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호의 형인 자유는 짙은 회색 터틀넥 스웨터 차림으로 거실에 들어섰다.차갑고도 고요한 분위기가 남자를 감쌌고, 시선은 곧장 시아에게로 향했다.“괜찮아요?”자유가 다가와 조심스럽게 묻자 시아는 담담히 고개를 들어 남자를 바라봤다.“괜찮아요.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아주버님.”그 한마디에 두 사람의 거리가 분명해졌다.자유의 손끝이 잠시 떨렸고 무언가 잡고 싶은 듯 움직였지만 끝내 자제했다.“도움이 필요하면...”“필요 없어요.” 시아가 칼같이 끊어냈다.“남편이 알아서 처리할 거예요.”그 말은 단순한 답변이 아니라, 자신에게는 남편이 있다는 선을 분명히 긋는 경고였다.“그래요. 지호라면 잘 처리하겠죠.” 자유의 목소리엔 씁쓸한 기운이 스쳤다.멀리서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지호는 잠시도 주저하지 않고, 성큼 다가와 시아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자연스럽게 품에 감쌌다.“형, 우리 일 걱정하지 말고 형수님이나 더 챙겨. 잘 살든, 각자 길을 가든, 이렇게 끌며 사는 건 답이 아니잖아.”그 시선이 스쳐 지나간 곳은 은산이었다.자유는 침묵으로 답했고, 잠시 시아를 바라보다 복잡한 눈빛을 감춘 채 자리를 떠났다.은산은 그 뒷모습을 보며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도련님, 질투가 너무 티 나는데요?”“그래요?” 지호는 시아를 더 단단히 끌어안으며 되받았다.“난 그냥 당신이 다른 남자랑 서 있는 게 싫을 뿐인데.”그 말에 시아는 지호의 팔을 뿌리치며 얼굴을 찌푸렸다.“정말 유치해요.”저녁 식사 자리, 긴 식탁 위에는 손이 많이 간 요리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안영은 젓가락을 멈추지 않으며 시아의 접시에 음식을 가득 올려주었다.“좀 더 먹어. 살이 많이 빠졌구나.”“감사해요, 어머니.” 시아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으나 젓가락은 무겁게만 느껴졌다.“시아야, 차라리 다시 집으로 들어와 사는 게 어떻겠니? 이곳이 더 안전하고, 내가 직접 챙길 수도 있고.”안영의 제안에 지호가 곧장 맞장구쳤다.“저도 그렇게 생각해요.”그러나 시아는 젓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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