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고모의 인생 의미는 뭐예요? 설마 이 나이 먹도록 아직도 시집갈 꿈이라도 꾸는 건 아니죠?”아사는 늘 이런 식으로 독설을 내뱉었다. 지안은 그 말에 얄궂게 웃었다.천계에서 삼백 살이면 갓 걸음마를 뗀 어린아이나 다름없었다. 하늘 위에 계신 신선들은 모두 천 년, 만 년을 산 자들인데 그들 앞에서 용지안이 어찌 늙었다는 소리를 입에 올릴 수 있겠는가?게다가, 그녀는 반고의 정혼에서 태어난 존재였기에 세월이 흘러도 그녀의 미모는 가장 빛나던 시절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니 마음만 젊다면 평생 낭랑 18세로 살아도 문제 삼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하지만 그것은 그저 자기 위로에 불과했다. 삼백여 년간 삼계를 다스리며 법도를 집행해 온 삶이 얼마나 지치고 삭막했는데... 늙지 않은 얼굴 속 마음은 이미 지쳐갔고 타올랐던 열정은 식은지 오래였다.어찌 보면 결혼이라는 것은 그녀의 삶과는 무관한 일이었다. 누군가와 인연을 맺는 삶이 감미로워 보이긴 하나 그만큼 구속받는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용지안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기에 묶여 사는 것을 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했다.추석, 잔비가 며칠씩 내리자 지안은 궁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하루 종일 여란궁 안에서 진여가 전해주는 궁중 이야기를 들으며 후궁들의 암투를 구경하듯 즐겼다. 그런 그녀를 두고 아사는 추석에 혼란이 많아 일부러 게으름 피우는 거 아니냐고 빈정거렸다.하지만 용지안은 아사의 투덜거림을 못 들은 척했다. 사실 아사도 그녀만큼이나 나이가 들어 이젠 말수가 점점 많아졌다. 그런 잔소리에 가장 효과적인 해법은 무시였다.예전, 그녀는 현대에서 시나리오 작가가 되는 꿈을 꾸었었다. 그 꿈은 여전히 그녀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다. 여기서 본 것, 들은 것, 느낀 것들을 언젠가 다시 돌아간다면 이야깃거리로 써내어 한 방에 대박을 터뜨리리라. 그녀는 그렇게 자신에게 속삭이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후궁들은 어느새 용 대비라는 존재를 잊게 되었다. 일 년이 넘도록 문안 오는 이도 없었고 궁의 끝자락에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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