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호를 본 순간, 진오의 머릿속에 떠오른 4글자가 떠올랐다. ‘경이롭네.’똑같이 남자지만, 자신이 옆에 서는 순간 진오는 마치 마트에서 팔리는 유통기한 임박 세일품이 되어버렸다.팔은 다쳤는데도 지호의 아우라는 전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입어야 할 외투를 걸치지 못하고 어깨에 툭 얹어둔 모습은, 영화의 조직 보스를 연상케 했다.한마디로 요약하면, 절대적이었다.절대적으로 잘생겼고, 절대적으로 매혹적이며, 절대적으로 압도적이었다.“왜 병원에서 얌전히 있질 않고, 여기까지 나온 거야?”경이로움은 경이로움이고 진오는 여전히 걱정스러웠다.지호가 병원에 가만히 있는 건 시아의 부탁 때문이었고, 아내가 보지 않는 순간에는 마음대로 움직였다.“뭐야? 그렇게도 내가 눈앞에 있는 게 싫어?” 지호는 소파에 몸을 던졌다. 긴 다리를 여유롭게 꼬아 올리고는 제멋대로이면서도 당당한, 불량스러운 멋을 풍겼다.“아니, 난 오히려 네 얼굴을 하루 24시간 보고 싶을 지경이지.” 진오도 맞은편에 앉았다.“상처 입은 채로 움직였단 건 분명 큰일이지? 말해 봐.”속을 들여다보진 못해도, 이제는 그 정도쯤은 짐작할 수 있었다.“마왕 쪽, 아직도 움직임 없어?” 지호가 물었다.“없어. 그 개자식, 당한 뒤에 우리 쪽으로 기어올 줄 알았는데, 아직도 꼬리 내리고 그 사람 밑에 붙어 있네. 개노릇 하겠다고.” 진오가 이를 갈았다.“진작에 얼굴에 붙은 가면을 벗겨줘야 했어.”그러나 지호는 막지 않았다. 어떤 인간은 작은 호의 하나에도 자신이 진짜로 그만한 가치를 지녔다고 착각한다. “네 아버지는 요즘 뭐에 바쁘셔?” 지호가 불쑥 화제를 틀자 진오는 머리카락까지 곤두서는 기분이었다.“뜬금없이 우리 아버진 왜 찾는데?”“심심해서. 장기 두고 차나 한잔하면서 얘기 좀 하려고. 아, 그리고 네가 불만 땜에 다리 풀려버린 사연, 그 뿌리도 물어봐야지. 이번엔 내가 불길에 휩쓸려 죽을 뻔했는데도 넌 못 들어왔잖아. 혹시 나중에 네가 당할 땐 어떡하려고.”진오는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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