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준이 시아에게 쉬라고 했지만 시아는 쉬지 않았다.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었다.시아는 회사에 가서 하루 종일 인수인계를 마무리했고, 서명해야 할 서류와 수집해야 할 계약서, 승준의 주요 일정까지 정리해서 분류했다.그날, 시아는 회사 탕비실에서 동료들이 수군거리는 걸 들었다.승준이 결혼식을 위해 구영시 전역의 전자 광고판을 사들여 생중계를 한다는 이야기였다.이틀째 되는 날, 시아는 승준의 집에 남아 있던 자신의 짐을 모두 정리해서 박스에 담았고, 자원봉사자에게 맡겨 필요한 사람에게 기증하도록 했다.그날,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들렸다.하지호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하씨 가문이 구영시 전체에 잔치를 열고, 축의금은 일절 받지 않는다고 했다.사흘째 되는 날, 시아는 만불산으로 향했다.무려 여섯 시간을 들여 삼생석에 새겨진 자신과 승준의 이름을 하나하나 손으로 긁어냈다.이름을 모두 지웠을 무렵, 시아의 손끝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그날, 텔레비전에서는 승준과 은채가 함께한 인터뷰가 방송되었다.승준은 시청자들에게 전에 없던 색다른 결혼식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나흘째 되는 날, 그러니까 결혼식 바로 전날이었다.시아는 결혼식장이 어떻게 꾸며졌는지 보기 위해 현장을 찾았고, 그곳에서 승준과 은채의 리허설을 목격했다.은채가 반가운 얼굴로 시아를 불렀다.“강 비서님, 무대 위로 올라오세요. 결혼식 당일에 제 뒤에 서 계시면 제가 부케를 던져드릴게요. 그러면 그 복이 전해져서, 곧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시아는 은채의 요청대로 무대 뒤에 섰다.승준이 은채에게 사랑을 맹세하는 걸 봤다.반지를 손에 끼워주고, 은채가 눈을 감고 고개를 들어 남자의 입맞춤을 기다리는 장면도 같이 말이다.하지만, 승준은 끝내 입을 맞추지 않았다.그는 시선을 돌려 시아를 바라보았다.시아는 눈빛이 또렷하고 평온한 표정이었다.그 모습은 마치 전혀 낯선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시아를 보는 순간, 말할 수 없는 낯섦과 불안함, 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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