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녀는 연기준을 대신해 변명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그녀의 부름에 한설은 침상 곁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서인경은 이불을 들추어 발치의 쇠사슬을 가리키며 말했다.“네 손재주가 좋다 들었는데 이것 좀 보거라. 이 자물쇠, 풀 수 있겠느냐?”한설은 그것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그가 감히… 감히 마마를 가두다니요? 어떻게... 감히!”서인경은 한설이 금방이라도 연기준과 맞붙을 것 같은 기세를 보고 비로소 자신의 편을 들어 주는 이가 생겼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억울한 마음이 치밀어 금세 눈물이 핑 돌았다.“그래, 바로 연기준 짓이다. 지금 나는 대소변도 이 침상 위에서 해결해야 한단 말이다. 더는 사람으로서의 존엄조차 없다. 네가 무슨 수라도 내어줄 수 있겠느냐?”한설은 서인경이 조금이라도 억울함을 당하는 꼴을 견딜 수 없었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곧장 자물쇠를 집어 들고 만지작거리며 뜯어내려 했다.호청은 그 모습에 혼비백산해졌다. 이 한설이라는 아이, 왕야의 분부를 눈곱만치도 가슴에 두지 않았다. 한설은 애초에 자신을 불러들인 것이 서인경의 발을 풀어주라는 뜻으로 착각한 것이다.위험을 직감한 호청은 황급히 몸을 돌려 줄행랑을 쳤다.연기준 또한 전혀 예상치 못했다. 서인경의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해 불러들인 아이가 오히려 그녀의 조력자가 되어 자신에게 큰 골칫거리가 될 줄이야. 그가 막 왕부 대문을 들어섰을 때, 호청이 헐떡이며 달려와 그를 가로막았다.“왕… 왕야, 어서 가 보셔야 하옵니다. 큰일 났사옵니다… 왕비께서… 왕비께서 무사치 않으시옵니다.”연기준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변했다. 그의 발걸음은 바람을 가르듯 빨라졌고 이내 그의 모습은 호청의 눈앞에서 사라졌다.연풍은 질겁하여 호청의 옷깃을 움켜쥐고 다급히 물었다.“왕비께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이냐?”호청은 겨우 숨을 고르며 대답했다.“왕비가 아니라… 한설 그 계집아이가… 이건 반역을 꾸미는 것이나 다름없사옵니다!”연기준은 뜰에 들어서자마자 쾅하고 방 안에서 폭음이 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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