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여는 잠시 멈칫하더니 곧 고개를 저었다.“전하, 이건 도리에 어긋납니다.”전하는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이제 와서 무슨 도리냐? 너와 짐은 함께 자라지 않았느냐? 어릴 적 같은 밥상에 앉았던 게 몇 번인데.”진여의 얼굴에는 아릿한 표정이 스쳤다. 그녀는 잠깐 망설이는가 싶더니 결국 조심스럽게 전하 곁에 앉았다. 그 순간 전하는 고개를 돌려 용지안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용오, 짐이 진여를 너에게 맡기겠다. 어떤 경우라도 이 아이의 안전을 반드시 지켜주거라. 어명이다.”“전하…”그 말에 진여의 눈가에는 곧 이슬이 맺혔다. 그 눈빛에는 억누를 수 없는 슬픔이 깃들어 있는 것 같았다. 전하는 진여의 손을 가볍게 잡고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 속에는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수많은 감정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진여 또한 젖은 눈망울로 전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 둘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조용히 마음을 전했다. 곧 있으면 죽음이라는 검은 그림자가 이 둘을 갈라 놓을 것이다.그래서 그게 뭐? 용지안의 배에서 요란하게 울리는 소리가 정적을 깨뜨렸다. 그녀는 헛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두 사람의 감성적인 교류를 냉큼 잘라냈다. 그러자 전하는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노려보았다.“배가 너무 고픕니다...”용지안은 입술을 삐죽이며 설명을 덧붙였다.“이 나이에 굶으면... 뼈가 녹아내린단 말입니다.”진여는 손을 거두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전하, 오늘은… 그냥 같이 식사나 하자고요.”어쩌면 이것이 그녀가 전하와 함께하는 마지막 식사가 될지도 몰랐다.이날의 식사는 용지안에게 있어 참으로 곤욕이었다. 음식이 입맛에 안 맞아서도 아니었고 반찬이 부족해서도 아니었다. 문제는 바로 맞은편에 앉은 저 둘, 애틋한 눈 맞춤을 하며 연인 놀이를 하고 있는 전하와 진여 때문이었다.한 입 먹고 젓가락을 놓고 눈물 섞인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고…또 한 입 먹고 다시 한번 눈을 맞추고…그 꼴을 수차례 반복하니 용지안은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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