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권세를 품은 용대비: Bab 11 - Bab 20

100 Bab

제11화

교인나인은 잠시 용씨 부인을 바라보더니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중전마마께서 낮잠을 주무시는데 어찌 감히 뭐라고 하겠나?”그 한마디에 용씨 부인은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입을 열었다.“그렇지요… 그럼 밖에 나가서 차라도 한 잔 드시는 건 어떻습니까?”그러자 교인나인은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아니다. 이만 돌아가 보거라. 나는 대비마마의 명을 받고 왔으니 중전마마께서 입궁하실 때까지 이 장군댁에 머물러야 할 것 같구나. 며칠 신세 좀 져야겠어.”“신세라니요... 마님께서 있음으로 하여 저희 장군댁이 더욱 빛이 나는 걸요. 다만 저희 집 하녀가 제대로 모시지 못할까 염려될 뿐입니다.”용씨 부인은 말끝을 흐리며 애써 웃어 보였다. 그러나 속으로는 화가 치밀어 올라 이를 갈고 있었다. 나인은 지금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자신의 체면을 깎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교인나인은 그녀의 말을 듣는 척도 하지 않고 손으로 문쪽을 가리키며 말했다.“용씨 부인은 저쪽으로.”그 손짓 하나에 용씨 부인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한순간 피가 머리끝까지 솟아올랐지만 억지로 참아내며 말했다.“그럼 저는 물러나겠습니다.”그녀는 방을 나서면서도 눈을 흘겨 이불 속에 파묻혀 자는 용지안을 노려보았다. 이 모든 모욕이 바로 저 아이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용지안은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깨어났다. 커다란 이불을 끌어안은 채 천천히 상체를 일으키자 여의가 곧장 방으로 달려왔다.“큰 아가씨, 이제야 일어나셨군요!”용지안은 아직도 잠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표정으로 하품을 하며 중얼거렸다.“배고프구나.”그러고는 맨발로 바닥에 내려앉으며 말했다.“뭐라도 좀 가져오렴.”“예, 벌써 다 준비해두었습니다.”여의는 그녀의 어깨에 옷을 걸쳐주며 말했다.“부엌에서 따뜻하게 데워놓았습니다. 지금 바로 갖다 드릴게요.”바로 그때 조용히 문이 열리고 교인나인이 들어섰다. 그녀는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궁중 이품 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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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용지안은 조용히 의자에 앉아 한 손에는 밥그릇을, 또 다른 손에는 젓가락을 들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자신이 지켜낸 건 오직 손에 들고 있는 그릇과 그 속에 담겨있는 흰쌀밥뿐이었다.그녀의 시선은 눈앞에 있는 용지현에게 고정되었다. 석류꽃 무늬가 수놓인 연두색 치마가 그녀의 몸매를 부드럽게 감쌌고 밀랍처럼 희고 고운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하지만 붉게 물든 얼굴은 도리어 그녀의 예쁜 이목구비를 더욱 부각시켜주었다.반면 용지안의 모습은 창백한 얼굴에 여위고 왜소했다. 옷감 하나조차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초라한 행색이라 마치 어디서 떠돌다 온 거지나 다름없는 몰골이었다.용지현은 분노를 삭히지 못하고 순식간에 다가와 손을 번쩍 들더니 그대로 따귀를 날리려 했다. 그 순간, 몸종인 여의가 몸을 날려 용지안을 보호해 주었고 용지현의 손은 여의의 뺨에 떨어지고 말았다. 명쾌한 소리와 함께 여의의 빰이 순식간에 부어올랐고 얼굴에는 또렷한 손바닥 자국이 남아있었다.“비켜, 이 천한 것이!”용지현은 여의가 가로막은 것에 분이 풀리지 않은 듯 그녀를 거칠게 밀쳐 쓰러뜨리더니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서서 손가락으로 용지안의 이마를 거세게 찔러댔다.“네가 진짜 중전이라도 되는 줄 알아? 넌 궐에 들어가서 순장 당할 거야. 곧 죽을 거면서 뭘 믿고 이렇게 거들먹거리는 거지? 예전에 내가 너를 어떻게 다뤘는지 잊은 모양이네? 다시 손톱 밑에 바늘을 꽂아줘야 정신 차릴 거야?”용지안은 온몸을 움찔거리더니 고개를 흔들었다.“싫어...”“이제야 무서운 거야?”용지현은 비웃으며 그녀의 손에 들린 그릇을 쳐내더니 다시 그녀의 이마를 찌르며 날을 세웠다.“기억해. 넌 언제까지나 내 앞에서 꼬리나 흔드는 개일뿐이야. 내가 일어서라면 일어서고 무릎을 꿇으라면 꿇어야 한다고. 내가 죽으라고 하면 그냥 죽으면 되는 거야.”그 순간 누군가가 용지현의 손목을 세차게 움켜잡았다.“그런 말은 삼가는 게 좋을 것이다.”용지현은 본능적으로 팔꿈치로 뒤에 있는 사람을 내리치려 했지만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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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방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고 아무도 선뜻 움직이지 못했다. 그러자 용지안은 시선을 용지현에게로 돌리며 나지막이 말했다.“저 아이의 겉옷을 벗기거라.”그 말에 용지현은 마치 방망이로 뒤통수를 맞은 듯 멍해졌다. 방금 들은 말을 겨우 이해한 용지현은 그제야 얼굴을 붉히며 고함을 질렀다.“용지안, 네가 드디어 미쳤구나? 감히 나를 능멸해?”두 명의 호위병은 조심스럽게 교인여관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자 그녀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눈썹을 찌푸렸다. 용지안이라는 여인은 방금 전까지 웃는 얼굴로 용지현의 손을 자르라고 하더니 이제는 그녀의 옷을 벗기라 명하고 있었다. 교인나인은 그저 저 아이의 체면을 세워주려고 했을 뿐인데 결국에는 일을 키운 꼴이 되고 만 것이다.장군댁은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되는 집안이었다. 대비의 당부도 있었지만 훗날 세자가 즉위하게 된다면 용 장군은 그의 중요한 조력자가 될 것이다. 그러니 무턱대고 이 집안을 건드릴 수는 없었다. 그녀는 잠시 눈을 내리깔고는 조용히 명했다.“끌고 나가서 뺨을 치거라.”그리고 용지현의 겉옷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겉옷은 벗겨서 중전마마께 드리도록.”나인은 중전의 명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그녀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한 최선을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호위병들은 곧장 용지현의 팔을 붙잡고 끌고 나갔다. 그녀는 뿔난 말처럼 발을 구르며 외쳤다.“놔! 이 천한 것들이 어디서 감히 나한테 손을 대는 것이냐? 내가 누군지 알고? 나는 이 집안의 둘째 아씨란 말이다!”교인나인은 조용히 용지안을 향해 몸을 낮추며 물었다.“중전마마, 이 정도 처분이면 만족하시겠습니까?”용지안은 눈을 반쯤 감은 채 물었다.“자네는 이름이 뭔가?”그 질문에 교인나인은 잠시 당황했다. 몸이 왜소한 소녀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이상하리만큼 위엄이 넘쳤다. 그녀는 서둘러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제 이름은 곽옥현입니다.”용지안은 흥미도 실망도 담지 않은 어조로 말했다.“그래. 옥현. 내 뜻을 따를 생각이 없다면 다시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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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용씨 부인 최유신은 용지현의 울먹이는 말에 끝내 인내심을 잃었다. 그녀는 탁자 위에 놓인 금테 찻잔을 쓸어버렸다.“용지안, 감히 너 따위가!”용지현은 부풀어 오른 뺨을 어루만지며 눈물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어머니, 이 치욕… 꼭 갚아주세요! 그년의 손발을 잘라 개밥으로 던져버릴 거예요.”딸의 뺨에 찍힌 손자국을 바라보는 최유신의 가슴속에는 분노가 치밀었다. 그녀는 깊은숨을 내쉬며 의자에 앉았다.“정아, 이 아이를 데리고 나가거라.”용지현은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쳤다.“어머니, 지금 사람을 불러서 그 계집을 잡아와야죠. 이런 수모를 겪었는데 절대 용서하면 안 됩니다!”하지만 최유신의 얼굴빛은 순식간에 어두워지며 단호하게 외쳤다.“물러가거라. 나에게는 다 계획이 있어. 지금 감정 따위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용지현은 어머니의 낯빛이 달라진 것을 느끼고는 비로소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억울함과 분노로 가슴이 들썩였지만 그저 옆에 서서 눈물만 훔쳤다. “저 아이 옷을 찢어서 큰 마님께 데리고 가거라. 큰 마님께서 저 아이를 아끼시니 이 모양을 보면 분명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백이는 짧은 침묵 끝에 잔인한 웃음을 지었다.“명을 받들겠습니다.”큰 마님은 용지현을 각별히 아꼈다. 용모가 뛰어난 데다 곧 판조의 측실로 들어갈 몸이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런 손녀가 누군가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그 분노는 고스란히 용지안에게 향할 터였다. 그녀의 예상대로 큰 마님은 분노로 부들부들 떨며 백이를 향해 얘기했다.“유신에게 전하거라. 알아서 처리하라고 말이다. 다만 숨통은 끊지 말도록.”그리고 그 말을 전해 들은 최유신은 천천히 입꼬리를 말아올렸다.“그 말씀이면 충분하다.”이제 마지막 사람의 동의만 거치면 용지안에게 손을 써도 문제 될 것 없었다. 바로 이 집의 진짜 주인, 용우천이었다. 아무리 큰 마님의 명이 떨어졌다고 해도 그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었다.그날 밤, 반쯤 술에 절어 돌아온 용우천은 최유신 앞에서 울고 있는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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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최유신은 다급히 무릎을 꿇고 용우천의 옷자락을 붙들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힘이 없었으나 말끝에는 간절함이 묻어났다.“장군님, 그날 저는 동매에게 약속했습니다. 그 여인의 아이를 정성껏 돌보겠다고 말입니다. 용지안이 이 지경이 된 건 모두 제 탓입니다. 장군님께서 꼭 누군가를 벌하셔야겠다면 부디 저를 혼내주세요. 그러면 혹여 궁에서 죄를 묻더라도 모두 제 책임이라 둘러댈 수 있을 겁니다.”용우천은 이내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내 어찌 그 마음을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부인께서 나선다 해도 고작 몇 마디 꾸짖고 말겠지요. 부인은 심성이 너무 착해서 문제입니다. 그런 성격으로 살다가는 손해를 보게 될 거예요.”최유신은 억지로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조금 손해 보는 게 뭐 어때서요? 지안이는 자존심이 강한 아이라 말 몇 마디로도 큰 상처를 입힐 수 있습니다. 이제 곧 입궁할 몸인데 일을 크게 만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그녀는 몸을 돌려 백이에게 명했다.“장군님께서 술을 드셨으니 어서 안으로 모셔라.”그 말에 용우천의 얼굴은 삽시에 밝아졌다. 그의 입가에는 의미심장한 웃음이 떠올랐고 백이는 얼굴을 붉히며 머뭇거리다 조용히 대답했다.“예, 마님.”용지현은 그 광경을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입술을 달싹이며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최유신에게 팔이 붙잡혔다.“지현아, 너도 어서 방으로 돌아가거라. 하인들에게 이런 꼴을 보여서는 안 된다. 곧 판조대군의 측실이 될 몸이지 않느냐? 품위를 지켜야지.”“예.”용지현은 분노를 삼키며 마지못해 물러났다. 백이가 용우천을 부축해 안채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유신의 얼굴에는 서릿발 같은 기운이 서렸다. 용우천의 손이 백이의 허리를 슬쩍 감싸는 모습을 보자 그녀의 눈빛은 차가운 불꽃으로 번뜩였다.사람들은 최유신을 지아비의 사랑을 독차지한 행복한 부인이라 여겼다. 첩실도 없고 풍문도 없으며 기생과도 놀아나지 않는다는 점이 그의 형상을 더욱 완벽하게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그 모든 평화는 그녀가 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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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밤길을 걷던 두 명의 호위병이 조심스레 곽 나인에게 물었다.“혹시 일이 커질까 걱정되지는 않습니까?”그녀는 태연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걱정해야 할 사람은 우리가 아니지.”두 사람은 곽 나인의 말을 곱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면 손녀를 혼내겠다는 큰 마님의 뜻을 그들이 말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궁 안에서 누가 용지안 따위에게 마음을 쓰겠는가? 어차피 곧 사라질 이름인데.곽 나인이 호위병을 이끌고 큰 마님의 뜰에 들어서자 하인 하나가 부리나케 달려가 유신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그녀는 조용히 의자에 앉아 있었고 내실에서는 질펀하고 은밀한 소리와 낮은 숨소리가 어지럽게 얽히며 문틈 사이로 새어 나왔다. 그 소리에 유신의 속은 썩어들어갈 것 같았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조용히 숨을 삼켰다. 보고를 들은 그녀는 냉소 섞인 미소를 지으며 손을 저었다.“됐다. 가보거라.”그러고는 하녀 홍화를 불러 다정한 미소를 띠며 그녀에게 말했다.“안으로 들어가 장군님을 모셔라. 그리고 백이를 바깥으로 불러 내오거라.”백이는 간사했기에 잔꾀에 능한 인물이었다. 최유신은 용우천의 총애를 받고 있는 그녀가 미치도록 싫었지만 이런 상황에서 그녀를 이용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홍화는 얼굴을 붉히며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예, 마님.”그러고는 입가에 피어오른 희색을 감추지 못한 채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백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옷은 헤쳐지고 머리카락은 흐트러졌으며 뺨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녀는 옷을 여미며 최유신에게 물었다.“지금 가면 되겠습니까?”최유신은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차가운 말투로 일렀다.“옷부터 제대로 입고 말하거라.”“곧 끝납니다.”백이는 머리카락을 가다듬고 옷깃을 여민 뒤 초롱을 들고 앞장섰다.“마님, 이쪽입니다.”장군댁의 정원은 열 걸음마다 양각풍등이 걸려 있어 은은한 분위기를 풍겼다. 붉은 불빛 속에 그늘진 회랑은 환상처럼 어지럽게 펼쳐졌고 꿈처럼 아득히 빛났다. 백이는 최유신의 표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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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그만두거라.”최유신이 나직하게 말했다. 그러더니 냉정한 눈길로 길상과 여의를 훑어보고는 백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단 하루만 지안을 모셨을 뿐인데 충성심 하나는 갸륵하구나. 데리고 나가서 상을 내리거라.”“하녀로서 주인을 모시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과분한 은혜는 사양하겠습니다.”길상과 여의가 일제히 머리를 숙이며 응답했다. 그러자 백이는 기괴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마님께서 상을 주신다는데 감히 거절하겠다는 것이냐?”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는 두 사람의 팔을 거칠게 잡아끌며 문밖으로 향했다. 곧이어 그녀의 목소리가 서늘하게 울려 퍼졌다.“충성스럽다고 했지? 그렇다면 주인을 대신해 죄를 짊어지는 것도 너희 몫이겠지?”이윽고 문밖에서는 끔찍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고 최유신은 짙게 번진 잔혹한 웃음을 머금은 채 휘장을 걷고 천처히 침실 안으로 들어섰다.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방에는 오직 용지안의 숨소리만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녀는 코웃음을 쳤다. 한편으로는 죽을 날이 머지 않았으면서도 태평히 잠들 수 있다는 것에 감탄했다. 그녀는 침상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 발밑이 푹하고 꺼지며 그녀의 몸이 허공으로 내던져졌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본능적으로 뭔가를 붙잡으려 했지만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이게 도대체 어찌 된 일일까? 어째서 이곳이 절벽처럼 텅 비어 있는 거지?“백이!”그녀가 날카롭게 부르짖었으나 되돌아오는 것은 바람 소리뿐이었다.그때 어디선가 손 하나가 불쑥 튀어나오더니 그녀의 어깨를 움켜잡고 거칠게 아래로 끌어내렸다. 그녀는 살기 위해 그 손을 붙잡으려 했지만 그 손은 허공에서 스르르 사라지고 말았다. 마침내 그녀의 두 발이 땅바닥에 닿자 순식간에 눈앞이 밝아졌다. 최유신은 넋을 잃은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장군댁의 옛 나뭇간이었다. 정확히는 십여 년 전의 그곳이었다. 바로 이 자리에서 그녀는 양동매를 죽였다. 그때 당시 양동매의 사지를 잘라냈고 사방으로 튄 피는 바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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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퍼져 나오는 오한에 최유신은 숨을 들이켰다. 그녀는 간신히 정신을 부여잡고 백이를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방금 무슨 소리 못 들었느냐?”백이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대답했다.“잘은 모르겠습니다. 비명소리 같기도 했고...”최유신은 망설임 없이 휘장을 걷어 올렸다. 어두운 내실에는 어슴푸레한 벽등 하나만이 희미하게 깜박이고 있었고 그 불빛 아래에는 흰옷을 입은 그림자 하나가 조용히 서 있었다.그 순간 최유신은 피가 얼어붙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양동매에 대한 분노가 순식간에 두려움으로 바뀌었다. 과거 그날 밤의 고통과 비명, 피 냄새와 공포가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그 하얀 그림자가 천천히 등을 돌리자 눈앞에 들어온 얼굴은 용지안이었다. 그녀의 입가에 서늘한 웃음이 걸리자 최유신의 공포는 극에 달했다. 얼굴을 스치고 지나간 찬바람에 그녀는 거의 비명을 지를 뻔했다. 최유신은 흠칫하며 휘장을 내리쳤고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녀의 몸은 어느새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그러자 백이가 황급히 다가와 물었다.“마님! 왜 그러십니까?”하지만 최유신은 귀를 틀어막고 그대로 도망치듯 사라졌다. 귓가에는 아직도 양동매의 비명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한편, 용지안은 방 한가운데서 가만히 미소 지었다. 방금 전 그녀는 환술을 사용해 최유신의 가장 깊고 어두운 기억을 끄집어냈다.“마님, 다 자업자득입니다.”그녀가 직접 저지른 악행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저리 소스라치게 놀라는 거겠지. 그녀는 고요히 발걸음을 옮겨 바깥으로 나왔다. 계단 아래에는 길상과 여의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그들의 다리는 이미 부러져 있었고 치마는 피로 흥건해져 있었다. 아마도 내일이면 이들을 그대로 쫓겨날 것이다. 용지안은 조용히 몸을 굽히며 중얼거렸다.“인간이란 요괴보다 더 사악한 존재였구나.”그녀가 부드럽게 손을 펴자 손끝에서 연꽃 하나가 피어났다. 그 연꽃을 두 사람의 다리 위에 조심스레 올려두자 길상과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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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큰 마님의 말에 담긴 속뜻을 곽 나인이 모를 리 없었다. 이 나라의 대비조차 신중하게 다루는 인물인데 고작 궁중 이품 여관 신분인 자신이 감히 무슨 자격으로 그녀에게 큰소리칠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곽 나인은 궁중에서 수년을 버텨낸 인물었기에 앞날의 정세가 어떨지는 누구보다 그녀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용지안이 입궁하게 된다면 장군댁의 세력은 일시적으로 높이 치솟을 것이다. 대비는 미리 곽 나인에게 귀띔해 준 바가 있었다. 필요에 의해 용가를 이용하되 반드시 견제해야 한다고.세자가 즉위한 후 용가가 공을 세워 군권을 장악하게 된다면 결국 왕실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이 자리에서 굳이 큰 마님과 친분을 다질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불필요한 호의를 보이는 것이 장군댁의 기세에 날개를 달아주는 일일지도 몰랐다.그녀는 잔잔히 웃으며 말했다.“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대비마마께서는 열 근 정도의 운무차를 손에 넣으셨는데 그중 여덟 근은 벌써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었지요. 그리고 장군댁에는 딱 세 냥이 내려진 걸로 기억합니다.”큰 마님은 웃으며 받아넘겼다.“과연 대비마마의 곁을 오래 지키신 분이라 그런지 세심하군요. 궁 안의 일이 그리도 많은데 장군댁에 내려진 차의 분량까지 기억하시다니 놀랍습니다.”그러나 곽 나인은 굳이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머금은 뒤 미묘한 말투로 물었다.“큰 마님, 이 차는 샘물로 우리셨나요? 운무차는 음기가 센 산지에서 자란 탓에 정제된 물보다는 우물에서 떠온 물을 사용하면 본래의 운치가 더 살아납니다.”그 말은 곧 자신은 이 차를 익숙하게 마시는 사람이라는 뜻이었고 큰 마님이 대비의 총애라며 자랑하던 그 호사도 정작 궁궐 안에서는 그다지 특별한 물건이 아니라는 냉소적 경고이기도 했다.큰 마님의 얼굴빛이 잠시 굳어졌으나 이내 표정을 다잡고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다과도 좀 더 드시지요. 남기면 아깝지 않습니까.”곽 나인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큰 마님의 뜻은 감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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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곽 나인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전하는 완고하게 중전의 순장을 고집했고 그 일로 대비는 엄청나게 분노했다. 그러던 와중 용우천이 다 계획이 있다며 찾아왔다. 전하가 혼미한 틈을 타 후궁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죄로 중전을 귀비로 강등시키고 새로운 중전을 맞이하되 자신의 딸을 그 자리에 앉히라고 말한 것이었다.그 사실을 처음 들었을 때 곽 나인은 차마 믿을 수 없었다. 아비라는 자가 대비의 신임을 얻기 위해 자신의 딸을 제물로 바치다니. 그래서 그날 처음 용지안을 마주했을 때 그녀는 잠시 연민을 품었었다. 용지현이 찾아와 난동을 부리던 날에도 곽 나인은 용지안을 불쌍히 여겨 그녀의 편을 들어주었는데 결국 은화 한 장에 용지안을 향한 모든 감정은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곽 나인은 궁중에서 생활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가족들은 모두 도성에 있었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터라 집안사람들은 모두 곽 나인 하나에 의존하면서 생계를 유지해왔기에 처음 본 여인에 대한 연민 따위는 돈 앞에서 무용지물이었다.다시 처소로 돌아왔을 때 두 명의 호위병은 계단 아래에 어지럽게 흩뿌려진 핏자국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동 씨는 고개를 숙여 냄새를 맡아보더니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사람 피입니다.”곽 나인도 사색이 되어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미쳤어. 용우천... 그 자는 정말 미친 게 틀림없어.”곧이어 두 호위병은 미친 듯이 처소 안으로 뛰어들었고 곽 나인은 오한이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한 정적 속에 홀로 남겨졌다. 결국 자신의 탐욕이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게 된 것이다. 저 정도 핏자국이라면 그 아이가 살아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잠시 후, 두 병사가 다시 나오더니 숨을 고르며 말했다.“자고 있습니다. 상처도 없는 것 같아요.”곽 나인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벌렸다.“그런데 그 두 하녀는 어디에 있습니까?”동 씨가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설마... 그 하녀들이 당한 걸까요?”곽 나인은 곧장 하녀들의 처소로 달려가 창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들은 각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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