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씨 부인 최유신은 용지현의 울먹이는 말에 끝내 인내심을 잃었다. 그녀는 탁자 위에 놓인 금테 찻잔을 쓸어버렸다.“용지안, 감히 너 따위가!”용지현은 부풀어 오른 뺨을 어루만지며 눈물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어머니, 이 치욕… 꼭 갚아주세요! 그년의 손발을 잘라 개밥으로 던져버릴 거예요.”딸의 뺨에 찍힌 손자국을 바라보는 최유신의 가슴속에는 분노가 치밀었다. 그녀는 깊은숨을 내쉬며 의자에 앉았다.“정아, 이 아이를 데리고 나가거라.”용지현은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쳤다.“어머니, 지금 사람을 불러서 그 계집을 잡아와야죠. 이런 수모를 겪었는데 절대 용서하면 안 됩니다!”하지만 최유신의 얼굴빛은 순식간에 어두워지며 단호하게 외쳤다.“물러가거라. 나에게는 다 계획이 있어. 지금 감정 따위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용지현은 어머니의 낯빛이 달라진 것을 느끼고는 비로소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억울함과 분노로 가슴이 들썩였지만 그저 옆에 서서 눈물만 훔쳤다. “저 아이 옷을 찢어서 큰 마님께 데리고 가거라. 큰 마님께서 저 아이를 아끼시니 이 모양을 보면 분명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백이는 짧은 침묵 끝에 잔인한 웃음을 지었다.“명을 받들겠습니다.”큰 마님은 용지현을 각별히 아꼈다. 용모가 뛰어난 데다 곧 판조의 측실로 들어갈 몸이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런 손녀가 누군가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그 분노는 고스란히 용지안에게 향할 터였다. 그녀의 예상대로 큰 마님은 분노로 부들부들 떨며 백이를 향해 얘기했다.“유신에게 전하거라. 알아서 처리하라고 말이다. 다만 숨통은 끊지 말도록.”그리고 그 말을 전해 들은 최유신은 천천히 입꼬리를 말아올렸다.“그 말씀이면 충분하다.”이제 마지막 사람의 동의만 거치면 용지안에게 손을 써도 문제 될 것 없었다. 바로 이 집의 진짜 주인, 용우천이었다. 아무리 큰 마님의 명이 떨어졌다고 해도 그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었다.그날 밤, 반쯤 술에 절어 돌아온 용우천은 최유신 앞에서 울고 있는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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