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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길에 오른 너와 나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331 - チャプター 340

448 チャプター

제331화 우리 일은 나중에 얘기해

“먼저 씻고 와.”지호가 안쪽 침실을 가리켰다.“옷장은 새 옷으로 채워뒀어.”따뜻한 물줄기가 피로를 씻어내렸다. 시아는 샤워기 아래 서서 물방울이 머리칼을 타고 흘러내리도록 그대로 두었다.문득 오늘 하루가 떠올랐다. 도경란의 위선적인 미소, 안영이 사라진 순간의 공허한 심정, 그리고 지호가 ‘우린 가족이야’라고 했을 때 가슴 깊숙이 전해진 알 수 없는 떨림까지.머리를 말리고 욕실에서 나오자, 지호는 발코니에서 통화를 하고 있었다.밤바람이 지호의 셔츠 자락을 흔들었고 곧 잘 다져진 허리선을 드러냈다.목소리는 낮았지만 시아는 몇 마디를 분명히 들을 수 있었다.감시 카메라, 인력 배치, 안전 확보 기타 등등.지호는 시아의 시선을 눈치챈 듯 곧 전화를 끊었다.지호가 돌아서는 순간, 시아는 얼른 시선을 돌려 소파 위 담요를 정리하는 척했다.“내일 유진오가 사람을 데리고 외곽에서 대기할 거야.”지호가 다가오며 부드러운 눈빛을 드리웠다.“당신은 그냥 나만 따라와. 혼자 움직이지 말고.”시아는 고개를 들어 단호히 말했다.“저는 보호받아야 하는 도자기 인형이 아니에요.”“알아.”지호가 불쑥 손을 뻗어 시아의 귓불에 박힌 작은 검은 점을 엄지로 스쳤다.“하지만 나는 걱정돼.”예상치 못한 친밀한 동작에 두 사람 모두 순간 얼어붙었다.시아는 은은한 향수와 담배가 어우러진 지호의 체취를 느꼈다.이에 시아는 무심결에 반 발짝 물러섰고 귀 끝은 붉게 물들었다.“일찍 자.” 지호는 손을 거두며 다른 방으로 향했다.“내일 봐.”낯선 침대에 몸을 뉜 시아는 천장을 응시하며 복잡한 생각에 잠겼다.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는데 바로 은산의 메시지였다.[어머니 소식 있어요? 내가 뭘 도와야 할까요?]그러나 시아는 짧게 답장을 보냈다.[지금은 안전해요. 내일 상황 봐서 움직이죠.]휴대폰을 내려놓은 순간, 옆방에서 아주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지호 역시 잠들지 못한 듯했다.이 사실만으로도 묘하게 안심이 되었고 시아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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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화 오늘은 특별한 날이죠

“나중에라뇨?”은산이 낮게 웃으며 속삭였다.“그 나중에 도대체 얼마나 긴 건데요, 당신 나랑 결혼한 지가 벌써 몇 년인데, 카톡보다 트위타 대화창 들여다보는 시간이 더 길지 않아요?”자유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지더니, 은산의 손목을 단단히 움켜쥐었다.“날 조사한 거야?”“조사할 필요 있어요?” 은산은 샴페인 잔을 돌리며 차갑게 웃었다.“그딴 일들 누가 모를 줄 알아요? 게다가 당신이 직접 인정한 적도 있잖아요.”은산은 불현듯 몸을 기울여 붉은 입술을 자유의 귓불 가까이 가져갔다.“찾았어요? 아직 못 찾았다면 내가 도와줄까요? 맞다, 동서 트위타 이름이 ‘사탕'이였나? 혹시 당신이 짝사랑한 사람이 바로 동서였나요?”계속되는 은산의 도발에 자유는 손목을 더 세게 조였고, 여자는 숨을 고르게 들이쉴 만큼 힘을 주었다.“정은산!”“아야!” 은산은 일부러 애교 섞인 목소리로 내뱉었고, 그 소리는 충분히 커서 주변 사람들까지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여보, 아프잖아요.”그 말이 떨어지자, 한 남자의 그림자가 다가왔다. 검은빛에 가까운 회색 슈트가 단정하면서도 차가운 느낌을 풍겼다. 무표정한 얼굴과 곧게 선 체격은 사람들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았다.주시우, 남자는 확실히 특별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다.은산은 입술을 가볍게 깨물고, 스쳐 지나간 시우의 시선을 받았다. 그러나 단 한 순간뿐이었고, 이내 은산은 고개를 돌려 시아 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걸음을 옮겼다.“하 대표님, 강 비서.”시우가 미묘하게 고개를 숙였는데 검은 슈트가 남자의 체격을 더욱 곧게 부각시켰다.“이 자리에서 뵐 줄은 몰랐네요.”지호는 입꼬리를 올렸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주 대표님도 와 계셨군요.”곧 시우의 시선이 잠시 시아에게 머물렀다.“직접 확인해야 하는 일이 있어서요.”은산은 이를 놓치지 않고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아, 주 대표님이 훨씬 흥미롭네요. 어떤 사람보단 말이죠.”자유의 안색은 어둡게 가라앉았고, 은산의 팔을 다시 거칠게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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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화 이제야 나왔네?

도우미가 안내하는 대로 어두운 문양 카펫이 깔린 복도를 지나자, 벽걸이 크리스털 조명이 노란빛을 흘러내리고 있었다.휴게실 문 앞에는 도경란이 서 있었다. 짙은 남색 개량한복이 도경란을 우아하게 감싸고 있었지만, 눈빛 깊숙한 곳에서 번쩍이는 빛이 본심을 드러냈다.“시아 씨, 파티 전에 정식 예복으로 갈아입어야 해요.”도경란은 부드럽게 말하며, 붉게 칠한 손끝을 문손잡이에 얹었다.“오늘 파티에는 구영시 각계의 명사들이 초대됐으니 의식감은 갖춰야 하잖아요.”그러나 시아의 시선은 도경란 손목에 채워진 옥팔찌로 향했다.마씨 집안의 대대로 내려오는 유물이자, 지금 도경란이 과시하듯 찬 그 장신구는 무언의 압박 같았다.“전 먼저 제 시어머니를 뵙고 싶어요.”시아는 목소리를 가라앉혔으나 손끝은 저절로 움켜쥐어졌다.순간 도경란의 웃음이 굳더니 이내 다시 매끄럽게 웃어 보였다.“물론이죠.”시아가 몸을 비킬 때, 옥팔찌가 문틀에 부딪혀 청아한 소리를 냈다.“사모님은 안에 계세요.”문을 열자 안영은 창가의 1인용 소파에 앉아 있었고, 손에는 시집이 들려 있었다.얇은 커튼 사이로 스며든 햇살이 안영의 어깨에 얼룩진 빛을 드리우고, 탁자 위 찻잔에서는 김이 은은히 피어올랐다. 마치 여느 다과 모임에 온 듯 평화로운 풍경이었다.“시아야.”안영은 책을 덮고 일어나며 반갑게 불렀고, 귀밑에서 작은 진주 귀걸이가 흔들렸다.시아는 다급히 다가가며 전신을 훑었다.“어머니, 괜찮으세요?”안영은 시아 손을 꼭 잡았는데 손바닥은 따뜻하고 단단했다.“내가 뭐 어쨌다고.”그러면서도 문가에 서 있던 도경란을 흘끗 보았다.“도경란 사모님이 아주 정성껏 대접해 주셨어. 내가 좋아하는 차까지 준비해 주셨어.”도경란은 헛기침을 하고는 말을 덧붙였다.“두 분 먼저 이야기 나누세요. 저는 파티 준비를 하고 올게요.”도경란은 나가며 벽시계를 흘겨보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시작까지 이제 이십 분 남았어요.”문이 닫히자마자 시아는 곧장 목소리를 낮췄다.“지호 씨도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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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4화 제대로 구경해

은채가 성급히 따라왔고 하이힐이 대리석 바닥에 부딪히며 꽤 다급한 소리가 났다.“생각은 했어? 우리 손을 잡을 거야? 말 거야? 도경란은 애초에 우리를 편히 두려는 게 아니야.”“필요 없어.”시아는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걸음을 재촉하자, 짙은 초록빛 개량한복의 자락이 발걸음에 맞춰 흔들렸다.은채는 그 말에 눈을 치켜떴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다급해진 듯 시아의 손목을 움켜쥐었고 손톱이 깊숙이 살을 파고들었다.“강시아! 너 진짜 사리 분별이 안 되는 거야?”말이 끝나기도 전에 은채의 목소리가 한순간 높아졌다가, 곧 허리를 굽히며 낮게 신음을 토했다.“아악...”시아는 얼굴을 찌푸리며 손을 뿌리쳤다. 그때 시야에 들어온 건 은채의 치맛자락 안쪽이었고, 그곳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려 속치마 위에 선명한 얼룩을 번지고 있었다.“피 나.”시아는 즉시 은채의 흔들리는 몸을 붙잡았다.“내가 의사 불러올게.”“안 돼!”은채가 필사적으로 시아의 손목을 움켜쥐었는데 힘이 너무 세서, 손톱 위 장식의 작은 보석이 시아 피부를 파고들었다.“의사는 안 돼. 난 반드시, 반드시 파티가 끝날 때까지 버텨야 해.”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지만 은채는 억지로 몸을 곧추세웠다.“어서, 나 좀 부축해서 탈의실로 데려다 줘. 시간 더 이상 지체하면 안 돼.”탈의실 안에는 두 벌의 예복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시아의 것은 짙은 초록빛 개량 한복이었는데 목선에는 정교한 거베라 자수가 놓여 있었다.은채의 것은 분홍빛 등이 드러난 드레스였고, 치맛자락에는 잘게 박힌 큐빅 장식이 조명에 반짝였다.은채는 그 드레스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봐. 옷조차도 날 비웃잖아.”은채는 떨리는 손으로 단추를 풀며 중얼거렸다.“나는 영원히 대체품일 뿐이야.”시아는 대꾸하지 않고 재빨리 준비되 의상으로 갈아입었다.옷깃을 고르던 중 안감 속에서 딱딱한 무언가가 손끝에 걸렸다.이에 잽싸게 펼쳐보니 낯익은 필체가 눈에 들어왔다.[주의해. 계획대로. HJH]지호의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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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5화 네 맘대로 해

파티장 안은 잔들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번쩍이는 샹들리에 불빛으로 가득했다.샴페인 잔에 비친 빛이 이리저리 흘러 다녔다.은채는 잔을 들고 손님들 사이를 오갔다. 얼굴에는 단아한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시아는 은채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는 걸 놓치지 않았다.그리고 이내 시아가 앉아 있는 센터 자리에서 시선이 흘러갔다. 비록 둘의 관계는 앙숙이었으나 은채의 상태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은채 씨, 한 잔 올리죠.”명품 슈트를 걸친 중년 남자가 다가와 잔을 높이 들었고, 얼굴에는 아부하는 웃음이 번졌다.“축하드려요. 드디어 뿌리를 찾으셨군요. 마 선생님도 각별히 아낀다고 들었어요.”진채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는 입가에 억지로 웃음을 걸고 잔을 들어 올렸다.“감사드려요, 대표님.”한 모금에 와인을 들이키는 순간 은채의 눈빛에는 잠깐의 고통이 스쳐 갔다.잔을 내려놓자 몸이 비틀거렸고, 여자는 테이블을 짚고 억지로 웃어 보였다.“죄송해요, 제가 술이 좀 약해서요. 잠시 실례할게요.”휘청거리며 사라지는 뒷모습을, 시아는 한동안 지켜보다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탈의실 안. 은채는 화장대를 짚고 크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문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시아를 보자 잠깐 놀란 기색이 스쳤으나, 곧 다시 오만한 표정으로 돌아왔다.“뭐야? 날 비웃으러 왔어?”냉소였지만, 목소리에는 힘이 빠져 있었다.시아는 문을 닫고 곧장 앞으로 다가섰다.“안색이 너무 안 좋아. 이 상태론 의식 끝까지 못 버텨.”“넌 상관하지 마!”은채가 몸을 곧추세웠으나 움직임이 과했는지, 밀려오는 어지럼증에 다시 화장대를 붙잡았다.시아의 시선이 치맛자락 아래 번지는 핏자국에 닿았고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피가 멈추질 않아. 병원에 가야 해.”“안 간다고 했잖아!” 은채는 전혀 고마워하지 않았다.이에 시아는 바로 은채의 손목을 붙잡았다.“맥박이 이렇게 뛰는데, 계속 여기에서 버티겠다고?”은채가 흥분하며 손톱에 붉은 매니큐어를 반짝였다. 이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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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6화 그렇게 말씀하시니 섭섭하네요

은채는 간신히 몸을 일으켜 거울 앞에 섰다.떨리는 손끝으로 립스틱을 덧칠했지만, 자꾸만 삐져 나가 제대로 그려지지 않았다.결국 화가 치밀어 립스틱을 바닥에 내던졌다.은채는 지금 억지로 버티고 있었다. 겨우 붙잡은 숨을 시아가 꺼뜨리려 하는 듯해 오기가 더해졌다.“위선 떨지 마.”은채는 시아를 노려보았다.“그리고 내 일에 끼어들지 마!”말을 마치자마자 비틀거리며 문 쪽으로 향했다.시아는 위태롭게 흔들리는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결국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은채 상태가 심상치 않아. 탈의실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끝까지 버티겠대. 빨리 와.]승준에게 보낸 짧은 메시지를 전송한 뒤, 시아는 길게 숨을 들이쉬었다.마음속으로는 아이만큼은 무사하기를 빌었다. 시아와 은채 사이에 무슨 원한이 있든, 아이는 아무 잘못이 없으니까.시아가 파티장으로 돌아서자 젊은 남자 두 명이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 좌우로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거대한 벽처럼 느껴졌다.“누나, 왜 혼자 있어요?”흰색 예복 차림의 청년이 먼저 말을 걸었는데, 환한 미소와 하얀 치아를 드러낸 모습은 겉보기에만 해맑았다.시아는 남자를 차갑게 훑어보고 곧바로 곁의 네이비 슈트를 입은 청년에게 시선을 옮겼다.한쪽은 과시적이고, 다른 한쪽은 억눌린 듯했지만, 두 사람의 눈에는 같은 계산이 숨어 있었다.둘이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시아는 이미 짐작할 수 있었다.“비켜요.”시아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말속에는 냉기가 서려 있었다.“그렇게 차갑게 굴 필요 없잖아요.”흰옷의 청년이 일부러 억울한 척 눈을 깜빡였다.“우린 그래도 친남매잖아요.”그러고는 손을 뻗어 시아의 어깨에 올리려 했다.“누나, 난 마경수예요. 누나보다 석 달 늦게 태어났죠.”시아는 몸을 돌려 그 손길을 피했고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다.“마천호라고 해요.”네이비 슈트를 입은 청년이 고개를 끄덕이며 낮게 말했다.“누나보다 다섯 달 늦게 태어났고요.”천호는 경수보다 훨씬 침착했지만 경계하는 눈빛은 더 깊었다.시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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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화 하지만 결코 만만하지 않아

“누나, 얼굴이 창백해 보이는데요.”경수가 일부러 목소리를 높이며 다정한 척 말하자 천호는 곧장 잔을 내밀었다.“물 좀 드세요, 누나.”태도가 순식간에 바뀌는 이 모습에 시아는 소름이 돋았다.그때 마지원이 다가오자, 왜 두 동생이 왜 돌연 태도를 바꿨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시아야, 동생들이랑 얘기는 잘했니?”마지원은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세 사람을 훑어보았고, 이 ‘화목한 남매’ 장면이 마음에 드는 듯했다.옆에 서 있던 도경란은 여전히 점잖은 웃음을 유지했지만, 눈빛은 마치 독사처럼 서늘했다.“좋아요.”시아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짧게 대답했다.“그래, 그래야지.”지원은 흐뭇한 기색을 감추지 않더니 두 아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누나 잘 보살펴, 알았지?”“걱정하지 마세요, 아버지.”경수가 사람 좋은 웃음을 흘렸다.“저희가 누나를 정말 잘 보살필게요.”경수가 ‘보살필게요’라는 말을 살짝 강조하며 말했고 남자의 시선은 시아를 흘끗 바라봤다.그리고 천호는 더 노골적이었다.“누나는 하씨 집안에서 총애받잖아요. 우리도 덕 좀 보려면 잘 모셔야죠.”도경란은 ‘하씨 집안’이라는 말에 잠시 눈빛이 음울해졌지만, 이내 다시 미소를 지었다.“맞아, 시아야. 넌 지금 우리 마씨 집안의 자랑이야.”그러면서 도경란은 다정한 척 시아의 팔을 끼었으나 손톱은 살을 파고들 만큼 세게 눌러왔다.“하씨 집안이 우리 뒤에 있으면, 우리 집안의 앞날은 더 확실해지는 거니까.”시아는 이를 악물고 팔을 뿌리치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화장실 좀 다녀올게요.”차갑게 말을 남기고 돌아섰고 그 순간, 뒤에서 마경수가 일부러 크게 말했다.“아버지, 누나는 우리가 마음에 안 드는 것 같아요.”마지원은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그럴 리가 있겠어? 누나가 원래 성격이 좀 차갑잖아.”시아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위선 덩어리 무리들과 한 공간에 있는 것조차 숨 막혀왔다.그러다 갑자기, 누군가가 시아를 복도 모퉁이의 그늘로 확 끌어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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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8화 아무 일 없을 거야

“이상하네, 분명 이쪽으로 들어가는 걸 봤는데...”경수는 중얼거리다 발걸음을 돌렸다.발소리가 완전히 멀어지자 그제야 지호는 시아의 허리에서 손을 거두었다. 그러나 여전히 시아를 지탱하듯 손을 치우지 않았다.“이제 들어가자. 괜히 늦으면 의심 살 거야.”시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흐트러진 옷깃을 고쳐 매만졌다.“당신 쪽 준비는 다 됐어요?”“모두 끝났어.”지호의 입가가 살짝 올려졌다.“이제 재밌게 막만 올리면 돼.”긴장한 시아와 달리 지호는 너무도 담담해 보였다.“걱정하지 마. 내가 있잖아.”지호는 시아의 불안함을 읽은 듯 불현듯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아무 일 없을 거야.”갑작스러운 친밀한 스킨쉽에 시아는 순간 얼어붙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 지호는 이미 등을 돌려 걸어가고 있었다.시아는 손끝으로 이마를 더듬었는데 아직도 그 따스한 온기가 남아 있는 듯했다. 심장이 두근거려 호흡을 고르고서야 파티장으로 향할 수 있었다.입구에 다다르자 문가에 서 있던 경수가 기다렸다는 듯 다가왔다. 얼굴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누나, 어디 갔다 왔어요? 한참 찾았는데.”시아는 무표정했다.“화장실이요.”“그래요?”이에 경수가 고개를 갸웃하며 시선을 시아의 흐트러진 머리칼에 잠시 두었다.“근데 난 못 봤는데요?”시아는 차갑게 쏘아붙였다.“날 미행한 건가요?”“그럴 리 있나요?”경수는 천연덕스럽게 웃었다.“난 그저 누나가 걱정돼서 그러죠.”그러고는 한 걸음 다가서며 목소리를 낮췄다.“근데 누나 하 대표님이랑 꽤 다정하더라고요?”시아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지만 곧 평정을 되찾았다.“마경수씨가 모를 리 없잖아요. 나와 하 대표와의 관계.”“알죠. 그런데 누나가 버렸다 들었거든요?”경수의 웃음은 여전히 가벼웠으나 그 몇 마디는 곧바로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다.그러다가 더 가까이 몸을 숙이며 속삭였다.“만약 아버지께서 누나와 하 대표님이 몰래 무슨 계획을 짠다는 걸 알면 어떨 것 같아요?”‘계획?’경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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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9화 곧 후회하게 될 거예요

“귀한 걸음 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도경란이 마이크를 받아 들었다. 목소리는 물처럼 부드러웠으나, 손끝은 아무도 모르게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제가 평생 가장 큰 한으로 여기는 건, 제 남편에게 아이 하나 낳아주지 못한 겁니다.”도경란의 눈가에 금세 물기가 고였다. 살짝 눈꼬리를 훔치는 모습까지 곁들여지자, 객석에서는 감탄과 동정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시아는 무대 한쪽에 서서, 차갑게 그 연극을 바라봤다. 손톱이 손바닥에 파고들 만큼 세게 쥔 주먹의 고통이 시아를 간신히 현실로 돌아오게 했다.귀에 꽂힌 지호의 도청기가 미세하게 뜨거워졌는데 이 연극은 아직 끝이 아니었다.도경란이 도우미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곧 붉은 나무 쟁반이 들어왔고, 위에는 네 개의 벨벳 상자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제가 친히 준비한 선물이에요.”도경란은 상자를 하나씩 열어 보이며 말했는데 그 안에는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주얼리가 들어 있었다.“모두 마씨 집안 대대로 내려온 전통의 보물이에요.”첫 번째로 도경란은 은채 앞으로 다가가 붉은 루비 목걸이를 꺼냈다.“은채야, 집에 온 걸 환영해.”목소리는 다정했고 손길은 우아했다. 목걸이를 걸어주는 순간은 마치 모녀의 다정한 재회처럼 보였다.은채는 떨리는 손끝으로 목걸이를 만졌다. 막 입을 열어 감사 인사를 하려는 찰나 몸이 휘청이며 쓰러질 뻔했다.애써 버텨오던 체력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었고 이마에 차가운 땀이 맺혔다.도경란이 서둘러 부축했지만 그 순간, 여자의 손톱이 은채의 팔에 깊게 파고들었다.그리고 낮게 흘러나온 속삭임은 칼날 같았다.“조심해. 내 일을 망치지 마.”입가의 미소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기에, 이 경고를 들은 사람은 은채 혼자뿐이었다.이에 은채는 입술을 깨물며 터져 나오는 신음을 삼켰고 곧 억지로 몸을 곧추세웠다.이어 도경란은 경수와 천호에게 각각 다이아몬드 커프스 단추와 비취 브로치를 달아주었다.두 사람은 고개를 숙이며 미소를 지었지만, 눈빛에는 은근한 계산이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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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0화 어서 병원으로

“오늘은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입니다.”마지원이 목소리를 높이며 말하며 도경란의 손을 단단히 잡고 있었다.“가장 고마운 건 제 아내입니다. 제 아내의 너그러움과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의 화합은 불가능했을 겁니다.”시아는 치밀어 오르는 역겨움에 브로치를 집어던지고 자리를 뜨고 싶었다. 그러나 무대 아래 앉은 안영이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눈빛으로 경고했다.안영은 찻잔 가장자리를 세 번 두드렸는데 그것은 사전에 정해둔 신호였다. 바로 계획대로 움직이라는 뜻이었다.“여러분도 보셨듯이, 저와 제 아내는 이제 노년에 접어들었습니다. 자식들이 제자리를 찾았으니, 앞으로는 가업을 맡기고 저희는 편히 지내려 합니다.”기분이 좋아 보이는 듯한 마지원의 말에 청중이 술렁였고 기대와 호기심이 한데 뒤섞였다.이에 마지원은 그 반응에 은근히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지금부터 마성그룹의 자산 운영 및 분배 계획을 발표하겠습니다.”서류를 꺼내 들고는 첫 번째 항목을 읽으려던 순간 날카로운 비명이 홀 안을 찢었다.“진은채 양은...”마지원이 발표를 하려고 하는 찰나, 고막을 찍을 듯한 비명소리가 남자의 말을 끊었다.“아악!”갑작스러운 비명소리에 순간 모든 시선이 그 소리가 나는 곳으로 쏠렸는데, 그 곳에는 바로 은채가 무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은채의 발밑으로 붉은 피가 빠르게 번졌다. 드레스 자락은 금세 피로 물들고, 얼굴은 종이처럼 창백했으며 흐트러진 머리칼은 식은땀에 달라붙어 있었다.“살, 살려...”은채는 떨리는 손을 뻗었지만 초점 없는 눈동자만 흔들렸다. 붉은 입술은 파르르 떨리며 비명을 질러댔다.“아이, 제 아이...”그렇게까지 이를 악물며 끝까지 버티려 했지만 결국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지고 말았다.이런 상황에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손님들은 비명을 지르며 물러났고, 기자들은 오히려 몰려들어 셔터를 연신 터뜨렸다.시아는 본능적으로 은채가 쓰러지려는 순간 몸을 날려 여자를 부축했다.손바닥에 닿은 드레스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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