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끊기고 난 뒤 시아의 손끝이 무의식적으로 휴대폰 가장자리를 쓸고 있었다.사무실의 에어컨은 충분히 세게 틀어져 있었는데, 등에선 알 수 없는 땀이 배어 나왔고, 가슴에는 돌덩이가 눌린 듯 답답해 숨이 가빠졌다.시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창문을 밀어 열고 바람을 쐬려 했지만, 밖은 어느새 짙은 먹구름이 깔려 낮게 드리운 하늘이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했다.“강 비서님?”비서 이지민이 문을 두드리며 들어왔다.“3분기 재무 보고서 분석이에요.”“책상 위에 두세요.”시아가 정신을 가다듬고 서류를 받으려는 순간, 지민이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사실 데스크에서 말씀을 전해달래요. 퀵 택배가 하나 도착했는데, 발신인은 ‘오랜 친구’라고만 적혀 있다고요.”시아의 손끝이 서류 위에서 멈추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나는 아무것도 주문한 게 없는데...”“거절 처리해 드릴까요?”“괜찮아요, 제가 내려가서 받을게요.”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동안, 시아는 심장이 제대로 뛰지 않는 듯한 불안감을 느꼈다. 무심결에 귀밑의 작은 검은 점을 손으로 만졌는데 이는 긴장할 때마다 나오는 버릇이었다.데스크 직원은 다소 불안한 표정으로 시아를 맞이했다.“강 비서님, 이 상자예요. 그런데 방금 도착했을 때, 어디선가 이상한 냄새가 났던 것 같아요.”정갈하게 포장된 선물 상자, 짙은 붉은색 리본이 가지런히 묶여 있었다.시아는 손끝이 상자의 표면을 스치는 순간, 등골이 싸늘해졌다.“제가 열어드릴까요?”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레 물었다.“아니요, 괜찮아요. 고마워요.”시아가 상자를 들고 사무실로 돌아오자, 몇몇 동료들이 호기심에 몰려들었다.“와, 누가 보낸 거예요? 포장이 엄청 고급스럽네요.”“오늘 강 비서님 생일인가요?”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시아는 천천히 리본을 풀었다.상자를 여는 순간, 매캐한 피 냄새가 확 퍼졌다.안에는 낡고 해진 인형이 누워 있었는데, 인형의 배에는 작은 단검이 꽂혀 있었고, 붉은 핏자국이 배 전체를 흥건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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