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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1화

조금 전 윤태호는 오 할의 힘을 써서야 그 산문을 부수어 열 수 있었다.이렇게 보니 예전에 도악 스님이 산문을 찾아낸 뒤 무려 10년이 걸려서야 그 문을 열었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그때는 도악 스님의 힘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당시 도악 스님은 내공이 부족했기 때문에 산문을 열 수 없었던 것이다.겉보기엔 단순해 보이는 이 첫 번째 관문에는 깊은 뜻이 숨겨져 있었다.“일지검은 기로 검을 운용하는 검법이니 강력한 내공이 뒷받침되어야 하지요. 아마 공운 신승께서 이 관문을 만든 이유도 수련의 깊이를 시험하기 위해서였을 거예요. 수행이 부족한 사람은 검보를 볼 자격조차 없다는 뜻이지요.”동굴은 그리 깊지 않아 약 100m 정도였다.윤태호는 도악 스님을 따라 동굴을 빠져나왔고 눈앞에는 또 다른 산봉우리가 나타났다. 이 봉우리는 그리 높지 않아 1000m도 채 되지 않아 보였으며 산의 형세가 마치 칼과 같았다.윤태호가 한 번 훑어보더니 숨을 들이켰다. 그 산봉우리 위에는 돌로 만든 칼들이 빽빽하게 꽂혀 있었기 때문이다. 대충 봐도 수만 자루는 족히 되어 보였다.도악 스님이 윤태호에게 설명했다.“이 산의 이름은 도산이라 하네. 사부님께서 무려 6년 동안 직접 돌을 갈아 3만 6천 자루의 칼을 만들어 이곳에 꽂아 두셨지. 윤 시주는 어떤 외력에도 의지하지 않고 이 산을 올라야 하네. 그래야 두 번째 관문을 통과한 것으로 인정받을 걸세.”윤태호는 그 말을 듣고 속으로 투덜거렸다.‘6년 동안이나 돌을 갈아서 이런 걸 만들다니. 정말 한가한가 봐. 할 일도 없어?’그때 도악 스님이 다시 말했다.“이 도산은 나도 한 번 올라본 적이 있네.”“스님께서는 얼마나 걸리셨습니까?”윤태호가 물었다.“20년.”도악 스님이 이 말을 할 때 눈가에 자랑스러운 기색이 서려 있었다.마치 20년 만에 도산을 오른 것이 대단한 영광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윤태호는 입꼬리가 살짝 떨렸다.‘어휴, 도산을 올라가는 데 20년이 걸렸다니. 도악 스님도 꽤 한가하신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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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2화

“어?”도악 스님은 약간 놀랐다.그가 처음 돌칼 위에 올라섰을 때는 신발 밑창이 바로 찢어졌고 발바닥에도 깊은 상처가 생겼었다.다행히 그때 공운 신승이 곁에 있었기에 그를 돌칼 위에서 끌어 내릴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그런데 윤태호는 처음 돌칼 위에 올라섰는데도 이렇게 안정적으로 서 있었다.그때였다.찢어지는 소리가 났다.쓱.윤태호의 신발 밑창에서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돌칼이 밑창을 베어버린 것이다.도악 스님은 웃으며 말했다.“윤 시주, 이제 겨우 첫걸음일 뿐이네. 산꼭대기까지 오르려면 적어도 천 걸음은 걸어야 할 걸세. 정말 해낼 수 있겠는가?”“만약 자신이 없다면 내가 도와줄 수도 있네. 단 천룡사에 들어온다면 말이지.”윤태호의 얼굴에 잠시 망설임이 스쳤다.“도악 스님, 그래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요.”도악 스님이 말했다.“윤 시주, 무리하지 말게. 사람은 최선을 다하면 되는 법이네. 정 안 되면 내가 도와줄 수도 있지 않겠나.”“그래도 제가 한번 해보고 싶어요.”“윤 시주가 고집하니 더는 말리지 않겠네.”도악 스님은 말을 마치자마자 한 걸음 옆으로 움직여 윤태호의 뒤쪽에 가볍게 자리를 잡았다. 그는 윤태호가 다칠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이 돌칼들은 너무 날카로워 발바닥이 베이기라도 하면 균형을 잃고 곧바로 넘어질 것이다.온 산이 돌칼로 덮여 있어 넘어져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그 결과는 끔찍할 게 뻔했다.도악 스님은 윤태호가 넘어지는 순간 즉시 구해주기 위해서 그의 뒤에 섰다.“스님, 이제 산에 올라가도 될까요?”윤태호가 물었다.“물론이네.”도악 스님은 다시 한번 경고했다.“윤 시주, 꼭 조심해야 하네. 절대 무리하면 안 되네.”“알겠어요.”윤태호는 대답하고는 한 걸음 내디뎠다. 그는 돌칼 위를 밟으며 산 정상으로 향했다.순식간에 그는 곧 10여 미터쯤 나아갔다.도악 스님은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은 채 윤태호의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윤 시주가 젊은 나이에 저만큼이나 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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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3화

“스님, 과찬이세요.”윤태호가 물었다.“그럼 다음 시험은 무엇인가요?”“윤 시주, 이쪽으로 오게.”도악 스님은 그렇게 말하고 산 정상의 끝자락으로 걸어갔다.그곳에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쇠사슬 하나가 걸려 있었고 그 쇠사슬의 다른 쪽 끝은 백 미터 떨어진 또 다른 산봉우리로 연결되어 있었다.그 봉우리는 높이가 약 3000m로 푸른 봉우리가 하늘을 찌르고 흰 구름이 산허리를 감싸고 있어 마치 신선이 사는 세계 같았다.윤태호는 단번에 상황을 이해했다.“스님, 설마 이 쇠사슬을 밟고 저쪽 산봉우리까지 건너가면 이 관문을 통과하는 거예요?”“아닐세.”도악 스님이 고개를 저었다.“세 번째 관문은 저 맞은편 산봉우리 위에 있네.”“네? 그래요?”윤태호는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추측이 빗나갔기 때문이다.“윤 시주, 이쪽으로 오게.”이번에는 도악 스님이 더 사양하지 않고 곧바로 쇠사슬 위로 올라서더니 천천히 맞은편 산봉우리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윤태호가 따라가려던 찰나 쇠사슬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쇠사슬 다리를 건너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일이다.앞사람이 건너가면 다리가 흔들리기 마련인데 그 사람이 걸음을 크게 옮기면 흔들림도 더 커진다.윤태호가 마주한 상황이 바로 그것이었다.도악 스님은 체격이 조금 통통한 편이었고 걸을 때 양팔을 크게 흔들었다.게다가 산바람까지 거세게 불어오고 있어 쇠사슬은 더욱 격하게 요동쳤다.쇠사슬 아래는 백 장이 넘는 절벽이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쇠사슬 위를 걷는 것은 고사하고 아래를 한 번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기절할지 모르는 높이였다.그러나 윤태호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쇠사슬 위에 올라섰다. 그의 걸음은 느긋했고 표정은 침착했다.도악 스님은 한참을 걸어가다가 뒤에서 발소리가 들리지 않아 윤태호가 따라오지 않은 줄 알고 뒤돌아보았다.그런데 놀랍게도 윤태호는 그와 불과 반 미터 뒤에 서 있었다.윤태호의 발걸음은 매우 가벼웠고 산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어도 소리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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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4화

윤태호는 갑자기 이 모든 석굴이 매우 깊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재 그의 수련으로는 천안으로 그 먼 거리를 투시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게다가 이 석굴들은 겉모습이 거의 흡사하여 구별할 방법이 전혀 없었다.윤태호는 속으로 공운 신승과 도악 스님을 욕했다.‘이 스승과 제자는 정말 한가하기 짝이 없네. 이렇게 많은 석굴을 파느니 차라리 밖에 나가 벽돌이나 나르는 게 낫지 않겠어? 벽돌을 나르면 적어도 품삯이라도 받고 나라에 이바지할 텐데. 여기서 시간 낭비하는 것보다 훨씬 낫겠구먼.’윤태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결국 가장 멍청한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 바로 하나씩 들어가 보는 것이다.석굴이 720개이니 720번만 시도하면 공운 신승을 만날 수 있는 그 석굴을 찾을 수 있다.문제는 시간이 엄청나게 걸린다는 점이었다.하지만 지금 윤태호에게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윤태호가 막 움직이려는 순간 도악 스님이 말했다.“윤 시주, 사부님께서 규칙을 정해두셨네. 모든 사람에게는 단 한 번의 기회만 주어질 뿐이야. 만약 단번에 올바른 석굴을 찾지 못하면 사부님을 만날 수 없을 것이네.”“그렇다면 검보와도 인연이 없는 것이니 윤 시주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네.”‘젠장. 이렇게 많은 석굴을 두고 기회는 단 한 번이라니. 이건 사람을 골탕 먹이겠다는 거잖아?’윤태호는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스님, 저희는 친구가 맞나요?”윤태호가 갑자기 물었다.“그럼.”도악 스님이 고개를 끄덕였다.윤태호가 말했다.“그렇다면 스님께서 어느 석굴로 들어가야 공운 스님을 만날 수 있는지 저에게 직접 알려주세요.”‘꿈도 꾸지 마.’도악 스님이 말했다.“사부님께서 여기 시험을 두신 데에는 분명 뜻이 있네. 난 함부로 개입할 수는 없어.”“스님, 걱정하지 마세요. 나중에 신승을 만나더라도 스님이 알려주셨다고는 절대 말하지 않을게요.”“윤 시주, 난 정말로 개입할 수 없네.”“왜요? 저를 못 믿으세요? 아까 분명 우리가 친구라고 하셨잖아요. 친구 사이에 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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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5화

“좋네, 매우 좋아.”도악 스님이 말했다.“사부님께서 말씀하시길 윤 시주가 천룡사에 들어오기를 원한다면 이 자리에서 맹세를 세워야 한다고 하셨네.”“어떤 맹세인가요?”“평생 아내를 맞지 않고 자식을 두지 않겠다는 맹세네.”그 말을 듣자 윤태호의 마음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이 늙은 대머리 놈들 같으니라고. 나를 망치려 하다니? 꿈도 꾸지 마.’윤태호는 천룡사에 들어오겠다고 말했지만 실제 목적은 일지검의 검보를 손에 넣은 뒤 속세로 돌아갈 기회를 찾는 것이었다.그런데 공운 신승은 이미 그의 속셈을 짐작한 듯 맹세까지 요구하고 있었다.‘정말 교활한 늙은이군. 내가 장가가고 자식 낳을 생각을 끊으려 하다니? 꿈도 꾸지 마. 검보 따위는 없어도 상관없어. 나는 구전신용결도 있고 전승도 몸에 지니고 있으니까. 검보가 없어도 강자가 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이렇게 생각한 윤태호는 갑자기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도악 스님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윤 시주, 무엇이 그리 우스운가?”윤태호가 웃으며 말했다.“스님이 전에 전재석에게 하셨던 말씀이 아주 옳다고 생각합니다. 운명에 있는 것은 언제든 얻게 되고, 운명에 없는 것은 억지로 구해도 얻지 못하는 법이라고 하셨죠.”“저는 일지검의 검보를 가지기 위해 천룡사에 왔어요. 이 검보가 천룡사의 보물이라는 것을 알기에 공운 신승께서 여러 시험을 두신 것도 이해합니다만, 인연이 없다면 그건 제 운명에 없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저는 마음을 내려놓았어요.”도악 스님이 물었다.“윤 시주는 돌아갈 생각인가?”윤태호가 고개를 저었다.“돌아갈 생각은 없어요. 이미 이곳까지 왔으니 한 번쯤 시험해 보는 건 당연하지요. 얻으면 행운이고 못 얻으면 운명의 뜻이겠지요.”도악 스님이 다시 물었다.“그렇다면 어느 석굴로 들어갈 생각인가?”윤태호는 어깨를 으쓱했다.“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저 하늘의 뜻에 맡겨야겠지요.”그는 말을 마치자 바닥에서 마른 나뭇가지를 하나 주워들었다.그리고 아무렇게나 던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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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6화

“나는 이곳에 있소.”간단한 말이었지만 그 목소리는 범음처럼 귓가에 울려 퍼지며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았다.윤태호는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목소리만 들릴 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다음 순간 그의 시선이 불탑 쪽으로 향했고 심장이 크게 콩닥거렸다.공운 신승은 불탑 안에 있었다.윤태호가 서 있는 곳은 불탑에서 무려 100m나 떨어져 있었다.즉 공운 신승은 100m 밖의 불탑 안에서 윤태호와 도악 스님의 대화를 모두 들은 것이다.윤태호는 속으로 감탄했다.‘역시 소문난 신승답게 수련 경지가 실로 대단하네.’도악 스님이 불탑을 가리키며 말했다.“이 불탑의 이름은 오도탑이네. 성나라 때 세워졌으며 지금으로부터 8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지. 오도탑은 절벽 위에 우뚝 서 있으며 우리 천룡사의 여러 선배께서 이 탑 안에서 깨달음을 얻고 서방 극락으로 가셨네.”“사부님도 최근 몇 년 동안 이 탑 안에서 깨달음을 얻고 계시네. 그리고 일지검의 검보도 탑 안에 있어. 윤 시주, 내가 탑 안으로 안내할 테니 따라오게.”도악 스님은 그렇게 말하고 윤태호를 데리고 절벽 아래로 갔다.오도탑은 절벽 위에 세워져 있었고 지면에서 무려 200미터 높이에 있었다.그러나 올라갈 수 있는 길은 보이지 않았다.윤태호가 물었다.“설마 오도탑에 가는 사람들은 전부 맨손으로 절벽을 타고 올라간 거예요?”도악 스님이 고개를 끄덕였다.“윤 시주는 정말 총명하구려. 맞네, 바로 그렇네.”그는 설명을 이어갔다.“깨달음을 얻으려면 일정한 수련 경지가 필요하네. 천룡사의 규율에 따르면 과거에는 방장과 장로, 집사만 오도탑에 들어갈 자격이 있었네.”“외부 손님은 방장의 허락 없이는 함부로 들어올 수 없었네. 윤 시주, 지난 백 년 동안 오도탑에 들어간 외부 손님은 당신이 세 번째이네.”윤태호가 곧바로 물었다.“앞의 두 사람은 누구세요?”도악 스님이 말했다.“두 사람 모두 천재적인 인물들이었네. 첫 번째는 당시 천하제일 고수였던 윤무성. 두 번째는 자금성의 용일이네.”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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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7화

그때였다.산 절벽 위에 세워진 불탑 안에서 공운 신승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도악, 귀한 손님이 왔는데 어찌 이렇게 소홀히 대하느냐?”“예, 사부님. 제 잘못입니다.”도악 스님은 절벽 위를 향해 공손히 합장하며 예를 올린 뒤 윤태호를 돌아보았다.“윤 시주, 내가 위로 안내하겠네.”“스님, 부탁드립니다.”윤태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도악 스님이 움직였다.도악 스님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그대로 몸을 허공으로 날렸다. 그는 다섯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오므려 돌벽에 꽂아 넣었다.그는 민첩한 토끼처럼 바위벽을 타고 단숨에 10여 미터를 치솟았다. 숨 한 번 고르지 않고 단숨에 십여 미터를 치고 올라가는 모습에서 그의 암벽 등반 실력이 예사롭지 않음이 드러났다.10여 미터쯤 올라간 도악 스님이 아래를 내려다보니 윤태호가 절벽 아래에서 미간을 찌푸린 채 서 있었다.“윤 시주,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가?”도악 스님이 물었다.윤태호는 절벽을 가리키며 솔직하게 말했다.“어떻게 올라갈지 생각 중이에요.”“아직 방법을 못 찾았어?”도악 스님이 웃으며 말했다.“방금 내가 사용한 것은 불문 72 묘기 중 하나인 용조수야. 원한다면 윤 시주에게 전수해 줄 수도 있네.”윤태호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조건이 있겠죠?”“윤 시주는 역시 총명하군. 우리 천룡사에 입문하시기만 하면 되네.”‘이 늙은 스님은 왜 이렇게 나를 끌어들이려 하는 거야?’윤태호는 고개를 저었다.“오해하신 것 같네요. 올라갈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에요. 다만 방법이 너무 많아서 어떤 걸 쓸지 잠깐 고민했을 뿐이에요.”도악 스님의 얼굴에 걸린 미소가 순간 굳어졌다.‘진작 그렇게 말하지 그랬어. 사람 망신 주려고 작정했나? 오늘만 해도 벌써 몇 번이나 내 체면을 짓밟는 거야? 내 얼굴이 그렇게 쉽게 짓밟혀도 되는 것 같아?’“뭐, 아무거나 쓰죠.”윤태호는 그렇게 말하며 조용히 부적을 그렸다.그의 발이 바위를 딛는 순간 마치 평지를 걷듯 가벼워졌고 속도는 화살처럼 빨라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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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8화

윤태호는 순간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신승님이 왜 이런 말을 하는 거지? 나를 떠보는 건가? 아니면 이미 내 정체를 알아챈 건가?’윤태호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신승께 숨기지 않겠습니다. 윤무성은 제 아버지입니다.”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마침 절벽을 타고 올라온 도악 스님이 그 말을 들은 것이다.‘뭐라고? 윤 시주가 윤무성의 아들이라고?’도악 스님의 얼굴이 충격으로 굳어졌다.윤태호는 쓴웃음을 지었다.“가문의 사정 때문에 그동안 제 신세를 다른 사람에게 말한 적이 없었어요.”도악 스님이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처음 봤을 때부터 친근한 느낌이 들더라니. 윤무성 시주의 후손이셨군. 아미타불.”공운 신승이 말했다.“나는 비록 먼 대연에 있지만 20여 년 전 해정에서 벌어졌던 그 풍파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있네. 윤무성 시주는 지금 어디에 계신가?”윤태호는 고개를 저었다.“저도 몰라요. 그 사건 이후로 아버지는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되었고 지금까지 아무 소식도 없었어요.”“그렇군...”공운 신승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나는 비록 출가한 몸이지만 관상에도 조금 연구가 있네. 옛날 윤무성 시주가 이곳에 왔을 때 관상을 본 적이 있어. 윤무성 시주는 이마가 빼어나고 눈썹은 용처럼 길며 눈은 봉황의 눈, 코는 서우의 코였네.”“만 명 중 하나 나올까 말까 한 대귀의 상이지. 반드시 구름을 타고 하늘로 솟아오를 천하 무쌍의 인물이지 결코 단명할 팔자가 아니야. 그러니 윤무성 시주는 아마 아직 살아 있을 걸세.”윤태호가 급히 물었다.“신승님, 그 말씀이 정말이세요?”공운 신승이 합장했다.“아미타불. 출가인은 거짓말을 하지 않네.”순간 윤태호의 마음속에 희망의 빛이 번졌다. 윤무성이 살아 있다는 말을 들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장미진인도 비슷한 말을 했었고 전혜란 역시 그가 살아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아버지가 정말 살아계신다면 대체 어디에 계신 걸까? 왜 20년 넘도록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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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9화

‘아마 신승님께서 그 영감탱이한테 당해보지 않아서 하시는 말씀이겠지. 공운 신승님은 세상에 손꼽히는 고수이니 진인님이 아무리 제멋대로 굴고 싶어도 감히 신승님을 농락할 수는 없었을 거야.’그때 공운 신승이 다시 입을 열었다.“윤무성 시주는 무도뿐만 아니라 불법에도 깊은 조예가 있었네. 나도 윤 시주 앞에서 부끄러울 따름이라네.”“만약 윤 시주가 윤무성 시주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굳이 시험 같은 것을 보지 않아도 괜찮았네. 바로 검보를 열람하게 했을 테니까.”윤태호는 순간 멍해졌다.‘이게 무슨 말이야? 그럼 내가 세 관문을 괜히 통과한 거야?’괜히 고생했다는 생각에 윤태호의 표정이 조금 우울해졌다.공운 신승이 말했다.“사실 빈승이 세 가지 관문을 만든 데에는 각각 목적이 있었네. 첫 번째 관문은 산문을 여는 시험인데 이는 수련의 경지를 보려는 것이야.”“두 번째 관문은 도산을 오르는 시험인데 이는 심성을 보려는 것이지.”“세 번째 관문은 720개의 석굴 중에서 단 하나의 올바른 석굴을 찾는 시험인데 이건 복연을 보는 것이었어.”그리고 공운 신승이 고개를 돌렸다.“도악아, 세 번째 관문은 윤 시주가 어떻게 통과했느냐?”도악 스님의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떠올랐다.공운 신승이 말했다.“괜찮으니 말해 보거라.”그제야 도악 스님은 윤태호가 석굴을 찾아낸 방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상세히 설명했다.이야기를 들은 공운 신승은 크게 웃었다.“하하하. 윤 시주는 마른 나뭇가지 하나만으로 올바른 석굴을 찾아냈다니. 정말로 복연이 깊고 몸에 큰 기운을 타고난 사람이군. 이렇게 되니 윤 시주에 대한 믿음이 더욱 커졌어.”공운 신승이 이어 말했다.“본래 출가한 사람은 탐욕을 품어서는 안 되는 법이지만 일지검은 천룡사의 보물이네. 대대로 전해 내려왔지만 지금까지 그 완전한 검법을 깨달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그래서 여러 해 전 도악에게 명해 천하의 무도 인재들을 찾아 검보를 한 번씩 보게 했네.”“나는 원적하기 전에 완전한 일지검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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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0화

‘용육이 살해당했다고?’윤태호는 충격에 휩싸여 즉시 한유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 한유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왜요? 나 보고 싶었어요?”윤태호는 농담할 기분이 아니었다.“무슨 일이에요? 누가 용육을 죽였어요?”한유가 말했다.“누가 한 건지는 아직 몰라요. 용육은 해정에서 약 10km 떨어진 교외에서 죽은 채 발견됐어요. 보아하니 공항으로 가는 길이었던 것 같아요.”윤태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명왕전의 정보망이 그렇게 강력한데도 누가 죽였는지 모르는 거예요?”한유가 답했다.“군신이 이미 조사하라고 명령했으나 지금까지는 아무 단서가 없어요. 게다가 용칠과 용팔이 현장에 도착해서 우리 사람들도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고 있어요.”“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해요. 용육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적인 고수라는 거죠.”윤태호는 미간을 찌푸렸다.‘도대체 어떤 대단한 고수가 움직인 거지? 왜 용육을 죽였을까? 혹시 자금성과 원한이 있는 사람인가?’한유가 웃으며 말했다.“어쨌든 용육이 죽었으니 윤태호 씨에게는 좋은 일이에요. 적어도 당분간은 위험에서 벗어났으니까요.”윤태호가 말했다.“그렇긴 하지만 누가 했는지는 알고 싶어요. 한유 씨, 혹시 조사에서 뭐라도 나오면 바로 알려주세요.”“알겠어요.”전화를 끊자마자 조재빈에게서도 용육이 죽었다는 전화가 왔다.“문주님, 누가 용육을 죽였다고 생각하세요?”윤태호가 물었다.조재빈이 말했다.“모르겠어. 나도 누가 죽였는지 계속 생각 중이야. 그런 실력을 갖춘 사람이 누구일까? 솔직히 말해서 지금까지도 전혀 감이 없어.”“군신 쪽에서도 조사하고 있을 거야. 나도 계속 주의해서 보겠으니 소식이 있으면 알려주마. 어쨌든 용육이 죽었으니 자금성은 절세 고수 하나를 잃은 셈이지. 너에게는 좋은 일이야.”“네.”윤태호는 짧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그는 그 자리에 서서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도대체 누가 용육을 죽인 걸까? 천하에서 용육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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