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람은 서늘했지만, 시아와 지호의 몸에 닿을 때는 오히려 뜨겁게 느껴졌다.이유를 모를 만큼 두 사람이 어리석지는 않았다.분명히 아까 마신 술에 무언가가 들어 있었고, 은산이 대놓고 약을 섞은 것이다.아무리 경계해도 결국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서 오는 불의는 막기 어려운 법이었다.시아는 은산이 악의를 가진 게 아니라, 자신과 지호 사이를 밀어주려는 의도였다는 걸 알고 있었다.차창 유리에 비친 지호의 모습은 이미 몇 번째인지 모르게 셔츠 깃을 당기고 있었다.괴로운 듯한 표정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모습이 조금은 재미있게 보였다.평소에는 시아가 먼저 장난치고 손을 걸어오곤 했는데, 지금은 지호가 얌전히 견디고 있었다.이런 반전은 묘하게도 더 흥미로웠다.“지호 씨.”시아가 먼저 지호의 이름을 불렀다.지호가 고개를 돌렸을 때, 밤빛을 머금은 눈동자 속에는 억눌린 감정이 파도처럼 출렁이고 있었다.조금 전 바다 위에서 보았던 출렁임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힘들어요?” 시아가 낮게 묻자 지호의 미간이 순간 좁혀지고 목젖이 빠르게 움직였다.“당신은 뭐라고 생각해?”목소리는 평소보다 낮고, 약간은 쉰 듯 섹시하게 번졌다.지호의 눈빛, 몸의 반응, 그리고 목소리까지 대답은 이미 드러나 있었다.“즐겁긴 해?” 지호가 되레 비릿하게 묻자 시아는 태연한 척 짧게 대꾸했다.“그럭저럭요.”이에 지호의 표정이 잠시 굳더니, 곧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고는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차는 소리 없이 달려 원프리미엄 현관 앞에 멈췄고 운전기사는 내려 인사를 하고 곧 떠났다.차 안에는 두 사람만 남았지만, 누구도 먼저 움직이지 않았다.적막한 공기 속에서 오히려 억눌린 기운이 강하게 번졌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농담처럼 지호를 놀리던 시아였지만, 지금은 더는 담담할 수 없었다.몸속으로 퍼져가는 열기는 점점 더 강해져, 시아 스스로도 버티기 힘들어졌다.지호 역시 다르지 않았지만 그는 끝까지 버티고 있었다.만약 수많은 새벽마다 함께 잠들고 깨어나면서, 시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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