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권세를 품은 용대비: Bab 61 - Bab 70

100 Bab

제61화

서종관저.정무를 막 마친 무용경천은 물러나려던 회윤을 급히 불러 세웠다.“그 여인은 요즘은 어찌 지내고 있느냐?”회윤은 돌아서며 웃음을 머금었다.“꽤 얌전하던걸요. 들리는 말로는 우리 대비마마께서 요즘 한 악사를 무척이나 총애하신 답니다. 매일 밤 그를 불러 전각 안에서 시중을 들게 하신다더군요.”무용경천은 미간이 찌푸리며 불쾌한 기색을 비췄다.“들여보낸 지가 얼마나 됐다고...”“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깊은 궁궐에서 젊고 화사한 나이에 외로움을 견디긴 어려웠을 테지요. 그 정도쯤은 이해해 줘야 합니다. 오히려 잘된 일이 아니겠습니까? 저희가 굳이 신경 쓸 필요도 없이 그녀 나름의 낙을 누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다만 한 가지, 미리 일러둬야 할 것이 있습니다. 괜히 사생아 같은 건 만들지 않도록 그 악사들에게 단단히 주의를 줘야겠습니다.”무용경천은 생각에 잠기더니 다시 물었다.“궁 안의 자들은 뭐라고 하더냐? 험담 같은 건 없었나?”회윤은 얄미운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뭐 수군거리기는 하나 증거는 없지요. 여란궁은 경계도 삼엄하고 혹여 누군가 들여다보려 해도 우리 사람들을 먼저 통과해야 하니 쉽진 않을 겁니다. 게다가 상이가 있지 않습니까? 허투루 볼 자가 아닙니다.”하늘을 치솟을 듯한 그녀의 자신감에 무용경천이 물었다.“그 악사들, 믿을 만한 놈들인가?”“원래도 세속에서 그런 일로 입에 풀칠하던 자들입니다. 지금처럼 주나라에서 가장 높은 여인을 모실 수 있는 건 그들에게 평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복이지요. 비위만 잘 맞춰준다면 금과 옥은 저절로 굴러들어 올 텐데 그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절대 이 일을 망치진 않을 겁니다. 괜한 짓 했다간 바로 궁 밖으로 쫓겨날 테니까요.”무용경천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다면 네가 잘 감시하거라. 진짜 사생아라도 생기는 날에는 가만두지 않겠다.”“명심하겠습니다.”회윤은 단호하게 응했다.그 무렵, 궁 중에서는 대비마마의 추문이 물 위에 기름 뜨듯 퍼지고 있었다. 자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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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무용현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하지만 아무런 명분 없이 궁문을 닫는다면 신하들이 뭐라고 하겠습니까? 사대부들의 눈은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갓 즉위했던 터라 그는 아직 전하의 기백이 채 자리 잡지 않은 시기였다. 조정에는 상왕의 심복이었던 고관대작들이 포진해 있었기에 그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대왕대비는 그런 손주의 나약함을 보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듯 곁눈질로 그를 흘깃 쳐다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지난번, 그 여인이 네 어미의 전각에서 죽은 상왕과 순장하겠다며 날뛰었던 일, 기억하느냐? 그 일을 핑계로 삼으면 되겠구나. 상왕의 죽음을 견디지 못해 머리를 풀고 불법에 귀의했다. 그리 꾸며 세상에 알리면 될 것이다. 전하로서 너는 그녀의 뜻을 존중해 외부와의 일체 접촉을 금하고 오직 정숙하게 수행에 임하게 하겠다는 명분이면 충분하다.”하지만 무용현은 썩 내키지 않은 얼굴로 중얼거렸다.“하지만 세상 사람들 모두가 알지 않습니까? 그 여인이 입궁한 날 아버님께서 붕어하셨단걸. 그런 짧은 인연으로 어찌 상왕의 죽음을 슬퍼해 머리를 깎고 불문에 들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대왕대비는 천천히 등을 펴며 서늘하게 웃었다.“믿거나 말거나, 그건 중요치 않다. 살아만 있으면 진실 따위는 필요 없는 법이지.”그녀는 무용현은 내려다보며 다시 고개를 저었다. 전하란 이름을 달고 있어도 그는 유약했다. 하지만 이런 아이일수록 부리기에는 쉬운 법이니 썩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저는 정말로 그 여자가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니 자리를 빼앗은 자에게 예를 갖춰야 하다니. 생각할수록 치가 떨립니다.”그는 자신보다 몇 살이나 어린 소녀 앞에서 어머니라 칭하며 예를 갖추고 절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못마땅했다.“그 나이의 여인이 텅 빈 궁에서 혼자 고립되어 살아간다면 머지않아 그 외로움과 공허함이 그 몸을 서서히 갉아먹게 될 것이다. 내 예측에 틀림이 없다면 일 년 아니 반 년도 못 되어 그 향기로운 꽃은 시들고 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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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그만 가보거라. 나는 좀 피곤하구나.”대왕대비는 무용현에게 나가라고 손짓했다. 막상 말을 꺼낸 김에 서종대군에게 기각당한 정강 이야기를 더 하려던 무용현은 그녀가 말을 자르자 썩 유쾌하지 않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물러났다.세자 시절에는 고분고분 조모의 뜻을 따랐지만 왕의 자리에 오른 뒤로는 눈에 띄게 우쭐해져 이제는 대왕대비마저 눈 아래로 내려다보려는 기색이 엿보였다. 그가 사라진 후, 그녀는 곁에 선 유모를 향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봤느냐? 이제는 저 아이가 나를 못마땅히 여기는구나.”유모는 미소 지으며 부드럽게 답했다.“마마께서 마음 상하실 것 없습니다. 전하께서도 곧 자신의 잘못을 깨달을 날이 올 것입니다.”“그 아이가 잘못을 깨닫건 말건 이제 중요하지 않다. 나는 처음에 현이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무용경천과 기싸움을 벌이며 정권을 되찾아오길 바랐지. 그러나 지금으로선… 그저 얻어맞을 일밖에 남지 않았구나. 저런 마음가짐과 실력으로 어찌 무용경천을 이기겠느냐.”마마는 대왕대비를 부축하며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상왕조차 감당하지 못한 자인데 전하가 어찌 그 자를 상대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향후 몇 해 동안 무사히 지나가길 바랄 뿐입니다.”“그것도 맞는 말이구나.”그제야 대왕대비의 얼굴에 약간의 평온이 돌았다.“청아에게 전하를 잘 살펴야 한다고 전하거라. 현이가 내 말을 듣지 않지만 그 어미의 말은 아직 따르지 않느냐.”그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탄식했다.“하지만 청아도 참... 중전으로 수년을 지냈건만 아직도 궁중에 자기 사람 하나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모든 일을 나에게 의지하니… 훗날 이 몸이 죽고 나면 대체 어떻게 살아남을 셈인지 모르겠구나.”유모는 웃으며 그녀를 안쪽 전각으로 모셨다.“마마, 그런 말씀 마십시오. 아직 정정하시지 않습니까.”“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안다. 그래도 끝까지 버텨봐야지. 언젠가 우리 민씨의 깃발이 이 나라 천하에 휘날리는 것을 보고야 말겠다.”그들의 대화는 점점 낮아져 끝내 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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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진여는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하지만 대… 아니, 아가씨께서는 아무런 불편도 없으시잖습니까?”“가 보거라. 나에게 다 생각이 있다.”지안은 그녀를 조용히 다그치며 말했다.진여는 궁중 일품 여관으로서 여란궁의 출입이 자유로운 몸이었다.곧 그녀는 태의를 이끌고 궁으로 돌아왔다. 연한 비단 장막을 젖히고 내전으로 들어가서는 태의에게 조용히 말했다.“태의께서는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곧 마마를 모시고 오겠습니다.”“예.”태의는 곧장 예를 갖추어 응답했다.잠시 후, 길상과 여의가 지안을 부축하여 내전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기운 없이 의자에 앉았고 반쯤 감긴 봉안으로 태의를 흘긋 바라보았다. 태의는 즉시 땅에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추었다.“신, 대비마마께 문안드립니다.”지안은 손끝을 살짝 들어 올렸다.“됐다. 일어나거라.”진여가 긴장된 얼굴로 태의에게 말했다.“어서 아가씨의 병세를 살펴보시지요. 어디가 편찮으신 건지 모르겠습니다.”태의는 고개를 숙인 채 약 상자에서 붉은 실 한 가닥을 꺼내어 진여에게 내밀었다.“이것을 마마의 손목에 감아 주시겠습니까.”그러더니 조심스럽게 지안을 바라보며 물었다.“대비마마, 어디가 불편하십니까?”지안은 긴 숨을 내쉬며 가슴께를 짚었다.“늘 속이 답답하다. 숨이 잘 붙지 않고 서 있다 보면 어지럽기도 하단 말이지... 그리고 입이 바싹 마르고 쓰기만 하구나. 단것을 찾게 되는데 그걸 조금만 먹어도 구역질이 나고 속이 뒤집히니… 참으로 괴로워.”“마마께서 걱정 마시옵소서. 신이 진맥을 드린 후 적절한 처방을 올리겠습니다.”태의는 진중한 손길로 지안의 손목 위 붉은 실을 짚었다. 한참 맥을 듣고는 이내 이마의 주름을 펴며 고개를 들었다.“대비마마의 병세는 간기가 울결된 데다 근래 내린 봄비에 냉기를 받아 간화가 치솟은 탓입니다. 속에서 냉기와 열기가 부딪혀 기운이 흐트러진 것이지요. 기력이 떨어지고 마음이 울적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신이 약을 지어 드릴 테니 며칠 드시고 몸을 덥히시면 곧 나아지실 것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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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대비마마…”곽옥현은 자신이 신뢰받지 못한 줄 알고 다급히 해명하려 들었으나 지안이 그보다 먼저 입을 열었다.“네 이름이 곽옥현이라고 했지? 허나 내 생각에는 그 ‘현’ 자는 아직 이르다. 당분간은 곽옥이라 부르겠다. 과연 그 ‘현’ 자를 감당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두고 보자꾸나.”곽옥은 한동안 멍하니 용지안을 바라보더니 곧 그녀의 의중을 알아차렸다. 자신을 시험하는 동시에 그녀에게 기회를 던져준 것이었다. 그의 가슴 한편에 문득 뜨거운 것이 번져 올랐다.곽옥은 조용히 약을 달이러 물러갔고 넓은 침전에는 용지안 홀로 남겨졌다. 그녀는 평소에도 곁에 사람을 두지 않는 성정이라 그녀의 허락 없이는 진여조차 침전 안으로 들 수 없었다.언제 들이닥쳤는지도 모를 찬바람이 무거운 휘장을 뒤흔들었다. 희미한 광명 속 지안의 앞에 푸르스름한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이내 사람 형상을 띠었다. 그 연기는 점차 또렷해지더니 끝내 눈부신 미소를 머금은 소녀로 모습을 굳혔다.“고모, 다녀왔어요.”소녀가 싱긋 웃으며 다가왔다.“무슨 얘기를 들었어?”그러자 소녀는 코웃음 치며 말했다.“그 늙은 여우는 야심도 크던데요. 결국은 이 나라를 통째로 손에 넣겠다는 심산이더라고요.”이 소녀의 이름은 아사. 삼백 해를 수련한 작은 청사였다. 수십 년 전 산속 요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다 지안에게 구원받았고 그때부터 그녀 곁을 지키며 수련을 계속해오더니 지금은 그녀의 ‘수호령’이 되어버렸다. 물론 지안 입장에서는 제법 쓸 만한 일꾼 하나를 거저 얻은 셈이기도 했다.본디 이름조차 없던 아사는 인간 이름이 갖고 싶어 지안에게 지어달라 졸랐으나 게으른 그녀는 생각할 새도 없이 이렇게 내뱉었다.“그냥 아사라고 해. 너 뱀이잖아.”하지만 아사는 그 이름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는지 속으로 계속 읊조리며 뿌듯해했었다.“그 여자의 속셈은 알았으니 됐어. 어쩜 내 예상을 벗어나지를 않아요. 더 이상 그쪽으로는 돌아가지 말고 다른 것 좀 도와줘.”“고모가 시키시는 대로 할게요.”아사는 시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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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 해와 달이 수없이 바뀌는 사이 어느덧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그 일 년 동안 궁궐에는 크고 작은 일들이 줄줄이 일어났고 용지안은 대부분의 소식을 진여의 입을 통해 전해 들었다.예컨대, 지난해 말 전하가 후궁을 들이기 위해 대대적인 간택을 열었고 그 결과 후궁의 수는 단숨에 두 자릿수를 넘어서 이제는 세 자릿수를 넘보는 형국이었다.그중 가장 총애를 받은 인물은 다름 아닌 절세의 용모를 지닌 진 태부의 외동딸이라고 했다. 전하는 그녀에게 깊이 빠져 보름마다 반드시 들르던 중전의 침소도 잊은 채 오직 원비 곁에만 머물렀다고 알려주었다.지금의 중전은 민 대비의 조카딸로 이름은 민연. 전하가 세자인 시절부터 이미 혼인하여 딸 하나를 두었다. 민씨 집안은 권세가 하늘을 찌를 만큼 강성했기에 중전의 성정 또한 교만하고 제멋대로였다. 그런 그녀가 총애를 독차지하는 원비를 보며 어떻게 참을 수 있었겠는가. 몇 차례 격렬한 말다툼 끝에 결국 민 대비가 나서서 원비를 원빈으로 강등시키고 전하에게 후궁을 고르게 아끼라며 교지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그 결과는?후궁의 수는 또 늘었고 절세의 미인들이 새로이 이름을 올렸다. 서로 다른 수십 명의 여인이 단 하나의 전하를 놓고 암투를 벌이는 그 광경은 상상만 해도 흥미롭기 그지없었다.특히 궁중의 암투는 더더욱 볼만했다. 용지안은 진여가 들려주는 이야기 하나하나에 귀를 쫑긋 세우며 마치 현대의 드라마보다도 재밌다는 듯 흥취를 감추지 못했다.정사 쪽은 진여가 아는 바가 많지 않았지만 동 씨와 철 씨가 나누는 뒷이야기에서 엿들은 바에 따르면 지금의 서종대군은 그야말로 민 씨 가문을 누르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물론, 민 씨가 수십 년 동안 정권을 쥐락펴락해 온 탓에 일 년 만에 완전히 제압하기란 불가능했지만 말이다.그렇다면 전하는?정사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껍데기뿐인 존재였다. 처음에는 야심에 불타 무언가 이루어보려 했으나 번번이 좌절을 겪은 끝에 결국 관심은 온통 후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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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그럼 고모의 인생 의미는 뭐예요? 설마 이 나이 먹도록 아직도 시집갈 꿈이라도 꾸는 건 아니죠?”아사는 늘 이런 식으로 독설을 내뱉었다. 지안은 그 말에 얄궂게 웃었다.천계에서 삼백 살이면 갓 걸음마를 뗀 어린아이나 다름없었다. 하늘 위에 계신 신선들은 모두 천 년, 만 년을 산 자들인데 그들 앞에서 용지안이 어찌 늙었다는 소리를 입에 올릴 수 있겠는가?게다가, 그녀는 반고의 정혼에서 태어난 존재였기에 세월이 흘러도 그녀의 미모는 가장 빛나던 시절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니 마음만 젊다면 평생 낭랑 18세로 살아도 문제 삼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하지만 그것은 그저 자기 위로에 불과했다. 삼백여 년간 삼계를 다스리며 법도를 집행해 온 삶이 얼마나 지치고 삭막했는데... 늙지 않은 얼굴 속 마음은 이미 지쳐갔고 타올랐던 열정은 식은지 오래였다.어찌 보면 결혼이라는 것은 그녀의 삶과는 무관한 일이었다. 누군가와 인연을 맺는 삶이 감미로워 보이긴 하나 그만큼 구속받는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용지안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기에 묶여 사는 것을 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했다.추석, 잔비가 며칠씩 내리자 지안은 궁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하루 종일 여란궁 안에서 진여가 전해주는 궁중 이야기를 들으며 후궁들의 암투를 구경하듯 즐겼다. 그런 그녀를 두고 아사는 추석에 혼란이 많아 일부러 게으름 피우는 거 아니냐고 빈정거렸다.하지만 용지안은 아사의 투덜거림을 못 들은 척했다. 사실 아사도 그녀만큼이나 나이가 들어 이젠 말수가 점점 많아졌다. 그런 잔소리에 가장 효과적인 해법은 무시였다.예전, 그녀는 현대에서 시나리오 작가가 되는 꿈을 꾸었었다. 그 꿈은 여전히 그녀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다. 여기서 본 것, 들은 것, 느낀 것들을 언젠가 다시 돌아간다면 이야깃거리로 써내어 한 방에 대박을 터뜨리리라. 그녀는 그렇게 자신에게 속삭이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후궁들은 어느새 용 대비라는 존재를 잊게 되었다. 일 년이 넘도록 문안 오는 이도 없었고 궁의 끝자락에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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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눈물에 젖은 원빈의 눈동자가 허겁지겁 용지안을 올려다보았다. 하얗게 질린 얼굴에는 당혹과 의문이 엉켜 있었다.진여가 무언가 말하려는 찰나 문밖에서 빠른 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 발소리기 점점 가까워지자 원빈은 덜덜 떨며 무릎을 꿇었다.“제발, 저를… 저를 살려주십시오.”용지안은 그 광경에 잠시 멍해졌다. 사정이 어찌 돌아가는 건지 가늠할 수 없어 가만히 그녀를 내려다보았다.발소리는 점점 다급해졌고 지안은 눈빛 하나로 진여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진여는 재빠르게 앞으로 나아가 원빈의 팔을 끌어당기며 속삭였다.“이리로 오세요. 얼른 안으로 들어가셔야 합니다.”그 사이 우산을 든 곽옥이 궂은 비를 뚫으며 문밖으로 나섰고 그 뒤를 길상과 여의가 따랐다.“어라? 양 시위 아니십니까?”곽옥은 여란궁 문턱에서 그를 알아보고 눈썹을 찌푸렸다. 양 시위는 경계 가득한 시선으로 곽옥을 바라보며 물었다.“곽 마님, 원빈마마께서 이쪽으로 들어오는 걸 본 사람이 있습니다. 혹시 뵌 적 없으십니까?”곽옥은 고개를 저으며 태연히 웃어 보였다.“여란궁은 외인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 곳입니다. 사람은커녕 나비 한 마리도 들어오지 못하지요.”양 시위는 얼굴에 믿지 못하겠다는 기색을 숨기지 않은 채 말했다.“하지만 이쪽으로 달아나는 걸 분명히 보았다는 자가 있습니다. 이곳 말고는 갈 곳이 없어요.”그 말에 곽옥은 웃으며 날을 세웠다.“그럼 제 말이 거짓이라는 말씀이십니까?”양 시위는 고개를 돌려 궁문 안을 샅샅이 살피더니 시선이 어느 지점에서 멈췄다. 그러자 그의 눈빛이 차갑게 굳어지고 입가에는 냉소가 떠올랐다.곽옥도 그의 시선에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마당 끝자락에 조용히 놓인 비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양 시위가 손가락을 들어 그것을 가리켰다.“저 비녀 원빈마마의 물건 아닙니까? 곽 마님, 궁 안을 잠시 수색해도 괜찮겠습니까?”곽옥의 표정이 차갑게 식어갔다.“수색? 여기가 감히 어딘 줄 알고… 여긴 대비마마의 침전입니다. 대왕대비께서 하교를 내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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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여, 여기가 여란궁이었습니까?”원빈은 놀란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얼떨결에 자문하듯 되물었다.“궁문 현판이 그토록 커다란데 못 보셨습니까?”진여가 어이없다는 듯 말하자 원빈은 부끄러운 듯 고개를 떨구며 중얼거렸다.“도망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문이 열린 곳이 보여 그냥 뛰어든 건데… 대비마마를 놀라게 해드려 죄송합니다.”그녀는 이내 공손히 무릎을 꿇고 정중하게 예를 올렸다.“소녀 원방, 대비마마를 뵙습니다.”“원방?”지안은 가볍게 웃었다.“네 아버지는 태부 대감, 진 태부인 것이지?”“예, 저의 본명은 진원방입니다.”자신의 신분을 이미 꿰뚫고 있는 듯한 용지안의 말에 원빈은 다소 놀란 듯 눈을 깜빡였다.“원방이라… 고운 이름이구나.”용지안은 부드럽게 웃으며 진여에게 눈짓해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길상이 차를 올린 뒤 조용히 물러나자 지안은 찻잔을 가리키며 말했다.“긴장했을 테니 먼저 차 한 잔 마시며 마음을 가라앉히렴.”“고맙습니다.”원빈은 여전히 떨리는 손으로 찻잔을 들어 연거푸 몇 모금 마시고서야 그나마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녀의 안색이 조금 가라앉은 것을 본 지안이 물었다.“대체 어찌 된 일이냐? 왜 시위들이 널 쫓는 거지?”원빈은 쓸쓸하게 웃었다.“양 귀인께서 유산하였습니다. 중전마마께서는 첩신이 독을 썼다고 단정 지었던 터라...”양 귀인의 유산 소식은 용지안도 들은 바 있었다. 방금 전날 진여에게서 전해 들은 이야기였다. 전하가 즉위한 지 꼭 1년 후궁들 중 몇 명이 잇달아 태기가 있었지만 살아서 태어난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그럼… 네가 정말 약을 쓴 것이냐?”지안이 조용히 묻자 원빈은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저 역시 아이를 잃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찌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첩신이 어찌 감히 양 귀인의 태를 시기할 자격이 있겠습니까?”용지안은 그녀의 또렷하고 슬픈 눈동자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분명 거짓 없는 눈이었다. 용지안은 삼백 년을 살아오며 사람을 보는 안목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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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용지안은 입가에 잔잔한 웃음을 띠며 말했다.“진여, 너도 이 궁에 산 지 오래되었는데 아직도 그런 일에 분노가 치미느냐? 오히려 원빈보다 못한 것 같구나. 저 아이는 생사를 눈앞에 두고도 이리 담담한데 말이다.”진여는 깊은숨을 내쉬며 대꾸했다.“어찌 담담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일들을 눈앞에 두고 보는 것은 마치 파리가 입안으로 들어간 듯한 기분입니다. 삼키자니 역겹고 뱉자니 혀끝이 썩을 것 같으니 말입니다.”용지안은 한쪽 눈썹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그토록 신경 쓰이다면 우리가 직접 비봉궁으로 찾아가는 것이 어떻겠느냐?”진여는 잠시 말문을 닫았다가 고개를 저었다.“마마와 제가 지금 중전과 대적할 만한 처지입니까? 갈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괜히 움직였다가는 지금처럼 조용한 삶마저 잃게 될지도 모릅니다. 사람을 구하기 전에 먼저 자신이 그럴 자격이 있는지부터 알아야 하지 않습니까? 저는 그 점을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마마께서 저를 떠보시려는 거라면..”“너를 떠보려는 게 아니다.”지안이 눈꼬리를 치켜세우며 웃었다.“그럼 마마께서는 정말 가실 작정이십니까? 잊지 마십시오. 현 중전은 민씨 성을 가진 분입니다.”은거하며 한 해가 다 되도록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악사와의 추문이 궁중에 떠도는 와중에도 일절 해명하지 않던 사람이 이제 와서 정작 혈연도 아닌 원빈을 위해 나서겠다고 하니 진여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삼계의 중생이 두려워하는 건 단 하나, 성이 ‘용’씨인 자뿐이다.”진여가 묻기도 전에 급한 걸음 소리가 문밖에서 들리더니 곧 곽옥이 숨을 몰아쉬며 뛰어들었다.“아가씨, 큰일 났습니다. 원빈마마께서 여란궁을 막 나서자마자 비봉궁의 환관 우두머리에게 끌려갔습니다!”용지안의 뜻에 따라 여란궁의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마마’ 대신 ‘아가씨’라 불렀다. 대비마마란 호칭이 늙고 거추장스럽다는 이유에서였다. 처음에는 모두 망설였지만 외부인의 출입도 없고 궁 안에서도 계급이 낮은 이들만 있으니 결국 그녀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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