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시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럼, 다시 사람을 이끌고 여란궁으로 가보는 것이…”중전은 손을 가볍게 저었다.“그럴 필요 없다. 그 여자는 원방 같은 천한 여인을 감싸줄 위인이 아니다.”그녀가 양 시위를 물리자 곁에 있던 궁인이 한 걸음 다가섰다.“마마, 이 일을 전하께 아뢰야 하지 않겠습니까?”“전하는 지금 호국사에 계시니 이틀 뒤에야 궁으로 돌아올 것이다. 본궁이 이미 사람을 보내어 소식을 전했으니 전하께서 돌아오실 즈음이면 이 더러운 일도 말끔히 정리되어 있을 것이다.”중전은 귀비탑에 반쯤 기댄 채 서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가 자리를 비운 지금이야말로 저 여인을 처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마마, 곽 내관께서 원빈마마를 데려왔습니다.”중전은 콧방귀를 뀌며 웃었다.“그 여자가 원빈을 감싸지 못할 거라는 것을 본궁은 진작 알고 있었다. 소인서, 각궁의 마마들을 모두 불러 모으고 양침에서 낙태한 양 귀인도 함께 들이거라.”“그럼… 대비마마께도 알려야 할까요?”비봉궁을 관할하는 궁녀 소인서가 묻자 중전은 선을 그으며 말했다.“어마마마께서는 몸이 불편하시니 괜히 번거롭게 하지 말도록. 이리 와서 본궁을 부축하거라.”작은 궁녀들이 중전을 정전으로 데리고 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원빈은 차디찬 비봉궁의 전각으로 끌려 들어왔다. 그녀가 발을 들이자 이미 도착한 각궁의 마마들이 하나같이 그녀를 비웃는 눈으로 바라보았다.전하의 총애를 받던 그 시절, 그녀는 수많은 질투를 받았고 우정을 나눌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그리고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전하의 관심 안에 있지 않았다. 그녀에게 향한 전하의 사랑은 오직 새로운 것에 대한 일시적인 호감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던 원빈이었기에 마음이 더욱 쓰라렸다.그녀는 얼음처럼 찬 바닥 위에 무릎을 꿇었다. 몸은 덜덜 떨렸고 방금 갈아입은 옷은 흠뻑 젖어 있었다.그때, 또 한 사람이 전각으로 실려 들어왔다. 희끗한 궁복을 걸친 채 창백한 얼굴에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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