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도 그 시각 고화질 영상과 사진을 받고는 잽싸게 눈치를 보며 내밀었다.“지호 형, 여기 고화질이에요.”진오가 지호보다 한발 먼저 고개를 돌렸다. 화면 속에서 무언가 스쳐 지나갔지만, 남자의 예리한 눈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주시우네 사람들이 거기까지 간 거야?”정말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원래 시아와 은산 두 사람이 독차지하던 마장에, 낯선 남자의 모습이 추가된 것이다.어둠도 가릴 수 없는 윤기 도는 갈색 말, 그 위에 검은 기마복과 흰색 승마 바지를 갖춰 입은 남자가 허리를 낮춘 채 달리고 있었다. 두 다리가 말의 배를 힘껏 조이며 질주하는 모습은 마장 레이스라기보다 끝없는 초원을 달리는 듯했다.한창 경쟁하던 시아와 은산도 순간 시선을 빼앗겼다. 두 사람은 눈빛을 교환하곤, 다시 다리를 움켜쥐며 더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다.지호와 진오가 도착했을 때, 말 세 마리가 이미 마장 위를 질주하고 있었는데, 마치 세상이 그들의 발밑에 있는 듯한 기세였다.“남자가 여자랑 겨룰 일이냐? 저 사람은 왜 두 여자랑 말 대결을 하고 있는 거야?” 진오가 투덜거렸다.그러나 지호의 시선은 밤빛을 머금은 채 시아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 몸에 꼭 맞는 승마복이 여자의 허리선을 도드라지게 만들고, 말을 더 잘 다루기 위해 몸을 앞으로 숙인 자세가 매끄러운 곡선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순간 지호는 처음으로 승마복을 만든 사람의 속내가 의심스러웠다.시우가 탄 말은 최고의 말이었기에 금세 시아의 뒤를 따라잡았다. 이에 지호의 눈빛이 더욱 차갑게 가라앉았다. 이윽고 지호는 손에 들고 있던 외투를 진오에게 던지더니, 곧장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야, 지호야, 뭐 하는 거야. 지금 달리고 있잖아. 그렇게 들어가면 위험해.” 진오가 급히 따라붙으며 붙잡으려 했지만, 그때 은산이 말을 몰아 달려왔다.그 속도가 워낙 빨라 진오는 황급히 몸을 돌려 멀리 피하며 소리쳤다.“은산아! 살살 좀!”하지만 괜히 말한 건지 은산은 채찍을 휘두르며 외쳤다.“이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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