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씨 가문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는데 현재 인명 피해는 불명이었다.이른 아침, 햇살이 구름을 뚫고 나오자마자 이 뉴스는 실시간 검색을 장악했다.은채는 경계선 밖에 서 있었다. 소방차에서 뿜어져 나온 물줄기가 햇빛에 부딪혀 무지개를 만들고, 뒤편의 까맣게 그을린 건물과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들것 위에 실려 나오는 진성호가 구급차로 옮겨졌다. 남자의 오른쪽 다리는 두껍게 붕대에 감겨 있었고 얼굴은 잿빛에 덮였지만, 눈빛은 여전히 칼처럼 날카로웠다.“아버지!”은채는 진성호의 눈빛과 마주하자 눈가에 도사린 사악한 기운을 거두고 억지로 눈물을 짜내며 말했다.“괜찮으세요? 병원에서 뉴스를 보고 바로 달려왔어요.”진성호는 은채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쥐었는데 그 힘은 엄청났다.“연기 그만해.”그의 목소리는 쉰 듯 거칠었고, 연기에 그을려 목이 상한 듯 허스키했다.“네가 한 짓 모를 것 같아?”은채의 표정이 잠깐 굳더니 곧 다시 가련한 모습으로 돌아왔다.“아버지, 무슨 말씀이세요? 저 요즘 정신이 좋지 않아 계속 병원에서 요양하고 있었잖아요.”은채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경찰을 바라보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경관님, 아버지가 너무 충격을 받으셔서 헛소리하시는 것 같아요.”경찰은 동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진은채 씨, 걱정하지 마세요. 화재 원인은 노후화된 전선에서 비롯된 것으로 확인됐어요. 인위적인 사고가 아니라 그저 순수한 사고예요.”성호는 은채를 노려보았고 남자의 눈빛 속 분노는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듯했다.은채는 몸을 숙여 진성호의 담요를 고쳐주는 척하면서 귀에 대고 속삭였다.“이제 막 시작일 뿐이에요, 아버지.”은채의 목소리는 꿀처럼 달콤했지만,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구급차 문이 닫히는 순간, 은채 얼굴에서 걱정스러운 표정은 싹 사라지고, 대신 기묘한 미소가 번졌다.이내 은채는 발걸음을 돌려 자신의 차로 향했다. 하이힐이 물웅덩이를 밟으며 튀긴 진흙물이 바지를 더럽혔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주한그룹 본사, 회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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