉으며 말을 이
Baca selengkapnya

제75화

그녀는 한걸음 물러서 냉담한 눈빛으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지안은 고개를 살짝 숙인 채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였고 진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까 중전마마께서 말씀하신 인물과 물증은 다 이 자리에 다 있는 것입니까?”지안이 직접 묻는다면 꺼려 할 자들도 진여가 묻는다면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녀는 상왕 곁에서 오랫동안 시봉한 일품 여관으로 궁 안에서도 그녀의 지위는 남달랐다.이에 앞에 엎드려 있던 산희가 방금 말했던 그 증언들을 다시 눈물 섞인 목소리로 반복해 진여에게 들려주었다. 중전이 계속 선 자세를 유지하고 있자 궁녀들이 의자를 가져왔다. 하지만 그녀는 끝내 자리에 앉지 않았다. 마치 지안에게 등 돌린 기분을 말없이 표하듯 그 자리에 꼿꼿이 서 있었다. 용지안은 조용히 그 이야기를 들은 뒤 진여에게 고개를 돌렸다.“향낭을 가져오거라. 내가 직접 확인해 보마.”진여가 원빈에게서 향낭을 건네받자 원빈의 눈이 반짝였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용 대비가 이처럼 직접 나선 것은 분명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라는 것을.그러나 지안은 향낭의 냄새를 맡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확실히 사향 냄새가 나는구나.”중전은 입꼬리를 비틀리며 냉소를 터뜨렸다.“이 향낭, 네가 양 귀인에게 준 것이 맞느냐?”용지안이 원빈을 향해 묻자 중전이 먼저 나서서 말헀다.“아까 이미 물어봤습니다. 본인이 직접 시인한 바도 있지요.”원빈은 바닥에 엎드리고는 고개를 숙인 채 울먹였다.“대비마마, 이 향낭은 분명 제가 드린 것이오나 그 안에 사향은 넣지 않았습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저도 모르겠습니다.”“허면 사향이 스스로 들어갔단 말이냐? 아니면 양 귀인이 제 배가 너무 튼튼하다 싶어 직접 약을 탄 것이란 말이냐?”주위에 있던 후궁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진지하고 날카롭던 분위기가 침비의 한마디에 슬그머니 풀려버렸다. 지안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슬며시 웃었다.“그럴지도 모르지. 양 귀인이 스스로 넣었을지
Baca selengkapnya

제76화

지안은 여전히 느긋한 자세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중전의 얼굴이 점점 푸르게 질려가는 것을 그저 담담히 바라볼 뿐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았다.잠시 후 어의가 불려왔다. 그는 먼저 중전에게 예를 갖춘 후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야에 지안의 모습이 들어오자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대비마마를 뵙습니다.”용지안은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양 귀인이 유산했을 때 진맥한 자가 너냐?”“그렇습니다. 제가 진료하였습니다.”“귀인의 어혈은 다 제거되었느냐? 청궁약은?”“기혈을 보충하는 약을 내렸습니다. 태아는 매우 깨끗이 떨어져 청궁약은 불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지안은 손에 들고 있던 향낭을 휙 던져 그의 발치에 떨어뜨렸다.“그렇게 깔끔히 떨어졌다고? 그럼 이 향낭 속 사향 냄새를 맡고 유산한 것이란 말이냐? 이 정도의 미량으로 정말 그렇게 깔끔하게 유산이 되더냐?”어의는 향낭을 집어 들고 안의 향료를 쏟아 손바닥 위에 펼쳤다. 자세히 들여다본 그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그건 사람의 체질에 따라 다릅니다.”용지안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그럼 평범한 여인을 기준으로 하자.”어의는 잠시 주춤하더니 고개를 들어 슬쩍 중전을 바라보았다. 중전은 기침 한 번 하며 그를 독려했다.“그냥 말하거라.”어의는 한숨을 내쉬듯 말했다.“제 견해로는 평범한 여인이라면 충분히 유산할 수 있는 양이라 사료됩니다.”지안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다가 차갑게 물었다.“네 성은?”“이씨입니다.”“이 어의라… 좋다. 경조에는 이름난 의원들이 많고 궁 안에도 실력 있는 어의들이 넘쳐난다. 너의 말은 곧 검증될 것이다. 그러니 거짓말을 하지 말거라.”그러자 중전이 옆에서 거들었다.“이 어의, 마음 편히 말하게. 모든 책임은 본궁이 지겠다.”그녀는 말을 마친 후 곧장 도전적인 눈빛으로 지안을 노려보았다.이 어의는 이를 악물었다.“이 사향으로 충분히 유산이 가능하옵니다.”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바라보다가 갑작스레 명을 내렸다.“상이, 이 입만 산 잡것
Baca selengkapnya

제77화

중전은 상상조차 못했다. 감히 하찮은 궁인 하나가 자신의 뺨을 때릴 줄이야.그녀도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져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그러나 이내 정신을 차린 그녀는 분노에 휩싸여 신분도 체면도 잊은 채 곧장 진여에게 달려들어 옷깃을 움켜잡고 손을 들어 올렸다.그러던 그때, 지안의 눈빛이 번뜩이자 중전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잠시 후, 어디선가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그 바람은 날카롭게 허공을 가르며 중전의 얼굴 앞에 휘몰아쳤다. 그녀는 거센 바람에 눈을 뜰 수 없어 반사적으로 진여를 밀어내며 눈을 가렸다.진여는 창백한 얼굴로 지안 곁으로 돌아와 두근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속삭이듯 말했다.“아가씨... 방금 제 뜻이 아니었습니다.”용지안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잘 때렸다.”말하자면 당연한 일이었다. 진여에게 만 개의 목숨이 있어도 중전의 뺨을 자의로 후려칠 수는 없었다. 방금 전 행동은 지안이 그녀의 의식을 조종한 결과였다.진여는 얼떨떨한 눈으로 지안을 바라보았고 곁에 있던 곽옥이 소리 없이 그녀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속삭였다.“괜찮아요. 아가씨께서는 언제나 계산이 있으시니까요.”중전의 얼굴은 이제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뺨 위로 선명히 남은 손자국, 흐트러진 의관. 중전의 체면은 무참히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진여를 노려보며 이악스럽게 외쳤다.“감히 노비 주제에 본궁을 쳐? 네놈 목이 몇 개이기에 이따위로 행동하는 것이냐? 밖에 누구 없느냐? 이 천한 계집을 당장 끌어내어 곤장 오십 대를 쳐라!”사태는 일순간에 격화되었고 그 자리에 있던 이들은 하나같이 얼어붙었다. 중전의 명이 떨어지자 그제야 날개 잃은 수족처럼 우왕좌왕하던 비봉궁의 호위들이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그때, 지안이 단 한 마디로 흐름을 바꿔 버렸다.“누가 감히 나서는지 지켜보겠다.”그 말 한마디에 공기마저 얼어붙었다. 용지안의 눈빛은 차디찬 서리를 머금었고 그 기세에 눌려 모두가 숨을 죽였다.상이는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이 어의를 질질 끌며 궁 밖으로
Baca selengkapnya

제78화

지안의 입술 끝이 차갑게 말아 올라갔다. 그녀는 조용히 무릎 꿇은 채 떨고 있는 원빈 앞으로 걸어가 손을 내밀어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이어서 주위를 둘러보며 후궁들을 향해 담담히 입을 열었다.“비록 후궁을 자주 드나들지는 않았으나 너희들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모를 것 같으냐? 뒤에서 저지르는 그 더럽고 추악한 일들을 나는 다 알고 있다. 그냥 싸우고 질투하는 일 따위는 눈감아줄 수 있어도 아이를 떨어뜨린 것도 모자라 다른 사람에게 뒤집어씌우는 악행은 가만둘 수가 없구나.”그녀의 서늘한 눈빛이 일렁이자 후궁들은 하나둘 고개를 떨구었다. 이제껏 모습을 드러낸 적 없는 대비마마가 이렇게까지 위엄이 뿜어져 나올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녀의 말은 마음을 꿰뚫는 힘이 있었다.“혹시 이의 있는 자가 있느냐? 이 어의가 억울하게 죽었다고 생각하는 자가 있느냐 말이다. 내 누누이 말하지만, 그 자는 눈곱만치도 억울하지 않다. 저리도 시원하게 죽을 수 있었던 건 오히려 그의 팔자이지. 그가 무슨 짓을 했는지 나는 다 알고 있거든.”그 말을 마친 지안은 시선을 중전에게로 돌렸다.“그렇지 않느냐, 중전?”중전은 그녀의 시선을 맞받아치려 했으나 어딘가 꺼림칙한 기운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녀는 허리를 곧게 펴고 목소리를 차갑게 다듬었다.“신첩은… 대비마마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용지안은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그대는 모르겠지만 고작 저 정도의 사향으로 태아가 그렇게 깨끗이 떨어질 리가 없다. 내 의술은 잘 몰라도 상식은 알고 있지. 사향은 분명 자궁을 수축시켜 유산을 유발할 수 있지만 단순히 맡는 것만으로 그렇게 완벽한 유산을 일으킬 수 없어. 이건 분명 강력한 하태약을 복용한 흔적이지.”그 말에 중전의 얼굴이 경직되었다.“대비마마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려면 뒷받침할 증거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증거?”지안은 뒤를 돌아 곽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곽옥, 네가 며칠 전 궁밖에 나가서 본 걸 말해 보거라.”곽옥은
Baca selengkapnya

제79화

지안이 명확하게 시선을 겨누자 중전은 숨을 거칠게 들이켰다. 분노와 충격이 뒤섞인 눈동자로 중전은 지안을 꿰뚫듯 쏘아보며 이를 악물었다.“감히?”지안은 가볍게 웃었다. 그러나 그 웃음 속에는 서늘한 칼날 같은 기세가 번뜩이고 있었다.“내가 감히 못 할 일이 뭐가 있지?”“용지안, 네가 감히 반역을 하는 것이냐?”중전은 끝내 자제를 잃고 입에 담아선 안 될 말까지 뱉고야 말았다.그 말 한마디 속에 민 씨 가문이 지안을 어찌 여겨왔는지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녀는 본디 중전 자리를 대신해 죽을 운명이었던 자였으니 살아남은 것조차 기적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그를 전하의 정실이라 여긴 적은 없었다.“상이.”지안은 고요한 목소리로 말했다.“전교를 전하거라. 중전을 냉궁에 가두되 감히 명을 거역하는 자가 있다면...”그녀의 눈매가 서서히 가늘어지더니 한 마디만 내뱉었다.“죽여라.”방금 전 이 어의를 참한 것이 아직 눈앞에 생생했기에 어느 누구도 나서서 저항하지 못했다. 모든 궁인들이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상이가 중전을 끌고 가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바로 그때, 궐문 밖에서 급한 외침이 울렸다.“성모 대비마마 납시오!”잠시 후, 빠르게 이쪽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중전이 뺨을 맞았다는 소식은 이미 누군가를 통해 민 대비의 귀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을 전해 들은 민 대비는 분노를 삭이지 못한 채 지안이 있는 이곳으로 들이닥쳤다.궐 앞에 당도한 민 대비는 흐트러진 머리를 한 중전이 상이에게 끌려가는 꼴을 목도하자 부르르 떨며 고함쳤다.“감히! 당장 중전을 놓거라!”상이는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받아쳤다.“성모 대비마마, 이는 모후 대비마마의 분부입니다. 중전을 냉궁에 가두라는 명이 있었고 거역하는 자는 죽이라 하셨습니다.”“무엄하다! 무엄하기 짝이 없구나!”민 대비는 분노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고 맹렬한 기세로 지안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상황도 파악하지 못한 채 분노에 휩싸여 소리쳤다.“어디서 감히 이리
Baca selengkapnya

제80화

용지안은 날카로운 눈길로 대전을 둘러보며 나직이 물었다.“내가 춘화를 부르라 명했건만 시간이 이리도 지났는데 왜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냐?”“모후 대비마마, 이미 사람을 시켰습니다!”비봉궁의 총책궁녀 소인서가 급히 나서서 고개를 조아리며 응답했다. 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옆에 서 있던 궁녀를 향해 재빠르게 눈짓을 보냈고 그 눈빛을 읽은 궁녀는 조용히 궁을 빠져나갔다.용지안은 그 모든 수작을 못 본 척한 채 태연한 얼굴로 민 대비와 담소를 나누었다. 그녀의 눈웃음은 마치 모든 흐름을 꿰뚫고 있는 자의 여유로움 같았다.민 대비는 속으로 분노를 억눌렀다. 지난 한 해, 그녀에게 후궁은 그야말로 불길한 장소였다. 아이를 가졌다고 소문이 돌던 후궁들은 하나같이 유산했고 정작 전하의 친아들로 인정되는 자식은 침비의 아들 단 한 명뿐이었다. 중전조차 아이 하나 낳지 못한 상황이라 이번에 양 귀인의 유산은 그녀로서도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민 대비는 중전에게 이 일을 철저히 조사하라 명했고 얼마 안 가 범인이 붙잡혔다는 보고가 들려왔다. 하지만 범인의 정체를 듣기도 전에 지안이 비봉궁에 나타나 중전을 막아섰다는 소식이 날라왔고 그녀는 분노로 치를 떨었다. 그런데 거기에 중전이 뺨을 맞았다는 사실까지 들려오니 그녀는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곧바로 이곳으로 들이닥쳤다. 하지만 막상 와 보니 용지안은 태연하게 언관까지 거론하며 그녀에게 대응했고 이에 민 대비는 속이 뒤집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진여는 조심스레 민 대비의 안색을 살피며 속으로 깊은 불안을 감췄다. 만약 이 자리에 대왕대비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용지안이 오늘처럼 이렇게까지 밀어붙일 수 있었을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겨우 가라앉혔던 불안이 다시 가슴을 죄어왔다.이윽고 춘화가 끌려 들어오더니 차디찬 궁석 바닥에 억지로 내팽개쳐졌다. 그녀는 눈앞의 장면에 겁에 질려 제대로 숨도 쉬지 못했다. 곽옥이 용지안의 명을 받아 그녀를 심문했고 춘화는 그야말로 바람 빠진 부레처럼 모든 것을 쏟아냈다.그녀의 입에서
Baca selengkapnya
Sebelumnya
1
...
5678910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