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장 옆에 딸린 휴게실.준범과 대화를 끝내고 원하는 걸 얻은 연우가 기분 좋게 홀로 돌아가려던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태건이었다.[오늘은 제가 먼저 들어가야 해서요. 연회 끝나면 따로 기사 보내드리겠습니다.]짧은 설명만 남기고 태건은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뚝-통화가 끊기자, 연우의 눈빛이 잠시 싸늘해졌다.‘나태건... 늘 이 모양이지. 나를 대하는 태도가 어쩜 이렇게 무례하기 그지없어.’연우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좋아, 지금은 참아 주지.’‘하지만 내가 승현의 아내가 되는 순간, 반드시 나태건부터 길들여 줄 거야.’‘그때는 꼼짝 못 하고 무릎 꿇게 해 주지.’...그린힐.어둠을 가르며 달려온 검은 차량이 별장 앞에 멈춰 섰다.차에서 내린 건 키 크고 건장한 사내, 태건이었다.대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자, 거실을 서성이던 윤해월이 다급히 다가왔다. 그러나 태건은 잠시 눈길만 주고는 무표정하게 고개를 저은 뒤, 곧장 2층 서재로 향했다.철컥-문이 열리자, 방 안은 커다란 조명 대신 책상 위 스탠드 하나만 켜져 있었다. 희미한 불빛 아래, 책상 뒤에 앉아 있는 남자의 얼굴은 반쯤 어둠에 가려져 있었다.곧게 뻗은 콧날, 날카롭게 가라앉은 눈빛. 뚜렷한 형체는 보이지 않아도, 태건은 본능적으로 그 시선이 화살처럼 자신을 꿰뚫는 걸 느꼈다.숨 막히는 정적.태건은 문고리에 올린 손을 잠시 멈췄다가 천천히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문이 닫히자, 방 안은 한층 더 눅눅한 어둠에 잠겼다.잠시의 정적 끝에, 태건이 입을 열었다.“대표님... 아직 상처가 덜 아물었습니다. 지금 병원에서 나오시는 건 회복에 좋지 않습니다.”“병원에만 누워 있으면... 집에서 개가 주인 말 안 듣는 걸 어떻게 알겠어?”승현의 목소리에는 서늘한 냉기가 묻어 있었다.태건은 곧장 고개를 숙였다.“저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벌을 내리셔도...”“벌?”스탠드 불빛이 어슴푸레 드리운 얼굴 위로, 승현의 여우 같은 눈매가 가볍게 치켜 올라갔다.깊고 어두운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