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였다.산 절벽 위에 세워진 불탑 안에서 공운 신승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도악, 귀한 손님이 왔는데 어찌 이렇게 소홀히 대하느냐?”“예, 사부님. 제 잘못입니다.”도악 스님은 절벽 위를 향해 공손히 합장하며 예를 올린 뒤 윤태호를 돌아보았다.“윤 시주, 내가 위로 안내하겠네.”“스님, 부탁드립니다.”윤태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도악 스님이 움직였다.도악 스님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그대로 몸을 허공으로 날렸다. 그는 다섯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오므려 돌벽에 꽂아 넣었다.그는 민첩한 토끼처럼 바위벽을 타고 단숨에 10여 미터를 치솟았다. 숨 한 번 고르지 않고 단숨에 십여 미터를 치고 올라가는 모습에서 그의 암벽 등반 실력이 예사롭지 않음이 드러났다.10여 미터쯤 올라간 도악 스님이 아래를 내려다보니 윤태호가 절벽 아래에서 미간을 찌푸린 채 서 있었다.“윤 시주,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가?”도악 스님이 물었다.윤태호는 절벽을 가리키며 솔직하게 말했다.“어떻게 올라갈지 생각 중이에요.”“아직 방법을 못 찾았어?”도악 스님이 웃으며 말했다.“방금 내가 사용한 것은 불문 72 묘기 중 하나인 용조수야. 원한다면 윤 시주에게 전수해 줄 수도 있네.”윤태호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조건이 있겠죠?”“윤 시주는 역시 총명하군. 우리 천룡사에 입문하시기만 하면 되네.”‘이 늙은 스님은 왜 이렇게 나를 끌어들이려 하는 거야?’윤태호는 고개를 저었다.“오해하신 것 같네요. 올라갈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에요. 다만 방법이 너무 많아서 어떤 걸 쓸지 잠깐 고민했을 뿐이에요.”도악 스님의 얼굴에 걸린 미소가 순간 굳어졌다.‘진작 그렇게 말하지 그랬어. 사람 망신 주려고 작정했나? 오늘만 해도 벌써 몇 번이나 내 체면을 짓밟는 거야? 내 얼굴이 그렇게 쉽게 짓밟혀도 되는 것 같아?’“뭐, 아무거나 쓰죠.”윤태호는 그렇게 말하며 조용히 부적을 그렸다.그의 발이 바위를 딛는 순간 마치 평지를 걷듯 가벼워졌고 속도는 화살처럼 빨라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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