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윤태호의 얼굴에 마침내 옅은 미소가 번졌다.전재석이 고개를 돌려보니 허물어진 사찰 문 안쪽에서 한 나이 많은 스님이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나이는 예순을 훌쩍 넘긴 듯했다. 붉은 가사를 걸친 채 둥근 얼굴에 넓은 귀를 하는 모습에서 자비로운 분위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 단정하고 장엄한 모습은 무너져가는 절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어? 여기 진짜 스님이 있네요?”전재석이 신기하다는 듯 중얼거리더니 물었다.“스님, 여기가 천룡사 맞습니까?”“재석아, 무례하게 굴지 마.”윤태호가 낮게 꾸짖은 뒤 스님을 향해 가볍게 합장하며 고개를 숙였다.“도악 스님, 오랜만입니다.”그렇다. 이분이 바로 해정에서 인연을 맺었던 천룡사 주지, 청룡 랭킹 4위의 고수 도악 스님이었다.도악 스님은 윤태호 앞에 다가와 환하게 웃었다.“윤 시주, 해정에서 헤어진 뒤로 줄곧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네. 드디어 오셨구려.”“속세의 일에 발이 묶여 이제야 시간을 냈습니다. 늦어 죄송합니다.”윤태호가 사과하듯 말했다.“이해하네, 이해해.”도악 스님은 고개를 끄덕였다.윤태호가 말을 이었다.“아, 스님. 인사드리겠습니다. 제 여자친구 임다은이에요. 이쪽은 제 사촌 동생 전재석이고요.”도악 스님은 두 사람을 향해 합장했다.“반갑습니다.”“스님, 불쑥 찾아뵈어 송구합니다.”임다은이 공손히 인사했다. 그녀는 한눈에 이 스님이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보아냈다.“임 시주, 별말씀을.”도악 스님은 온화하게 웃었다.전재석이 씩 웃으며 말했다.“스님, 저는 전재석이에요. 나중에 시간이 나시면 봄영에도 한번 놀러 오세요.”“재석아.”윤태호가 다시 한번 눈짓으로 제지했다.“재석아 말조심해라. 예의 없게 굴지 말고.”윤태호가 꾸짖고는 도악 스님께 말했다.“저 녀석이 원래 저렇습니다. 스님께서 양해해 주십시오.”도악 스님은 호탕하게 웃었다.“하하하, 전 시주는 마음이 곧고 성정이 솔직하니 오히려 마음에 드는구려.”윤태호는 도악 스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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