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권세를 품은 용대비: Bab 41 - Bab 50

100 Bab

제41화

전하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네 제안은 매우 훌륭하다. 그러나 나는 네가 누구인지 꼭 알아야겠어. 넌 분명 용우천의 딸은 아닐 테지?”용지안은 그가 마음속의 의문을 해소하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만약 자신이 재미있게 읽던 추리 소설의 작가가 어느 순간 연재를 중단하고 영 지루한 결말만 남겨둔다면 여운이 크게 남을 뿐만 아니라 속으로 한바탕 욕을 내뱉었을 것이다.“진실은 이렇습니다. 저는 확실히 용우천의 딸이 아닙니다. 다만 제 이름 역시 용지안이지요. 쉽게 말씀드리자면 저는 수련하는 자입니다.”이런 설명이 다소 모호하고 지나치게 은유적으로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진실 그대로 말을 했다면 어땠을까? 예를 들어, 자신이 상신 반고의 정혼으로 태어난, 삼계의 법례 집행관이라거나...아마 전하는 그녀를 가짜 무당 취급하며 국문을 명했을지도 모른다.전하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수련자라… 그래 네 말을 믿어보겠다.”용지안은 크게 숨을 내쉬며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그렇다면 전하, 내일 조정에 내릴 조서는 이미 준비되었습니까?”그는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번 조서가… 아마도 마지막이 되겠지. 저들을 깨워라. 나는 진여에게 할 말이 있다.”용지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뻗었다. 작은 황금빛 광채가 천천히 진여의 머리 위로 떨어지더니 서서히 그녀의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잠시 후 진여는 마치 꿈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조용히 눈을 떴다.그녀의 시선이 전하에게 닿은 순간 벼락이라도 맞은 듯 얼어붙었다.“전하… 깨어나셨습니까?”전하는 그녀를 부축하며 용지안을 향해 말했다.“잠깐 비켜 서거라.”그 말에 용지안은 약간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자신만 쏙 빼놓다니. 하지만 지금 그녀가 해야 할 일은 두 사람의 비밀을 엿듣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은 그저 이 시대의 외부인이었고 이런 그들의 은밀한 사랑 이야기에 끼어드
Baca selengkapnya

제42화

어의들이 진맥하던 중 전각 바깥에서 갑작스레 몇 명의 기품 있는 젊은 군자들이 바삐 들이닥쳤다. 용지안의 눈에는 모두 어린아이 같아 보였지만 이 세상 기준으로는 이미 청년이라 불릴 나이였다.그중 단연 눈에 띄는 이가 있었다. 백색 비단 곤룡포에 금관을 얹은 그는 빛나는 눈동자와 짙은 눈썹을 한 수려한 외모의 소유자였다. 그 모습은 마치 책 속에서 튀어나온 듯 근사했다.그의 눈에는 전하의 그림자가 스며있었기에 용지안은 곧 그의 정체를 눈치챌 수 있었다.‘세자거나 왕자겠지. 보아하니 전하의 핏줄임이 틀림없구만.”그와 함께 들어온 세 사람 역시 비슷한 나이대에 닮은 이목구비를 지닌 것으로 보아 형제임이 틀림없었다.그들이 들어서자 궁인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으며 예를 올렸다.“세자저하를 뵙습니다.”세자는 곧장 용상 앞으로 달려가더니 눈물부터 왈칵 쏟아냈다.“아바마마! 드디어 눈을 뜨셨군요… 저는 마음이 타들어 가는 줄 알았습니다.”뒤따른 왕자 셋도 그를 따라 무릎을 꿇었으나 감정이 덜한 탓인지 눈물은 흘러내리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머리를 숙인 채 형식적인 말로 기쁨을 전할 뿐이었다. “그만들 하거라. 어의들이 진찰 중이다.”그 말에 세자는 공손히 몸을 일으켜 한 걸음 물러났다. 한참 맥을 짚던 어의에게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초록빛 비단을 두른 어의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다행히 맥은 고르고 안정합니다. 전하의 용체는 이미 크게 회복되신 것으로 보입니다.”희비가 뒤섞인 후궁들의 얼굴 사이로 용지안의 시선은 세자의 얼굴로 향했다. 그의 미간이 순간 떨리더니 차갑고 음습한 기운이 번뜩였다. 그러나 그 표정은 곧 환희로 바뀌더니 어의를 덥석 붙잡고 다급히 물었다.“정말이냐? 아버님께서 정말 나아지신 것이냐?”“세자저하, 맥상으로 볼 때는 분명 그렇습니다.”그 말을 들은 세자는 흥분에 겨운 목소리로 무릎을 꿇고 외쳤다.“천만다행입니다. 전하께서 앓아누우신 동안 신하 된 자의 도리를 다하려 아둔한 머리로 정사를 맡아보았으나 배움이 짧아 허둥댄
Baca selengkapnya

제43화

전하는 표정을 부드럽게 풀며 미소를 지었다.“국사는 늘 신통한 사람이라 여겨왔습니다. 이 한 사람을 들이기 위해 많은 공을 쏟았지요.”대비마마는 그제야 마음을 놓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전하의 말이 끝나자 그간 고개를 숙이고 있던 민 귀비가 조심스레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신첩이 후궁을 다스리지 못한 죄입니다. 바라건대 전하께서 엄히 벌하여 주시옵소서.”전하는 깊은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중전의 성정을 내가 모를 리 있겠느냐? 늘 마음이 약하고 남을 해치는 걸 두려워하는 성품을 지녔지. 그런데 어찌 감히 징벌을 내리겠느냐? 내가 병환에 들어 끝이라 생각했을 때 너 같은 아이가 이 후궁에서 얼마나 쉽게 모욕당하고 괴롭힘을 당할까 걱정이 앞서 함께 저세상으로 가자는 교지를 내렸던 것이다. 허나, 그 교지가 너에게 두려움이 되었나 보구나.”민 귀비는 눈물을 떨구며 절절히 말했다.“전하와 신첩은 부부로 수년을 함께 하였습니다. 생사를 같이하는 건 신첩의 의무이지요. 저는 그 교지가 두렵지 않았습니다. 비록 중전의 지위를 빼앗겼지만 전하께서 저세상으로 가신다면 신첩도 따라갈 생각이었습니다.”그 말에 전하의 눈빛은 연민이 가득 고였다.“그만 일어나거라. 짐이 그런 교지를 내린 건 오직 너를 두고 가기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제 내가 살아났으니 그 교지는 없던 일로 하지.”그리 말하며 전하는 고개를 돌려 대비를 바라보았다.“어마마마께서도 그만 노여움을 거두세요. 중전의 성정이야 어마마마께서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어찌 보면 훌륭한 내조자일 수는 있어도 궁중을 다스릴 인물은 아닙니다.”대비마마의 표정이 그제야 조금 풀렸다. 그녀는 싸늘한 눈빛으로 민 귀비를 쏘아보며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전하께서 네 편을 드니 기회를 한 번 더 주겠다. 육궁의 사무는 당분간 내가 직접 다스릴 테니 배움을 마친 뒤에 다시 너에게 맡기겠다.”민 귀비는 곧장 머리를 조아리며 울먹였다.“신첩, 대비마마의 성지를 받들
Baca selengkapnya

제44화

용지안은 대비와 민 귀비의 눈에서 숨기지 못한 멸시와 불쾌감을 읽어냈다. 마치 더럽고 보기 싫은 것을 본듯한 눈빛.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길바닥에 놓인 개똥쯤으로 여기는 눈빛이었다.민 대비는 곧 그 멸시를 거두고 부드러운 어조로 진여를 향해 말했다.“중전이 몸이 피곤한 모양이구나. 어서 침상에 눕혀 쉬게 하거라.”진여는 즉시 명을 받아 용지안을 부축해 침상으로 이끌었다.“마마께서 배가 고프신 모양입니다. 제가 곧 소찬을 준비하게 할 테니 전하와 함께 식사라도 하시죠.”그 다정한 목소리에 용지안은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래, 이게 바로 사람이지. 추운 겨울날 따뜻한 이불을 건네고 배고프면 밥 한술이라도 나눠주게 바로 인간의 정이지. 진여는 그야말로 눈 속에 핀 매화 같았다.전하가 중전과 함께 식사를 하겠다 말하자 전각 안에 있던 사람들은 곧 물러났다. 전하는 이 기회를 빌어 용지안과 전략회의에 들어갈 생각인 것 같았다. 그가 예기치 않게 깨어난 일은 궁중의 흐름을 뒤흔드는 중대한 변수였다. 누군가는 권력을 누군가는 생존을 누군가는 자리를 다시 계산해야 했다.마침내 대전에는 전하와 용지안, 단둘만 남게 되었다. 희미한 촛불 아래 둘이 마주 앉은 순간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용지안이라 했느냐?”그는 미간을 좁히고 고개를 갸웃거렸다.“이름이 별로구나. 지혜의 지, 안면의 안이라... 그 얼굴에 무슨 지혜란 말이냐? 다른 이름은 없는 것이냐? 없다면 짐이 하나 지어주겠다.”용지안은 그의 제안에 눈이 감겼다. 연예계나 문단에 데뷔하려면 예명이나 필명 하나쯤은 필수였지만...‘전하란 놈들은 쓸데없이 이름을 고상하게 짓는 버릇이 있지. 예를 들면 자군이라거나 운여라거나... 뭐 이런 촌스러운 것들.’전하가 미간을 찌푸리며 깊게 고민 할수록 그녀는 마음이 조급해졌다.“별명이 하나 있습니다. 전하께서 ‘지안’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면 신첩의 필명 ‘용오’로 불러주십시오.”“농오...?”전하는 안쓰럽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그
Baca selengkapnya

제45화

진여는 잠시 멈칫하더니 곧 고개를 저었다.“전하, 이건 도리에 어긋납니다.”전하는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이제 와서 무슨 도리냐? 너와 짐은 함께 자라지 않았느냐? 어릴 적 같은 밥상에 앉았던 게 몇 번인데.”진여의 얼굴에는 아릿한 표정이 스쳤다. 그녀는 잠깐 망설이는가 싶더니 결국 조심스럽게 전하 곁에 앉았다. 그 순간 전하는 고개를 돌려 용지안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용오, 짐이 진여를 너에게 맡기겠다. 어떤 경우라도 이 아이의 안전을 반드시 지켜주거라. 어명이다.”“전하…”그 말에 진여의 눈가에는 곧 이슬이 맺혔다. 그 눈빛에는 억누를 수 없는 슬픔이 깃들어 있는 것 같았다. 전하는 진여의 손을 가볍게 잡고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 속에는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수많은 감정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진여 또한 젖은 눈망울로 전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 둘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조용히 마음을 전했다. 곧 있으면 죽음이라는 검은 그림자가 이 둘을 갈라 놓을 것이다.그래서 그게 뭐? 용지안의 배에서 요란하게 울리는 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그녀는 헛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두 사람의 감성적인 교류를 냉큼 잘라냈다. 그러자 전하는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노려보았다.“배가 너무 고픕니다...”용지안은 입술을 삐죽이며 설명을 덧붙였다.“이 나이에 굶으면... 뼈가 녹아내린단 말입니다.”진여는 손을 거두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전하, 오늘은… 그냥 같이 식사나 하자고요.”어쩌면 이것이 그녀가 전하와 함께하는 마지막 식사가 될지도 몰랐다.이날의 식사는 용지안에게 있어 참으로 곤욕이었다. 음식이 입맛에 안 맞아서도 아니었고 반찬이 부족해서도 아니었다. 문제는 바로 맞은편에 앉은 저 둘, 애틋한 눈 맞춤을 하며 연인 놀이를 하고 있는 전하와 진여 때문이었다.한 입 먹고 젓가락을 놓고 눈물 섞인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고…또 한 입 먹고 다시 한번 눈을 맞추고…그 꼴을 수차례 반복하니 용지안은 결국
Baca selengkapnya

제46화

용지안은 ‘보광법사’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는 절당 어디쯤에서 불경이나 읊는 평범한 스님 중 한 명이었다. 속세에 물들지 않은 고승이든 절당에 들락거리는 평범한 중이든 모두 그녀는 한 통속쯤으로 치부한 것이다.그러나 보광법사가 모습을 드러낸 순간 그녀의 생각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붉은 비단 가사 위에 금실로 수놓은 문양들은 촛불 아래에서 부드러운 금빛으로 일렁였다. 은은하게 번지는 그 빛은 사람의 마음을 가라앉히는 힘이 있었다.용지안은 그의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머리카락이나 수염은 없었지만 눈썹만은 유난히 짙고 검었다. 얼굴에는 깊게 패인 주름이 가득했으며 채소만 먹어온 탓인지 혈색이 빠져나간 듯한 얼굴은 희게 질려 있었다.보통 일흔, 여든이 되면 눈썹 사이에도 희끗한 털이 섞이기 마련인데 그에게는 그런 흔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젊다 하기에는 얼굴에 세월이 흔적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었다.그는 손을 모아 합장하고 전하에게 예를 올렸다. 그러더니 고개를 살짝 틀어 곁에 있던 용지안을 바라보았다. 그는 화들짝 놀라며 허리를 깊게 숙였다.“아미타불.”용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어린 중놈이 눈은 밝구나.”그러고는 태연히 손을 내밀어 그를 일으켜 세웠다. 그녀가 곁눈질로 전하의 안색을 살폈을 때 그의 입꼬리는 떨리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많이 불쾌했던 모양이다. 생각해 보면 그의 반응이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었다. 전하인 자신보다 열여섯 되어 보이는 소녀에게 더 예의를 차려 인사했으니 그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그러나 용지안은 이 순간만큼은 완전히 헛다리 짚었다. 전하가 분노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바로 그녀가 무심히 내뱉은 그 말, 어린 중놈이라는 말에 긁힌 것이었다. 세상 사람 모두가 알듯 보광법사는 올해로 백하고도 둘인 고령이었다. 그런데 용지안은 그를 아무렇지 않게 “어린 중놈”이라 불렀다. 그렇다면 그보다 서른 살이나 적은 자신은 대
Baca selengkapnya

제47화

그는 용지안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그녀가 평범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하지만 그렇다 해도 보광법사마저 그녀에게 그토록 존경을 표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전하는 겉으로 아무렇지 않은 듯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마음속에는 마치 천둥이 요동치듯 격렬한 파장이 일고 있었다. 끓어오르는 혈기를 누르기 위해 그는 온 정신과 의지를 다해 자신을 억눌러야만 했다.사실 그가 지금껏 놓지 못한 유일한 집착은 이 나라의 백성과 강토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민씨 일족은 권세를 독점하고 있었고 그 모든 결과는 그의 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만일 훗날 이 강산이 민씨 일가의 손에 넘어가고 왕위를 둘러싼 다툼이 주나라를 내전으로 몰아넣는다면 용지안 말대로 그는 죽은 뒤 상왕을 마주할 면목이 없을 터였다.그의 수명은 이제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만큼 남아 있었다. 스스로 판도를 뒤엎을 힘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나라를 구할 수 있는 이가 있다면, 설령 그 대가로 자신이 영원히 윤회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더라도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선택을 따를 것이다.보광법사와 용지안 사이의 대화는 언뜻 보면 그저 평범한 대화처럼 보였지만 그의 귀에는 마치 천상의 음률처럼 들렸다. 그는 숨을 죽이며 보광법사가 눈앞의 ‘용오’라는 여인을 어떻게 설득할지 지켜보고 있었다.하지만 보광법사는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어떤 말은 굳이 끝까지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용지안은 슬그머니 하품을 하며 몸을 일으켰다.“두 분은 계속 이야기 나누세요. 노인네는 좀 쉬어야겠습니다. 하루 종일 이리저리 불려 다니느라 피곤했거든요.”그녀도 전하가 살아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가 정리해야 할 일도, 남겨야 할 당부도 산더미처럼 많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떠나기 전, 다시금 그를 향해 덤덤하게 한마디 남겼다.“전하, 시간을 아껴야 하옵니다.”전하는 짙은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다 시선을 보광법사에게 돌렸다. 그는 여전히 자애로운 미소
Baca selengkapnya

제48화

마지막으로 진여는 조심스럽게 다른 소식을 전했다.“전하께서 금일 조정에서 친히 밝히시길, 병세가 위중하여 정신이 온전치 않을 때 중전을 순장하라는 어명을 내렸으나 이는 비인도적인 처사였기에 그 명을 취소한다고 하셨습니다.”이는 곧, 전하가 붕어한다 해도 용지안이 더는 함께 묻힐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진여는 그녀를 안심시키고자 전한 말이었지만 용지안은 여전히 아무런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 진여는 그녀의 표정에서 무언가 단서라도 찾고 싶어 유심히 살펴보았지만 이내 실망하고 말았다. 용지안은 마치 자신과 무관한 이야기를 들은 듯 아무런 감정도 내비치지 않았다.그녀는 중전의 조복을 받아들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의 앙상한 몸으로는 그 위엄 넘치는 옷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거울 앞에 선 자신의 모습은 어린아이가 어른의 옷을 훔쳐 입은 듯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영양실조란 게 참 무섭구나.”그녀는 가볍게 중얼거렸지만 아무도 그 허탈함을 듣지 못했다. 게다가 이 시대에는 하이힐조차 없으니 외형으로 신분을 보완할 방법도 마땅치 않았다.용지안이 전하의 침전으로 들어서자 그는 곧장 모든 사람들에게 물러가라 명했고 진여와 소내시감조차 전각 밖으로 물러나야 했다. 그제야 전하는 묵직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세자의 안위를 지키고자 한다. 짐은 그대의 고견을 듣고 싶구나.”용지안은 잠시 침묵하다 담담히 한마디를 던졌다.“세자를 폐하십시오.”전하는 즉시 고개를 저으며 반박했다.“그럴 수는 없다. 세자에게는 죄가 없지 않으냐? 그 아이를 폐위시킨다면 조정이 소란스러워질 것이다. 더구나 후계자는 곧바로 정해야 하는데 내 다른 자식들은 다들 무능하다. 그나마 세자가 가장 총명하단 말이다.”“영리함만으로는 대업을 감당하지 못합니다. 폐위시키고 한가한 작위나 내려주십시오. 그 자체로 민 씨 가문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하지만 전하는 여전히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세자는 나와 민 귀비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다. 그녀는 대비마마의
Baca selengkapnya

제49화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하세요. 저는 그저 사실만을 말했을 뿐입니다.”지안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전하는 아무 말 없이 긴 침묵을 유지하더니 고개를 숙인 채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다. 한참 지난 후에야 그는 지안을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세자를 폐하진 않겠다. 내 자식들 중 능력이 있는 건 그 아이 하나뿐이다. 무능한 자를 왕위에 올릴 수는 없지. 세자라면 이 혼란을 수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자네도 있지 않은가?”그녀는 전하의 마음을 눈치챘다. 그는 그저 제 피붙이를 왕위에 올리고 싶은 것이었다. 세자가 권모술수에 능하고 야심 또한 있으니 끝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 다른 자식들에게는 그런 기대조차 없기에 왕좌는 결국 제 자손에게 남겨야만 한다는 고집.그는 끝까지 자손을 선택했다. 제 손으로 세운 대업이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에게 넘어가는 것을 그는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 친 아우라고 해도 그것만은 절대 안 된다.지안은 굳이 그에게 세상 이치를 말해주고 싶지 않았다. 자고로 사람이란 너무 많은 것을 쥐려 하면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는 법이다. 애초에 그는 세자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지안을 불렀지만 결국은 그 아이를 또 다른 승부수로 던지려 하고 있었다. 안성관저, 깊숙한 내실.“전하께서 며칠째 혼수상태였는데 갑자기 깨어나셨다니 참으로 기이한 일입니다.”비할 데 없이 반듯하고 우아한 용모의 한 청년이 부채를 펴며 입을 열었다. 그 청년의 말을 듣고 있던 또 다른 남자는 진한 침향나무로 만든 화려한 태사 의자에 기댄 채 앉아 있었다. 검은 색상에 먹구름 무늬가 수놓인 비단옷을 입고 있는 그는 조각한 듯 완벽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고 짙은 눈썹 아래로 내린 눈동자는 깊은 빛을 감추고 있었다.그의 입가에 스친 미소는 날카롭고도 우아했다. 그는 고개를 살짝 들며 입꼬리를 더욱 끌어올렸다. “강한 활도 결국은 마지막 한 발에서 힘이 빠지는 법이지.”“어떻게 그렇게 확신합니까?”청년이 놀란 눈으로 묻자 무용경천은 의자 팔걸
Baca selengkapnya

제50화

무용경천은 아무런 대꾸 없이 그윽하게 회윤을 바라보았다.“그토록 오랜 시간을 들여 수소문했는데... 약성은 찾았는가?”그 질문에 회윤의 얼굴에 어둑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아직 소식이 없습니다. 제자들 말로는 사해를 떠도는 사람이라 거처를 알 수 없다고 하더군요. 항상 그분이 먼저 찾아오셨지 누가 그를 찾아가는 일은 드물었다고 합니다.”경천의 눈빛에도 잠깐 그늘이 스쳤다. 그가 툭 던지듯 뱉은 한숨은 마음속 깊은 곳의 허탈을 감추지 못한 채 흩어졌다. 그러자 회윤이 조심스레 위로를 건넸다.“염려 마십시오. 여러 곳에 인원을 보냈으니 결국은 찾게 될 것입니다. 다만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 게다가 소종이 그러지 않았습니까? 진 의원이 건넨 약 덕분에 태비마마의 눈이 나아지셨다고요. 이제는 빛을 감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하지만 경천은 냉담하게 고개를 저었다.“그건 어머니께서 나를 위로하기 위해 하신 말일뿐이다.”그러고는 입꼬리에 짙은 어둠을 띠며 낮게 말했다.“이 원한 반드시 충헌대비에게 되돌려줄 것이다.”그 말에 회윤의 표정이 차갑게 식었다.“후궁의 총애 다툼은 언제나 피 흘리지 않는 전쟁이라 하지만 충헌대비의 수단은 너무도 음험하고 잔혹하다.”경천의 목소리에는 서릿발이 서려 있었고 눈빛은 살얼음처럼 날카롭게 빛났다. 어머니는 그저 조용한 삶을 바랐을 뿐인데 그런 어머니조차 그 여인은 용납하지 않았다.“너무 마음 쓰지 마십시오. 이 나라에 명의는 많습니다. 반드시 태비마마께서 다시 볼 수 있는 날이 올 것입니다.”경천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차갑고 깊은 바다에 내던져진 것 같았다. 어머니는 이미 스무 해를 빛 없이 살아왔다. 수많은 명의를 찾아보았지만 모두가 고개를 저을 뿐 해결책을 주지는 못했다. 지금 그에게 있어 마지막 희망은 약성이었다. 죽은 자도 살려낸다는 전설 같은 의술 실력을 보유한 자. 그의 손이 닿는다면 어머니는 다시 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모든 것은 무용경천이 예견한 대로 흘러갔다.그다음
Baca selengkapnya
Sebelumnya
1
...
34567
...
10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