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그는 움찔하며 손을 거두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용우천의 움직임이 지나치게 거셌던 탓에 그는 중심을 잃고 그대로 침대 옆 조각이 세워진 나무 기둥에 부딪치고 말았다.쿵!낮게 울린 충격음과 함께 기둥 곁에 놓인 찻잔과 접시들이 와르르 쏟아져 바닥에 부딪히며 파편처럼 흩어졌다. 문밖에서 긴장하며 서 있던 동 씨와 철 씨는 반사적으로 달려가려 했지만 곽 나인이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용우천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분노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네가… 감히 몸에 비수를 지니고 있었단 말이냐?”그 말속에는 깊은 공포가 숨겨져 있었다. 혹여 이 아이가 품은 것이 단순한 원망이 아니라 용가에 대한 복수라면? 그녀는 어차피 죽음을 앞두고 있었다. 잃을 것도 없고 무서울 것도 없는 그녀라면 충분히 숨겨둔 비수로 왕을 해코지하고도 남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용가 전체가 그 핏값을 치러야 했다.용지안은 물기가 서린 눈으로 조용히 말했다.“아버님, 저는 이제 다시 못 돌아올지도 모릅니다.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저를 키워주신 어르신들께 하직을 드릴 수 있게 해주십시오. 딸로서 마지막 도리조차 버릴 수는 없습니다.”그녀는 그저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 말속에 담긴 절절한 슬픔이 방 안을 차디차게 적셨다. 하지만 눈동자에 맺힌 눈물은 끝내 흐르지 않았다.용우천은 속으로 이를 악물었다. ‘이 연기, 이 눈물, 이 애처로운 말투까지... 전부다 거짓이라는 걸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느냐? 너는 항상 이런 식이지. 이런 표정으로 사람들을 잘도 속여왔었지.’현대에 살아가던 시절, 용지안은 연극 수업을 받은 적이 있었다. 만약 그녀가 연예계에 남았더라면 아마 지금쯤 최고의 배우가 되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날 양동매의 위패를 세우겠다고 협박했을 때도 이 얼굴이었다.그녀의 가증스러운 표정에 용우천은 속이 울렁거려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는 이가 갈리는 기분으로 차갑게 내뱉었다.“비수부터 내려놓거라.”용지안은 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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