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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시녀의 생존수칙: Chapter 281 - Chapter 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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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1화

연경은 과거에도 어쩌면 어머니가 부귀영화를 위해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그러나 자신의 직감을 믿기로 했고 사치스러움을 전혀 달가워하지 않는 어머니의 모습을 믿기로 했다. 그래서 더욱 저 사람들의 말을 믿을 수가 없고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그녀는 다정한 목소리에 비로소 고개를 들고 조심스럽게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나으리, 진심으로 하신 말씀인가요?”“난 거짓말을 좋아하지 않는다.”손기욱은 새빨개진 그녀의 눈가를 어루만졌다.눈물에 젖지는 않았는데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그는 달래듯이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착하지. 내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지 과감히 말하거라.”연경은 생각지도 못했던 말에 더욱 수치심이 들었지만 뻔뻔해지기로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육진이를 도와주십시오. 그 은혜는 평생 기억하겠습니다.”이런 식으로 기회가 찾아올 줄 몰랐지만 굴러온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어머니가 무고하든 무고하지 않든, 동생은 착한 아이였다.“나한테는 그런 말 하지 말라는데도.”손기욱은 큰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앞으로 원하는 게 있으면 내게 말하거라. 나도 매번 네 속마음을 추측하는 건 힘들어. 입은 입맞춤만 하라고 있는 게 아니다.”연경은 가슴이 두근거리고 귀가 화끈거렸다.손기욱은 늘 이렇게 그녀가 절망에 사로잡혔을 때 감정을 추스를 수 있게 해주었다.그녀는 손기욱이라는 사람이 누군가를 마음에 두었을 때 그 사람을 위해 모든 걸 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연경은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나으리, 치풍은….”꼬르륵!중요한 순간에 손기욱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려왔다.연경은 묻고 싶었던 것을 뒤로 미루고 그와 함께 일단 저녁을 들었다.그녀는 오늘밤 유달리 조심스럽게 그의 시중을 들었다. 그러나 손기욱은 그런 모습을 보는 게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매화당에 온 이후로 그녀는 여전히 시종이었을 때처럼 매사에 조심하고 냉정함을 잃지 않으려고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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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그는 다정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치풍이 말하기를, 네 어머니는 강요에 의해 경양백의 외실이 된 것 같다고 하더구나. 난 네 어머니가 과거 정혼자가 있었다는 사실은 몰랐다. 괜히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거라. 넌 이제 내 사람이니 네 신분이 어떻든 나에겐 중요하지 않다. 내일 경양백부로 가서 네 어머니를 모셔오마.”“나으리는 참 좋은 분입니다.”연경은 그의 얼굴을 잡고 살포시 입을 맞추었다.그녀는 사랑이 농익을 때는 그 어떤 것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나중에 애정이 식으면 사소한 실수 하나라도 문제가 될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가 진심으로 자신을 대해주는 이 순간만큼은 그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부드러운 손길이 손기욱의 옷섶 안으로 들어왔다.손기욱은 몸이 후끈 달았지만 이번에는 그녀의 손을 꽉 잡고 더 이상의 움직임을 차단했다.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나중에 많이 즐기게 해줄 테니, 오늘은 좀 피곤하구나.”연경은 얼굴이 화끈거려 고개를 푹 숙였다.잠시 후, 손기욱은 그녀를 안고 침상에 누워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치풍 그 자식, 일을 이렇게 망쳤으니 벌을 줘야겠어!’괜한 불똥이 치풍에게 튄 밤이었다.연경은 잠에 들자마자 악몽을 꾸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어깨를 다독여주는 손길이 있고 귓가에 부드럽게 달래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천천히 악몽도 흩어지면서 그 뒤로는 단잠에 빠졌다.다음 날, 연경이 침상에서 일어났을 때, 손기욱은 이미 저택을 나간 후였다.그녀는 살짝 기분이 상해 서란과 서령에게 불만을 털어놓았다.“나으리께서 나가시는데 옷시중도 못 들어드리고… 내 몸이 점점 게을러지는 것 같구나. 내가 못 일어나면 앞으로 너희들이라도 제 시간에 나를 깨워주거라.”“이랑, 너무 걱정 마세요. 나으리께서는 송학당으로 사람을 보내 오늘은 문안인사를 못 드린다고 말씀을 드리고 경양백부로 가셨어요. 일이 순조롭게 풀린다면 오후에 돌아와 같이 점심도 함께하신다고 하셨답니다.”연경은 재빨리 일어나 옷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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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후작가로 돌아가는 길, 손기욱은 송육진의 최근 행보에 대해 물었다.“송 공자는 근래 유란각에 자주 들러 문인들과 시대결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이랑께선 소인에게 그쪽으로 사람을 보내 송 공자를 띄워주라고 하셨고요.”태복의 답에 손기욱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연경이가 똑부러지긴 하지. 그렇다면 나도 녀석에게 힘을 실어주어야겠다. 사람들은 다 준비되었지?”그는 경양백부로 떠나기 전에 태복을 시켜 만약 설득이 통하지 않으면 초대장을 들고 작년 가을 시험의 해원과 아원을 불러 함께 식사를 하자고 했다.그들을 유란각으로 보내 아직 열두 살도 채 안 된 송육진의 시를 극찬한다면 자연스럽게 소년의 명성은 널리 알려질 것이다.그러나 그전에 확인할 것이 있었다.“송육진은 어떤 시를 썼지? 몇 장 구해서 내게도 보여주거라.”태복은 이미 준비해온 것을 품에서 꺼내 그에게 보여주었다.“이랑께서 제게 처음 부탁을 했을 때 미리 구해서 챙겨두었습니다.”손기욱은 그것을 펼쳐보고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녀석, 적어도 실력 하나는 나쁘지 않군.’한편, 감정을 추스른 연경은 서란을 불렀다.“나와 송학당에 다녀오자꾸나. 손님을 앞뜰에서 좀 대접하고 싶어.”아현이 그들을 막으며 말했다.“이랑께선 언제든지 앞뜰에서 손님을 만나셔도 됩니다. 나리께서 오늘 강씨 어멈과 노부인께 다 말씀드렸고 허락을 받아내셨습니다.”연경은 순간 그 말을 듣고 가슴이 따뜻해졌다.이게 사람들이 말하는 총애라는 건가 싶기도 했다.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시종들을 시켜 자신이 직접 한 요리를 앞뜰로 옮기게 했다.풍 노인 일행은 불안하게 마당을 맴돌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이곳이 무안 후작부이며 어제 자신들이 만난 여인이 교은이 아닌 무안 후작의 애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래서 다시 연경을 마주한 그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연경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말했다.“나으리께서는 오늘 저택에 안 계십니다. 이것들은 제가 직접 만든 음식인데 괜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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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이 부인이 냉소를 지었다.그러나 곧바로 연경의 싸늘한 시선이 쏟아지자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더 말씀할 건 없나요? 그분이 원해서 그 양반과 함께 사시는 것 같았나요?”오씨 아주머니가 난감한 얼굴로 답했다.“그건 저야 모르죠. 표정만 보면 딱히 원하지 않는 것 같은데 그 양반이 자리를 비웠을 때도 도망치지는 않으셨어요.”연경은 고개를 돌려 또다른 아주머니에게 물었다.“아주머니는 어떻게 불러드리면 될까요?”불안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선 풍 아주머니가 답했다.“이랑, 그리 예의 차릴 것 없습니다. 저도 풍씨이고 도화마을 사람입니다. 저는 교은이의 출산을 도왔던 어멈입니다. 출산 과정이 매우 험난해서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지요.”“그 양반 나으리는 거의 울 것 같은 얼굴로 제게 산모만 무사하게 해달라고 했지만 교은이는 아이를 살리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나으리에게는 제발 자신을 놓아달라고, 이번만큼은 자신의 뜻대로 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나중에 그 나으리는 제게 은 이백 냥을 주시며 산모와 아이 둘 다 살리라고 하셨죠.”이 부인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내 아들의 원한이 깃든 돈을 받아서 잘도 펑펑 썼겠구나!”풍 아주머니는 조심스레 연경의 눈치를 살폈다.연경은 고개를 돌려 이 노인과 이 부인을 바라보며 물었다.“교은님이 당신들의 아들과 정혼을 하였나요? 어떻게 된 거죠?”이 부인이 이를 갈며 말했다.“혼기가 꽉 찬 남녀가 만나서 정혼을 하는 게 뭐 이상합니까? 교은이 그것도 싫다는 말 한마디 없었습니다! 내 아들은 신혼방까지 준비하고 혼례날만 기다렸는데 혼인식 3일 전에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다 하더군요! 그러고는 그 양반이랑 둘이 같이 도화마을 근처에 살림을 차렸어요! 정말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었죠!”“상심한 내 아들은 외출했다가 사고로 다리까지 다치고 그날 이후로는 신혼방에 틀어박혀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혼례식을 위해 준비한 물건들을 안고 의식을 잃었습니다!”“의원은 아이가 상사병에 걸렸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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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작년의 해원과 아원 서생들은 죄다 혼인을 하고 슬하에 자식까지 둔 사람들이었다.부부 금슬이 좋은 사람들은 맛있는 것을 전부 싸가서 처에게도 맛보게 하고 싶다고 했다.손기욱도 연경에게 줄 음식들을 싸서 돌아왔건만, 연경은 제 할 일이 바빠 보지 못했던 것이다.그는 음식을 먼저 건네는 대신, 그녀에게 물었다.“오늘 마신 도화주가 향이 아주 좋더구나. 경이 너도 한잔 맛볼 테냐?”“나으리, 도화주를 싸오셨습니까?”손기욱은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입술을 가리켰다.연경은 조용히 창문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서란과 시종들이 나가며 문을 닫기는 했지만 창문은 아직 열려 있었다.손기욱은 의자에 앉은 채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애절한 그리움이 가득 담긴 그의 눈빛이 연경을 설레게 했다.“경아, 싫어?”연경은 그에게 부탁할 것도 있으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그녀가 먼저 고개를 숙이기도 전에 손기욱이 허겁지겁 다가와 입술을 탐했다.손기욱도 그녀가 최근 기분이 착잡한 것을 알고 최대한 참으려 했지만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입맞춤이 끝나자 연경의 입안에도 은은한 도화주 향이 났다.연경은 그의 무릎에 안긴 채로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녀석들은 내가 사준 술을 맛있게 먹고 오후에 유란각으로 시문을 평가하러 갔어. 그리고 송육진의 시를 엄청나게 치켜세우고 소년이 고작 열한 살이라는 말에 사람들은 전도유망한 수재가 나타났다고 환호했지. 그런데 오늘 유란각에 누가 있었는지 아느냐?”“누굽니까?”“양 제주도 있었어.”예상했던 일이었다. 아마 송육진이 스스로 무슨 수를 써서 양 제주를 그쪽으로 가게 만든 것 같았다.“그리고 나는 그들 앞에서 연극을 펼쳤지.”연경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나으리께서 연극도 하실 줄 아십니까?”손기욱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당연하지. 네 부군은 못하는 게 없어.”연경이 고개를 갸웃하자, 그는 웃으며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세하게 이야기했다.태복을 시켜 일부러 송육진에게 그가 연경의 정체를 알았다는 소식을 흘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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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당황한 손유민은 부랴부랴 침상에서 내려왔다.아직 곤장 스무 대는 집행이 연기된 상황에 시험을 잘 봤는지도 확신이 없었다.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자신이 틀린 문제를 틀린다면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있지도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가지고 있었다.‘아직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왜!’손유민은 불안한 마음을 안고 매화당으로 갔다.마당에는 이미 받침대와 곤장이 준비되어 있었다.겁에 질린 손유민은 다리에 힘이 풀렸다.“아버지, 시험이 끝난지 얼마되지도 않았고 아직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손기욱은 마당에 비치한 의자에 연경과 함께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든 위기를 모면하려고 주절거리는 손유민을 보자 그는 짜증스럽게 말했다.“경아, 내 뜻을 대신 전해주렴.”연경은 목청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나리께서는 아비로서 아들의 잘못을 가르치고 훈계하는데 시간을 정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시험 때문에 미룬 곤장 집행을 더 미루게 된다면 배로 늘어날 거라고도 하였어.”손유민은 위엄 넘치는 연경의 목소리를 듣고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전보다 통통하게 살이 올라 더 눈을 뗄 수 없이 아름답게 변해 있었다.시선을 마주한 연경이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계속 그렇게 쳐다보면 나으리께서 네 눈을 도려낼지도 모른다!”겁에 질린 손유민은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태복이 시종에게 눈짓하자 두 사람은 곧바로 손유민을 끌어다가 받침대에 엎드리게 했다.곤장을 든 사람은 치풍이었다. 그는 전혀 힘을 아끼지 않고 사정없이 곤장을 휘둘렀다.첫 대를 맞은 손기욱은 안 그래도 피곤했던 몸이 굳는 것을 느꼈다.두 번째 곤장이 내려쳐지자 엉덩이가 얼얼하고 극심한 고통이 온몸에 만연했다.세 번째, 다리까지 저리기 시작했다.연경은 높이 치켜들었다가 힘차게 내려오는 곤장을 보고 과거 그에게 굴욕을 당하던 장면들이 스치고 지나갔다.잠시 후, 처벌이 끝나자 손유민은 기절한 채 받침대에 늘어져 있었다. 엉덩이에서 피가 스며나오는 것을 보아 치풍은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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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풍 이랑은 고개를 푹 떨구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힘겹게 입을 열었다.“어미 때문에 너희가 고개를 들지 못하겠구나….”“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송육진은 씩씩거리며 어머니의 말을 끊었다.“그동안 제가 들은 것만 해도 누님은 두 번이나 어머니께 과거의 진실에 대해 물었습니다. 제가 못 들은 적도 있겠죠. 누님이 그렇게나 그게 신경 쓰인다는데 왜 입을 다물고 계신 겁니까?”“저희야 아무리 상황이 안 좋아도 엄연히 대접받고 사는 신분이지만 누님은 아버지의 딸임에도 시종으로 살아야 했죠! 둘째 누님과 마님의 온갖 욕설과 매질을 감당해야 했어요! 이는 일부러 저희에게 보여주는 겁니다! 어머니, 저는 더 이상 이 집에서 살기 싫어요!”“누님이 어렵게 무안 후작의 비호를 받게 되어서 정말 기쁘게 생각했습니다. 그 총애가 조금이라도 더 오래갔으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누님의 인생이 너무 불쌍하지 않습니까!”풍 이랑은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백부인이 처음 그들을 찾았을 때의 광경이 떠올랐다. 그때 풍 이랑은 송육진의 출산을 앞두고 있었다. 경양백은 그들을 숨겨주려고 애를 썼지만 결국에 실패하고 말았다.백부인은 풍씨를 집안으로 들이는 조건으로 연경을 시종으로 달라고 요구했다. 풍교은은 절대 그럴 수는 없다며 거절했다.그러나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어린 연경은 자발적으로 백부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시종으로 일할 테니 어머니를 용서해 달라고 애원했다.“마님, 제가 시종이 되겠습니다. 제가 앞으로 빨래도 하고 약도 챙겨드리고 어깨도 주물러드리겠습니다!”풍 이랑은 바닥에 쓰러진 상태로 산통이 오고 있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녀는 어린 딸이 시종의 발에 채여 쓰러지는 것을 멀뚱멀뚱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누가 너한테 약시중을 허락했어? 지금 우리 마님께 병들라고 저주하는 것이야?”다섯 살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사과만 반복했다.“그런 뜻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잘못했어요….”세 사람 중 가장 많이 고생하고 핍박을 받은 사람이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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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경양백은 짜증스럽게 그녀를 밀쳤다.“어리석은 생각이야! 어찌 너마저 그런 멍청한 생각에 혹한단 말이냐! 일이 그리 쉬운 줄 알아? 자칫 잘못하면 우리 경양백부 전체가 나락에 빠질 거고 그때가 되면 육진이도 무사하지 못해!”그는 백부인과 한바탕 싸우고 오는 길이었다. 무안 후작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지레 불안감을 느낀 백부인은 풍씨 모자를 장원에 보내자고 했고 그는 절대 안 된다고 거절했다.풍씨를 위해 정실과 싸우고 왔는데 모자끼리 방안에서 수상하게 밀담을 나누는 모습이며 멍청한 소리나 지껄이는 모습을 보니 화가 치밀었던 것이다.그는 갑자기 집안에 자신이 힘든 걸 알아주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차라리 둘을 장원으로 보내버리는 게 나으려나….’한편, 무안 후작부.손유민의 처벌은 이미 정해진 일이었기에 그가 거의 다 죽어가는 상태로 금수원에 실려갔음에도 아무도 매화당에 따지러 오는 사람이 없었다.연경은 손기욱에게 숙취해소탕을 대접한 후, 송육진을 세자로 봉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손기욱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육진이가 재능을 알리려면 아직은 시일이 더 필요해. 세자는 적자를 내세우거나 적자에게 문제가 생기면 장남에게, 장남이 문제가 생기면 그제야 능력 있는 아들에게 넘어가는 법이지. 내 방법을 대서 송육진의 재능을 널리 알릴 테니, 과거시험 결과가 발표되면 장남의 무능함도 증명될 것이고 다른 아들들도 멍청한 것들 뿐이니 송육진을 세자로 세울 명분이 자연스럽게 생길 게야. 그때가 되면 적절한 사람이 나서서 그 아이를 세자로 추천하게 하지. 경양백부는 앞으로 또 한 번의 작위 강등이 있게 될 것이야.”연경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그의 얘기를 듣고만 있었다.“조정에는 기생충들이 너무 많아. 폐하께선 원래도 작위를 줄일 생각을 하고 계셨지. 송육진이 글공부에 열중한다면 앞으로 자신의 능력으로 공적을 쌓을 날이 올 것이야. 무안 후작가가 지금의 자리에 우뚝 설 수 있게 된 것은 선대들의 위패로 바꿔온 것이지.”“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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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여기가 많이 뻐근하고 아프구나. 네가 지압을 좀 해주면 좋으련만.”손기욱은 그녀의 손을 잡고 가슴께로 가져갔다.연경은 거절하지 않고 그곳을 만져주었다.손기욱은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그대로 그녀를 침상으로 이끌었다.“등도 좀 뻐근하구나.”말을 마친 그는 대범하게 겉옷을 벗고 침상에 엎드렸다. 연경은 처음부터 그를 거절할 생각이 없었으니 결국 미남계는 통했다.손기욱은 의기양양하게 미소를 지으며 소원대로 그녀를 품에 안았다.두 사람이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경양백 부부는 드디어 의견을 통일하고 풍 이랑과 송육진을 고향 저택으로 내려보내기로 합의를 보았다.다음 날 아침, 다리 부상이 채 낫지도 않은 송육진은 시종들에 끌려 마차에 올랐다. 풍 이랑은 아들에게 피해가 갈까 두려워 순순히 마차에 탔다.백부인의 어멈이 마부와 은밀한 눈짓을 주고받았다.성문이 열리자 두 사람을 태운 마차는 곧바로 성을 나가 멀어졌다.초소로 향하는 손기욱에게 경양백부를 감시하러 떠났던 호위가 다가와서 고했다.“나으리, 풍씨와 송육진이 마차를 타고 성을 나갔습니다. 대장이 친히 그들을 따라나섰고요.”손기욱은 휘하에 정예 호위 몇 명을 두고 있었는데 8년 전 그를 따라 전장으로 나갔던 사람들이었다. 조치풍은 그들 중에서도 무공이 가장 뛰어난 자로, 대장으로 불렸다.손기욱이 굳은 표정으로 명했다.“만약에 위기가 닥치면 둘 다 무조건 살려서 데려오라고 전하거라.”그가 어제 찾아가자마자 오늘 아침에 두 사람을 마차에 태워 귀향을 보냈으니, 분명 문제가 있었다.손기욱은 만일을 대비하기 위해 호위 몇 명도 같이 따라가라고 명했다.연경은 오늘부터 강씨 어멈과 가계 정리에 대해 배우기로 되어 있었다. 풍 노인 일행이 갑갑해할 것 같았기에 그녀는 태복을 시켜 그들을 자신의 장원에 데려가게 했다.경성 근교에 큰 마당과 텃밭을 소유한 장원이었다.풍 노이인과 이 노인은 평생 농사를 해온 사람들이니 상황이 허락한다면 그들에게 장원을 잠시 맡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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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풍씨 모자의 상처는 절벽 끝에 마차가 걸리며 부딪쳐서 생긴 상처였다.연경이 소식을 듣고 달려왔을 때, 서주행은 이미 상처 치료를 다 마친 후였다.연경은 송육진의 두 다리가 무사한 것을 보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사건의 경과를 다 들은 그녀는 치풍에게 물었다.“마부는 잡았는가?”치풍은 고개를 저었다.“일부러 잡지 않았습니다. 제 부하들을 보고 멀리 도망쳤기에 저희가 두 분을 구하는 걸 보지 못했습니다. 아마 명을 완수한 줄 알고 지금쯤 경양백부로 돌아갔을 것입니다.”연경은 그의 빠른 대처에 찬사를 보냈다.“고맙네.”말을 마친 그녀는 풍 이랑에게로 다가갔다.“어머니, 이제 자유예요. 이제 어머니는 완전히 경양백부의 속박에서 벗어나셨어요.”풍 이랑은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딸을 바라보다가 곧이어 무슨 말인지 깨닫고 눈시울을 붉혔다.“육진아, 너와 난 같이 경성을 떠나자. 비록 삶이 고되긴 하겠지만 더 이상 내 자식들이 그 사람들에게 이렇게 짓밟히는 꼴은 볼 수 없어.”그러나 송육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소년의 두 눈에는 나이와는 어울리지 않는 강인함이 있었다.“저는 안 가요, 어머니. 어머니는 벼랑에서 추락하였고 저는 운이 좋아서 산 겁니다. 저는 백부로 돌아가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할 것입니다.”그동안 그는 권세가 없는 고통을 겪을 대로 겪으며 살아왔으니 이대로 이름과 신분을 숨기고 살아갈 수는 없었다.만약 언젠가 그 짐승만도 못한 아버지가 그들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아무런 저항도 못해보고 그들의 손에 죽을 수도 있었다.그래서 그는 경성에 남아 누이와 계획했던 대로 경양백부의 세자가 되어 누이와 어머니를 안전하게 지켜주리라 다짐했다.“육진아!”풍씨는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는 듯, 충격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연경은 조용히 나가서 풍 부인을 모셔왔다.딸이 고향을 떠난 후, 풍 부인은 매일 눈물로 하루를 살다가 눈도 안 좋아지고 심한 두통에 시달리더니 해마다 쇠약해지고 있었다. 서주행은 완치는 불가능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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