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권세를 품은 용대비: Bab 31 - Bab 40

100 Bab

제31화

용지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확실히, 공을 들이긴 했네.”그녀는 고개를 돌려 곽 나인을 바라보았다.“시간을 놓치면 안 된다고 하지 않았느냐? 사람이 도착했는지 가서 보거라.”곽 나인은 고개를 숙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 시각, 최유신은 몇 명의 하녀들과 함께 봉의당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곽 나인이 다가오는 걸 발견하고는 조용히 다가가 물었다.“약을 탔는데 효과가 있었나요?”곽 나인은 눈을 깜빡이며 되물었다.“방금 그 차 말인가?”최유신은 담담히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맞아요. 아주 센 약을 넣었으니 곧바로 효과가 날 겁니다. 그럼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손쉽게 일이 끝날 테지요.”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들의 수법에 곽 나인은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하지만 지금은 같은 편이니 불필요한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 생각했다.“내가 안으로 들어가 확인해 보겠다. 얼른 준비해 두거라.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곤란해지니까.”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처소 안으로 향했다.한편, 대청에서는 예조판서와 예종대군이 오래도록 기다리고 있었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예조판서는 비교적 차분했으나 예종대군은 이미 참을성을 잃은 듯 용우천을 다그쳤다.“가서 확인해 보거라! 길일을 놓치면 누구도 책임지지 못할 것이다!”용우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대군자가께서 조금만 인내해 주십시오. 곧 출발할 겁니다.”말을 마친 그는 옆에 있던 첩실 유씨 마님에게 눈짓을 보냈고 그녀는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겨 봉의당 앞까지 다가갔다. 그곳에서 최유신을 발견한 그녀는 급히 다가가 귀띔해 주었다.“마님, 대군자가께서 화가 나신 것 같습니다. 어서 봉란화에 오르시라 하시네요.”최유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대군자가께 전하거라. 곧 갈 것이라고.”그러나 그녀의 마음속은 불안하기만 했다. 약은 마셨는데 어째서 곽 나인은 아직도 나오지 않는 것일까?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곁에 선 백이를 불렀다.“들어가 가서 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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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최유신도 그제야 허둥지둥하며 몸을 돌려 춘매에게 일렀다.“장군님을 모셔오너라!”그녀가 막 나가려던 찰나, 용우천이 사람을 거느리고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최유신이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을 보자 눈썹을 찌푸리며 낮게 꾸짖듯 물었다.“아직도 출발하지 않았습니까?”최유신은 조심스레 답했다.“약은 마셨는데 별다른 반응이 없습니다.”그녀의 말에 용우천은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그게 무슨 말입니까? 마신 지 얼마나 됐는데요?”“꽤 지났습니다. 지금쯤이면 정신을 잃었어야 정상인데...”그러자 용우천의 이마가 점점 구겨졌다.“대군자가는 성정이 급합니다. 벌써부터 재촉하고 있어요”“아직 단장을 마치고 있다고 둘러대면 안 될까요?”용우천은 잠시 말을 아끼다가 낮게 중얼댔다.“조금만 더 기다려보지요.”그렇게 또 반 시진이 흐르자 마침내 인내심이 폭발한 예종대군이 날뛰기 시작했다. 용우천이 아무리 달래도 소용없었다. 이성을 전부 잃어버린 예종대군은 예조판서와 맞혼례를 책임지는 인솔 사령들을 끌고 직접 봉의당으로 들이닥쳤다.용우천은 예종대군의 눈에 맺힌 분노를 보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곧장 앞으로 나서며 허리를 숙였다.“대군자가를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하다니 이 모든 것은 신의 실책입니다.”그러나 예종대관은 이미 한계에 도달한 상태였다.“지금 몇 시인지 아는 것이냐? 아직도 봉란화에 오르지 않았다니! 자정이 코앞이다! 지금 다들 궁문 밖에서 새 중전을 맞이하기 위해 무릎을 꿇고 기다리고 있단 말이다. 당장 입궐하라 전하거라.”예종대군의 목소리는 분노로 차 있었고 그 한마디에 모든 공간이 얼어붙은 듯 정적이 흘렀다. 그때 곽 나인이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대군자가 노여움을 거두소서. 중전마마께서는 언제든 출발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출가 전 부모님을 뵙고 작별 인사를 드리겠다 하시는데… 장군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셔서...”곽 나인의 말은 명백히 용우천의 체면을 짓밟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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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그 아이는 어차피 반쯤은 죽은 몸이니 괜히 신경 쓰지 마세요. 일단은 용가의 부귀영화를 지키는 것이 우선입니다.”곁에서 유모가 그렇게 조용히 권하자 큰 마님의 억눌렸던 감정이 다소 누그러졌다.그녀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더니 낮게 말했다.“가마에 실어 나를 데려가거라.”분노는 가시지 않았지만 그녀 또한 대세 앞에서 물러설 줄 아는 사람이었다. 곧 가마를 탄 일행이 봉의당 앞에 당도했고 큰 마님은 가마에서 내려 하녀의 부축을 받아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단정히 몸을 숙이며 예종대군에게 예를 올렸다.“대군자가를 뵙습니다.”그는 손을 들어 형식적으로 그녀를 받들며 말했다.“큰 마님, 너무 예를 차리셨습니다. 오늘은 용부의 경사로운 날이지요. 큰 마님께서 빠지면 곤란합니다.”그의 말은 공손했으나 속에 담긴 뜻은 명확했다. 결국 큰 마님이 체면을 내세워 이 사단을 만들었고 시간을 허비했다는 말이었다.“비록 늦긴 했으나 그래도 도착하지 않았습니까? 예조판서께서 중전마마께 가마에 오르시라 전해 주시지요.”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례를 맡은 내시에게 명을 내렸다.“중전마마, 화가에 오르시옵소서!”그 외침과 동시에 폭죽 소리와 함께 음악이 울려 퍼졌다. 기쁨의 장단에 맞춰 희녀가 등을 굽혀 용지안을 업고 봉의당을 나섰다.그때 마침, 밝은 달빛이 뜰을 환히 비추고 있었고 정원 곳곳에는 붉은 등이 가득 켜져 있었다. 덕분에 그 자리에 선 이들 얼굴에 떠오른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용지안의 머리에는 붉은 비단 장막이 덮여 있었으나 희녀의 걸음에 따라 장막이 들썩이면서 주변의 시선들이 장막 사이로 스며들었다. 그녀는 그 틈으로 모든 이의 표정을 또렷이 기억속에 새겨 넣었다.“중전마마께서 입궐하시니 모두 무릎을 꿇고 전송 드리옵소서!”그 외침에 용가의 모든 사람들은 무릎을 꿇었다. 가장 앞에 선 사람은 최유신과 용우천이었다. 두 사람 모두 핏기 없는 얼굴에 귀까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수치와 원한이 눈동자 속에 차오른 그들은 용지안에 대한 분노로 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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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말을 마친 뒤 곽 나인은 손을 뻗어 최유신을 부축해 일으켰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곽 나인을 따라 용지안의 봉란화 앞으로 걸음을 옮겼고 붉게 드리운 장막 앞에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서 있었다.그 순간, 장막 안에서 한 송이 백옥 같은 손이 뻗어 나와 그녀의 손을 살짝 잡아끌었다. 붉은 비단으로 드리운 장막은 피 안개처럼 일렁이며 스쳐 지나갔고 그 찰나의 장면이 최유신의 심장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뒷덜미를 타고 올라오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그때 용지안이 낮은 웃음소리와 함께 입을 열었다.“어머님, 그리 놀라실 것 없습니다. 저는 반드시 다시 뵈러 올 테니까요.”‘반드시’라는 마지막 세 글자는 마치 새털처럼 가볍게 최유신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왜일까? 용지안의 말이 꼭 징조처럼, 필연처럼 느껴졌다.그때 금실로 수놓은 마차의 봉황 장막이 천천히 내려오며 그 붉은 그림자를 가려내었다.“출발하거라”사례를 맡은 내시의 외침이 날카롭게 울렸다.열여섯 명의 인부가 봉란화를 들고 폭죽과 악기 소리에 맞춰 봉의당을 빠져나갔다. 그제야 사례 내시는 몸을 돌려 뒤에서 무릎을 꿇고 있던 용가 사람들에게 일어서라 일렀다.큰 마님은 온몸을 벌벌 떨다가 끝내 억누르지 못한 분노에 피를 토해냈다. 붉은 선혈이 입가를 타고 흘러나왔고 용가 사람들은 그제야 일제히 허둥지둥하기 시작했다.밤은 깊어 해시가 되었고 도성에는 이미 금령이 내려져 길 위에는 인적이 끊긴 상태였다. 청석이 깔린 거리에는 검과 칼을 찬 병사들만이 순찰을 돌고 있을 뿐 개미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그 가운데 북소리와 악기 소리가 울려 퍼졌고 폭죽 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병중인 전하가 맞이하는 새 중전을 모시기 위해 왕실의 의병대와 의장대가 거대한 행렬을 이루며 자용성으로 향하고 있었다.달빛은 거리 위에서 은빛 물결처럼 일렁였고 그 아래 선 이들 모두의 어깨 위에는 한줄기 찬 빛이 얹힌 듯했다. 그런데도 이 거대한 혼례 행렬 속, 웃는 얼굴 하나 없이 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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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곽 나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말했다.“제가 직접 아뢰겠습니다.”용지안은 말없이 장막을 내리고는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곽 나인은 재빨리 발걸음을 옮겨 말을 탄 채 행렬을 인도하고 있던 예종대군 곁으로 다가갔다. 그녀가 용지안의 뜻을 전하자 예종대군은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본래 중전이 몸종을 데리고 입궁하는 건 예법에 어긋나나 지금은 그걸 따질 상황도 아니니 그냥 해주는 게 좋겠다.”그렇게 말하며 그는 호위 중 한 사람을 불러 곧장 용부로 되돌아가 길상과 여의를 데려오게 했다.용지안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용지안이 떠난 뒤 최유신은 그 모든 울분과 수치를 길상과 여의에게 쏟아붓고 있었다. 만일 예종대군의 호위가 조금만 늦게 도착했다면 그 두 하녀는 그날 밤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봉란화는 마침내 자용성의 정문 앞에 멈춰 섰다. 그곳은 전하의 아침 조회 때 조정 신료들이 줄지어 들어서는 궁궐의 으뜸 관문이었다. 오늘 그 문 앞에는 밤새어 부름을 받은 문무백관들과 각 가문의 고명부인들이 도열해 있었다. 봉란화가 도착하자 그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고 외쳤다.“중전마마를 뵙습니다.”울려 퍼지는 목소리와 함께 붉은 가마는 궁문을 지나 웅장한 행렬과 함께 문덕전 앞까지 이어졌다. 곽 나인이 장막을 걷고 용지안을 부축하자 그녀는 조용히 가마에서 내려 문덕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그 뒤로는 사례를 맡은 내시들과 예부의 고관들 그리고 서른 명에 이르는 궁녀들이 줄지어 그녀를 따랐다. 모두가 하나같이 단정한 얼굴로 대리석 석계 위를 말없이 걸었다.전각 앞에서는 사례 수장이 중전에게 보책을 수여했고 그에 따라 대갓집 중신들과 귀족, 문무백관, 고명 부인들이 차례로 중전에게 절을 올렸다.의식이 끝나고 문덕전을 벗어나 후궁으로 향하자 화려한 궁복을 입은 여인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그 선두에 선 자는 동 귀비었다.그녀는 본래 전하의 정실부인이었으나 폐위되어 냉궁에 갇혔다가 겨우 며칠 전 풀려나온 인물이었다. 중전을 맞는 의례는 오직 그녀만이 감당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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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그 중년 여인은 전하의 마른 손을 조심스레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오더니 단정히 몸을 굽혔다.“저는 건청전 총책 궁녀 진여라 하옵니다. 중전마마를 뵙습니다.”용지안은 그녀의 인사를 받으며 시선을 곧장 침상 위로 옮겼다. 그곳에는 숨을 쉬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노인이 누워 있었다.피부는 이미 누렇게 뜨고 눈 밑은 짙게 꺼져 있었으며 입 가장자리에는 말라붙은 거품이 희끄무레하게 맺혀 있었다.‘이분이… 그 전하 노인이겠지.’용지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비록 그녀의 나이에 비해 전하를 노인이라 칭하기에는 다소 뻔뻔한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지금 이 몸의 주인은 열여섯 밖에 되지 않았기에 그냥 자신도 젊은 것이라 우기기로 했다. 그러다 속으로 자기 위로를 하는 모습이 퍽 민망했는지 그녀는 괜히 헛기침을 하며 얼굴을 붉혔다.“마마, 너무 두려워하지 마세요. 전하께서는 단지 깊은 잠에 드신 것뿐입니다. 오늘 밤은 전하 곁에서 편히 묵으시지요.”용지안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모두 물러가거라.”진여는 잠시 멈칫하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마마, 궁중의 법도에 따라 저희는 이곳에 남아 시중을 들어야 하옵니다.”그녀는 조용히 전각 안을 둘러보았다. 굵은 아기 팔뚝만 한 초 열여덟 자루가 사방의 촛대 위에서 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방 안에는 열댓 명의 궁녀들이 허리를 곧게 세운 채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는데 모두 감정 없는 인형 같았다.그리고 이곳은 신방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황량했다. 상 위에는 따뜻한 국 한 그릇은커녕 입에 댈 만한 간식거리조차 없었다.용지안은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먹을 건 없느냐? 배가 좀 고파서 말이지.”죽음을 앞둔 중전이라 해도 굶겨 죽일 순 없지 않은가? 진여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답했다.“내일 아침 일찍, 아침식사를 들이겠습니다.”그 말인즉 오늘 밤은 굶으라는 뜻이었다. 용지안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럼 화장이나 좀 지워주거라.”진여가 손짓하자 두 궁녀가 앞으로 다가오며 공손히 말했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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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그녀는 깜짝 놀라 안으로 달려가 확인하려 했지만 허공 어딘가에서 황금빛의 둥근 광환이 층층이 내려와 그녀를 감싸안았다. 그 빛은 마치 보이지 않는 밧줄처럼 그녀의 손과 발을 얽어매었고 그녀는 점점 사지의 감각을 잃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진여는 점차 머릿속이 흐려지기 시작했고 지난 일들이 자신의 눈앞에서 스쳐 지나갔다. 귓가에는 윙윙거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맴돌았기에 그녀는 본능적으로 두 귀를 막으려 손을 들었다. 그 순간 시야가 암흑에 잠기더니 땅바닥에 쓰러졌다.용지안은 조용히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진여와 궁녀들이 차례로 바닥에 쓰러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녀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자신은 사랑과 아름다움의 화신이었기에 누군가를 먼저 상처 입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들도 그냥 한동안 깊고 달콤한 꿈을 꾸게 되겠지.그녀는 침상 곁에 앉아 전하의 병든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말라비틀어진 입가, 어두운 눈 밑, 피기 없는 입술… 숨만 붙어 있을 뿐 곧 죽을 사람의 얼굴이었다.그녀는 그의 손을 들어 올렸다. 메마른 손바닥의 생명선은 이미 끝에 다다라 있었다.그 순간 용지안의 이마에서 한 송이 연꽃이 피어나듯 떠올랐다. 그 빛은 물결처럼 퍼지다 전하의 심장 위에 조용히 내려앉더니 천천히 하나의 인장이 되어 각인되었다.잠들어 있던 그의 미간이 몇 차례 미세하게 떨리더니 문득 눈을 떴다. 그는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눈앞에 선 여인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맑고 깊은 눈매에 담담하게 웃고 있는 입매. 그녀는 냉정하고 고요한 아름다움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너는… 누구냐?”오랜 침묵 끝에 내뱉은 전하의 목소리는 마치 오래된 대장간에서 삐걱거리는 풀무 소리 같았다. 쇠녹과 시간의 흔적이 뒤섞인 거칠고 낡은 음성...“이 노인네는 전하의 중전이지요.”용지안은 태연히 웃으며 말했다.“‘노인네’? 중전?”전하의 얼굴에 냉소가 스치며 왕의 기세가 되살아났다. 썩은듯한 얼굴에도 번뜩이는 광채가 깃들어 있었다. 사실 그는 겨우 마흔을 넘긴 중년의 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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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너는 몇 살인 것이냐?”전하는 냉정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용지안은 슬픈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노인네는... 삼백오십이 되었을 때부터 나이를 세는 걸 그만두었습니다. 이상하게 숫자를 셀수록 마음이 허무해지기만 하더군요.”“만약 짐을 속인다면 어떤 죄가 따르는지 알고는 있느냐?”전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노려보았다.“이 세상 사람들은 진실을 말해줘도 믿지 않는군요. 뭐...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닙니다. 전하보다 한참 어려 보이는 여자가 나이가 많다고 하니 전하의 체면이 많이 상하실 겁니다.”“저는 전하를 깨운 장본인이지요. 그런데 제 나이에만 관심을 가져준다면 너무 슬플 것 같습니다.”전하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응시했다. 용지안 역시 마찬가지로 그의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녀가 사는 시대에서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피하는 건 무례함의 다른 이름이었으니까.“짐을 일으키거라.”용지안은 조용히 손을 내밀어 그의 팔을 받쳐주었다. 전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침상 아래 놓인 검은 비단 신발에 발을 들이밀었다. 그 순간, 용지안은 물소매를 가볍게 휘돌며 장막을 걷었다. 묵직한 휘장이 부드럽게 들리더니 스르르 양옆의 갈고리에 가지런히 걸쳐졌다. 전하는 그 모습에 약간 놀란 듯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시선을 돌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진여와 궁녀들을 바라보았다.“저것들은 죽은 것이냐?”왕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잠든 것뿐입니다.”그녀의 말이 끝나자 전하는 휘청이며 진여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 창백하고 길쭉한 손가락이 조용히 그녀의 눈썹을 따라 미끄러졌다. 그러다 무언가를 떠올린 듯 그는 갑자기 손을 거두었다.용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의 동작을 세심히 살폈다.“저 아이를 침상 위로 옮기거라. 바닥은 차다. 하룻밤 그렇게 누워 있으면 병이 날 것이다.”전하가 낮은 목소리로 명하자 용지안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전하는 이제 혼자서도 들 수 있을 만큼 기력이 회복되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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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용지안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었다.“전하, 모든 일에는 인과가 있습니다. 오늘 민 가가 이토록 막강해진 건 전하의 책임도 있지요.”용지안은 이어 설명을 덧붙였다. 민 가는 쉽게 세자를 폐할 리 없을 것이고 전하의 깊은 신뢰를 받던 중전, 즉 민 귀비는 자신의 아들을 세자로, 그녀의 딸을 진국공 줄호 세웠다고 알려주었다. 그 외에도 대비를 포함한 민 가의 수많은 친인척들이 요직을 장악했고 그들의 세력은 궁중 밖 가축까지 압도했다고 설명했다.전하가 어리석었기에 이런 일을 초래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는 지나치게 민 가네 집안을 믿었기에 일어난 결과였다. 그 믿음이 거대한 그림자를 만들어냈고 병이 깊어진 뒤에야 간신히 대신의 상소로 진실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상소에 따르면 당시 민 태서가 조정을 농락하고 인사를 매수하여 세력을 키워 왕좌에 군림하려는 기미가 보인다고 적혀있었다. 그제야 전하는 뒤늦게 손쓰려 했지만 그때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려 돌이킬 수조차 없는 상태였다.그가 최후의 힘을 다해 내린 중전 순장 조서는 사실 민 가에게 겨누는 마지막 칼날이었다. 그러나 민 귀비의 고모인 대비마마 역시 민 가네 사람이었으니 전하가 그 집안에 한 방 먹이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모든 얘기를 듣게 된 전하는 비틀거리며 탁자에 몸을 의지하고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더니 조용히 무릎을 꿇고 앉아 쓰러진 진여를 안아 침상에 눕혔다. 전하는 그녀에게 얇은 비단 이불을 덮어주고는 곁에 앉아 오래도록 진여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에는 애틋함과 회한이 스며 있었다.용지안은 그의 곁에 앉더니 말없이 그가 입을 열기만을 기다렸다.“무엇이라도 좋다. 그대는 어떤 제안을 할 것인가? 공을 세운다면 순장 명을 철회할 것이다.”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용지안은 눈빛을 반짝이며 물었다.“전하, 엽전을 갖고 계십니까?”전하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갸웃했다. 천하의 왕인데 어찌 주머니에 엽전을 지니고 있겠는가? 전하가 어이없다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자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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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전하의 얼굴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설명이 그게 전부인가?”용지안은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아! 또 하나의 해석이 있습니다. 전하, 금잠곡이라고 들어보신 적 있으신지요? 세상에서 가장 독하다는 곡독입니다. 이 세상에 가장 악질스러운 것들만 모아 만들어낸 저주의 결정체이지요. 파멸의 씨앗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한 나라가 그런 것들로 가득 차 있다면 그 끝이 어떨지. 굳이 말 안 해도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그의 몸이 순간 휘청거렸고 창백한 얼굴에는 절망이 서려있었다.그는 용지안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금잠곡, 그건 곧 민씨 가문을 뜻할 것이다. 그들은 천천히, 그러나 집요하게 주나라의 근간을 갉아먹고 있었다. 때가 되면 왕조는 무너질 것이고 천자는 교체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세자는 결국 그들의 꼭두각시가 되겠지. 기개는 있으나 뜻을 펼칠 능력은 부족하기에 결국 민 가문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그는 자신의 아들이 어떤 사람이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 아이는 민가 사람들을 경계하지도, 의심하지도 않았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세자도 그들을 충성스럽고 정직한 조정의 중신이라 믿었다.“정말로 방법이 없는 것이냐?”용지안의 입꼬리가 가늘게 올라갔다.“천하의 모든 사물은 상극이 있기에 균형을 이룹니다. 금잠곡이 아무리 독해도 그것을 제어할 수 있는 존재가 반드시 있지요. 민씨 가문이 천하를 장악했다고는 하나 그들을 억누를 사람이 없겠습니까?”전하는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런 자가 있다는 말이냐? 민 태사를 제압할 수 있는 자가?”그는 즉시 한 사람을 떠올렸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안 돼. 그 자는… 아니다.”용지안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전하께서 그를 두려워하신다는 것도 잘 압니다. 허나 지금 이 국면을 뒤집을 수 있는 건 오직 그 자뿐입니다. 제2의 민 태사가 나올까 염려되긴 하지만 그가 담고 있는 것은 금잠곡보다 더 한 맹약이거든요.”전하는 말없이 그녀를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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